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268)
천마님 안마하신다-268화(268/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268화
“조금만 있어 봐라, 준우야. 아침상 가져올게.”
“도와줄게.”
물통을 나른 할머니는 곧바로 부엌으로 들어갔고, 송준우는 종종걸음으로 그녀의 뒤를 따랐다.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녀, 오늘은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다.”
다만 오늘의 할머니는 좀 달랐다.
마치 평소의 모습에다가 빨리 감기를 걸어 놓은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본인 스스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그녀의 움직임은 하루아침에 달라져 있었다.
그렇게 평소보다도 빠르게 차려진 아침 밥상.
할머니의 컨디션이 좋아 손에 여유가 있었던 덕분일까, 두부부침까지 올라와 반찬의 가짓수도 하나가 더 많았다.
“하유, 참 신기하기도 하지.”
상 앞에 앉은 그녀는 숟가락을 쥐기 전에 신기하다는 듯이 한쪽 어깨를 짚고 빙빙 돌리며 말했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뻑뻑하게 움직이고 있던 부분이 지금은 꽤나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어깨는 오히려 그 효과가 적은 부분이다.
가장 크게 체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무릎. 그것도 예전부터 욱신거리는 통증이 있어 생활에 지장을 주던 오른쪽 무릎이었다.
한 6년 정도 전이었을까.
지하철 계단을 올라가다가 무릎으로 넘어졌었던 이후 한 번도 편안했던 적이 없었던, 특히 막 일어난 아침에는 뻐근하지 않았던 적이 없는 부분이다.
허나 오늘은 그런 느낌이 없었다.
물론 완전히 멀쩡해졌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걸어 다니거나 구부리는 등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정도다. 그리고 그 정도만 되어도 그녀에게는 충분히 기적 같은 일이었다.
“안마사라고 하더니… 역시 뭐든지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은 뭔가 다른 건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급작스레 몸 상태가 좋아진 것일까. 거기에는 짚이는 부분이 하나밖에 없었다. 어제 우연히 도움을 받았던 안마사 청년이었다.
안마라는 것이 이 정도로 효과가 탁월한 것이었던가. 사는 동안 당연히 안마를 받아 보긴 했지만, 아예 이걸 업으로 삼는 이에게 받아 보기는 처음이었던 그녀다. 그녀는 그 효과의 차이에 감탄을 터트렸다.
‘참 고마운 청년이었지…….’
최성현이라고 했었던가.
전날, 그는 연습 상대가 없어 곤란한 참이었다며 안마를 좀 해 드려도 되겠냐고 물었었다. 당시에 그녀는 그 말을 듣고 흔쾌히 등을 내줬었다.
다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은 아마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이를 추측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렇게 솜씨가 좋은 안마사가 연습 상대를 구하지 못해 곤란할 리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아마 부담스럽지 않게 안마를 해 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실제로도 거기서 그냥 안마를 해 주겠다고 했으면 곧바로 거절을 했을 테니 말이다.
“…할머니, 오늘은 안 아픈 거야?”
그러던 와중, 밥을 먹고 있던 송준우가 할머니의 눈치를 살피며 넌지시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빙긋 웃으며 앞으로 손을 내밀고는, 손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할머니 오늘은 안 아프다.”
“정말로? 걸어 다녀도?”
“그렇대두.”
그러자 손자의 얼굴이 살짝 밝아졌다. 뭔가 기대감이 살짝 어려 있는, 평소 담담한 모습과 다르게 그 나이 또래에 어울리는 표정이었다.
“그럼, 이따가 학교 끝나고 같이 지하철 쪽에 있는 대형 마트에서 장보고 오자. 그래도 돼?”
그 말에 할머니는 순간 멈칫하는 반응을 보였다.
원래는 대형 마트 같은 데는 사람 많고 복잡해서 싫다고, 동네에 있는 마트에서 장을 봐도 충분하다고 말하던 송준우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멀리 나가기 힘든 할머니를 생각해서 그렇게 말했었던 것일 뿐.
대형 마트에는 물건의 가짓수도 훨씬 많고, 볼 것도 많으며 아이들을 위한 키즈 존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준우 또한 또래의 아이들처럼 대형 마트에 놀러 가고 싶은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 오늘은 같이 역 앞의 마트까지 다녀오자.”
