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284)
천마님 안마하신다-284화(284/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284화
“시, 실장님?”
“으어어억! 아퍼, 몸이 너무 아퍼!”
눈을 뜨자마자 앓는 소리를 내며 등을 붙잡았던 황 실장은, 이내 고통을 호소하며 땅바닥에서 이리저리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다만 좌우로 사정없이 굴러다니고 있는 그 모습은, 역설적으로 그의 상태가 괜찮아졌음을 알리는 증거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고통을 느끼는 것도 몸에 의식이 남아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적어도 방금 전까지 시체처럼 죽어 있던 모습에 비하면, 힘껏 비명을 내지르고 있는 지금의 모습은 오히려 생기가 넘쳐흐르는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으허엉! 실장님, 다행이에요!”
“다행? 사람이 아파 죽겠다는데 이 새끼는……!”
“진짜 사람 죽는 거 보는 줄 알았다고요!”
황 실장의 옆에 쪼그려 앉아 있던 조재우는 기어코 울음을 터트렸다. 그럴 만도 했다. 도중부터 강태한의 지시로 지압을 도왔던 그는, 황 실장의 맥박이 서서히 사그라져 가는 것을 직접 체감했던 것이다.
사람이, 그것도 자기가 알고 지내던 사람이 죽어 가는 것을 직접 체감한 셈이라고나 할까. 그 때문인지, 황 실장이 깨어난 지금까지도 그의 손은 사시나무처럼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아니… 진짜 아파 죽겠는데, 뭔데?’
그런 조재우의 반응에서 황 실장은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고통 때문에 시야가 좁아져 있던 그제야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빌딩 앞 길거리의 한복판. 거기에 쓰러져 있는 자신과 그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수많은 시선… 다들 전체적으로 숙연하면서도 감동이 흐르고 있는 것이, 고요하면서도 굉장히 촉촉한 분위기였다.
‘…뭔데?’
어린아이를 구하기 위해 횡단보도로 뛰어 들어갔던 것까지는 기억이 난다. 허나, 그 이후로는 아직 기억이 잘 안 난다. 주변에 몰린 인파와 시선들을 뒤늦게 알아본 그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태한 씨? 태한 씨도 있었네?”
그 상황 속에서, 황 실장은 그제야 강태한의 얼굴을 발견하고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조그맣게 입을 열었다.
“이게 지금 다 뭐야?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이 몰려 있는데?”
“…황 실장님은 죽었다가 살아났어요.”
“내가 죽다 살아났다고?”
“네. 뭐 완전히 죽으셨던 건 아니지만,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가셨다고 봐도 되겠죠.”
평소처럼 담백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였으나, 황 실장은 그 말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온몸이 쑤시는 것이 성한 곳이 없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죽기 직전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수준은 아니었던 탓이다.
애초에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 가능이나 했겠는가. 황 실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없는 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강태한이 농담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런 상황에서 저런 농담을 할 만한 사람도 아니다. 그러던 와중, 옆에 앉아 있던 조재우가 강태한의 말을 거들 듯이 입을 열었다.
“전 진짜 이대로 실장님이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마지막쯤에는 숨도 안 쉬고, 맥박도 끊어진 상태였고… 그냥 반쯤 시체였다고요.”
“내가? 그 정도였다고?”
“아니 글쎄 그렇다니까요! 원장님이 계속 붙잡고 어떻게 해 가지고 겨우 살려 낸 거지, 진짜 죽기 직전까지 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에요.”
조재우는 두말하면 입이 아프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황 실장은 다시 반대쪽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의학적으로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그리고 강태한의 능력을 낮게 평가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뭐 백번 양보해서 어찌 숨을 붙여 놓는 것까지는 어떻게 가능했다 치더라도, 이렇게 정상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태까지 회복시키는 것은 말 그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불가능하죠.”
그리고 그 말에 강태한은 이번에도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담백하게 사실을 담아 낸 답변이었다.
“…그럼, 난 어떻게 살아 있는 건데?”
“그건 저도 모르겠네요.”
이번에도 솔직한 대답이었다.
