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276)
천마님 안마하신다-276화(276/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276화
재능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딱히 실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 개념이기에 뭐라 정확히 설명을 하기는 좀 애매하겠지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어려울 것도 없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뭔가를 알려 준다 했을 때.
하나를 알면 하나를 익히는 사람이 있다.
하나를 알면 둘을 배우는 사람이 있다.
그걸 응용하여 열을 익히는 사람도 있고, 백 가지를 터득하는 사람도 있다. 단순한 가르침에서 묘리를 꿰뚫어 보고 그 너머의 경지까지 넘보는 이도 있다.
남들이 하나를 배울 때 둘을 배울 수 있는 자질.
물론 남들보다 익힐 수 있는 무공의 폭이 넓어진다거나, 상반되는 무공을 동시에 다룰 수 있게 된다거나 하는 것들도 있긴 하지만, 결국은 저게 재능이라는 것의 가장 기초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일 것이다.
‘뭐 그렇다고 재능이 전부는 아니긴 하지만…….’
멀리 갈 것도 없이, 강태한 본인이 그런 케이스다.
느닷없이 중원 한복판에 뚝 떨어져서 어떻게든 살아남고, 최종적으로는 무림의 한 축을 담당하는 집단의 수장까지 올라갔었으니까 말이다.
다만 그게 마냥 쉬운 일이었는가, 하면 강태한은 질색을 하며 고개를 내저을 것이다. 그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그야말로 수없이 많은 행운과 기연 그리고 기나긴 고행과 굴욕의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강태한에게 티끌만 한 재능이라도 있었다면.
그랬다면 그 고행과 굴욕의 시간들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모두 지난 과거의 일이지만, 그에게는 그 부분이 못내 아쉬우면서도 억울한 부분이었다.
사실 자연스러운 일이기는 했다.
무공에 재능을 가진 기재(奇才)는 무림의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인재다. 어중간한 재능이라도 대부분의 문파에서 괜찮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정도다.
헌데 영약이나 명당은커녕, 대기 중의 영기조차도 희박한 현대에서는 오죽하겠는가. 강태한은 현대에서 살던 사람이었으며 그런 그에게 무공의 재능이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건 정말 희귀한 경우라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겠네.’
다만 언제나 예외는 존재하는 법.
세상에는 상식이라는 것이 있지만, 그 상식이라는 것은 종종 어이가 없을 정도로 쉽게 깨져 버리는 개념이다. 예를 들면, 그의 앞에 서 있는 이 아이처럼 말이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구룡신맥(九龍神脈)인가.’
혈 자리와 혈도의 구조가 마치 아홉 마리의 용이 뒤엉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
사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해 기맥이 잔뜩 꼬여 있는 상태인 거고, 실제로 이와 비슷한 구조의 혈을 지닌 사람은 대부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며 수명도 그리 길지 못한 편이다.
허나 간혹 그 꼬여 있는 구조가 신기할 정도로, 심지어 무림인으로서 아름답게 보일 정도로 무공에 적합하게 배치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구룡신맥이다.
이론상 존재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발현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재능.
음양지체(陰陽之體)나 오행지체(五行之體)처럼 어떤 기운 같은 것을 타고난 것은 아니지만, 그냥 몸의 구조 자체가 무공에 적합하게 이뤄져 있다. 그것도 굉장히 이상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말이다.
‘직접 보는 것은 이걸로 두 번째인가…….’
처음 보았던 이는 무림 최고의 기재(奇才)로서 이름을 날렸던 고수이자… 어느 순간부터 미치광이로 전락하여 그 본명보다 광마(狂魔)라는 별칭으로 더욱 유명해진 인물이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마주치게 된 두 번째.
사실 현대에서 무공과 관련된 재능을 본 적이 없는 건 아니다. 음양의 기운에 적성을 타고난 최성현이라든가, 아예 오행지체를 이루고 있는 정가인이라든가, 그 외에도 몇 명 정도 보아 온 적이 있다.
허나 이 정도의 재능을 보게 된 것은 처음이다.
이쯤 되는 수준이라면, 이대로 무림에 떨어지더라도 어지간한 문파에서 수제자 자리 정도는 꿰찰 수 있는 정도다. 그냥 그 재능만 보고 말이다.
* * *
‘다만… 문제가 조금 있군.’
송준우를 살펴보고 있던 강태한은, 팔짱을 끼더니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기대앉았다. 애매하게 보이는 그 표정은 약간 아쉬워하는 것처럼도, 안타까워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준우… 라고 했었지.”
