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287)
천마님 안마하신다-287화(287/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287화
서울시청에 위치해 있는 한 기자회견장.
그곳에는 적지 않은 기자들이 모여들어, 정면의 단상을 향해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다만 회장이 딱히 경직된 분위기는 아니었다.
뭐랄까, 적어도 심각한 소식이나 특종 거리를 기다리고 있는 느낌은 아니라고 할까. 오히려 훈훈한 분위기가 감도는 것이, 뭔가 따뜻한 이야깃거리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크흠, 흠.”
그런 와중, 구석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려오더니 한 남자가 단상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터져 나오는 플래시와 찰칵찰칵 들려오는 카메라 셔터 소리들. 시선이 집중된 그 한복판에서, 남자는 머쓱한 표정으로 경직된 미소를 지었다.
‘이거, 생각한 것보다도 사람이 많네…….’
그 남자는 다름 아닌 황재환.
천마안마에서 운영을 담당하며 그와 관련된 온갖 잡무들도 도맡아 하고 있는, 그 본명보다는 황 실장이라는 직책명으로 불리는 일이 더 잦은 사람이다.
황 실장은 슬쩍 고개를 돌려 단상 아래쪽을 살펴보았다. 허나 보이는 것은 건너편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촘촘하게 모인 인파뿐이다. 자신에게 카메라를 향하고 있는 기자들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꽤나 당황스러운 기분이었다.
이런 행사를 겪어 본 게 처음이니 어느 정도가 평균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몰릴 만한 일인가 싶었던 것이다.
다만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기자들의 인파만이 아니었다. 다시 정면으로 고개를 돌리자, 자신을 쳐다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번듯한 정장 차림의 한 남자가 있었다.
굉장히 낯설면서도 어딘가 친숙하게 느껴지는 얼굴. 그렇게 느낄 만도 했다. 다름이 아니라 서울시장의 얼굴이었으니까. 실제로 만나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얼굴 자체는 뉴스에서 몇 번이고 보아 왔다.
“이것 참… 진짜 신기하네.”
다만 그렇게 뉴스에서만 보아 왔던 얼굴이기에, 실제로 만났을 때의 느낌은 훨씬 더 특이하다. 서울시장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던 황 실장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하하, 그렇게 신기하신가요?”
“예? 아… 하하, 네. 그렇네요.”
생각을 한다는 것이 입으로 튀어나왔던 모양이다. 그제야 자기가 실제로 중얼거린 것을 깨달은 황 실장은, 순간 멈칫했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얼핏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시뻘겋게 물든 귀밑이 그의 당혹감을 보여 주고 있었다.
‘혼자 있기 너무 머쓱한데…….’
그 때문일까.
황 실장은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애절한 눈빛으로, 자기가 걸어왔던 뒤쪽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이 닿은 것일까,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름 아닌 강태한이었다.
이제는 관심 좀 나눠 받겠구나, 라고 생각하는 찰나.
강태한은 가볍게 주변을 스윽 둘러보더니, 성큼성큼 큰 발걸음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기자들의 셔터 소리에 긴장을 할 법도 하건만, 그런 기색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카메라를 보며 미소를 짓는 것이 대범하게 보일 정도로 말이다.
“…태한 씨, 혹시 이런 자리 익숙해?”
“아뇨. 그렇지는 않은데요.”
그렇게 순식간에 황 실장의 옆에 도착한 강태한.
조그맣게 물어보는 황 실장의 말에도, 강태한은 평소처럼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경직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이 억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자아… 그럼 슬슬 시작하지요.”
그렇게 단상 위에 모여 선 이 자리의 주인공들.
기자들이 사진을 찍는 소리도 적당히 가라앉았을 무렵, 같은 단상 위에 서 있던 서울시장이 점잖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행사가 진행되기 시작되었다.
[그럼, 지금부터 지난날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있었던 황재환 님과 강태한 님의 용감한 행동과 구조 활동 치하 그리고 모범시민상 수여식이 있겠습니다.]회견장 내에 또박또박한 말투로 울려 퍼지는 음성과 그 음성이 끝나자마자 다시금 번쩍이기 시작하는 기자들의 카메라.
사방에서 터지는 플래시 때문일까, 진정되어 가던 황 실장의 얼굴에 다시금 긴장의 기색이 맴돌았다.
그는 조심스레 마른침을 삼키고는, 슬쩍 옆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런 상황에서 같이 긴장하고 있는 동료가 있다면 그나마 좀 위로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거창하네요.”