황 실장의 질문에 대답하는 동안, 아니 그 이전에서부터 강태한은 계속 그 초록빛 불꽃이 일렁이던 자리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방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강태한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 * *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는데요?”
“뭐 그 뒤에 바로 구급차가 왔고, 실장님은 바로 병원으로 가셨죠. 방금 전에 단톡방에 인증샷 올리신 걸 보면, 상태도 딱히 나쁘지 않으신 게 아닐까요.”
그리고 잠시 후, 천마안마.
가게로 돌아와 휴게실 소파에 앉아 있는 조재우는,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는 최성현에게 방금 있었던 일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있었다.
“…하아아.”
그리고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최성현은, 한차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동안의 걱정과 안도의 의미가 같이 섞여 나오는 깊은 한숨이었다.
“진짜 처음 이야기 들었을 땐 깜짝 놀랐는데.”
강태한이 그야말로 쏜살처럼 튀어 나간 이후.
갑자기 휴게실에 덩그러니 남아 있게 된 최성현은, 그야말로 어리둥절한 상황이 되어 버렸었다.
강태한은 어디에 간다고도 말하지 않고 사라져 버렸고, 그 속도가 워낙 빨랐던 탓에 쫓아갈 수도 없었다. 더군다나 스마트폰까지 두고 나가 버렸다.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하는 것으로 보아 긴급한 상황인 것 같기는 한데, 그게 무슨 일인지 알아낼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쫓아 나가자니 황 실장과 강태한이 자리를 비운 마당에 자기까지 가게를 비우는 건 아무래도 좀 아닌 것 같았다.
결국 자리에 앉은 채 큰일이 아니길 바라면서 발만 동동 구르며 기다리고 있었던 것.
도중에 강태한의 스마트폰에 통화 내역을 보고 전화를 걸어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었지만, 잠금을 해제할 수가 없어 그것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쨌거나 잘 해결됐다니 다행이네요.”
뒤늦게 황 실장이 사고를 당해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갔었다는 말을 듣고는 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어떻게 잘 해결되었다는 말에 최성현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사실, 그의 불안감을 키운 요소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근데, 그렇게 잘 해결됐으면 태한이 저 녀석은 왜 사무실에 박혀서 안 나오고 있는 거예요?”
최성현은 엄지손가락으로 사무실이 있는 쪽 방향을 가리키며 물었다. 가게로 돌아온 강태한을 처음 보았을 때, 최성현은 뭔가 일이 벌어져도 크게 벌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럴 만도 했던 것이, 가게에 들어올 때부터 세상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더니, 혼자 있게 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사무실로 쑥 들어간 것이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그야말로 누가 봐도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모습이었다고 할까.
그런 모습을 보인 마당에 황 실장이 사고를 당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으니, 최성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글쎄요. 뭐, 원장님도 심적으로 많이 힘드시지 않았을까요. 어쨌거나 실장님이 죽기 바로 직전까지 갔었던 건 사실이니까요.”
“하긴… 그것도 그렇기는 하네요.”
맥박은 말 그대로 생명의 박동이다. 얼핏 당연한 말이기는 하지만, 기감이 트이고 혈도를 읽을 수 있게 된 이들에게는 좀 더 깊은 의미로 와닿는 말이다.
헌데 눈앞에서 사람이, 그것도 자기가 아는 사람이 죽어 가고 있고, 그 맥박이 서서히 희미해져 가는 것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게 된다면…….
직접 체험해 보진 못했으니 잘은 모르겠으나, 너무나도 끔찍한 경험이지 않을까. 최성현은 상상을 해 보는 것만으로도 살짝 소름이 돋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저도 실장님이 눈을 뜨는 걸 봤을 때 그냥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고요.”
그리고 조재우는 현장에서 강태한을 보조하며 그 경험을 함께 겪은 사람이다.
그 당시 느꼈던 불안감과 초조함 그리고 무력감…….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그야말로 절망적인 상황. 비록 중간부터 합류한 것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그 부담감과 좌절감에 손발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그냥 옆에 쪼그려 앉아서 보조 역할로 지압 정도만 했던 자신도 이 정도인데, 그 모든 과정을 이끌어 갔던 강 원장의 심적 부담은… 감히 짐작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다.
