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260)
천마님 안마하신다-260화(260/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260화
그 가발.
알베르토 감독은 프로 미식축구 리그 NFL에서 나름 대단한 업적들을 세운 걸출한 감독이지만, 대중들 사이에서는 이 별명으로 더 자주 언급되는 편이다.
이런 별명이 생긴 이유는 단순했다.
어느 날, 마이애미 헤비나이츠의 플레이오프 우승이 달려 있었던 경기에서 극적으로 결정적인 득점이 터져 나왔고, 그 순간 알베르토는 환호성을 내지르며 격하게 몸을 움직였다.
그때 두 개의 비극이 동시에 일어났다.
한 가지는 너무 격하게 환호성을 터트린 나머지, 알베르토의 머리 위에 씌워져 있던 가발이 흘러내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마침 환호하는 감독의 모습을 클로즈업하고 있는 중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그는 NFL의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플레이오프 결승전 중계에서 본인의 두피를 노출시켰고, 덕분에 거의 모든 미국인이 그의 탈모 증상을 알게 되었다.
그 결과, 사람들 사이에서 알베르토 감독의 호칭은 자연스레 ‘그 가발’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 사건 자체는 기억을 하고 있는 탓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알베르토는 그 호칭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남들 앞에서 가발이 떨어지는 것은 더더욱 좋아하지 않았다.
“…이거, 실례했습니다.”
그는 다시 고정시킨 가발을 재차 확인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얼핏 크게 신경을 안 쓰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으나, 누가 봐도 풀이 확 죽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추레한 모습을 보여 드렸군요.”
“아닙니다. 사과하실 일도 아닌데요.”
다만 강태한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덤덤하게 반응을 할 뿐이었다. 난처해하는 기색도, 비웃는 기색도 없이 그냥 방금 전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겉으로만 태연한 척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생각하는 듯한 반응. 그 덕분인지 알베르토도 금방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애초에 알고 있었던 내용이기도 하고.’
강태한이 그렇게 덤덤한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이유는 단순했다. 이미 그가 가발을 쓰고 있는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의 체내에 흐르고 있는 혈도. 이는 그 규모가 미세할지언정, 신체의 어느 조그마한 부분까지도 그 줄기가 조금씩은 뻗어 나가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알베르토의 머리가 가발이라는 것은 기감으로 가볍게만 훑어봐도 바로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눈으로는 분명 머리카락이 보이지만, 거기까지 이어져 있는 혈도가 없이 붕 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둘 중의 하나다.
당장 빠져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머리카락에 아무런 생기도 공급이 안 되는 상황이거나, 혹은 이미 머리카락은 빠져서 없고, 가발을 씌운 상태이거나.
전자라고 보기에는 머리카락이 제법 윤기가 흐르고 있는 상태였으니, 강태한은 자연스레 후자의 경우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추리였다.
* * *
“그건 그렇고, 선수들 반응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약간의 사고로 인해 적막이 흐르던 분위기.
그 분위기 속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알베르토였다. 본인의 실수로 싸늘해진 상황이었으니 이를 만회해 보려는 시도였다.
“다들 몸에 힘이 넘친다, 최고의 컨디션이다, 당장 훈련이라도 시작하자… 스태프들의 말로는, 아주 의욕이 넘쳐난다고 하더군요.”
비록 폴 레이즌의 허튼수작으로 찬물이 확 끼얹어진 상황이었으나, 그럼에도 강태한은 기존의 일정대로 진행하며 다른 선수들에게 안마를 해 주었다.
그렇게 안마를 받고, 약 한 시간 동안의 강제 수면 이후에 충분히 휴식까지 취하고 난 지금…….
이곳에 올 때까지만 해도 늘어지다 못해 약간 나태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던 헤비나이츠 선수들은, 그야말로 열정이 넘치다 못해 주체를 못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렇습니까.”
“예. 갑자기 인근에 대학 리그 팀이라도 상관없으니, 친선경기라도 하나 잡아 달라고 하더군요. 당장 몸을 좀 써 보고 싶다고.”
원래는 이런 중요한 시기에 굳이 라스베가스까지 가는 게 맞냐고 툴툴거리고 있었던 선수들이다.
그런 그들이 친선경기를, 그것도 본인 스스로 잡아 달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변화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선수들의 변화는 그런 의욕적인 부분만이 아니었다. 비록 정식 트레이닝은 아니지만 실제로 선수들의 운동에 동참한 스태프들이 ‘피지컬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라는 보고를 보내왔으니 말이다.
