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263)
천마님 안마하신다-263화(263/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263화
‘왜 진작 생각하지 못했을까.’
호흡을 통해 외부의 영기를 체내로 받아들인다.
그 뒤에는 한차례 정련 과정을 거치며 체질에 맞지 않는 탁기들을 걸러 내고, 그렇게 나온 부산물들은 날숨과 함께 바깥으로 내보낸다.
내공을 쌓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근본적인 방법.
그 일련의 과정에 집중을 하고 있으면서도, 강태한은 자잘한 생각 한 가지를 떠올렸다.
‘영기가 가득 모여 있을 게 뻔한 장소인데 말이야.’
하늘에서도 눈에 다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드넓게 펼쳐진 대자연. 그 웅대함은 그 자체로 신비(神祕))라 느껴질 정도로 구태여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 곳에 영기(靈氣)가 모여드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더군다나 사람들의 발길 또한 몇몇 관광 구역을 제외하면 닿지를 못하니, 관광 명소라 해도 그 영기가 흩어지거나 탁해질 염려도 거의 없다.
이곳이 영기가 희소한 현대라는 생각 때문 있었을까, 아니면 기(氣)라는 것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대륙이었기 때문일까.
강태한은 본인의 기감으로 이 방대한 기운을 직접 감지하기 전까지 이곳의 영기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착륙을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어.’
만약 그냥 헬기로 둘러보기만 하고 돌아가는 걸 선택했다면, 착륙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쳤으면 이곳의 영기를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랬다면 나중에 한국에 돌아갔을 때 뒤늦게 깨닫고 머쓱한 기분이 되지 않았을까. 눈을 감고 심법을 운용하고 있던 강태한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지금 강태한이 이곳에 있다는 것이다. 잠시 다른 생각을 했던 그는 잡념을 다시 흘려보내고, 조용히 내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충만한 영기는 그대로 그의 내면에 흘러 들어와 압축되고, 단전에 차곡차곡 쌓여 간다.
솔직히 말하자면, 요 근래 한동안 성취에 별다른 진척이 없던 강태한이다. 물론 무림에서 얻었던 깨달음들은 그대로 남아 있으나, 현대에서 끌어모을 수 있는 내공의 양에는 한계가 있었던 탓이다.
물론 나름 영산(靈山)이라 부를 만한 명당도 있고, 그곳에서 얻어 내는 약초들도 있다. 그것을 통해 생각보다 빠르게, 생각보다 높은 성취를 이뤄 낸 건 사실이다.
허나 그것들도 무한히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줄어든 영기는 다시 채워지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며, 영약은 일정 수준 이상의 경지를 넘어서고 나면 소림사의 환단(還丹) 같은 최상품이 아니고서야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이곳을 찾아낸 것이다.
영기라는 것이 메말라 붙은 사막에서 그동안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차가운 우물을, 아니 커다란 오아시스를 발견한 셈이라고 할까.
그리고 지금 강태한은 조용히, 그러면서도 과감하게 그 영기를 마음껏 만끽하고 있었다.
한낮 오후의 그랜드캐니언은 바람 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적막했으나, 만약 기감이 트여 있는 이가 이곳에 서 있었다면 그는 태풍과도 같은 거친 대기의 움직임을 느꼈을 것이다.
불어오는 바람은 주변에 채워져 있던 영기들이요.
그 중심에 있는 것은 한 명의 수행자이니.
일개 한 명의 호흡으로 인해 생기는 흐름의 변화였으나, 그 규모와 정도는 가히 태풍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었다.
* * *
“…흐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마른 목에 갈증이 생기기 시작할 무렵. 강태한은 나지막한 침음과 함께 천천히 눈을 떴다.
‘일단은 이 정도면 충분한가.’
이대로 주변 일대의 영기를 모조리 긁어 오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럴 경우에는 주변의 환경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생태계적인 것을 떠나 완전히 고갈되어 이 일대의 영기 자체가 오랫동안 회복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우물을 끝까지 퍼내 마르게 하는 것보다는, 적당히 시간을 줘서 다시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쪽이 더 현명한 법. 강태한은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자세를 풀고는 슬쩍 천장을 쳐다보았다.
후우우…….
소리가 날 정도로 크고 길게 내뱉는 숨.
그 숨소리가 끝나는 순간, 강태한은 쫙 펴진 손바닥이 천장을 향하도록 오른손을 위쪽으로 힘차게 내밀었다.
“흐음. 이 정도는 되는가.”
거창한 동작이 무색하게 천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으나, 그는 적당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법 만족해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 태한 씨! 이제 좀 괜찮아지셨나요?”
그가 밖으로 나오자, 강호연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리겔이 말을 걸어왔다. 내심 걱정을 하고 있었는지 안도의 기색이 담긴 목소리였다.
“예, 뭐… 멀쩡합니다.”
딱히 문제가 있어서 쉰 건 아니었으나,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쪽이 더 자연스러우리라. 강태한은 어색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괜찮은 거 맞아? 나 때문에 무리할 필요 없고, 혹시라도 피곤하거나 힘들면 바로바로 말해라.”
“…예, 아버지. 그러면 바로바로 말할 게요.”
