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243)
천마님 안마하신다-243화(243/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243화
“후으…….”
그렇게 한동안 시간이 지나고.
안마를 마친 의자가 작동을 멈추자, 장태현 회장은 짤막한 탄성을 내뱉으며 천천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얼굴에는 흡족해하는 미소가 담겨 있었다.
“어떠셨습니까?”
“아주, 아주 좋네요.”
권태수 팀장의 질문에 그는 엄지손가락까지 치켜세우며 답했다. 비록 짧은 대답이기는 했으나, 만족감이 뚝뚝 흘러내리는 듯한 극찬이었다.
“사실 더 마이스터랑 그렇게 크게 기능 차이가 나진 않을 줄 알았는데… 기대를 훨씬 웃도는군요.”
대박을 터트린 인기 제품의 차기 제품을 개발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기존 제품보다 성능과 퀼리티를 높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거기에 차별되는 부분까지 챙겨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허나 어떤 제품이 대박을 터트렸다는 건, 이미 업계 내에서 최고 수준의 퀼리티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것보다 눈에 띄게 좋은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은… 상품적으로 새로운 고점을 갱신한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일이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없다. 실제로도 히트 상품의 후속 제품이 시원찮은 경우는 수두룩했으니까.
“출시는 언제쯤부터 가능하겠습니까? 되도록 빨리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허나 적어도 이번에는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장태현 회장은 옆에 풀어 놓았던 시계를 차며 물었다. 이대로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말하는, 그런 복합적인 의미가 담긴 질문이었다.
* * *
“지금 뭐 보고 계신 거예요?”
“이거? 보면 몰라?”
천마안마의 휴게실.
한참 문서 작업에 집중하고 있던 황 실장은, 뒤쪽으로 지나가던 안마사의 질문에 시큰둥한 말투로 답했다. 그는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동시에 스마트폰으로는 어떤 방송을 켜 놓은 상태였다.
“오늘부터 올림픽 시작하잖아.”
“아… 맞다. 오늘이 개막식이었죠?”
“그건 그렇고 타이밍이 딱 좋네. 보아하니 슬슬 우리나라 선수들이 입장할 때거든.”
뒤늦게 올림픽 일정을 떠올리곤 머리를 긁적이는 직원. 황 실장은 마침 잘 왔다는 듯 스마트폰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고, 실제로 머지않아 한국 선수들의 입장이 시작되었다.
“캬아… 괜히 신기한 기분이네.”
그렇게 선수단의 입장이 한참 진행되고 있던 와중.
작업을 멈추고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하고 있던 황 실장은, 탄성을 터트리고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러자 뒤에서 같이 보고 있던 직원이 물었다.
“뭐가요?”
“선수들 말이야. 뭔가 올림픽 국가 대표라고 하면 여러모로 거리도 멀고, 평소 만날 일도 없고, 뭐 그냥 화면 너머로만 보던 그런 사람들이잖아?”
“그야 그렇긴 하죠.”
관련 업계에서 일을 하는 게 아니라면 실제로 만나 볼 일이 없는 사람들이긴 하다. 당연하지 않냐는 듯한 직원의 대답에 황 실장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덧붙이듯이 말했다.
“근데 이번에는 저기 나오는 선수 중에 아는 얼굴들이 꽤 많이 있어서 새삼 신기한 기분이 드네.”
“아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것 같네요.”
황 실장의 말에 직원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국가 대표 선수들이 천마안마에 방문하기 시작한 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처음엔 사고 후유증으로 고생을 하고 있는 선수들만 방문하는 것이었으나, 선수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는지 한 명, 두 명씩 가게에 찾아오는 선수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었다.
게다가 강태한이 직접 선수촌에 안마를 다녀왔었던 이후로는 예약 문의가 몇 배로 부쩍 늘어난 상황.
그렇다 보니 국가 대표 선수들의 행렬 중에 낯이 익은 얼굴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있었다. 가장 처음부터 찾아왔었던 양궁, 태권도, 펜싱 쪽 선수들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고 말이다.
“뭐야. 올림픽 개막식 벌써 시작했어요?”
그때쯤 가게 복도 쪽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다급한 걸음으로 걸어왔다. 다름 아닌 최성현이었다.
“어. 지금 우리나라 선수들 입장하는 중인데?”
“진짜로? 그럼 좀 알려 주셨어야죠!”
“네가 알려 달라고 말했으면 알려 줬겠지.”
시큰둥한 목소리로 답하는 황 실장. 최성현은 그러는 와중에도 다급하게 걸어와 소파에 앉더니, 황 실장을 슬쩍 밀쳐 내고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오오, 나온다, 나온다!”
다행히 자기가 원하던 장면을 놓치진 않았는지, 최성현은 이내 싱글벙글한 표정을 지으며 앞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화면에는 때마침 양궁 국가 대표 선수들이, 그중에서도 정가인 선수가 클로즈업되어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캬, 우리 가인이, 이렇게 보니 더 멋있네!”
“에휴… 주책이다, 임마.”