“진짜, 진짜로?”
“그렇대두. 그러니 어여 마저 밥 먹어.”
얼핏 어른스럽고 대범하게 보일 때도 있지만, 원하는 것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그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미안하고 씁쓸했지만, 할머니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거둬들였다.
* * *
“너 기분이 되게 좋아 보인다?”
한편, 천마안마의 사무실.
안쪽의 테이블에 앉아 원장으로서 서류 작업을 좀 하고 있던 강태한은, 아까부터 소파에 앉아 싱글거리고 있던 최성현에게 한마디 건넸다.
“어? 그래? 그렇게 보이냐?”
“…그래. 그리고 내가 이걸 물어볼 때까지 여기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도 보이네.”
다만 강태한이 그걸 물어본 것은, 정말로 그게 궁금해서가 아니었다. 최성현은 아까 전부터 저기에 앉아 싱글거리고 있었고, 강태한의 서류 작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뉘앙스를 팍팍 풍기고 있었다.
“에이. 무슨 그런 오해를. 딱히 급한 용건은 아니니까, 서류 작업이나 먼저 해.”
“어쨌거나 용건은 있다는 말이구만.”
강태한은 머리를 긁적이고는,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인한 서류를 앞으로 스윽, 밀어 놓았다.
“서류 작업도 그리 급한 것들은 아니니까, 일단은 우리 아카데미 원장님의 용건부터 들어 보자고.”
어차피 급한 일들은 황 실장이 전부 해결하고, 중요한 일은 강태한과 따로 상의를 하고 진행시키지 이런 식으로 서류로 넘기지 않는다.
강태한은 잠시 일을 제쳐 둔 후 최성현의 말부터 들어 보기로 했고, 이에 최성현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머쓱해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실, 어제 퇴근하는 길에 할머니 한 분을 도와드렸었거든. 우연히 그럴 일이 생겨서 말이야.”
“…어떤 식으로 도와드렸는데?”
“언덕길에서 리어카가 굴러떨어지고 있길래, 그걸 잡아 드렸지. 겸사겸사 안마도 해 드리고 말이야.”
“흐음… 그건 참 잘한 일이네.”
강태한은 담담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선행은 기본적으로 칭찬을 받을 만한 일이니까.
다만 그 뒤로 최성현의 이야기가 이어지질 않았다. 잠시 기다리던 강태한이 먼저 넌지시 물었다.
“…그래서? 그걸로 끝인가?”
“응? 끝인데?”
강태한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아까 밀어 놨던 서류를 다시 앞으로 가져오며 말했다.
“그냥 서류 작업이나 하고 있을 걸 그랬네.”
“하하, 장난이야. 사적인 이야기는 끝났다는 이야기고, 이제 용건은 따로 있지.”
그동안 딱히 선행이나 봉사 활동 같은 것과는 그리 연이 깊지 않았던 최성현이다. 그럴 기회가 별로 없기도 했지만,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 것인가… 전날 할머니와 있었던 일은, 도움을 주는 입장이었던 최성현에게도 제법 인상 깊고 기분이 들뜨는 일이었다.
뭔가 누군가한테 이야기를 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은, 예를 들면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한테라도 말하지 않으면 못 배길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다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그 얘기만 하려고 찾아와 서류 작업을 방해할 정도로 경우가 없는 인간도 아니다. 최성현은 자세를 고쳐 앉고는 조금 진중해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실 지금 아카데미에서 수업을 진행할 때에 애로 사항이 하나 있거든.”
“애로 사항이라면?”
“수강생들이 연습을 할 때 그 상대가 좀 부족해. 여기에서 그랬던 것처럼 서로서로 해 주고 있기는 한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지.”
그 말에 강태한은 잠시 생각에 잠기듯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것도 그렇네. 여기 안마사들이랑 다르게 아카데미 수강생들은 손님을 받지 못하니까.”
“그렇지. 바로 알아듣는구나?”
하나만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반응에 최성현은 화색을 지었다. 강태한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덧붙이듯이 말했다.
“그럼 주변 주민분들에게 신청을 받으면 좋지 않을까 싶네. 아니면 주기적으로 요양원 같은 곳에 봉사 활동을 하러 다녀와도 좋겠고. 물론, 후자의 경우에는 신청자들에 한해야겠지만 말이야.”