그런 의도는 없이 지극히 단순히, 어쩌면 꽤 이기적인 목적으로 시간을 보냈을 뿐이었기에, 강태한은 강호연의 말에 머쓱한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렇고, 그럼 슬슬 나가 보실까요?”
어쨌거나 휴식을 마치고 일행이 모였으니, 일정을 진행시킬 차례다. 리겔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바지를 털더니, 창가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이 마침 산책하기 딱 좋은 때인 것 같습니다. 저쪽 보시면 살짝 구름이 끼고 있거든요. 살짝 어두워지긴 하겠지만, 이런 곳에서는 오히려 이런 날씨가 산책하기 더 좋은 법입니다.”
그늘 한 점 찾아보기 힘든 이 드넓은 평원에서, 큼지막한 구름은 그 자체로 서늘한 그늘이 되어 준다. 확실히, 밖으로 나와서 잠깐 걸어 보니 방금 전보다 약간 서늘해진 공기가 느껴졌다.
“아까는 되게 맑다고 좋아했었는데, 어느 정도 구름이 끼는 것도 나쁘지는 않구나.”
“그러게요.”
막 산책을 시작했을 무렵, 하늘을 쳐다보며 강호연이 말하자 강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던 와중 강호연은 갑자기 제자리에 멈춰 서더니, 빤히 하늘을 쳐다보다가 신기하다는 듯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야, 태한아. 저기 좀 봐라.”
“왜요?”
“저기 저 구름 한복판. 구멍이 꼭 사람 손바닥처럼 뚫려 있지 않냐?”
하늘에 끼어 있는 커다란 뭉게구름.
그리고 강호연이 가리키는 그곳에는, 확실히 사람 손바닥 같은 모양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얼추 비슷하게 생긴 수준이 아니라 그 경계선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뚜렷하게 닮아 있는 형태였다.
“아… 저건.”
같은 구멍을 쳐다본 강태한이 묘한 웃음을 흘렸다. 저 구멍에 대하여 짚이는 바가 있었던 탓이다.
방금 전 안쪽에서 내공을 가다듬고 난 후, 가볍게 시험이라도 해 보려는 생각으로 뻗어 올렸던 장법.
딱히 소란을 피우거나 멀쩡한 천장을 박살 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마침 저 건너편에 있던 구름을 표적으로 삼아 쏘아 올렸던 장법이다.
저기에 뚫려 있는 커다란 구멍은 아마 그것의 흔적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러게요. 참 신기하게 생겼네.”
강태한은 애매한 표정으로 모르는 척 오리발을 내미는 수밖에 없었다.
* * *
“하아… 오늘 참 좋았구나, 좋았어.”
그날 밤 저녁.
그랜드캐니언 인근에 위치한 숙소로 돌아와 침대 위에 몸을 눕힌 강호연은, 작은 한숨과 함께 하루의 소감을 입에 담았다. 오늘은 그랜드캐니언 하나만 둘러보았으나 그 하나만으로도 관광객으로서의 만족감이 충족되기에는 충분했다.
“생각보다도 더 멋있기는 했죠.”
“그러니까 말이다. 평생 모르고 살았으면, 나중에 후회가 되었을 정도로 말이야. 미국에 와 보지 않았다면, 세상에 이런 풍경이 있다는 것도 몰랐겠지…….”
강호연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창가 쪽을 쳐다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창 너머는 캄캄했지만, 그래도 달빛이 비추는 그랜드캐니언의 풍경이 멀찍이서 보이고 있었다.
아는 것과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은 다르다.
다들 알고는 있지만, 체험해 보고 나서야 좀 더 체감을 하게 되는 격언 중의 하나다. 강호연은 강태한 쪽을 쳐다보며 넌지시 말했다.
“내일, 라스베이거스로 돌아가기 전에 한 번 더 둘러보고 올까? 헬기 타고.”
“그렇게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어차피 정해진 일정 같은 건 없다. 강호연이 한 번 더 그랜드캐니언을 둘러보고 싶다고 하면, 그러면 되는 것이다. 그 말에 강호연은 히죽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그래도 되냐?”
“물론이죠, 아버지.”
“그럼 그렇게 하자. 리겔에게는 내가 말해 두마.”
강호연은 살짝 들뜬 목소리로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강태한은 그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천천히 창가 쪽으로 걸어가 건너편을 바라봤다.
‘그랜드캐니언이라…….’
단순히 관광지로서 훌륭할 뿐만 아니라, 기대치 못했던 명당의 발견이기도 하다. 강태한은 천천히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한국이랑 조금만 가까웠으면 좋았을 텐데.’
매일같이 찾아올 필요는 없다.
계룡산 산자락에 위치한 영산에도 드문드문 찾아갔듯이 여기에도 간간이 찾아오는 쪽이 더 효율적이다. 밭에도 지력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듯, 영소(靈所)에도 영력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비록 머무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으나 주변의 영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을 정도로 크게 빨아들였으니, 그만큼의 여유는 두어야 할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여기는 너무 먼 곳이다.
간간이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계룡산 산자락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차를 끌고 올 만한 곳은 아닌 것이다.
