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221)
천마님 안마하신다-221화(221/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221화
‘하지만 그럴 만한 사람은 아닌데…….’
다만 같이 알고 지낸 시간이 어느 정도 되는 만큼, 김세후는 유세아의 성격 또한 알고 있었다. 그녀는 허세라는 단어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인간이다.
더군다나 없는 말을 지어내면서까지 자랑을 한다?
다른 사람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적어도 유세아라면 그럴 리가 없었다. 그 모순된 상황에 잠시 의문에 잠긴 김세후. 하나, 그녀의 의문은 곧 풀렸다.
“음! 내가 아는 김밥천국 중에서는 여기가 최고라니까? 괜히 오래 장사하시는 게 아니야.”
본격적으로 음식이 나오고 식사가 시작된 이후.
공간이 좁아 보일 정도로 테이블을 메우고 있던 접시들은, 유세아의 손에 의해 하나하나씩 깔끔하게 비워지고 있었다.
치즈돈까스와 김밥은 반이 사라졌고, 순두부찌개와 함께 나온 공기밥은 이미 깔끔하게 비워진 상태.
뭔가 서둘러서 먹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느긋해 보이는 동작으로 여유 있게 식사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테이블 위의 음식들은 정말 신기할 정도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중이었다.
‘정말로 그걸 다 드시고 계시네…….’
솔직히 말하자면, 설령 다 먹을 생각으로 여러 개를 시킨 것이라 할지라도 반 이상은 남길 줄 알았다.
애초에 분식이라는 것 자체가 상당한 칼로리를 자랑한다. 돈까스, 김밥, 라볶이! 메뉴 하나하나가 다이어트에 치명적인 것들이다.
한데 그것들을 한 번에 최소 삼 인분을 먹는다?
이건 둘 중에 하나였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유세아 언니가 이번 작품을 포기했거나… 아니면 정말 이렇게 먹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거나.
다만 두 사람은 방금 리딩 작업을 마치고 나온 참이었으니, 전자일 확률은 거의 없었다. 결국 남게 되는 결론은 하나뿐이다.
‘그게 정말로 가능하다고?’
원래 식단 조절이라는 것은 한 번 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체중을 감량하고 원하는 몸을 만들었다면, 그때부터 시작인 것이다.
공든 탑이 더 쉽게 무너진다고 할까. 마른 사람은 조금만 살이 쪄도 금방 티가 나는 법이고, 다이어트의 성과 같은 건 ‘아차’ 하면 사라져 버린다.
배우들이 평소 식단 관리를 철저히 하고, 촬영 팀 쪽에서도 사전에 외모 관리를 계약의 조건으로 집어넣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외모와 체형 또한 배우의 이미지니까.
이미 배역에 맞춰 적합한 이미지의 배우를 찾아 선정을 해 놨는데, 그 배우가 촬영 기간 중에 체중 조절에 실패하여 외모가 바뀌게 되면 상당히 곤란한 것이다.
결국 배우에게 식단 조절과 외모 관리는 기초 중의 기초. 미모의 여배우도, 근육질의 남자 배우도, 심지어 후줄근한 아저씨 인상의 배우도 외모 관리를 한다. 맡은 배역의 이미지에 맞는 체형을 유지해야 하니까.
당연히 김세후, 그녀 또한 그렇게 지내 왔다.
칼로리를 계산하는 건 필수고, 어쩌다 먹고 싶은 걸 먹게 되면 다음 식사량을 그만큼 줄여야 했다. 디저트라도 먹은 날이면 식사를 걸러야 했다.
먹고 싶은 걸 마음대로 먹고 저녁에는 야식도 즐긴다? 그녀에게는 까마득히 먼 옛날의… 말 그대로 학창 시절에나 있었던 기억이다.
한데.
그렇게 지내도 된다면?
정말로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이 될 수 있다면?
자기도 김밥천국에서 돈까스에 라볶이, 거기에 떡만둣국까지, 먹고 싶은 메뉴들을 전부 다 먹을 수 있게 된다면!
“…선배님.”
“응? 아… 김밥 먹으려고 했었니?”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여는 김세후.
그런 그녀의 말에, 유세아는 이제 막 집어 들었던 마지막 참치김밥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안 그래도 자기가 거의 다 먹은 상황이었는데, 여기서 마지막 김밥까지 먹는 건 아무래도 선을 넘는 짓이었다.
“미안. 안 먹는 줄 알았지.”
“아뇨, 김밥은 상관이 없고요…….”
다만 김세후에게는 당연히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젓고는, 조금 머쓱해하는 표정으로 뜸을 들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름이 아니라… 혹시 선배님 말씀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그렇게 되셨는지 알려 주실 수 있나, 해서요.”
얼핏 쑥스러워하는 듯한 말투.
하나 그녀의 표정에는 간절함이 실려 있었다. 그녀는 그 표정으로 조심스레 덧붙이듯이 말했다.
