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231)
천마님 안마하신다-231화(231/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231화
“뭔 일이야?”
“아니, 별건 아니고.”
그렇게 작은 소란이 일어난 직후, 옆에서 다른 선수를 보고 있던 최성현이 넌지시 물었다. 강태한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담담한 말투로 답했다.
“그냥 안마를 좀 더 받고 싶어 하시는 것 같더라고.”
당연한 말이지만, 강태한은 방금 전 남자가 없는 말을 지어낸 것임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그는 방금 전에 그의 몸 상태를 살펴봤었고, 허리 쪽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해 뒀었다.
어찌 보면 선수 본인보다도 강태한이 그의 몸 상태를 더 자세히 파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렇기에 허리가 불편한 것 같다는 그의 말은, 강태한에겐 그냥 귀여운 헛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아아… 그럴 만하긴 하지, 뭐.”
그 말에 최성현은 바로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 큰 성인이 꾀병을 부린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지만, 강태한의 안마를 받아 본 사람이라면 다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안마 한 번에 쌓여 있던 피로는 씻은 듯이 날아가고, 신체 컨디션은 그야말로 최고의 상태가 된다.
이런 안마를 받고도 ‘더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은…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미 몸에 피로가 하나도 없었거나, 아니면 몸에 감각이 없거나.
게다가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다름 아닌 국가 대표 선수들이며, 곧 있을 올림픽에 대비하여 최소 4년 혹은 반평생 동안 준비를 해 온 사람들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컨디션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아무래도 욕심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십 분은 좀 감질날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이곳에서 강태한의 안마는 딱 십 분.
아무래도 시간적으로도 짧다 보니, 선수들로서는 좀 더 깊은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으리라.
“그런가… 필요한 부분은 다 손을 보고 있는데.”
다만 강태한도 할 말은 있다.
십 분으로 줄여서 한다곤 하지만, 조치가 필요한 부분은 전부 손을 보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시간은 짧지만, 그만큼 압축하여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만약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판단되면 십 분을 넘겨서, 아니 삼십 분 이상이라도 안마를 했을 것이다.
“뭐, 사실 이렇게 쉬는 날에 봉사를 나온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좋은 일을 하고 있지만 말이야!”
강태한이 좀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자, 최성현은 일부러 과장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들이 이곳에 온 건, 어디까지나 선의로 찾아온 것이었으니까. 돈을 받는 것도 아닌데 안마 시간이 짧다고 뭐라 한다면 그건 그야말로 배은망덕한 짓인 것이다.
“그야 그렇긴 하지.”
“그보다, 나는 잘하고 있는 중인가?”
“너? 못하고 있었으면 이미 한 소리 했지.”
최성현의 질문에 강태한은 새삼스럽다는 뉘앙스로 답했다. 그러자 최성현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진천 선수촌은 대한민국의 국가 대표들이 모여 함께 합숙하며 훈련을 하는, 말하자면 한국에서 제일가는 운동 시설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최신식 훈련 시스템은 물론이거니와 각종 의료 설비, 관리 체계까지 최고 수준으로 갖춰져 있는 곳.
그런 만큼 선수들의 관리 또한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었고, 그런 만큼 몸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 선수도 꽤 있었다. 굳이 강태한이 직접 손을 봐 줄 필요까진 없는 수준으로 말이다.
이런 경우에는 조치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혈도를 활성화하고 근육의 피로를 풀어 주는 정도의, 그런 단순한 작업들 정도.
그런 선수들에 한해, 강태한은 옆에 있는 최성현에게 안마를 대신 맡기고 있었다. 혈도를 자극하고 근육을 풀어 주는 것 정도는, 이제 최성현도 충분히 잘해 낼 수 있었으니까.
“덕분에 일이 많이 편해졌어. 고맙다.”
“…뭘. 마침 주변에 있었을 뿐인데.”
강태한의 말에 최성현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일부러 시큰둥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 반응에 강태한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덧붙이듯이 물었다.
“가인 씨랑은 잘되어 가나 봐?”
“아이… 그렇지, 뭐.”
최성현이 진천에 있는 이곳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
그 이유는 단순했다. 그는 전날 이미 진천군에 도착해 하루를 보낸 참이었고, 선수촌까지는 택시만 타도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그리고 그가 진천군에 먼저 와 있었던 이유 또한 단순했다. 여자 친구인 정가인이 여기에 있었고, 저번에는 정가인이 서울까지 왔었으니, 이번에는 최성현이 진천군까지 왔던 것이다.
“흠… 그러고 보니 팀장님이 아까 방을 준비해 주신다고 하셨는데, 하나만 해 달라고 해야겠다.”
“뭐, 오늘 잘 곳? 그치. 남자 둘이 자는데 두 개까지는 필요 없지.”
강태한과 최성현이 안마를 하기로 잡아 놓은 일정은 이틀.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이곳에서 하룻밤을 머무르게 되어 있다.