강태한은 말을 마치고 옆에 있는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동안 최성현은 말문이 막힌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래? 혹시 네가 생각한 거랑 좀 다른가?”
“아니… 그런 거는 아닌데.”
오히려 그 반대다.
‘내가 말하려고 했던 건데!’
전날 할머니에게 안마를 해 드리고 난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최성현은 침대에 걸터앉아 곰곰이 생각을 해 봤다. 그러고는 자신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방법을 떠올렸다.
그것은 인근 노인정과 이야기를 나누고, 동네에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아카데미로 모셔 와 안마를 해 드리는 것이었다.
지금 교육을 받고 있는 수강생들은 아직 천마안마에 투입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실력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강태한이 한번 살펴보고 뽑은 인원들인 만큼, 안마 솜씨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어지간한 안마원이라면 곧바로 유망주, 혹은 에이스로 자리를 잡을 만한 실력들이었으니까.
좋은 일도 하고, 고민하고 있던 문제도 해결하고.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닌가? 최성현의 싱글벙글한 표정에는 전날 베풀었던 선행의 영향도 있었으나, 스스로의 발상에 감탄을 느낀 탓이기도 했다.
헌데 그걸 먼저, 그것도 들은 자리에서 곧바로 말해 버리다니. 최성현의 입장에서는 살짝 김이 새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그림일 것이다.
“이제는 왜 또 갑자기 시무룩해져?”
“아니다… 에휴. 어쨌거나, 일 좀 그렇게 진행을 해도 상관이 없을까?”
최성현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강태한에게 동의를 구하듯이 물었다. 그러자 강태한은 왜 그런 걸 물어보냐는 것처럼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당연히 상관없지. 아카데미의 원장은 너니까, 그 정도는 너의 재량껏 할 수 있는 부분 아니겠냐.”
“…그런가?”
최성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한테 다 맡기기에는 좀 불안하지 않냐? 나 스스로도 좀 불안한데 말이지.”
“괜찮아. 애초에 그럴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판단했으니까 널 앉혀 놓은 거지. 그 정도 재량도 없었으면, 원장으로 앉혀 놓지도 않았다.”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다.
강태한의 말에 최성현은 천천히 고개를 두어 차례 끄덕이더니, 이내 머쓱한 표정으로 웃음을 흘렸다.
“그럼 뭐,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진행한다?”
“그렇게 해. 애매한 부분이 있으면 황 실장님한테 물어보고 같이하고.”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최성현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아서 하라는 말의 의미가 방치가 아닌 신뢰였기에, 그는 기분 좋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 * *
“와아아아아아!”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그 햇볕 아래에서는, 좌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함성 소리가 열광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 함성의 중심에 있는 남자는 평소와 같이 가볍게 손을 흔드는 것으로 팬들에 대한 인사를 대신했다.
“우오오, 캘리버다, 캘리버!”
“진짜로 나왔잖아? 이런 친선경기까지 나온다고?”
“그 정도로 컨디션이 괜찮아진 건가?”
관중들의 함성을 들으며 나온 남자는 다름 아닌 캘리버 스미스. 마이애미 헤비나이츠의 메인 쿼터백이자 미국 동부 미식축구의 대표 스타인 그는, 그 등장만으로도 관객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그럴 만도 했다.
인기도 인기지만, 지난 시즌에서 부상을 입은 뇌진탕으로 선수 생명이 끝장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던 선수였으니까.
실제로 캘리버의 부상은 심각한 수준이었고, 공식적인 매체에서 발표가 없었을 뿐이지 사실상 미식축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었다.
헌데 이렇게 경기장에 버젓이.
그것도 시즌 개막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의 친선경기에까지 얼굴을 내비췄으니, 관객들의 환호가 터져 나올 만도 하다. 이런 경기까지 얼굴을 내밀 정도로 건강이 회복되었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하하하. 다들, 정말 고마워요!”
아직까지도 이어지는 박수와 환호 소리에 캘리버는 두 팔을 벌리며 연신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 걸음걸이에서부터 안색까지. 그 누가 보더라도 얼마 전까지 부상으로 진지하게 은퇴를 생각하고 있던 선수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오히려 그 이전보다 더 건장해진 게 아닐까 싶어지는 그런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