“네. 송준우입니다.”
강태한의 말에 아이는 담담하면서도 또박또박한 말투로 답했다. 강태한은 재차 그의 몸을 훑어보더니, 뒤이어 입을 열었다.
“혹시 어렸을 적에 사고를 당한 적이 있나?”
“있어요. 교통사고였는데…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꽤 큰 사고였다고 들었어요.”
“그렇구나.”
강태한은 납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러면 지금의 상태도 이해가 간다.
아홉 마리의 용이 뒤엉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이름이 붙여진 구룡신맥. 당연한 말이지만, 그 구조는 굉장히 복잡하고 섬세하게 이뤄져 있다.
허나 섬세하다는 것은 그만큼 망가지기 쉽다는 뜻이다. 구룡신맥은 그 복잡한 구조만큼 망가지기 쉽고, 또한 스스로 회복되기도 힘들다.
그리고 구조가 흐트러지게 된 구룡신맥은…….
그냥 쓸데없이 비효율적으로 꼬여 있는 혈도에 불과해진다. 툭 하면 탁기가 고여 혈도가 막히고 제대로 힘을 뽑아 쓰기도 힘든 형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아이의 혈도가 딱 그 상태였다.
작은 몸 안에 빽빽하게 채워져 있는 아홉 마리의 용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그저 혈도의 흐름을 방해하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면 사고가 났을 때…….”
“야, 태한아.”
허나 강태한이 좀 더 자세히 물어보려고 할 때.
옆에 있던 최성현이 그를 제지하듯 팔뚝을 툭툭 두드렸다. 그러고는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 물어봐.”
“왜? 무슨 일이라도… 아.”
고개를 돌려 최성현과 눈을 마주친 강태한은 대강 눈치를 챌 수 있었다. 최성현은 안타까움과 난감함이 반씩 섞인 표정으로 고개를 젓고 있었다.
‘…할머니와 같이 살고 있다고 했었지.’
양부모가 생업이 바빠 조부모에게 맡겨 둔 걸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맡겨 둔 것일 수도 있다. 정말… 어쩔 수가 없는 이유로 말이다.
이건 자기가 무심했던 부분이 맞다.
잠시 흐르는 정적. 강태한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열었다.
“말하기 힘든 이야기일 수도 있었을 텐데, 너무 무심하게 물어봤구나. 미안하다.”
“아니에요. 그냥 옛날 일인데요, 뭐.”
강태한의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비해 송준우의 목소리는 담담한 편이었다. 그는 오히려 강태한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형은 제가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말하지도 않았는데, 신기하다.”
말투는 자연스러웠으나 약간의 연기 톤이 느껴진다.
정말 신기해서 그렇게 말을 했다기보다는, 머쓱해하는 강태한을 배려하여 이야기를 이어 나간 느낌이다. 아니면 불편한 화제를 넘기는 게 익숙해진 걸까.
‘어느 쪽이건 그 나이대 어린아이 같지는 않구만…….’
강태한은 손깍지를 끼워 무릎에 올려놓고는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옆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뭐, 내가 감이 좀 좋아서 말이야.”
“하긴, 그러고 보니 형이 진짜 원장님이죠? 성현이 형보다 높은 원장님이요.”
“그럼 나는 가짜 원장님에 낮은 원장님이냐?”
송준우의 말에 최성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물론 마냥 틀린 표현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뭔가 묘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럼 이해가 가네요. 성현이 형도 되게 솜씨가 장난 아니라고, 되게 신통하다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말씀하시던데, 형은 그보다 더 신통한 거니까요.”
다만 그 뒤에 이어진 말에 최성현은 히죽 미소를 지었다. 약간 강태한과의 비교가 들어 있기는 했으나, 틀린 말이 아니었으니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신통하다라…….”
반면 강태한은 의미심장한 뉘앙스로 그 말을 되뇌었다. 그러고는 입가에 미소를 띤 표정으로 송준우를 쳐다보며 말했다.
“뭐,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형 실력이면 네 키도 크게 해 줄 수 있고, 어깨 저린 거랑 불면증도 같이 고쳐 줄 수 있거든.”
“…네?”
처음 나온 반응은 의아함.
앞에 있는 강태한이 무슨 말을 한 건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분명 듣기는 똑똑히 들었으나, 처음 만난 사람이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다음 이어진 것은 경악.
키와 관련된 이야기라면 나올 법도 하다. 송준우는 기껏해야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지만, 그는 사실 중학생이었으니까.
