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272)
천마님 안마하신다-272화(272/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272화
“아마 우현 씨도 곧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던 와중, 옆에서 같이 걷고 있던 황태진이 대화에 슬쩍 끼어들며 한마디 던졌다. 그 또한 주변의 영기를 느끼고 긴 호흡을 반복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걸 깨달은 것은 비단 둘뿐만이 아니다.
영기와 접촉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리고 산 안쪽으로 들어서며 영기의 농도가 짙어질수록, 진지한 표정이 되는 안마사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뭐야 이게?”
“이런 건… 처음 느껴 보는데?”
하나둘씩 바뀌어 가는 얼굴과 태도.
그 전에는 느닷없는 등산에 다들 어리둥절해하거나 피곤한 표정들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놀란 표정이 되어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스으으읍…….”
“후우우…….”
그리고 그렇게 표정이 바뀐 이들은, 머지않아 호흡을 길게 바꾸고 진지한 얼굴로 집중하기 시작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내쉬고.
누가 그렇게 하라고 지시를 하거나 알려 준 것도 아니었지만, 다들 당연하다는 듯이 심호흡을 시작했다.
‘대강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슬쩍 주변 사람들의 상태를 살펴본 최성현.
안마사들 중에는 이미 한창 심호흡에 집중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아직 감을 잡지 못한 채 주변 사람들의 태도 변화에 어리둥절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가볍게 둘러보니 대강 느낌이 왔다.
이 영기를 알아차리는 순서는, 대체로 기감이 좀 더 발달되거나 예민한 순서대로였다. 사실 당연한 일이기는 했다. 기감이 조금이라도 먼저 트였거나 좀 더 익숙해져 있는 이들이, 주위의 영기도 더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허허, 서울 공기랑은 비교도 안 되네. 산 좋고 공기 맑다는 게 이런 건가?”
“그냥 그런 게 아니라 여기가 특별한 것 같은데. 내가 휴일에 등산을 종종 다니는데, 한 번도 이런 느낌을 받아 본 적은 없거든.”
여기에 있는 이들은 모두 영기를 느껴 본 적이 있고 덕분에 기감도 어느 정도 트여 있는 상태였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강태한이 준비해 놓은 차를 통해 이뤄진 것들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그 외의 요소에서는 영기를 접해 본 적이 없다. 이 시대의 영기는 이미 거의 고갈된 상태이며 자연스레 접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헌데, 이곳에는 사방에 깔려 있는 것이 영기다.
그냥 공기와 함께 주변을 메우고 있으며, 차를 마실 것도 없이 그저 숨만 쉬어도 몸 안에 영기가 흘러 들어온다. 이는 무림인들에게 있어 내공을 운용하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이었으나, 그들에게는 생전 처음으로 느껴 보는 신비한 감각이자 경험이었다.
“하아아… 좋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심호흡을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안마사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드리워졌다. 그저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몸이 가벼워지고 힘이 충만해지는 느낌이었다.
“…뭐가 좋다는 거야? 너 원래 등산 좋아했냐?”
“응? 뭐야, 너 아직도 모르겠어?”
“아니… 뭘. 그냥 숲속이잖아. 뭐 나온 것도 없는데 알고 모르고 할 게 있나?”
다만 개중에는 진도가 느린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도 영문을 모른 채 어리둥절해하는 동료의 모습에, 주변 안마사들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에휴, 그러니까 연습 좀 열심히 하라니까.”
“차도 좀 마시라니까 맨날 커피 마시고.”
“너는 기감도 우리 중에서는 제일 늦게 트인 편이니까. 뭐,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어!”
그러고는 한마디씩 들어오는 잔소리!
“아니, 대체 뭔데…….”
다들 이 충만한 영기를 느끼며 들뜬 모습을 보이는 와중, 그는 자기 혼자서만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자, 도착했습니다.”
한편, 가장 앞에서 묵묵히 산을 올라가고 있던 강태한. 생각해 두고 있던 목적지에 도착한 그는, 앞에 펼쳐진 공터를 가리키며 뒤따라오는 일행들에게 말했다. 언덕을 넘어오는 순간 쫘악 하고 펼쳐지는, 드넓은 공터였다.
“와… 산속 깊은 곳에 이런 데가 있네.”
“관리되고 있는 캠핑장이라 해도 믿겠는데요?”
그 뒤를 따라 하나둘씩 공터에 도착한 안마사들은 저마다 작은 감탄사들을 내뱉었다. 공터의 너비도 너비지만, 땅도 고르고 탄탄하게 잘 다져진 것이 인공적으로 만든 것처럼 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기는 했다.
여기에 공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깔끔하고 평평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은 강태한이 작업을 한 결과였으니까 말이다.