“좀 더 싹싹 긁어 오는 편이 좋았으려나…….”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강태한.
다만 가벼운 농담이었기에 이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여기서 더 많은 양을 가져왔다면 영맥에도 이상이 생겨 여러모로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그러면 황금알 하나를 더 얻자고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꼴이다. 애초에 그다지 풍류가 없는 짓이기도 하고 말이다.
‘나중에 언젠가 써먹을 일이 또 있을 테고 말이지.’
강태한은 웃음을 흘리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때쯤, 강태한은 바지 속에서 울리는 진동을 느꼈다. 슬쩍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해 보니, 그의 입가에선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상대방을 보니, 무슨 일로 전화를 했을지 훤히 알 것 같은 탓이었다.
“여보세요?”
[아, 강 선생님? 저 알베르토입니다. 얼마 전에 뵈었던, 헤비나이츠의 감독이요.]“예. 물론 알고 있지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는 강태한. 알베르토는 잠시 머뭇거리듯 뜸을 들이더니, 이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 그, 저번에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혹시라도 효과가 괜찮은 것 같으면, 다시 한번 말하시라고.]“그랬었지요.”
[그런 의미에서 한 번만 더 좀 봐 주실 수 있겠습니까? 부탁드렸던 일은 이미 잘해 주셨습니다만, 그래도 이게 저한테는 워낙 절실한 일이라.]“물론입니다.”
강태한의 대답에는 고민조차 없었다. 이미 다 예상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으니, 그에 대한 대답도 당연히 생각해 둔 것이 자연스러운 그림이지 않겠는가.
* * *
“아… 남은 자리가 하나도 없다고요.”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온 그날.
한 극장의 안내 데스크에 앉아 있던 리겔은, 난처한 표정을 짓고는 머리를 두어 차례 긁적였다. 그러고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 일행이 있는 입구 쪽으로 걸어왔다.
“자리가 없다고 하네요.”
“그렇습니까.”
리겔의 말에 강태한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을 하던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금 되물었다.
“다른 날도 구할 수 없다고 합니까?”
“예. 사흘 뒤 공연에는 자리가 있는데…….”
그는 더 길게 말할 필요가 없지 않냐는 듯이 말을 흐렸다. 그 말대로, 사흘 뒤 공연은 쓸모가 없다. 그날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었으니 말이다.
“어쩔 수 없죠. 암표라도 알아보겠습니다.”
“암표라… 그건 좀 찝찝한데.”
티켓이 찝찝하다는 것이 아니라, 심정의 문제다. 강태한도 천마안마의 암표 때문에 고민을 깨나 한 적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강태한의 마음을 덜어 주려는 듯 리겔이 한마디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암표가 불법은 아닙니다. 여기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더더욱 그렇고요.”
“흐음.”
리겔의 말에 강태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만약 본인만의 일이었다면 그냥 이쯤에서 공연을 보는 걸 포기했을 것이다. 애초에 이런 문화생활을 적극적으로 하는 편도 아니고, 안 보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건 강태한 본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를 위한 일종의 깜짝 선물 같은 것이었다.
‘브로드웨이라고 했던가. 그런 데서 공연을 한번 봐도 좋을 것 같고. 달라도 뭔가 다르겠지. 그렇지 않겠냐?’
한참 전에, 미국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에 아버지가 꺼냈던 말이다.
물론 여행지는 라스베이거스로 결정되었고, 아무리 교통수단으로 헬기까지 지원되는 상황이라 해도 여기서 뉴욕 브로드웨이까지 가서 공연을 보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라스베이거스에도 당연히 이런 문화시설들이 존재한다. 리겔의 말에 따르면, 시설의 규모와 화려함 같은 부분에서는 브로드웨이의 어지간한 극장보다도 더 뛰어나다고 한다.
게다가 잘은 모르지만, 때마침 여기서 진행되고 있는 뮤지컬 공연에는 한국인 배우가 등장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는 모양.
여러모로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버지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해 드릴 겸 몰래 뮤지컬 티켓을 구해 보려 했었으나.
“흐음…….”
아무래도 거의 당일 날 구하는 수준이다 보니, 암표가 아니면 티켓을 구하는 것도 그리 쉽지가 않은 일이다. 강태한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흐음… 어쩔 수 없죠. 그러면…….”
암표라도 구해 봐주세요, 라는 말을 하려던 찰나.
“…어라? 강 선생님 아니십니까?”
이곳에서 듣기 어려운 한국말로 누군가가 강태한을 불렀다. 어디선가 들어 본 적이 있는 목소리. 고개를 돌려보니, 한 남자가 반가운 기색이 가득한 얼굴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야, 이런 데서 다 만나네! 접니다, 저! 황지운! 선생님이 다리를 고쳐 주셨던 뮤지컬 배우요!”
현재 이곳 극장에서 한참 공연을 진행하고 있는 뮤지컬, [황혼의 수레바퀴].
그 공연에서 아시아 출신 배우로서 최초로 주연을 맡고 또한 역대급 연기를 선보이며 화제가 된 한국인 배우는, 다름이 아니라 강태한과 나름 인연이 있었던 황지운 배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