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279)
천마님 안마하신다-279화(279/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279화
“이거 영상 조회 수, 진짜 장난 아니네…….”
한편 천마안마의 사무실.
안쪽 소파에 앉아 있던 황 실장은 팔장을 낀 채 앞에 놓인 노트북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화면에서는 현재 인기 급상승 영상 순위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천마안마에 다녀간 사람들의 인터뷰가 담긴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반응들은 괜찮나요?”
“그냥 괜찮은 수준이 아닌데? 단적인 예로… 잠깐 다른 짓 좀 하다가 새로 고침을 눌러 봤더니 아까 전보다 십만은 더 올라가 있어.”
그렇게 말하며 황 실장은 또 한 번 새로 고침 버튼을 눌렀다. 이번에는 텀이 짧았던 탓인지 십만까지 올라가진 않았으나, 그래도 확실히 그 잠깐 사이에도 조회 수가 만 단위로 올라가 있었다.
“흐음… 덴버 씨가 잘 만들어 주셨나 보네요.”
잠시 영상을 살펴보던 강태한은 싱긋 미소를 짓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목욕탕에서의 인연으로 알게 된 헬스 왓튜버 덴버정. 그는 여기서 머무르던 캘리버와 함께 재활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더니,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었다. 특히 북미 쪽에서의 구독자가 엄청 늘었다나.
어쨌거나 그 이후 천마안마에 좀 더 도움이 될 만한 영상을 찍었으면 좋겠다면서 허락을 구하더니, 그렇게 새롭게 업로드 된 영상이 바로 이 영상이다.
약 한 달 정도의 기간 동안 손님들을 인터뷰하고, 그걸 편집하여 만들어 낸 영상.
영상에는 일반 손님부터 국내 유명인, 심지어 해외의 유명인까지 매우 폭넓은 인물들의 인터뷰가 담겨 있었는데, 하나같이 흥미로운 사연이 담겨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었다.
예를 들면 몇 년 동안 달고 다녔던 수술 후유증이 사라졌다든가, 펴지지 않던 허리가 펴진다든가, 불임이 해결되었다든가, 빌빌거리던 팀 성적이 갑자기 리그 상위권까지 치솟아 올랐다든가…….
“사실,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이기는 한데 말이지.”
“그런가요.”
“그렇지. 나도 요새는 태한 씨랑 오래 있어서 좀 무감각해진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 원래는 말이 안 되는 일들이니까 말이야.”
까놓고 말하자면, 어디 수상한 종교에서 나눠 주는 전단지에나 적혀 있을 법한 그런 내용들이다. 거의 간증(干證)이나 다름없는 이야기들이었으니까 말이다.
허나, 영상에 나오는 사람의 대부분은 소위 유명인이라 불리는 인지도 높은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말을 하면, 아무래도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조금은 더 신용이 갈 수밖에 없는 법이다.
“뭐… 없는 말을 지어낸 것도 아닌데요.”
“흐음. 그야 그렇기는 한데…….”
담담한 말투로 답하는 강태한의 반응. 그 모습에 황 실장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슬쩍 어깨를 으쓱이거나 들뜰 법도 한데, 대단치 않은 일이라는 듯한 반응이 참 강태한다운 모습이었다.
* * *
“음… 덴버 씨한테 맡기길 잘한 것 같네. 확실히 좀 잘 만드는 느낌이라고 할까? 해외 쪽 구독자들이 많아서 반응도 폭 넓게 확 끌어모은 느낌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차례 영상을 살펴본 두 사람. 영상이 마무리가 되고 거의 끝나 갈 즈음, 조용히 시청하고 있던 황 실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러게요. 생각 이상의 반응이라 오히려 좀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덴버정의 채널은 본래부터 해외 쪽에서도 꽤나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편이었는데, 특히 캘리버와 관련된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북미 쪽 구독자들이 대폭 늘어난 상태라고 말했었다.
애초에 본인이 직접 자막도 만들고 있기도 하고… 범위가 국내로 한정된 게 아니라 영미권에도 한발 뻗어 놓고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렇게까지 조회 수가 나오는 것도 아마 그 덕분일 것이다.
“보니까 실제로 댓글들도 거의 다 영어네.”
“그래요? 아… 그렇네.”
슥슥 마우스 휠을 굴리며 스크롤을 내리는 황 실장.
대강 댓글들을 살펴보니, 한글보단 영어로 적혀 있는 댓글들이 많다. 강태한은 앞으로 슬쩍 고개를 내밀고는 화면에 띄워진 댓글들을 훑어보았다.