키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고, 만약 성현이 형이 원래 나이를 사전에 말해 줬다면 더욱 그러하다.
허나 어깨가 저린 것과 불면증은… 아무도 모른다.
혹시라도 걱정할까 봐 할머니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 일들이다. 어깨는 움직이는 걸 보고 알았다고 하더라도, 불면증은 대체 어떻게 알아냈단 말인가.
“정말… 로요?”
그리고 그다음에 나타난 감정은, 기대다.
이 사람은, 진짜다. 아직 신뢰감까지 생긴 것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뭔가 비범한 것이 있다는 것 정도는 눈치챌 수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이어지니, 이제 다시 아까 전에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는 그의 몸 상태만 짚어 낸 것이 아니라, 고쳐 줄 수 있다는 말도 함께 했다.
“물론이지. 오래 걸리지도 않을걸.”
그 기대는 저버려지지 않았다.
강태한은 두 번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그리고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이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동시에 송준우의 얼굴엔 설렘이 피어올랐다.
‘키가 커질 수 있다고?!’
어깨 저린 게 사라지는 것도 좋다.
불면증이 낫는 건 그야말로 대환영이다.
하지만 그의 기대를 끌어 올리는 가장 큰 요소는…….
두말할 것도 없이 키다.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된 나이.
허나 송준우를 처음 만난 사람이 그가 중학생인 걸 알아본 적은 거의 없다. 기껏해야 초등학생 고학년 정도로 보는 게 대부분이다.
그야 그럴 만도 하다.
그가 봐도 학교의 다른 애들에 비해서 자기는 키가 많이 작은 편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부분에 신경이 안 갈 수가 없다. 그냥 되도록 평소에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할 뿐… 어차피 신경을 쓴다고 해서 바뀌는 영역도 아니니까 말이다.
헌데, 지금 앞에 있는 강태한은 그게 너무나도 쉽게 해결되는 일이라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그것도 이미 앞에서 신통방통한 모습을 보여 준 뒤에 말이다.
“진짜로요? 그게 된다고요?”
그래서 그런 것일까.
평소 동네에 어른스럽기로 소문난 송준우의 얼굴에는, 그제야 그 나이대다운 표정이 나타나고 있었다.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찬 미소를 지은 채로 말이다.
“그럼. 된다니까 그러네.”
그 얼굴에 강태한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사고의 영향으로 혈도가 꼬여 구룡신맥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는 했으나, 지금의 단계에선 충분히 강태한이 원상 복구 시켜 놓을 수 있었다.
일단 아직 성년이 되지 않아 혈도의 구조가 굳어지진 않은 성장기이며, 전체적으로 혈도가 헝클어진 것이지 딱히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구룡신맥은 그 구조 자체가 특별한 것이지, 체내에 음양이나 오행 같은 상반되는 기운들이 얽혀 있는 것도 아니다. 폭탄 같은 음양지체나 오행지체를 다루는 것에 비하면 여러모로 양반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대신 조건이 있긴 하지.”
“아… 그야 그렇겠죠.”
다만 강태한이라고 해서 그냥 해 줄 생각은 없다.
그리고 그런 강태한의 말에, 송준우의 기대는 빠르게 식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것은 당연한 진리였으며, 그에게 있어 현실을 상징하는 말이었다.
“나름 신경 써 주신 것 같은데, 죄송해요.”
“…갑자기 왜?”
“제가 금전적인 여유가 별로 없거든요. 아무래도 헛수고를 하게 한 것 같아서…….”
잘은 모르지만, 저번에 성현이 형은 한 달 전에 예약을 해도 안마를 받기 힘들 정도로 손님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들었었다.
그렇다면 그보다 솜씨가 뛰어난 이 사람은, 그보다 손님들이 더 많이 찾아오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런 사람이 따로 특별하게 안마를 해 주는 것인데, 그게 한두 푼일 리가 없었다.
키가 커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할머니에게 그런 큰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할머니는 이미 자신 때문에 너무 많은 고생을 하고 계셨으니까 말이다.
“뭔가 오해를 한 것 같은데.”
다만 그런 송준우의 고민은 쓸데없는 것이었다.
강태한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살짝 허리를 숙여 송준우와 눈높이를 맞추면서 입을 열었다.
“내가 말하려던 조건은 돈이 아니라 다른 거라고.”
“다른 거요?”
“그래. 뭐 그렇다고 어려운 건 아니고…….”
강태한은 슬쩍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리더니 발 아래쪽의 바닥을,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곳의 건물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혹시, 여기 안마 아카데미에 다녀 볼 생각 없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