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201)
천마님 안마하신다-201화(201/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201화
“…짜잔! 하하. 오랜만입니다, 가인 씨.”
한동안 조용히 서로를 쳐다보고 있던 두 사람.
그 속에서, 최성현은 분위기를 바꿔 보려는 듯 짐짓 과장된 몸짓을 하며 인사를 건넸다.
“어라? 왜 성현 씨가 오셨어요?”
“그게 말이죠. 오늘은 가인 씨 안마를 제가 담당하기로 했거든요.”
생각지 못했던 상황에 정가인이 넌지시 묻자, 최성현이 오른쪽 뺨을 긁적거리며 다가왔다. 그러곤 침대 가까이에 있는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혹시, 제가 대신 와서 별로예요?”
“아뇨, 그런 건 아니고… 후후후.”
농담조로 말하기는 했지만, 안쪽 깊은 곳에 조금이지만 불안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 그 모습이 괜스레 귀엽게 느껴진 탓일까, 정가인은 저도 모르게 손등으로 입을 가린 채 웃음을 흘렸다.
“그런 것 같은데?”
“아니에요. 이게 어딜 봐서 싫은 표정이겠어요.”
정가인은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스스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한 눈웃음.
처음 최성현이 들어왔을 때 순간 당황한 표정이 나오긴 했었으나, 그 이후로는 줄곧 이렇게 웃음기가 멎질 않고 있었다.
그 웃음에 담겨 있는 진실성 때문일까.
뭐라 더 말을 꺼내려던 최성현은, 그 대신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마쳤다.
“일단 그럼… 슬슬 시작을 할까요? 어쨌거나 안마를 받으러 오신 손님이시니까.”
“아, 네. 물론이죠.”
최성현이 머쓱한 목소리로 말하자, 정가인이 침대에 엎드리며 도넛형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왜 갑자기 긴장이 되지…….’
이곳에 찾아온 건 이번이 세 번째.
당연한 말이지만, 안마를 받는 것도 세 번째다. 한데 앞선 차례에서는 ‘아프진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있었어도 긴장을 한 적은 없었는데, 지금은 괜스레 가슴 한편이 두근거리는 기분이었다.
“흐음…….”
그런 정가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성현은 맥을 짚어 내듯 이리저리 손을 움직이는 중이었다.
방금 전까진 약간의 장난기가 서려 있던 모습이었으나, 지금은 마치 무슨 스위치라도 있는 것처럼 신중하면서도 집중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달라진 분위기에, 정가인은 저도 모르게 흘깃흘깃 뒤쪽을 돌아보며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까는 최성현 쪽이 좀 더 긴장을 한 모습이었는데, 정작 이렇게 안마가 시작되고 난 이후에는 오히려 그 반대가 된 듯한 느낌.
‘일할 때는 이런 느낌이구나…….’
정가인이 최성현에게 안마를 받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그렇기에 최성현이 일할 때의 모습을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평소 보여 주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그 모습이, 정가인은 내심 여러모로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좀 더 직관적으로 표현하자면, 더 오래 보고 싶었다.
“자꾸 고개 돌리시면 안 좋을 수 있는데.”
“아, 그렇죠.”
그러던 중, 최성현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정가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도 모르게 흠칫 놀란 정가인. 그녀는 잽싸게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이는 원활한 안마를 위한 협조이기도 했으나, 자기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확연하게 붉어진 뺨을 감추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저… 근데, 갑자기 왜 성현 씨로 바뀐 거예요?”
“아. 제가 따로 부탁을 했었거든요.”
내부를 파악하는 게 끝이 나고 슬슬 어깨 쪽부터 시작해서 지압이 시작될 무렵, 정가인이 넌지시 묻자, 최성현은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부탁을요?”
“네. 뭐라고 해야 하나, 그냥… 제가 직접 가인 씨한테 도움을 좀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좋아하는 사람 한 명 정도는 제가 담당하고 싶었고요.”
최성현은 그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손을 움직이고 있는 중이었다.
어깨의 긴장을 풀어 놓고, 혈도의 순환이 원활해지도록 각각의 혈 자리에 적정한 자극을 가하고…….
강태한이 허락을 했었던 만큼 최성현의 경지와 실력으로도 충분히 조치가 가능한 수준이긴 했으나, 아직 그리 익숙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기에, 최성현은 계속해서 이쪽에 집중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자기가 대놓고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을 한 것도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그렇군요.”