“어떻게 그렇게 단시간에 이런 게 가능한 겁니까?”
알베르토가 그런 의문을 떠올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NFL에서 뛰는 프로 선수들의 몸값은 장난이 아니다. 그런 만큼, 팀에서도 그런 선수들의 안정적인 컨디션 관리를 위해서도 상당히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
그런 의미에서, 헤비나이츠의 선수들이 받는 의료 서비스는 그야말로 미국 최상위라고 해도 무방한 정도의 수준이었다.
팀 자체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의료 팀도 상당한 수준이며, 정기적으로 대학 병원 수준의 의료진들이 왕진을 오기도 한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미국에서 받을 수 있는 대부분의 의료 기술을 누리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는 곧 선수들의 몸 상태가 이미 최상의 상태였다는 뜻이기도 했다. 적어도 현대의 기술로는 여기서 더 나아지거나 회복될 수 없다는 뜻인 것이다.
한데 그런 상황에서 이 정도로 눈에 띄게 상태가 호전되다니. 알베르토가 호기심을 품게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흐음… 글쎄요.”
그 질문에 강태한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고는 적당한 대답을 입에 담았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영역으로 접근하고, 그 영역에서 해결책을 찾아볼 뿐입니다.”
“오호라… 혹시 예를 들어 주실 수 있나요?”
일단 맞장구를 치긴 했으나,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어 적당한 예시를 물어보는 알베르토다. 강태한은 그를 가만히 쳐다보다, 넌지시 입을 열었다.
“알베르토 씨는 잠이 적은 편이시군요. 매번 새벽에 잠드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시고, 밤을 새우는 일도 자주 있으신 것 같네요.”
“예? 네… 그렇습니다만.”
다소 뜬금없는 이야기처럼 들리긴 했으나, 알베르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틀린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식사는 하루에 두 번. 횟수가 적은 대신 한 번에 많은 양을 드시고, 허기가 지면 밤에 간식을 드시는 것 같군요.”
“예. 맞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꽤 많이 먹는 편이죠. 하하하.”
알베르토는 가볍게 자기 배를 두드리면서 말했다. 살짝 배가 나오기는 했으나, 뚱뚱하기보다는 마른 편에 속하는 몸이었다.
“제 일과에 대해서 꽤 자세하게 아시네요. 스태프들이 이야기해 주던가요?”
그러면서 알베르토는 넌지시 본인의 추측을 물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강태한이 이런 정보들을 알아내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만 강태한은 대답 없이 가볍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겉보기에는 비만도 아니고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내부에는 문제가 좀 있으십니다. 겉으로 나오지 않는 대신 안쪽에 고여 있는 상태라고 할까요.”
좀 더 간단하게 말하자면, 혈도에 탁기가 꽤 많이 끼어 있는 상태다. 뭔가 큰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고, 불규칙적인 생활과 식습관으로 생긴 현상이다.
딱히 크게 이상이 생긴다거나 건강이 위험하다거나 하지는 않는 정도. 허나, 그로 인한 현상은 이미 그의 몸에도 나타나고 있는 중이었다.
머리 쪽으로 생기를 올려 보내던 혈도가 얇아져 위쪽의 미세혈들이 말라죽고, 그 때문에 모근이 약화되어 머리카락이 빠지는 현상이 말이다.
“그렇… 습니까?”
“네. 저는 그런 부분들을 뚫어 드릴 뿐입니다.”
말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알베르토. 그러나 그다음 순간, 그의 얼굴은 놀람과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으그으윽!?”
어느새 뒤로 돌아간 강태한이 그의 등에다가 지압을 했기 때문. 강태한은 그의 풍문(風門)혈을 엄지손가락으로 지그시 누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어어억?”
순간, 짜릿한 자극이 그의 전신을 타고 흐른다.
흐르는 중간 무언가에 턱턱 막히는 느낌이 종종 들기는 하지만, 마치 거대한 파도가 모래벽을 허물어 내듯 대수롭지 않게 금방 무너트리고 다시 흘러간다.
‘이 느낌… 바로 이 느낌이군!’
천 개의 단어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했었던가. 그전까지는 강태한의 말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던 알베르토였으나, 이 순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바로 그가 말하던 내용이라고.
“어떠십니까?”
“하아… 예? 어어.”