“…그러게.”
허나 황 실장의 기대는 이번에도 무너졌다. 강태한은 평온하기 짝이 없는, 평소와 그다지 다를 것 없는 표정으로 손 인사까지 보내고 있었으니까.
* * *
“아… 힘들었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의 시간이 지나고 난 후.
시청 밖으로 나온 황 실장은, 바깥으로 나와 햇살을 내리쬐자마자 내려오던 계단에 털썩 주저앉았다.
“시청 계단에서 그렇게 앉아 있으면 어떻게 해요? 방금 안에서 모범시민상 들고 나온 참이면서.”
“몰라. 어차피 정문도 아닌데 뭐 어때.”
황 실장은 투정 부리듯이 한마디 툭 내뱉고는 크게 한숨까지 내쉬었다. 그러고는 자신을 변호하려는 듯 덧붙이듯이 말했다.
“그리고 태한 씨가 이상한 거라고. 그렇게 기자들이 카메라를 터트리고 있으면, 대부분은 긴장하는 게 당연하단 말이지. 한두 명도 아니었고 말이야.”
그는 방금 전 회견장에 모여 있던 기자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사실, 어떻게 보자면 그렇게 많은 숫자는 아니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연예인의 스캔들, 정치인의 사건 사고, 뭔가 굵직한 특종 거리… 이런 곳에 몰려드는 기자들의 인파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라 할 수 있으리라.
허나 별 관심 없이 지나가고 소리 소문 없이 묻히곤 하는, 단순한 모범시민상 수상식치고는 상당히 많은 숫자의 기자들이 모인 것도 사실이다.
이건 혼자만의 자의식 과잉도 아니었다. 실제로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이런 수상식에 이만큼 기자가 모여드는 건 꽤나 보기 드문 일이라고 했으니까 말이다.
“뭐, 기자들이 꽤 많이 모여 있기는 했었죠. 뭔가 질문도 많았고… 화제가 되기는 했었으니까요.”
“주변에서도 연락이 많이 오기는 했었지.”
지난번, 라이너 빌딩 앞에서 황 실장이 어린아이를 구하고 대신 트럭에 치였었던 일. 그리고 그런 황 실장을 붙잡고 어떻게든 되살려 냈던 강태한의 일.
그 일들은 모두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그렇기에 현장에서 상황을 목격한 사람들의 숫자도 굉장히 많았다.
때문에 SNS나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 언급도 많이 되었고, 심지어 당시 영상들도 알게 모르게 떠돌아다녔던 모양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화제가 되고…….
그런 식으로 여기저기 퍼져 나가고 관심이 몰리는 것이 딱히 좋은 일이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어쨌거나 그로 인해 지상파 뉴스에도 몇 번 올라가고, 여러모로 주목을 받게 되었었던 모양이다.
사실 주목을 받을 만한 그림이기는 했다.
트럭에 목숨을 던져 가며 아이를 구한 남자와 구급차가 올 때까지 응급처치로 그 남자를 살려 낸 청년.
하나만 있어도 충분히 미담이라 부를 만한 이야기인데, 그 두 개가 한 번에 겹쳐 있으니 한층 더 깊은 감동을 건네주었던 것이다.
“근데 사실 뭐, 그냥 태한 씨 때문이라고 봐야지.”
“저요? 왜요?”
“태한 씨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카메라 앞에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이잖아. 그 전까지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었는데 말이야.”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강태한에게는 그동안 꽤 많은 촬영 제안이 들어왔었다.
단순한 인터뷰부터 프로그램 출연까지. 그 유명한 서경우 PD가 ‘같이 예능 한 편 찍으실래요.’라고 제안까지 했었으니, 그냥 말을 다한 수준이었다.
더군다나 얼마 전 올림픽의 열풍으로 안마사 K라는 인물이 대두되었을 때, 그게 강태한이라는 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촬영 제안이 들어오곤 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제안을 받아들인 적은 없었고, 끽해야 왓튜브 영상이나 손님들이 SNS에 올리는 사진들에나 얼굴이 좀 올라가는 정도만 있었을 뿐.
허나 그러던 와중에, 이번에 화제가 된 사건의 청년이 바로 그 강태한이고, 모범시민상 수상식에도 참가한다는 소문이 들려온 것이다.