“전 원장님의 마음도 이해가 가네요. 솔직히 말하면, 저도 이따 바로 예약만 없으면 조퇴하고 집에서 쉬고 싶은 기분이거든요.”
“으음… 듣고 보니 맞는 말이네요.”
조재우의 말에 최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틀린 말이 아니다. 오히려 이해를 해 주지 못한 것이 괜스레 미안하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어떻게 뭐라도 좀 해 주고 싶은데…….”
“그건 뭐… 지금부터 가게 일을 하시는 걸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가게 일이요?”
조재우의 말에 최성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물론 오후에 손님 예약이 꽉 차 있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긴 했지만, 말의 뉘앙스가 왠지 다른 걸 말하는 것 같은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네. 사실 점심시간 전까지 실장님이 처리하고 계셨던 사무 작업이 좀 있었거든요. 어려운 일은 아닌데, 양이 좀 많고 오늘까지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라고 하셨었어요.”
분점이 개업을 한 직후인지라 이것저것 처리할 일들이 갑자기 늘어났다고 했던가. 조재우는 황 실장과 같이 식사를 하며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런데요?”
“그래서 실장님이 구급차에 올라가기 전에 말 좀 전해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부원장한테 ‘대신 작업들 좀 마무리해 놔라.’라고요.”
거기까지 들은 최성현의 표정이 일순 굳었다. 허나 이내 풀어지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게 또 그렇게 되네.”
황 실장은 입원을 했고, 원장인 강태한도 사정이 있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그다음 책임자는 부원장이지 않겠는가.
“어쩔 수 없지, 뭐…….”
최성현은 슬쩍 고개를 돌려 옆자리에 두툼하게 쌓여 있는 서류 더미를 보았다. 다름이 아니라, 점심시간 전까지 황 실장이 처리하고 있던 서류들이다. 이젠 자신의 몫이 되었지만 말이다.
* * *
한편, 가게로 돌아오자마자 사무실에 자리를 잡고 앉은 강태한. 사실 최성현과 조재우의 추측과는 달리, 그가 혼자 있고 싶다고 한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흐으음…….’
그저, 가만히 혼자 집중한 채로 사색에 잠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을 뿐이다.
마음 같아선 당장 어디 산속에라도 처박히고 싶었지만, 예약도 있는데 무작정 가게를 비울 수 없으니 일단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때 보았던 것은…….’
초록빛으로 타오르고 있던 작은 불꽃.
그걸 마주한 순간, 이 세상에는 오로지 강태한과 그것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적어도 그가 느낀 감각은 그러했다.
그리고 그다음 순간, 강태한은 그 불꽃에 자신의 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딱히 의식하고 이뤄진 행동은 아니었다. 그렇게 하면 된다고, 본능적인 단계에서 판단하고 손이 먼저 움직인 것이다.
그리고 황 실장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완쾌까지는 아니었으나 거짓말처럼 몸 상태가 호전되었으며, 혈도 또한 엉켜 있는 것은 여전했지만 딱히 죽음을 걱정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사실 가장 큰 변화는 따로 있었다.
그 전까지는 아무리 쏟아부어도 줄줄 새어 나가던 생기가, 당장이라도 넘쳐흐를 것처럼 충만하게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리고 그 초록빛 불꽃은 뭐였던 것일까.
…사실, 짚이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기 스스로 생각해도 믿기 힘든 일이었기에 아직까지도 의심을 하고 있을 뿐이다.
“생사경(生死境)이라…….”
그 이름대로 삶과 죽음마저도 다룰 수 있게 된다는, 현경(玄境) 다음의 영역으로 알려져 있는 경지.
허나 사람들의 상상으로 막연하게 그 개념만이 잡혀 있을 뿐이지, 실제로 거기에 도달한 사람은 아무도 본 적이 없는 환상 속의 경지다.
자신이 잠시 도달해 있었던 그 영역이, 생사경의 경지인 것일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