그렇기에, 그 말에 부끄러워하는 것은 오히려 정가인의 몫이었다. 그녀는 베개에 대고 있던 얼굴을 좀 더 깊이 묻었다. 그러고는 애써 헛기침을 하더니, 괜히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제 카톡은 왜 안 봤어요?”
“카톡……? 죄송해요. 오늘이 좀 특별한 날이어서, 긴장 때문에 확인을 잘 못 했거든요. 남는 시간마다 연습을 하러 빠지기도 했었고.”
“특별한 날이요?”
“가인 씨가 오잖아요.”
으아아아.
갑작스레 훅 들어온 한마디에, 정가인은 터져 나오려던 탄성을 애써 진정시켰다. 그녀는 지금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거의 다른 사람이라 해도 믿겠는데……?’
원래의 최성현은.
얼핏 행실이 가벼운 사람처럼 보이면서도 깊은 속마음과 성실함을 갖고 있는, 그런 상반된 매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생각보다 쑥스러움도 많이 타고, 본인의 마음이 크면 클수록 오히려 말을 잘 못 하고 에둘러서 표현하는, 그런 느낌이 좀 있었는데.
지금은 다르다.
살짝 쑥스러워하는 기색이 있기는 하지만, 담담한 말투로 하고 싶은 말을 모두 꺼내 놓는다. 원래라면 한참을 머뭇거려도 꺼내지 못하던 말들을 말이다.
‘물론 이미 알고 있던 내용들이긴 하지만…….’
최성현은 그녀에게 호감을 갖고 있고, 그녀 또한 최성현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 사람과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이성과 이성으로서의 호감이다.
그건 아직 연애 경험이 없는 그녀 또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걸 직접 입으로 말하고 듣는 것은 별개의 일이지 않은가.
“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
“…아니에요. 저도 그냥 해 본 말이에요.”
카톡을 읽고 안 읽고, 답장이 오고 안 오고 정도는 이제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정가인은 난생처음 느껴 보는 수준의 격한 감정에, 가만히 얼굴을 묻은 채로 조그마한 목소리를 낼 뿐이었다.
* * *
“오~ 우리 최 사장님!”
다음 날, 이른 아침.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여 소파에 앉아 있던 최성현에게, 누군가가 과장된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다름 아닌 황 실장이었다.
“갑자기 사장은 뭔 놈의 사장이에요?”
“사업을 하고 있으니 어엿한 사장님이지, 안 그래?”
“틀린 말은 아니네요.”
황 실장이 동의를 구하듯이 묻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강태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아듣지 못한 건 최성현 뿐이었다.
“뭐가요? 무슨 사업이요.”
“연애 사업 말이야, 연애 사업.”
“아…….”
최성현은 그제야 알아들었다는 듯이 반응을 보였다.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흘렸다는 뜻이었다.
“또 난리네, 또 난리야.”
“이럴 때 난리 피우지 언제 피우냐? 그래서, 어제 어떻게 됐어? 열심히 연습한 보람이 있었나?”
황 실장은 팔꿈치로 최성현의 어깨를 쿡 찌르며 물었다. 그러자 최성현은 잠시 턱가를 손으로 매만지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
“…예.”
“크으! 잘됐나 보네!”
“뭔가 예전보다 관계가 확 진전되기는 했는데… 뭐랄까, 왜 이렇게 잘 풀렸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자기도 기쁜 건 마찬가지다. 최성현은 입가의 미소를 감출 수 없는지 연신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하나 그럼에도 어딘가 의아한 부분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 최성현의 반응에 황 실장이 한 번 더 물어봤다.
“왜? 무슨 일 있었나 봐?”
“사실 안마를 하면서 가인 씨랑 뭐라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데… 하도 집중을 해서 그런지 기억이 잘 안 나거든요.”
“…딱히 술을 마시거나 한 거도 아닌데 기억이 안 난다고? 그럴 수가 있나?”
황 실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강태한 쪽을 흘깃 쳐다보았다. 이에 대한 답은 강태한이 알고 있을 터.
“뭐, 충분히 그럴 수 있긴 하죠.”
그러자 강태한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최성현 본인도 기억이 애매했으나, 정작 강태한은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대강 보이는 듯했다.
“그래?”
“성현이는 이제 막 경지에 들어선 상황이었으니… 아무래도 운용법에 숙달되지 않은 이상, 안마를 하는 동안 집중을 할 수밖에 없죠.”