[여기 페르모 가이드에도 실려 있는 곳 아닌가? 이번에 한국으로 출장 갈 일 있어서 한번 찾아봤었는데, 예약 잡는 것부터 빡세서 포기했었음.] [여기 있는 이야기가 다 진짜라고? 내 생각에는, 그냥 가게 안에서 단체로 약을 한 사발씩 하고 환각을 보고 나왔다는 게 더 맞는 말인 것 같은데?] [약 한 사발에 환각이라. 그럴듯하네.] [근데 앞서 올라온 캘리버 재활 영상들 보면 진짜이기는 한 듯. 실제로 완전 멀쩡해져서 복귀해 가지고 당장 어제 경기에서도 롱패스 휙휙 던지고 있었잖아.] [난 저번에 다녀와 봤음. 한국 거래처에서 예약을 잡아 줬었는데, 내가 여태 동안 알던 마사지와 그냥 완전 달랐다. 그땐 일반 코스로 받았는데 두 달 뒤에 천마코스 받으러 다시 한국 갈 예정임.] [일반 코스? 넌 그럼 이 가게의 진짜 제대로 된 맛을 느껴 보지 못한 거야. 여기 안마의 진가는 천마코스에 있다. 넌 아보카도가 없는 과카몰리를 맛본 거나 다름없는 셈이야.]댓글들의 반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다.
신기해하며 자기도 꼭 가 보고 싶다는 부류, 믿기 어려운 이야기라며 헛소리로 치부하는 부류 그리고 자기가 직접 다녀와 본 경험과 후기를 적어 놓는 부류.
개중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건 첫 번째 부류였고, 못 미더워하는 두 번째 부류도 점점 줄어가는 추세로 보였다. 직접 체험해 본 댓글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줄어든 느낌이라고 할까.
“흐음.”
다만 어느 쪽 반응이 많고 적은지는 사실 크게 상관이 없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모여 화제가 되었다는 것, 그 자체에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니 호텔 그룹 쪽이랑은 이야기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강태한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이 황 실장에게 질문을 건넸다.
“호텔 그룹 쪽이라고 하면, 장 사장님?”
“네. 잘 진행되어 가고 있나요?”
천마안마의 분점과 관련하여 진즉부터 함께 사업을 진행하고 싶다며 의견을 피력해 왔던 위아리치 그룹의 장재연 사장.
현재 천마안마도 같은 빌딩에 있는 라이너 호텔과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이기도 하고, 분점을 내는 것 또한 협력을 받는 편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함께 일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이야기가 오고 간 직후에는 사실상 기약이 없는, ‘이렇게 된다면 그렇게 합시다’ 정도의 막연한 이야기일 뿐이었으나.
요 근래에는 본격적으로 계획이 세워지고 이야기가 진행되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본래 생각대로라면 좀 더 나중의 일이었겠으나…….
그럴 만한 여유가 없어졌다고나 할까, 아니면 성장의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빨랐다고나 할까.
인지도와 명성은 하루가 다르게, 그야말로 글로벌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상황인데, 그렇게 찾아오는 손님들의 숫자가 가게 한 곳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숫자를 진즉에 넘어 버린 탓이다.
“잘 진행되고 말고의 수준이 아니던데?”
“그게 무슨 의미예요?”
“그냥 이미 준비를 다 해 둔 상태나 마찬가지더라고. 과장을 조금 보태면, 우리 쪽에서 사람만 보내면 당장 내일이라도 영업을 시작할 수 있는 정도?”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준비를 끝마치고 이쪽의 반응만 기다리고 있는 수준이다.
공간은 이미 진즉부터 빼 두었고, 기초적인 공사와 인테리어까지 얼추 깔아 둔 상태이기에 이쪽에선 세밀한 부분만 체크하면 끝나는 수준.
만약 그런 부분들까지 저쪽에 맡긴다고 하면, 과언이 아니라 이쪽에서 사람만 보내면 진짜로 내일 당장이라도 영업을 시작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으음… 저희 쪽에선 잘된 일이기는 한데, 어지간히 기다리고 계시긴 했었나 보네요.”
“그야 뭐… 솔직히 그럴 만도 하지. 일단 우리 아랫집만 봐도 그런 마음이 들지 않겠어?”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뺨을 긁적이는 강태한. 그런 강태한의 반응에, 황 실장은 검지와 중지를 모아 아래쪽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 라이너 빌딩에 위치해 있는 라이너 호텔.
천마안마의 인지도가 늘어나면서 폭증한 것은, 천마안마의 예약만이 아니다. 그와 함께 라이너 호텔에 찾아오는 손님들의 숫자도 확 늘어난 것이다.
특히나 외국에서 천마안마를 찾아온 손님들.
그들의 입장에선 자연스레 같은 건물에 있는 호텔, 애당초 페르모 가이드에서 함께 묶여 소개되고 있던 라이너 호텔이 아무래도 접근성이 좋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들이 한국까지 와서 안마만 딱 받고 돌아가고 싶어 하겠는가? 기왕 온 김에 며칠간의 서울 관광도 함께 계획했을 것이고, 자연스레 호텔 숙박도 며칠 간 이어지게 된다.
호텔이나 건물주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최고의 입점 매장, 최고의 파트너가 아니겠는가.
