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230)
천마님 안마하신다-230화(230/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230화
“자,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저기, 저쪽에 보이는 큰 건물이 바로 본관입니다.”
인사와 함께 가벼운 농담이 오간 이후.
우대석 팀장은 앞쪽을 가리키며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했고, 강태한은 그 뒤를 따라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 보이는 곳이네요.”
“하하, 그런가요?”
“예. 주변 경치도 좋고요.”
듣기 좋으라고 꺼낸 말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입에 담은 것도 아니었다. 뒤쪽에 산을 끼고 앞에는 큼직한 저수지까지 하나 두고 있는 것이, 제법 봐 줄 만한 풍경이라 할 수 있었다.
“그건 저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특히 요 공기, 이렇게 맑은 공기는 서울에서 맡을 수가 없죠.”
우 팀장은 강태한의 말에 공감하듯 두어 차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머쓱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이며 덧붙이듯이 말했다.
“그거랑은 별개로, 직원들은 이렇게 멀리까지 나와서 일을 해야 하냐고 불만을 늘어놓기도 합니다만.”
“그건 어쩔 수 없겠네요.”
이곳은 분명 경치 좋고 공기 맑은 곳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곧 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 말이었다.
물론 선수들에게는 다른 곳에 한눈팔지 않고 훈련에 집중하기 좋은 곳이고, 애초에 그 때문에 이런 곳에 자리를 잡은 것 같긴 하지만… 행정이나 사무를 보는 직원들에겐 불만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다.
“집 한번 다녀오려면 너무 오래 걸린다, 태릉에 있을 때가 좋았다… 뭐 그런 말들을 꺼내곤 하죠.”
우 팀장은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본인도 불편함을 느끼고 있던 내용인지 내심 진지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 그 모습에 강태한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하긴, 태릉에 계시던 분들은 아무래도 비교를 할 수밖에 없겠군요.”
“예, 뭐… 그것도 꽤 오래전 일이라 이젠 꼰대 같은 이야기로 치부되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는 두 사람.
한편, 우 팀장과 함께 마중을 나왔던 다른 직원들도 자기들끼리 소근소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 안마사가 누군데 팀장님이 저렇게 굽실거리셔? 겉으로 보이는 건 그냥 이제 막 대학 졸업한 학생 정도로밖에 안 보이는데.”
“뭐야, 너 모르고 따라 나왔던 거야?”
“뭘 몰라?”
“저 안마사가 나대원 부장 날린 사람이잖아.”
“…나 부장을?”
동료의 말에 남자는 다소 놀란 반응을 내비쳤다.
나대원 부장이라고 하면,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기획부장을 맡고 있었던 인간이다.
능력은 없으면서 자기 밥그릇 지키고 아랫사람 갈구는 거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했던 인간.
아니, 능력이 없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인맥을 유지하고, 성과가 있으면 어떻게든 자기 공으로 돌리고, 책임을 회피하는 그런 능력들은 정말 뛰어났으니까.
그렇기에 그 인간이 좌천이나 다름없게 다른 곳으로 인사 발령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본관 직원들에게 상당한 희소식이면서도 놀랄 만한 일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놀란 것은 남자 또한 마찬가지.
얼마 전까지 다른 부서에 있었기에 자세한 이야기는 몰랐지만, 무슨 뒷담화 같은 걸 하다가 대청그룹 회장의 눈에 찍혔다는 이야기는 들었었다.
“그 소문의 VIP가 저 안마사라고?”
“그렇다니까. 물론, 우 팀장님이 저렇게까지 하시는 건 저 사람의 능력 때문인 것 같지만.”
“능력?”
“안마를 그렇게 잘한대. 그 왜, 사고 후유증으로 양궁 팀이랑 태권도 팀 싹 리셋될 뻔했었던 거, 그게 저 사람 덕분에 해결된 거라고 하던데.”
동료의 말에 남자는 슬쩍 안마사를 쳐다봤다. 허나 그런 거창한 이야기의 주인공치고는 너무 젊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딱히 그런 인상은 아닌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뭔가 대단한 게 있으니 그런 회장님이랑도 연줄이 있는 거지 않겠어?”
그는 덧붙이듯이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애초에 진실 여부가 뭐가 중요하겠냐. 중요한 건, 저 사람에게 괜히 밉보이면 안 된다는 거지.”
“…어, 그런가?”
생각해 보니 그것도 그렇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청년처럼 보이지만, 어쨌거나 장우영 회장과도 인맥이 닿아 있는 상당한 거물이다. 실제로 그 나대원 부장이 저 사람과 관련된 일로 좌천된 상황이지 않은가.
물론 그 일과는 무관하게 좋은 사람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주의를 기울인다고 나쁠 것은 없다.
두 사람은 순간 서로를 마주 보더니, 뜻이 맞은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조심하자는 뜻이었다.