기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도 하달까. 실제로 수상식 이후에 기자들의 질문들이 쏟아졌고, 그 질문 중에는 ‘천마안마’나 ‘안마사K’에 대한 질문들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에이… 뭐 저 하나 보려고 그렇게 와요.”
“솔직히 그럴 만하다고 보는데. 태한 씨는 모르겠지만, 나는 직접 섭외 전화 같은 걸 일일이 거절하는 입장이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받는 줄 알아?”
“으음…….”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다. 강태한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지막하게 침음을 흘렸다. 강태한은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황 실장의 선에서 알아서 쳐내 달라고 부탁을 해 놨었으니까 말이다.
“확실히 실장님이 더 잘 아시겠네요.”
그렇다 보니 하루에 그런 제안들이 몇 번씩 오는지, 황 실장이 몇 번을 거절하는지 강태한의 입장에서는 알 수가 없다. 강태한은 인정하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황 실장은 피식 실소를 머금었다.
“바로 인정하네?”
“그야 틀린 말은 아니니까요. 근데… 언제까지 앉아 계실 거예요?”
“슬슬 가야지.”
이야기가 길어진 바람에 생각보다 오래 앉아 있었다. 황 실장은 곧바로 몸을 일으키고는, 한차례 엉덩이를 털어 냈다. 그때쯤이었다.
“아저씨!”
뒤쪽에서 갑자기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 실장이 슬쩍 고개를 돌리자, 한 아이가 자기 몸보다 커 보이는 꽃다발을 들고 서 있었다.
“이거 받으세요!”
“뭐야, 아람이 네가 왜 여기 있어?”
황 실장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일단 꽃다발부터 건네받았다. 크기가 큼지막한 탓에 아이가 들고 있기는 버거워 보였던 탓이다. 한편, 황 실장의 말에 아람이라 불린 소녀는 배시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아빠가 아저씨한테 꼭 전해 주라고 하셨어요.”
“아버지도 오셨어?”
황 실장은 슬쩍 고개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러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던 남성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늘 수상 축하드립니다.”
“에이… 참. 신경 안 쓰셔도 된다니까요.”
황 실장은 머쓱하게 웃음을 흘리더니, 머리를 두어 차례 긁적였다. 그의 앞에 서 있는 최아람은 다름이 아니라 그가 횡단보도에서 몸을 던져 구했던 바로 그 아이였다.
“제 딸의 생명의 은인이신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요. 그런 말씀 마시죠.”
“하하… 뭐,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황 실장이 병실에 입원해 있을 때도 서너 차례 면회를 왔었던 부녀. 듣자 하니 사는 곳과 거리가 있어 왔다 갔다 하기 꽤나 불편했을 텐데, 그럼에도 꾸준히 찾아와 준 사람들이다.
물론 생명의 은인에게 이 정도는 당연하다고도 할 수도 있겠으나… 세상에 당연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렇게 거듭 찾아와 감사를 표하는 것이, 황 실장에게는 감사하면서도 참으로 뿌듯한 일이었다.
“그리고 선생님도, 축하드립니다.”
“저도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 생명의 은인을 살려 준 강태한 또한 은인이다. 남자는 자기가 들고 온 꽃다발을 강태한에게 건네며 꾸벅 고개를 숙였고, 강태한 또한 살짝 고개를 숙이며 꽃다발을 조심스레 받아들었다.
“…나는 말이야.”
그리고 잠시 후, 다시 가게로 돌아가는 길.
조수석에 앉아 있던 황 실장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의 품에는 방금 전 최아람에게서 받아들였던 꽃다발이 아직도 안겨 있었다.
“옛날에 솔직히, 태한 씨가 아무나 도와주는 거 좀 오지랖이라고 생각했었거든. 예전 일이지만.”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을 돕는 모습. 예전부터 강태한과 함께 다니다 보면 자주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황 실장의 말에 강태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볼 수도 있죠, 충분히.”
“아니, 태한 씨를 나무라려는 게 아니고… 그러니까 내 말은.”
황 실장은 오해를 정정하려는 듯 손을 내저었다. 그러고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살짝 고개를 숙였다. 꽃다발에서는 그윽한 향기가 나고 있었다.
“…이젠 이해가 된다는 말이지.”
괜한 오지랖을 부리는 걸 수도 있고, 스스로 손해를 자초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는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다만… 그래도 지금 느껴지는 이 뿌듯한 심정은 굉장히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그는 서울시장에게 건네받은 표창장보다도, 품속에 안겨진 꽃다발이 좀 더 자랑스러운 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