‘정리를 좀 해 두길 잘했군.’
이곳에 찾아올 때마다 불편한 것들이 있으면 조금씩 쳐내고, 주변 지형들도 산세(山勢)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다듬어 두었다.
그 결과가 지금 이 모습.
방금 전에 안마사들 중에 누군가 말했듯, 이곳은 이제 어지간한 캠핑장과 비교를 해 봐도 크게 밀리지 않을 만한 야영지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제 여기서 뭘 하면 되는 건가?”
“명상을 한다든가, 그런 게 아닐까요?”
넌지시 물어보는 최성현의 말에 옆에 있던 황태진이 자신의 추측을 슬쩍 입에 담았다.
이렇게 산을 오르면서 심호흡만 해도 체내에 영기가 흘러 들어오는 것이 느껴지는데, 제대로 자리를 잡고 명상에 집중을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는 비단 황태진뿐만 아니라 다른 안마사들도 기대를 품고 있는 부분이었다.
“음? 내가 하루 일정을 비워 달라고 했었는데, 혹시 다르게 전달됐었나?”
한편, 등에 메고 온 커다란 짐을 풀고 있던 강태한은 최성현의 질문에 의아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의 가방에서는 길쭉한 금속 막대들, 그리고 딱 봐도 큼지막한 천 몇 장이 나왔다.
“이거… 텐트 아니야?”
“맞아.”
“왜 그렇게 큰 가방을 메고 있나 했더니… 잠깐.”
강태한의 가방에서 나온 것은 전부 텐트였다.
대강 규모를 보아하니 여러 명이, 이를테면 여기에 있는 모두가 잠을 자더라도 충분할 정도로 커 보이는 텐트였다.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이 이어진 순간, 최성현은 말을 멈추고는 강태한을 쳐다보았다.
“혹시, 오늘 여기서 자고 가려고?”
“맞아. 근데 실장님이 말을 안 하셨나 보네.”
강태한은 당연하다는 듯이 답하고는, 바닥에 늘어놓은 텐트 장비들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그 손놀림과 진행 속도가 전문가처럼 굉장히 신속했는데, 최성현의 눈에는 그 모습이 괜스레 얄밉게 보이고 있었다.
* * *
“하루 자고 간다고요?”
최성현에게 그 말을 전달받았을 때, 안마사들의 반응은 이루 말할 것 없이 역동적인 것이었다. 다만 그 뒤에 이어지는 최성현의 말이 그나마 그들의 충격을 완화시켜 주었다.
“네. 대신 신청자를 받아서 따로 일정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야영까지 함께할 사람들이랑, 오늘 해가 지기 전에 하산할 사람들로 나눠서요.”
이곳에서 하루 머무를 생각으로 계획을 진행시킨 강태한이었으나, 아무리 그래도 융통성이 없지는 않다. 다른 일정이 있을 수도 있고 그냥 이 상황을 원치 않는 사람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함께 있을 신청자들만 따로 남겨 두고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돌려보내는 것이 맞다. 하루 머무르는 것이 효과는 확실하겠으나, 그렇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효과는 거둔 셈이 될 테니까 말이다.
“으음… 하루를 묵는 것까지는 생각을 못 했네요.”
“나 내일 아침에 면허증 찾으러 가려고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안마사들 사이에서 난감해하는 목소리가 하나둘씩 나왔다. 다들 당일치기를 생각하고 있었지, 1박을 할 거라 생각을 못 했던 탓이다.
“그렇지만… 음… 나쁠 것 같지 않기도 하고.”
“뭐, 면허증도 나중에 찾으러 가도 되긴 하죠…….”
다만 그러면서도 ‘그럼 전 돌아가겠습니다.’라는 말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보다는, 난감해하면서도 서로 눈치를 살피는 기색이다.
그들 또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곳에서 하루를 묵게 되면, 설령 조금 귀찮고 번거로울지언정 그들에게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걸 말이다.
이곳은 대략 산 중턱에 해당되는 위치.
맨 아래에서 여기까지 올라오는 데까지는, 뭐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허나 그사이에 심호흡을 좀 한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영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아예 여기에 자리를 잡고 하루 종일 명상에만 집중을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잘은 몰라도 그동안은 경험해 보지 못한 커다란 성취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나는… 하루 묵고 가는 게 좋겠는데?”
결국, 가장 먼저 나온 선택은 남는 것이었다.
“갑작스럽긴 하지만 뭐, 어떻게 보면 공기 좋은 곳에서 피크닉이네. 그리고 원장님도 우릴 괴롭히려고 이런 계획을 세우신 건 아닐 거 아니야.”