화면에 나오는 여자 친구의 근사한 모습에 감탄을 터트리는 최성현. 그걸 옆에서 보고 있던 황 실장이 핀잔을 주듯 한 소리를 입에 담았다. 질책을 한다기보다는 반쯤 장난기가 섞여 있는 목소리였다.
“그렇게 좋아?”
“안 좋을 이유도 없잖아요?”
“음… 하긴 그것도 그렇네.”
최성현의 말에 황 실장은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자기 여자 친구가 올림픽 국가 대표로 방송에 나온다면… 신이 나지 않는 게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모습이리라.
“그건 그렇고, 왜 작은 화면으로 보고 있어요?”
슬슬 대한민국 선수단의 입장이 끝나가고, 그다음 선수단의 입장이 시작되는 시간. 최성현은 그제야 화면에서 눈을 떼더니, 옆에 있는 황 실장에게 의아해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좀 더 큰 화면으로 보죠, 우리.”
“큰 화면? 어떻게.”
“그 노트북 말이에요. 그거 두고 이렇게 작은 화면에 옹기종기 모여서 봐야 하나?”
최성현은 턱짓으로 노트북을 가리키며 말했다. 맡겨 놓기라도 한 것처럼 당당하게 요구하는 모습에, 황 실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놈이 이거, 갑자기 와서 은근슬쩍 자리도 밀어내 놓고는 화면 투정까지 하네?”
“아, 왜요. 작은 화면보단 큰 화면이 좋잖아요.”
“그럼 네가 여기다 텔레비전 하나 사 놓던가.”
“회사 카드로 사도 돼요?”
“아니. 네 돈으로 사야지.”
어림도 없다는 듯 바로바로 나오는 대답. 허나 그러면서도 하고 있던 작업을 정리하고는, 최성현을 위해 노트북으로 올림픽 개막식 중계를 틀어 주는 황 실장이었다.
* * *
“그러고 보니, 꽤 바쁘게 지내는 것 같다?”
개막식도 슬슬 끝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쯤.
황 실장은 옆에 있는 최성현 쪽을 바라보며 새삼스러운 질문을 입에 담았다.
“요즘에는 맨날 이 시간까지 남아 있고.”
황 실장은 곁눈질로 시계를 쳐다보며 말했다. 원래 최성현이 퇴근해 오던 시간보다 훨씬 늦은, 거의 심야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시간이다.
뭐 오늘은 같이 개막식을 보고 있느라 늦은 것이긴 하지만, 비단 오늘뿐만이 아니라 요즘엔 거의 항상 이 시간까지 남아 있는 최성현이었다.
“저요? 꽤 수준이 아니죠.”
그런 황 실장의 말에, 최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러고는 에휴, 하며 짧은 한숨을 덧붙였다.
“근데 뭐, 제가 한다고 했으니까.”
그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이유는 단순했다.
다름 아닌 강태한의 특별 수련 때문.
열흘 정도 전이었을까. 최성현이 또 다시 살짝 벽에 막힌 듯한 느낌이 들었을 때, 강태한이 ‘수련을 좀 도와줄까’라는 제안을 해 왔었다.
최성현은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었고, 그 내용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근무가 끝난 이후에도 한동안 가게에 남아 있는 방식으로 말이다.
“요즘 나름 중요한 시기이긴 하잖아.”
그런 최성현의 모습에 황 실장이 가볍게 위로를 건네듯이 말했다. 딱히 없는 말을 지어낸 건 아니었다.
현재 한참 순조롭게 진행되어 가고 있는 안마 아카데미의 안건. 건물도 완성되었고, 수강생도 모집 및 선별을 마친 상태고, 이제 내부 공사만 남은 상태다.
머지않아 아카데미가 활성화되고 첫 수업도 시작된다는 뜻. 그리고 이곳의 학원장을 맡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최성현이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것을 위임하는 건 아니고, 강태한도 완전히 손을 뗀다는 건 아니다. 다만 최성현이 핵심적인 중책을 맡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니 강태한이 최성현의 수준을 최대한 끌어 올리려 하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따로 시간을 내서 강습을 진행할 정도로 말이다.
“근데 딱히 평소랑 달라 보이진 않던데?”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똑같죠, 뭐.”
사실 특별 전담이라고 해도 하는 것은 평소와 같다.
그냥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내면의 기공과 기감을 갈고닦는 것. 그것이 전부였으니까 말이다.
“겉으로 보기엔 똑같다는 건, 안쪽은 다르단 건가?”
“그게, 그러니까… 음.”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뿐이다. 황 실장의 질문을 받은 최성현은, 잠시 수련을 하고 있을 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지?’
갑자기 외부에서부터 엄청난 기운이 느껴져 기감에 압박이 가해진다든가.
‘이제 이런 건 괜찮잖아?’
애써 잠재워 놓은 혈도에 기를 흘려 보내 이곳저곳 들쑤시듯 자극을 가한다든가.
‘마지막으로 한 바퀴만 더 운용해 봐.’
이제 정말 한계인 것 같아 끝내려고 하는데, 갑자기 ‘마지막 한 번 더’를 말하며 강제로 단전의 힘을 끌어 올린다든가.