“저도 밤에 야식 먹는 삶을 살고 싶어요.”
너무나 소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치스럽기도 한 그녀의 한마디. 그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기에, 유세아는 숙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허허, 참.”
진천군에 위치해 있는 국가대표종합훈련원.
소위 진천선수촌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한 남자가 황당한 표정으로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그의 입꼬리는 양옆으로 눈에 띄게 올라가 있었다.
“지금 보고 있는 이 자료가 사실이라는 거지?”
“네, 부장님. 물론 뭐… 스태프들이 데이터를 위조했을 가능성도 있을 수야 있겠지만, 사실 그러면 오히려 어색하지 않겠습니까.”
남자, 맹 부장의 말에 옆에 서 있던 다른 직원이 대답했다. 그 말에 맹 부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그래? 어떤 부분이 어색한데?”
“위조를 한다면 그런 티가 안 나게 수치를 조정하는 게 기본일 텐데, 이렇게 대놓고 높게 올리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하하하! 그 말도 맞구만! 틀린 말이 아니야!”
맹 부장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요 근래 국가 대표 선수들의 훈련 성취도를 데이터화해 그래프로 옮겨 놓은 자료였다.
그리고 그가 방금 전까지 살펴보고 있던 부분은, 다름이 아니라 양궁과 태권도 부분.
두 가지 모두 원래부터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대표적인 종목들이었으나,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눈에 띄게 뛰어난 성취를 보여 주고 있었다.
“아마 전부 사실일 겁니다. 제가 돌아다니며 몇 번 봤는데,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연습하고 있을 때에도 그 정도 성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거든요.”
“오, 그래? 우 팀장이 그렇게 말하면 내가 믿을 수 있지! 하하하!”
그때 옆에 있던 또 다른 남자, 우대석 팀장이 덧붙이듯이 말하자, 맹 부장은 껄껄 웃으며 들고 있던 자료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솔직히 말이야. 승진을 하긴 했지만 이 시기에 인사이동이 있어서 좀 당황하긴 했는데… 그래도 순조롭게 굴러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구만.”
“아니죠. 오히려 맹 부장님이 올라오셔서 이만큼 잘 가고 있는 거죠.”
머쓱하게 말하는 맹 부장의 말에 우 팀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다분히 아부성이 느껴지는 그런 말이었으나, 딱히 아부하려고 꺼낸 말은 아니었다.
원래 이 자리에 앉아 있었던 나대원 부장.
그는 저번 달에 선수촌 밖의 아예 다른 부서로 옮겨졌다. 사실상 징계나 다름없는 수준의 인사이동이었다고나 할까.
본래, 일에는 별 관심이 없어도 인간관계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쌓아 놔서 철밥통이나 다름없었던 나 부장이었지만…….
지난번에 장우영 회장의 앞에서 말실수를 한 이후로 탈탈 털리더니, 그동안의 행적들까지 드러나면서 가차 없이 자리를 뜨게 된 것이었다.
“하하! 나야 뭐 인수인계받고 뒤처리하느라 정신없이 지냈을 뿐인데… 이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부서 실세인 우 팀장이 말해 주니 막 쑥스럽고 그러네!”
“에이… 실세는 무슨. 별말을 다 하십니다.”
난처한 표정으로 웃으며 손을 젓는 우 팀장.
가볍게 농담 시간이 한차례 지나갔으니, 그다음은 일 이야기를 진행할 때다. 맹 부장은 다시 한번 자료를 슬쩍 살펴보더니, 옆에 놓인 달력을 가져와 특정 날짜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이번에 갑자기 성적이 좋아진 선수들은… 이쯤부터 상향세에 들어갔단 말이지.”
데이터에서 두각을 드러낼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보여 주고 있는 몇몇 선수. 이대로라면, 금메달은 딱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수준이었다.
그들은 특히 양궁, 태권도, 펜싱에 몰려 있었으며, 날짜에 차이가 있기는 했으나 다들 비슷한 시기부터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선수가 급격히 성장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종종 있는 일이다. 그냥 우연일 수도 있는 일이다.
하나 이렇게 특정 선수들이, 그것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모습을 보여 준다면 뭔가 원인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맹 부장은 넌지시 우 팀장을 바라보았다.
“그야, 뭐…….”
다만 그 해답은 생각보다 단순한 것이었다.
우대석 팀장은 머쓱한 표정으로 옆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그때부터 안마를 받으러 갔으니까요.”
“…안마?”
“그 왜, 정기적으로 꾸준히 나가고 있는 치유 목적 외출 있잖아요. 부장님도 승인하시면서 한 번쯤 보셨을 텐데요.”
“아…….”
분명 살펴본 기억이 있다.
예전에 교통사고로 인해 선수들에게 후유증이 남았고, 그 때문에 정기적으로 서울로 외출을 나간다는 이야기였다.