남자의 말에 다른 이들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강태한이 그동안 쌓아 온 신뢰도 있겠으나, 이미 산을 올라오며 이곳의 영험함을 톡톡히 체험한 바가 있다.
“흠흠. 그럼 나도 하루 있다 가는 걸로 할까.”
“원장님이 하라고 하면야 뭐, 북극에서도 하루 자고 올 수 있지!”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하루 묵고 가는 것이 대세가 되는 흐름. 최종적으로는 한 명도 빠짐없이 하루 있다 가는 것이 결정되었다. 그 결과에 최성현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결과적으로는 태한이 녀석 생각대로구만…….’
혹시 모르니 선택지를 주라고 한 건 강태한 본인이었으나, 그는 ‘아마 다들 남기는 할 것이다.’라는 말을 덧붙였었다. 거진 확신이 담겨 있는 목소리였었다.
‘뭐, 여기에 남는 편이 여러모로 좋기는 하지.’
이는 최성현 또한 마찬가지다.
다른 안마사들이 모두 하산을 한다고 했더라도, 설령 강태한조차도 계획을 취소하고 돌아간다고 해도 최성현은 이곳에 남았을 것이다.
이 주변에 충만하게 채워져 있는 이 영기.
그저 숨을 쉬고 내뱉는 것만으로도 체내에 힘이 쌓여 가는 이곳을, 그렇게 훌쩍 떠나 버릴 이유가 없다. 적어도 그의 입장은 그러했고, 다른 안마사들의 입장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진 않은 모양이었다.
“그럼, 다들 함께하시는 걸로 결정이네요.”
“그렇죠. 그럼… 이제 뭘 하면 되려나?”
“흐음… 글쎄요.”
한 안마사의 질문에 최성현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침음을 흘렸다. 그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태한이 말로는, 그냥 각자 알아서 시간을 보내시면 될 거라고 했어요. 명상을 하셔도 되고, 그냥 멍을 때리고 계셔도 좋고.”
주위에는 평소에 느낄 수 없었던 영기들이 충만하고, 덕분에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수행이 된다.
명당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고, 그렇기에 굳이 무리를 해서라도 이곳으로 안마사들을 데려온 것이리라.
다만 잠시 후, 일정 시간이 지나자 천마안마의 안마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저마다 자리를 잡고 깊은 명상에 들어서고 있었다. 이곳의 가치를 느끼고 있는 것은 그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 * *
“흐음…….”
한편, 그런 안마사들을 지켜보고 있던 강태한은 만족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싱긋 미소를 짓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역시 오길 잘했군.’
천마안마의 안마사들은 이미 모두 기감이 트인 상태지만, 최성현과 두어 명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나 다름이 없다.
그런 상황에 처음으로 접해 보는 명당(明堂)의 영기.
당연히 내공을 쌓고 성취를 얻는 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무림인들이 괜히 명당 하나 때문에 목숨을 거는 것이 아닌 셈이다.
물론 무림에서 명당으로 꼽히는 곳들과 비교를 하자면, 여기는 비교가 애매할 정도로 굉장히 왜소하고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초심자들이 득(得)을 보기에는 더욱 적합한 곳이라고도 볼 수 있으리라. 그동안 강태한이 지맥을 가다듬으며 영기의 성질 자체가 순해진 것도 있고 말이다.
“이렇게 활용하는 편이 최선이기도 하고 말이지.”
무림인들이 목숨까지 걸 만한 요소인 만큼, 본래 명당이라는 곳은 되도록 감춰 둬야 하는 곳이다. 같은 문파원에게도 비밀로 할 정도로 말이다.
다만, 강태한은 이미 이곳에서 꽤 오랜 시간 동안 수련을 쌓은 상태고 덕분에 경지도 꽤나 높은 수준까지 회복이 된 상태다. 그리고 지금의 경지에선 이곳에서 명상을 한다고 딱히 유의미한 진척이 생긴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굳이 이곳까지 와서 수행을 할 필요는 없어진 셈.
좀 냉정하게 말하자면… 약초를 구해 가는 거대한 약초터 정도의 느낌이다.
그렇다면야, 지금 당장 급한 곳에 활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자면, 이곳을 활용하여 안마사들의 경지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계획해 뒀던 일정을 앞으로 당긴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게 효율도 더 좋고 말이지… 음?’
그러던 와중, 강태한은 무언가를 발견한 듯 어딘가로 향하더니, 허리를 살짝 숙이고 무언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더덕 같은 거나 좀 캐 가려고 했었는데… 저녁거리 걱정은 할 필요가 없겠군.”
그가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날짐승의 발자국.
대충 발자국의 크기와 깊이를 보아하니, 이제 막 어린 티를 벗고 살이 오르기 시작한 멧돼지의 것으로 추측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