오래 있을 것도 아니고 그냥 하루 자는 건데, 굳이 방을 따로 내줄 필요도 없다는 게 최성현의 생각.
다만 강태한은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최성현을 쳐다보며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내 말은… 기왕 진천까지 왔으니 가인 씨랑 시간을 보내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아서 말이지.”
“아이, 뭔 소리야, 진짜!”
그리고 그 말에 최성현은 짐짓 발끈하는 반응을 보였다. 허나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기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하는 게 맞나?”
“알아서 해라.”
그 반응에 강태한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러던 와중, 문이 열리며 또 다른 선수 한 명이 방 안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저, 계십니까?”
“예. 들어오셔서 여기 누우시면 됩니다.”
싱긋 미소를 지으며 침대를 가리키는 강태한. 그와 동시에 최성현 또한 장난기가 싹 걷힌 표정으로 바뀌었다.
비록 일종의 봉사 활동으로 이곳에 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 * *
강태한이 진천 선수촌에 찾아와 안마를 시작한 이후.
이제 막 몇 시간 정도가 지났을 뿐이었지만, 그 영향은 벌써 선수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코치님! 저 이번 타임 어떻게 나왔어요?”
“…이건 좀 말이 안 되는데.”
“엑, 좀 잘 뛴 거 같았는데, 별로예요?”
“아니, 그게 아니라… 100m 10.97초. 이 정도면 장거리가 아니라 단거리 선수로 나가도 되겠는데?”
“선배님, 이번 랠리 뭔가 되게 좋은데요?”
“그치? 느낌 있지?”
“이야, 이거 안마 효과가 확실히 있네…….”
종목을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오는 싱글벙글한 분위기. 그 분위기의 중심에는, 먼저 안마를 받고 나와 훈련에 복귀한 선수들이 있었다.
“양궁이랑 태권도 애들이 그렇게 유난을 떨고 다니더니, 그럴 만했네…….”
“전 걔들이 그냥 겸손 떠는 건 줄 알았어요. 그냥 요즘 성적 잘 나온다 그러면 재수 없을까 봐.”
딱히 기록을 측정하고 기록하는 정규 훈련도 아니고 그냥 가벼운 훈련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의 차이가 존재했다.
특히 직접 몸을 움직이는 본인.
본인이 직접 느끼는 체감은 완전히 다른 수준이었다. 평소와 같은 퍼포먼스를 하더라도 몸에 들어가는 부담이 다르다. 훨씬 가벼운 느낌이라고 할까.
마치 오래된 전자 제품을 싹 뜯어고치고 처음으로 작동시켜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요 근래 올림픽을 앞두고 어딘가 경직되고 축 처져 있는, 그런 묘하게 불편한 분위기가 선수촌 내부에 흐르고 있었는데, 그런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간만에 활기가 흐르고 있었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선생님.”
그리고 선수촌의 내부에 위치한 직원 식당.
그곳에서 늦은 점심 식사를 함께 하고 있던 우 팀장은, 강태한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별말씀을요. 아직 몇 분 해 드리지도 않았는데요.”
“하하. 그런데도 벌써 선수촌의 분위기가 달라진 느낌이더라고요. 건물 안에서 업무를 보는 직원들이 느낄 정도면, 말 다 했죠, 뭐.”
우 팀장은 그렇게 말하며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들었다. 그러다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이 머쓱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거, 원래라면 좀 더 그럴듯한 곳에서 대접이라도 해 드려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여기 밥도 충분히 잘 나오는 것 같은데요, 뭘.”
우 팀장의 말에 강태한은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실제로 이곳의 음식들은 딱히 불만을 가질 수 없는, 어지간한 식당보다 뛰어난 퀼리티를 보여 주고 있었다.
“간도 딱 적당한 것 같고, 영양적인 부분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오히려 여길 두고 다른 곳에서 밥을 먹었으면 후회했을 것 같네요.”
“뭐 사실… 시내 쪽까지 나가면 몰라도, 이 주변에서는 여기 선수촌이 제일 밥이 잘 나오긴 합니다.”
이곳은 소위 산 좋고 공기 맑은 곳이다.
그 말인즉슨, 원래는 사람의 발길이 뜸했었다는 뜻. 선수촌이 들어오면서 주변에 이것저것 가게가 생기긴 했지만, 솔직히 딱히 손님을 모시고 갈 만한 곳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다음에 서울에서 한번 대접하도록 하죠.”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는데.”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강태한. 그런 그에게 우대석은 그럴 수 없다는 듯이 두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뇨, 선생님이 저희 국가 대표 선수들을 위해 이런 수고까지 들여 주셨는데, 식사 한 번 정도는, 아니 몇십 번이라도 대접을 해 드려야지요.”
“제가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하는 건 아닙니다만.”