그 부분은 기억을 떠올렸다. 하나, 그렇다고 의문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맹 부장은 반쯤 끄덕이던 고개를 멈추곤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것 때문에 이렇게 피지컬이 올라간다고?”
“네. 그런데요.”
“아니… 그래?”
치유라는 것이 무엇인가. 말 그대로 다친 것을 회복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10에서 6으로 깎인 것을 다시 10으로 되돌려 놓는 것.
하나 현실적으로 따져 보자면, 8이나 9 정도의 수준에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다치기 전의 상태로 완벽하게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한데 여기에 나와 있는 데이터대로라면…….
부상을 입기 전의 상태인 10으로 되돌아가는 수준을 넘어, 그것보다 더 뛰어난 12, 13 수준까지 올라간다는 의미였다.
이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솔직히 말하자면, 도핑을 의심당하더라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다. 그는 미심쩍어 하는 표정으로 우 팀장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아, 농담인데 내가 너무 진지하게 받았나?”
“아뇨, 정말입니다. 실제로 여기 보시면…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인 선수, 태정 선수도 다 안마를 받고 온 선수들이고요.”
허어. 아무래도 농담이 아닌 모양이다.
그는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뭐, 거기 안마사분은 기적의 손이라도 가지고 있나? 막 앉은뱅이도 서게 만들고 그래?”
“네. 맞아요. 최아람 선수 아시죠? 저도 사실 아람이한테 소개받은 분인데, 실제로 그분 덕분에 두 발로 설 수 있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 그래……?”
맹 부장은 순간 말문이 막힌 듯, 짧은 대답만을 남기고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일부러 말이 안 되는 말을 꺼낸 거였는데, 그것마저도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하니 말문이 막혀 버린 것이다.
“…그런 분이 계시다면, 우리가 예산을 쥐어짜서라도 선수촌으로 한번 모시는 게 맞지 않나?”
“안 그래도 저번에 한번 오시기로 했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선생님께서 먼저 이야기를 꺼내시더라고요.”
우 팀장의 말에 맹 부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냅둬도 알아서 잘 굴러가는구나. 그것도 그냥 굴러가기만 하는 수준이 아니라 엔진까지 켜고 쭉쭉 밀고 나가는 느낌이다.
“좋아, 이 기획은 우 팀장이 계속 쭉 진행해 줘.”
이럴 때의 최선은, 그냥 내버려 두는 것.
솔직히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피해도 없고 잘 굴러가고 있는 것 같다면 내버려 두는 것이 상책이다.
“우 팀장이라면 내가 믿고 맡길 수 있으니까, 전적으로 위임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부장님.”
그렇게 맹 부장은 슬쩍 생색 정도만 내면서 숟가락을 올려놓고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 * *
“흐으음…….”
천마안마 휴게실에 위치해 있는 소파.
그곳에 앉아 있는 최성현은 스마트폰 화면을 쳐다보면서 굉장히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기색이라고 할까.
“…어디 아프냐?”
“저요? 아뇨?”
“그럼 뭐… 데이트라도 망쳤어?”
그런 최성현의 안색을 흘깃흘깃 살펴보던 황 실장. 그는 유력한 후보 중의 하나를 던져 보았으나, 이번에도 최성현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럴 리가요. 데이트는 엄청 좋았죠.”
“어, 그래? 에버튼을 포기한 보람이 있나 봐?”
“뭐, 아쉬운 게 하나도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그날 가인 씨 만나러 간 부분에는 조금도 후회가 없네요.”
최성현은 그렇게 말하면서 빙긋 미소를 지었다. 보아하니 딱히 마음에도 없는 말을 지어낸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럼,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있어?”
하지만 그렇게 되면 황 실장의 의문은 더욱 깊어질 뿐이다. 아픈 것도 아니고 데이트를 망친 것도 아니라면, 그 이유가 뭐냔 말인가.
“뭐 대단한 건 아니고요, 한하가…….”
“또 졌어? 아니지… 요샌 잘 안 지지.”
황 실장은 반사적으로 대꾸했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정정했다. 예전의 한하는 연패가 당연하고 이기면 신기한 수준이었지만, 지난 시즌 중간부터는 상당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어쨌거나, 한하가 왜?”
다만 지금 중요한 건 최성현이 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느냐다. 재촉하듯 한 번 더 물어보는 황 실장. 그런 그에게 최성현은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 주면서 말했다.
“다른 게 아니고… 한하가 3위 자리에 있는 게 맞나, 싶어서요. 기쁘기도 한데, 뭔가 영 어색하다고 해야 되나.”
화면에 나와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현재 KBO 시즌의 순위표. 그리고 그 순위표의 세 번째 줄에는, 다름이 아니라 한하 호크스의 마크가 떡하니 박혀 있었다.
그 모습은 비록 팬이라고 할지라도, 아니 오랫동안 지켜봐 온 팬이기에 더욱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묘한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