그러던 도중, 강태한이 어깨에 올렸던 손을 떼어 내며 물었다. 쾌락의 세계에서 갑자기 현실로 돌아온 알베르토는,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주변을 둘러보다 가볍게 몸을 움직였다.
“이것 참… 정말로 뭔가 좀 다른데요? 하하!”
그는 이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점점 더 몸을 크게 움직이더니,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큰 동작의 스트레칭까지 해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요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던 탓일까.
알베르토는 가발 아래에 있는 자신의 두피, 이미 황량한 사막이 되어 버린 그곳에서, 미세하게 찌르르 울리고 있는 진동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 * *
[모두 고생했습니다! 태극 전사들 무사히 귀국.] [역대급 금메달 잔치였다. 올림픽 최고 순위를 갱신해 낸 국가 대표 팀의 금의환향.] [‘그거 진짜 금이에요?’ 어린아이의 질문에 직접 메달을 깨물어 보여 주는 김찬수 선수.]한편, 대한민국에서는 아직도 올림픽의 열화가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 올림픽은 이미 마무리되고 폐회식까지 끝마쳤으나, 사람들의 열광과 흥분이 가라앉기까지는 아직 한참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모실 특별 게스트는, 다름이 아니라 한국 태권도를 빛낸 금메달리스트, 김찬수 선수!”
“송재범 선수! 올림픽 3회 출전 끝에 드디어 금메달을 손에 쥐셨는데요. 그 감회가 정말 새로우실 것 같습니다!”
그 때문일까, 공중파건 지상파건, 왓튜브건 어디건 간에 온통 올림픽 선수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한참 올라오고 있었다.
뉴스는 물론이거니와 예능에도 특별 게스트로 나오고, 선수촌을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도 나온다고 하고, 대중적인 영상 매체는 죄다 들썩이는 수준이다.
그러면서 함께 대두되고 있는 인물도 있었으니.
[안마사 K는 누구인가? 전격 분석 영상!] [선수촌 관계자 직접 발언. ‘안마사 K는 세 달 기다려도 차례가 될까 말까 한 인기 안마사. 아마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것!] [에버튼 FC도 K-안마의 단골이었다? 안마사 K와 관련된 실화 그 자체 이야기!]국가대표 선수들의 인터뷰에서 자주 언급되던 안마사 K. 선수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있었는지 어느 순간부터 언급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오히려 그렇기에 사람들은 더욱 큰 호기심을 품기 시작했다.
인터넷 뉴스의 메인에서도 관련 기사가 한두 줄씩 언급되고, 왓튜브에서도 추측성 영상들이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하고…….
물론 그런 것들에도 확실한 정보는 담겨 있지 않았으나, 개중에는 알 만한 사람들은 ‘천마안마의 강태한’이라고 충분히 추측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이거 뭐 어떻게 안 되나?”
그런 뉴스들을 훑어보고 있던 장우영 전 회장.
그는 한참 들여다보고 있던 모니터 화면에 삿대질을 하며, 기분이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십니까?”
“요새 갑자기 사람들 관심이 막, 몰리고 있잖아. 살살 묻혀 가나 싶었는데, 이렇게 다시 언급되기 시작하면 또 금방이지 뭐.”
“그… 처음에는 잘된 일이라고 하셨잖습니까?”
“잘된 일이기는 하지!”
“그럼 무슨 문제라도…….”
안마사 K라고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그 정체를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터넷 뉴스 댓글 창만 봐도 ‘천마안마’라는 이름이 자주 언급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되면 강태한은 점점 더 유명해질 것이고, 그 유명세는 조만간 확장한다고 했었던 사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이 사업에 얼마나 호재로 작용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장우영은 진심으로 잘된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예약하기 더 힘들어질 거 아니냐.”
그건 어디까지나 지인으로서의 생각이다.
안 그래도 손님이 많아 죽겠는데, 이렇게 되면 더 많은 손님이 오게 되지 않겠는가? 천마안마를 이용하는 한 명의 단골손님으로서는, 지극히 아쉬워할 수밖에 없는 일인 것이다.
“가격을 좀 더 확 올려 주면 안 되려나. 많이는 말고, 한 백만 원 정도로만.”
그러면 안마도 더 자주 받을 수 있을 텐데.
장우영은 툴툴거리는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가 마치 투정부리는 아이와도 비슷한 기색이었던 탓일까, 옆에 있던 비서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