“그럼, 먼저 들어가서 말 좀 해 놓겠습니다.”
한편 그러는 사이, 어느새 도착한 본관.
건물 앞에 선 우 팀장은 강태한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먼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갑자기 건물 앞에 세 사람만 덩그러니 남게 된 모양새. 그런 와중, 강태한이 자연스레 남자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요즘 일이 많이 바쁘신 모양이네요.”
“예? 아, 아… 네. 그야 뭐. 곧 올림픽이니까요.”
시선을 피하고 있던 중이었기에 순간 당황하는 남자의 모습이었으나, 그래도 그런 것치고는 제법 자연스러운 답이 나왔다.
“한참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중이긴 합니다.”
“야근도 많이 하시나 보네요. 편두통도 심하신데.”
“별거 아닙니다. 두통 정도야 진통제 정도로……?”
어라?
남자는 대화를 이어 가던 와중, 순간 느낀 위화감에 말을 멈췄다. 일이 바쁜 것과 야근을 많이 한다는 것, 이런 건 충분히 추측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편두통도 심하신데’라는 말은 좀 이상하다.
이건 추측이 아니라 이미 확인한 내용을 말하는 말투이지 않은가. 게다가 그 말이 사실이었기에 남자는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어깨가 많이 뭉쳐 계시더라고요.”
벙찐 표정의 남자와 달리, 강태한은 담담한 말투로 말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덧붙이듯이 말했다.
“혹시, 괜찮으시면 어깨 좀 풀어 드릴까요?”
“예? 아… 가, 감사합니다.”
원래라면 ‘괜찮습니다’가 나와야 할 상황이었지만.
위압감이라고 할까, 무게감이라고 할까. 왠지 모르게 거절하기가 어려운 느낌이 있어 남자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리고 불과 몇 분 후.
“원장님, 이제 들어오시면…….”
절차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 우대석 팀장은, 앞에 보이는 모습에 순간 말을 흐리고 말았다.
같이 손님을 마중하러 나갔던 두 직원이, 근처 벤치에 축 늘어져 앉아 노곤한 표정으로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 다 끝난 건가요?”
“그, 그렇습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고작해야 몇 분인데, 별말씀을 다 하시네요.”
강태한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고는 입구 쪽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우 팀장은 아직도 벤치에 늘어져 있던 직원들을 노려보다, 뒤늦게 강태한을 따라 걸었다.
“저, 근데 원장님.”
“예.”
“혹시 직원들이 뭔가 결례를 범한 건 아니겠죠?”
엄연히 근무시간이고, 그것도 손님을 마중하는 중이다. 그런데 저렇게 벤치에 늘어져 앉아 있다니!
강태한의 앞이고 안내가 우선이긴 하지만, 솔직히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허나 그런 우대석 팀장의 말에 강태한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두 분 다 좀 많이 피곤해 보이셔서, 제가 어깨 좀 만져 드렸습니다.”
“…안마를 해 주셨다는 겁니까?”
“예. 지금은 살짝 잠이 든 상태인데, 아마…….”
강태한은 슬쩍 시계를 쳐다보며 말했다.
“삼 분 정도 있으면 깨어나시겠네요.”
“아… 네.”
우대석 팀장은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믿기 힘든 이야기다.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직원의 무례함을 감싸 주려는 것으로 들었을 것이다.
허나 강태한의 말이라면…….
그게 가능한 일이냐 불가능한 일이냐를 떠나서, 그냥 그게 사실일 것이라 믿을 수 있었다. 이미 그 이상의 일도 몇 번 보아 왔으니까.
“원장님이 그렇다고 하시면 그런 거겠죠.”
방금 전까진 이 어이없는 상황과 두 직원을 향한 분노로 머릿속이 가득 찬 우 팀장이었으나, 그는 충분히 납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 * *
진천 선수촌의 선수용 부대시설 중 하나인 휴게실.
지금 그곳의 입구 앞에는, 꽤 많은 숫자의 사람이 모여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아우, 왜 이렇게 소란들이야?”
“그러는 당신도 자꾸 기웃거리고 있잖아! 새치기하려고 하는 거 모르는 줄 알아?”
중고등학교 급식실의 줄처럼 서로 다투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다름 아닌 국가 대표 팀의 감독이거나 코치였다.
얼핏 평범한 인간 군상처럼 보여도 한 명 한 명은 해당 종목에서 꽤나 이름을 날린 유명인들이라고나 할까. 그런 그들이 이런 촌극을 벌이는 이유는 단순했다.
“새치기는 무슨! 나는 그 안마사 선생이 어떤 사람인지 얼굴만 한번 보려고 하는 거야!”
양궁과 태권도 그리고 펜싱 팀의 선수들을 급진적으로 성장시켜 줬다는 그 소문의 안마사.