“저쪽에서도 제2, 제3의 라이너 호텔들을 만들고 싶은 거지. 혹시라도 다른 호텔에 뺏길 가능성을 남기고 싶지 않을 테고 말이야.”
그렇게 생각해 보면 저쪽에서 저 정도 준비를 해 두고 이쪽을 대우해 주는 것도, 어찌 보면 크게 이상할 게 없는 일이었다. 말 그대로 모셔 갈 만한 가치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어쨌거나, 그런 의미에서 우리 쪽 준비는 어떤가?”
“안마사들이요? 실장님도 매일 보시잖아요.”
“그렇기는 한데… 이젠 봐도 잘 모르겠단 말이지.”
예전에는, 그러니까 찜질방에서 일을 하던 시절에는 황 실장이 안마사들의 실력을 평가하곤 했었다. 직접 안마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손님들의 평가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얼추 각이 보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약간… 다들 좀 너무 높이 올라가 버렸다고나 할까. 자기가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특히 기감 같은 부분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약간 문외한이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엄청 웅장하고 멋있다’ 정도의 평가밖에 내놓을 수 없는 느낌이라고 할까.
다들 실력이 엄청 좋아졌다, 안마를 받으면 엄청 시원하다 정도는 말할 수 있지만, 누가 누구보다 잘하고 못하고는 이제 잘 알 수가 없게 되었다.
“뭐, 저희 쪽도 준비는 끝내 놓은 상황이죠.”
한편, 황 실장의 질문에 강태한은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실력을 보증하겠다는 듯한 자신이 묻어 나오는 목소리였다.
그럴 만도 했다.
일단 명당을 활용한 특훈을 통해 기감을 다룰 수 있는 그리고 프리미엄 코스를 담당해도 문제가 없을 실력의 안마사들을 확보해 두었고.
아카데미에서도 진도가 빠른 이들은 하나둘씩 수료를 마치고 본점에 안마사로 합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지난번에 안마사분들한테도 물어봐 뒀었거든요. 다른 분점으로 옮겨 가실 의향들이 있으신지요.”
“아, 그래? 그럼 가볍게 명단 좀 짜 볼까?”
황 실장은 화색을 짓는 동시에 여태 동안 보고 있던 왓튜브 창을 내리고, 새 엑셀 창을 화면에 띄웠다. 명단을 채우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 *
“이것 참 신기하단 말이여…….”
오래된 동네의 가파른 언덕길.
그 길을 올라가면서, 한 할머니가 의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잠시 발을 멈추고, 동네를 한 바퀴 훑어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삼십 년 넘게 살아온 동네인데,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진 느낌이야.”
딱히 대규모 공사가 시작됐다거나, 새로운 건물이나 상권이 들어섰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여태 동안 그래 왔듯 조용한 주택가일 뿐이다.
하지만… 뭔가가 달라졌다.
그리고 유심히 주변을 둘러보다 보니, 머지않아 세밀하게 변화된 부분들을 몇 개 찾아볼 수 있었다.
어느 주택에 몇 년 동안 방치되어 있던 정원의 나무가 손질되었다거나, 길거리에 담배꽁초가 사라졌다거나, 벽에 그려졌던 낙서가 지워졌다거나.
뭐라고 할까. 전체적으로 깔끔해지고 그동안 방치되어 있던 것들이 치워진 느낌이다.
“요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건강해지셨잖아.”
그러던 와중, 할머니의 뒤에서 리어카를 밀던 아이, 송준우가 입을 열었다. 그는 언덕 아래쪽의 노인회관을 가리키며 말했다.
“산책 다니시면서 동네 청소도 하고, 뭐 동사무소에 가서 일거리도 알아보시고, 다들 그러신다던데.”
이 동네는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었다.
서서히 죽어 가던 동네에 생기가 깃든다고 할까.
동네 골목을 돌아다니는 노인들의 숫자도 늘어났고, 심지어 그 노인들의 허리도 점점 펴져 가고, 표정에도 활력이 맴도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예시를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었다.
송준우, 그의 할머니도 무릎이 안 좋아 아침마다 항상 절뚝이셨는데, 지금은 매일 아침 물도 떠올 겸 산책을 다녀오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근데 준우야.”
“응?”
“너 키가 좀 훌쩍 큰 거 같다?”
허나 가장 눈에 띄게 바뀐 사람은 따로 있었다.
“음… 시야가 좀 높아진 것 같긴 한데.”
“그리고 어깨도 좀 넓어진 것 같고…….”
“그런가?”
송준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머리에 손을 얹어 보더니, 어깨도 두어 차례 휘휘 저었다.
본인 스스로는 제대로 체감을 못 하고 있었지만.
얼핏 초등학생으로 오해를 받기 십상이었던 그의 몸은, 그동안 부진했던 성장을 만회하려는 듯 기맥이 뚫린 그날부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