강태한은 한층 더 머쓱해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는 그냥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몸을 풀어 주는 것뿐이니까요.”
그 말은 사실이었다.
강태한에게 안마를 받은 스포츠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뽐내고 있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강태한이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인간은 아니다.
그의 안마를 받으면 몸이 새것처럼 된다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몸을 최상의 상태로 끌어올리는 것일 뿐, 없는 실력까지 만들어 주는 건 아니다.
경차의 엔진을 새걸로 고쳐 봤자 경차일 뿐이고, 컴퓨터를 싹 뜯어고친다고 해도 부품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결국 성능은 제자리걸음인 것처럼 말이다.
말하자면 마이너스를 제로로 만드는 것이라 할까.
물론, 그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몸에 쌓여 있던 피로를 싹 풀어 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은퇴를 결심해야 할 정도의 부상조차도 해결해 버리는 수준이니까 말이다.
허나, 어쨌거나 강태한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인간이 아니다. 만약 그에게 안마를 받고 누군가 좋은 성적을 냈다면, 강태한은 그가 제대로 실력을 낼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 준 것이지, 없는 실력까지 만들어 준 것은 아니다.
“아마 같은 안마를 받았다고 해도, 선수들 개인마다 효과 차이가 좀 있을 겁니다.”
“흐음… 그런가요.”
그 말에 우대석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당연하지 않냐는 듯한 목소리로 덧붙이듯 입을 열었다.
“뭐, 그렇다고 해도 자업자득 아니겠습니까.”
“그렇긴 하죠.”
강태한의 안마는 확실히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
허나, 원래 기회라는 것은 준비한 사람이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우대석의 정론에 강태한은 동의하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곤, 밥 한술을 입가로 가져갔다.
* * *
“야, 김찬수.”
“…….”
그날 밤. 숙소 인근의 공터.
낮에도 오가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적이 드물고, 조명조차 없어 어둑한 이곳에서, 한 남자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대답 안 해, 김찬수?”
“네, 선배님.”
“하, 이거 진짜. 너 인마, 나 제치고 국가 대표 됐다고 이제 그냥 만만하냐?”
“아닙니다.”
어둠 속에 서 있는 두 사람 중 한 명은 태권도 국가 대표인 김찬수 선수였고, 다른 한 명은 예비 후보이자 같은 학교의 일 년 선배인 장태천이었다.
“이 새끼, 오늘 보니까 그냥 안마빨로 버틴 거드만. 그래 놓고 국가대표랍시고 꺼드럭거리긴 더럽게… 하, 진짜.”
그는 들고 있던 담배 꽁초의 재를 탁탁 털어 낸 다음, 주변에 휙 집어 던지며 이어서 말했다.
“안 그래? 그냥 오늘 안마받고 나온 애들 보니까 알겠더라. 이거 받고 국가 대표 못 되면 그게 병신이지, 임마.”
“…아닙니다.”
장태천이 건들거리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던 와중, 가만히 듣고 있던 김찬수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선배님이 저한테 대표 자리 뺏긴 건 선배님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훈련도 매번 불참하시고, 술‧담배도 아직 못 끊으셨고.”
“이… 이 새끼가?”
“애초에 제가 안마를 받기 시작한 건 교통사고 때문이고, 국가 대표 선발과는 무관한 이야기지 않습니까. 선배님 말씀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곤조곤하면서도 분명한 말투로 말하는 김찬수.
그러자 장태천의 얼굴에 핏줄이 돋아났다.
허나 반박은 할 수 없었다, 하나하나가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그는 부족한 말솜씨를 다른 수단으로 대체하려는 듯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하지만 그 순간.
“음…….”
어느새 그의 뒤에 다가온 누군가의 침음이 그의 귀에 들려왔다. 아무런 기척도 없이 다가온 그는, 장태천의 어깨에 손을 턱, 올려놓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밤공기가 좋아 산책을 좀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시끄럽게 떠들어 대면, 지나가던 사람한테 좀 거슬리지 않겠습니까?”
그는 다름 아닌 강태한.
강태한은 평소처럼 담담한 말투로 말했지만, 지금 그의 목소리에는 핏줄마저 굳어 버릴 듯한 싸늘함이 있었다.
그 싸늘함은… 사람을 대할 때의 감정이 아니다.
마치 눈앞에 서성이는 미물을 대할 때나 나올 법한, 그런 부류의 차가운 감정이었다. 장태천은 차마 뒤를 돌아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아니, 아니다.
설령 뒤를 돌아보려 해도, 몸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의 어깨에 손 하나를 올려놨을 뿐이지만, 거기서 느껴지는 중압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것도 이런 수준 낮은 짓거리로요.”
“…죄, 죄송합니다.”
여전히 싸늘한 강태한의 목소리.
그 말에, 장태천은 그저 떨리는 입으로 사죄의 말을 입에 담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