그가 오늘 선수촌으로 찾아와 안마를 한다는 이야기에, 누구 할 것 없이 이렇게 모여들었던 것이다.
“자, 자! 어차피 순번은 정해져 있으니까, 여기서 줄 서고 기다리고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이미 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흩어지시고 이따가 문자 보내 드리면 그때 선수분들이랑 같이 오세요!”
결국 그 소란은 직원의 안내가 있고 나서야 끝이 났다. 아직 아쉬움이 남는지 앞쪽 줄에 서 있던 한 감독이 침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줄 좀 서 봤지.”
“아유, 나이도 드실 만큼 드신 분들이 왜 그래요?”
“그냥… 쩝.”
올림픽이 코앞인 상황이다 보니, 선수들을 위해 뭐라도 해 주고 싶은 것이 코치진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허나 할 말이 딱히 있지는 않은 상황. 답답하다는 듯이 말하는 직원의 말에, 그들은 별다른 대꾸를 하지 못하고 각자의 위치로 흩어졌다.
“흐음.”
한편, 휴게실 안쪽에 있던 강태한은 한 남자의 등에 손을 올려놓은 채 침음을 흘리고 있었다. 잠시 가볍게 상태를 훑어본 그는, 별다른 말도 없이 등 한쪽에 엄지손가락을 깊이 찔러 넣었다.
“으하가가각!”
“조금만 참으시죠.”
엄지손가락이 아니라 마치 전기 충격기라도 갖다 댄 듯한 강렬한 자극! 척추를 타고 흘러 머릿속까지 하얗게 만드는 그 충격에, 남자는 가슴속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듯한 비명을 내질렀다.
“서, 선생님! 잠시만, 잠시만!”
“됐습니다. 어차피 끝났거든요.”
“…에?”
하지만 그 비명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평소와 달리 금방 끝내고 등에서 손을 떼어 낸 강태한. 그 상황에, 선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한 시간 정도 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아무리 시간이 상대적인 개념이라 해도, 이 정도로 한 시간이나 지났을 리가 없다. 시계를 확인해 보니 실제로 십 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만 흘러 있었다.
“제가 봐 드려야 할 선수분이 많아, 과정을 간소화하여 필요한 부분만 짚어 풀어 드리고 있습니다. 양해 좀 부탁드려요.”
그런 남자의 표정으로 생각을 읽어 낸 것일까, 아니면 이미 앞에서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은 것일까. 강태한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그렇게 말했고, 그 모습에 남자는 당황하며 두 손을 내저었다.
“아니 아니, 아닙니다. 이렇게 시간 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죠. 그냥……?”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 가려던 찰나.
남자는 뭔가 다른 위화감에 뒷말을 흐렸다. 그러다 자신의 두 손을 쳐다보고는, 방금 전과 똑같이 손을 흔들어 보았다.
“어라?”
손만 흔들던 동작은 점점 커지더니, 이윽고 전신을 한 번씩 움직여 보게 되었다. 기어코 제자리에서 서전트 점프까지 해낸 그는 육성으로 감탄을 터트렸다.
“쩌, 쩔어!”
몸이 너무나도 부드럽게 움직인다.
마치 몇 년 묵은 엔진오일을 갈아 준 느낌이라고 할까, 곳곳에 윤활유를 새로 발라 준 느낌이라고 할까.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놀라움은 곧 의문으로 바뀌었다.
이 안마사의 솜씨가 뛰어나다는 것쯤은, 이미 안마를 받은 양궁이나 태권도 팀 선수들의 이야기로 알고 있었고, 직접 SNS로 찾아본 내용들도 있었다.
다만 지금은 원래 하던 삼십 분가량의 안마가 아니라 십 분가량의 시간만 안마를 받은 상황.
그렇다면 그 효과도 떨어지는 게 자연스럽다.
헌데 그 정도만으로도 이런 효과라니.
그가 감탄으로 입을 떡 벌리고 있는 것도 마냥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십 분을 받아서 이 정도라면…….’
삼십 분을, 아니 여기서 몇 분만 더 받아도 눈에 띄는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겠는가. 거기까지 생각이 이어진 남자는 순간적으로 허리춤을 붙잡았다.
“아그그…….”
“왜 그러세요?”
“그, 아까 말씀은 안 드렸는데, 사실 제가 허리도 좀 안 좋아서요. 혹시 여기도 좀…….”
그러면서 슬쩍 강태한 쪽의 반응을 살피는 눈치.
그 모습에, 강태한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가실 땐 저쪽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아, 네. 죄송합니다.”
말 그대로 씨알도 안 먹히는 반응. 강태한은 출구 쪽을 가리키며 담담한 말투로 말했고, 남자는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한번 숙이고는,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밖으로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