특히 이 마지막 한 번 다음에는 진짜 마지막, 진짜진짜 마지막이 기다리고 있다. 마치 헬스장에서 ‘한 세트 더’를 외치는 PT 트레이너처럼 말이다.
“…뭐라 설명하기가 애매하네.”
다만 이것들은 기감이 트인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느낌이다. 한동안 뜸을 들이며 적당한 표현을 찾던 최성현은 애매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냥 막, 다 하고 나면 진이 빠져요. 태한이 녀석이 딱 한계까지, 탈진하기 전까지 딱 맞춰서 쥐어짜 주는 느낌이에요.”
“흠… 그렇구만.”
최성현의 말에 황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의아한 부분이 남아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근데 그리 힘들어 보이진 않는데.”
“아, 그게 또 진짜 뭔가 억울한 부분이에요.”
힘들다. 명상을 마치고 정신이 다시 돌아오면, 전신이 땀으로 젖어 있고 엄청난 탈력감이 엄습해 온다.
헌데 강태한이 미리 준비해 놓은 영약을 먹고, 그 뒤에 강태한이 살짝 혈도를 좀 만져 주고 나면… 몸이 쌩쌩해진다. 그야말로 거짓말처럼 말이다.
말 그대로 병 주고 약을 주는 느낌. 아니, 링거까지 꽂아 제대로 충전을 시켜 주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렇다 보니 수련을 마치고 나오면 정신력은 거의 고갈이 나 있는데, 몸에는 체력이 가득한 모순적인 상황이 나타난다.
특히 겉으로 보기에는 피곤하기는커녕 그냥 멀쩡한 사람처럼 보일 뿐. 물론 그게 안 좋은 것은 아니다만, 개인적으론 다소 억울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겉보기만 멀쩡하고 고생이 많긴 한가 보네.”
그 표정에서 억울함이 느껴진 것일까, 황 실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넌지시 물었다. 그 말에 최성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그만큼 성과는 있는 거 아니야?”
“확실히 그렇긴 한데… 조금 애매한 느낌이 있기도 하고요.”
기감의 세밀함이라든가, 내공을 운용할 수 있는 영역이라든가 이런 부분들은 착실하게 성장해 가고 있는 중이다.
다만 그렇다고 뭔가 큰 걸음을 내디뎠는가?
…하면 그건 좀 애매하다. 앞으로 가고 있긴 하지만 결국 다음 단계에 있는 벽을 넘어서진 못한, 그런 찝찝한 느낌이 미묘하게 남는다.
“조금이라도 좋아지고 있으면 된 거지, 뭐.”
“그렇긴 하죠. 근데… 뭐 하고 계세요?”
“칡차 타고 있는데? 너도 마실 거지?”
“어, 저는…….”
순간 뭐라 말을 꺼내던 최성현이 뒷말을 흐렸다.
“뭐, 왜?”
“아니에요.”
차보다는 오랜만에 커피가 마시고 싶다.
아무리 몸에 좋다고는 하지만, 너무 많이 마신 탓에 살짝 물리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실제로 지금 딱히 영기가 부족한 건 아니었고 말이다.
그냥 기호품으로서 커피 한 잔을, 그것도 얼음 넣어서 시원하게 만든 놈으로다가 마시고 싶다.
그 말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왔었으나.
‘…타주는 대로 먹어야지, 뭐.’
보아하니 이미 거의 다 타 놓은 느낌.
자기가 직접 타서 마시는 것도 아니고, 남이 타 주는 데 왈가왈부할 정도로 센스가 없지는 않다. 최성현은 소파에 앉아 잠자코 기다리기로 했다.
“자, 마셔.”
“잘 마실… 음?”
컵을 건네받은 최성현은 조금 놀란 기색을 내비쳤다. 일단 찻잔이 아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 있는 건 시원한 아이스커피였다.
“커피 머신 안 쓰고 태진 씨가 갖다 놓은 더치 커피로 탔는데, 그걸로 괜찮지?”
“아, 물론이죠. 이야. 이거 제 마음을 어떻게 딱 알아내시고. 관심법이라도 쓰신 건가?”
최성현은 커피를 입가로 가져가며 미소를 지었다. 허나, 그 말에 황 실장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답했다.
“네가 말했잖아. 커피 마시고 싶다고. 시원한 걸로.”
“…예?”
물론, 그러긴 했다.
다만 생각만 했을 뿐이다. 직접 입에 담은 적은 없었다. 적어도 본인이 기억하기로는 그랬다.
“그런 말은 안 했는데요?”
“그래? 들은 것 같은데. 네가 말 안 했으면 내가 어떻게 커피를 타 왔겠어.”
“그야 그렇긴 한데… 나도 모르게 말한 건가?”
애매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최성현.
“뭐 네가 텔레파시라도 보냈나 보지. 그게 뭐 중요하겠어. 그냥 커피나 마셔.”
이야기가 괜히 길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자, 황 실장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손을 저었다.
확실히,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다. 최성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입가로 커피를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