기감(氣感)은 정말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면, 본래 닫혀 있는 재능이다. 무림에서도 일반인들은 인지하지 못하던 감각이었으니, 이곳에선 두말할 필요가 없다.
즉, 여러모로 낯설 수밖에 없는 감각.
그렇기에, 그 감각을 바탕으로 상대를 살펴보고 안마를 한다는 것은, 평소 이상의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물론 최성현이 나름 깨달음도 얻고 기(氣)를 운용하는 법도 익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여러모로 미숙한 수준에 불과하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자연히 무의식 상태가 되지.’
말하자면 생각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느슨해진다.
약간 몽롱한 상태라고도 할 수 있고, 본능에 가까워지는 상태라고도 할 수 있다. 반사적인 행동만을 취하게 된다고 할까.
상대가 경계를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평소보다 냉정하면서 차가운 반응이 나갈 것이고, 만약 그 반대라면… 평소보다 따뜻하고, 만약 감춰 둔 마음이 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본심을 표현하게 될 것이다.
어제의 최성현과 같은 경우라면… 단연 후자.
얼핏 보기엔 노는 것 좋아하고 낯선 사람과도 터울 없이 잘 지내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내심 감추고 있는 고민도 많고 표현도 서투른 녀석이다.
그런 상황에서 가인 씨와 둘이 있었으니, 뭐… 안마를 하는 동안 이런저런 속마음들이 줄줄 새어 나오지 않았겠는가.
“그래서, 가인 씨랑은 어떻게 됐는데?”
“아니… 안마를 하고 나서 자연스레 저녁 약속도 잡는 흐름이 됐지. 늦었으니까 술도 좀 마시고… 근데 도중에 가인 씨가 그러는 거야.”
“뭐라고?”
“…그래서 우리 오늘부터 만나기 시작하는 거냐고.”
“어흐.”
옆에서 듣고 있던 황 실장이 고개를 돌렸다. 그는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는데, 입에 설탕이라도 들이부은 것처럼 기묘한 표정이었다.
“잘은 모르겠는데, 아까 내가 먼저 고백을 하지 않았냐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일단 ‘맞다’라고 했지.”
“그렇구만.”
반면, 강태한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한번 끄덕일 뿐이었다. 그의 짐작대로인 상황이었다. 그는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잘됐네. 축하한다, 임마.”
“…후흐흐흐, 고맙다!”
손뼉까지 치며 축하를 보내는 강태한. 그 모습에, 그때까지 애써 표정 관리를 하고 있던 최성현은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이 웃음을 흘렸다. 말 그대로 기쁨이 새어 나오는 듯한 웃음이었다.
“야, 이 녀석 이거, 좋아 죽는 것 좀 보소.”
“아 왜요! 좋아서 웃는 것도 안 돼요?”
“보기 좋아서 그렇지, 인마~”
짐짓 짜증을 내면서도 웃고 있는 최성현과 그런 최성현을 쿡쿡 찌르며 놀리는 황 실장. 강태한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쯤이었다.
“저, 태한 씨. 물어볼 게 좀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강태한이 고개를 돌려 보니 김성훈과 황태진, 장인 코스를 맡고 있는 다른 두 안마사가 약간 어색해하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예. 무슨 일이세요?”
“그게… 좀 우리끼리만 이야기를 하면 좋겠는데.”
“흐음.”
단순히 어색해할 뿐만 아니라, 어딘가 불안해하는 기색마저 느껴진다. 강태한은 나지막하게 침음을 흘렸다가, 문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사무실 쪽으로 가고 있던 참이었는데, 거기서 이야기를 하면 괜찮으실까요?”
“그렇게 해 주면 고맙지.”
그러자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
한편, 걸어가는 동안 강태한은 곰곰이 머릿속을 더듬어 보았다. 이 두 사람이 이런 반응을 보일 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아.’
그러다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보다 정확히는, 비교적 최근에 비슷한 반응을 보였던 한 사람의 모습을 떠올렸다. 다름이 아니라 이제 막 기감이 깨어났던 최성현의 모습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사실은 말이지. 누구한테 말하기에는 영 수상한 이야기이기는 한데… 우리 두 사람이 요즘 이상한 뭔가를 느끼고 있거든.”
“사람 몸속에서 뭔가가 흐르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원래는 정신과라도 가 볼까 했는데, 혹시 태한 씨라면 답을 알고 있지 않을까 해서…….”
두 사람의 말에, 강태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최성현뿐만 아니라 다른 안마사들도 하나둘씩 기감이 열리기 시작할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