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288)
천마님 안마하신다-288화(288/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288화
“아, 그리고 새삼스럽지만, 태한 씨한테는 한 번 더 고맙다는 말이 하고 싶네. 살려 줘서 고마워.”
“하하, 정말 새삼스럽기는 하네요.”
황 실장의 말에 강태한은 실소를 터트렸다. 아이의 목숨을 구한 것은 황 실장이고, 그런 황 실장의 목숨을 구한 것은 강태한이다. 그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허나 그에 대한 감사의 말을, 강태한은 이미 황 실장으로부터 말 그대로 수도 없이 들은 참이다.
병실에서 의식을 찾았을 때, 강태한이 병문안을 갔을 때, 황 실장이 퇴원했을 때 그리고 퇴원 기념 식사 자리에서도 그랬고, 심지어 오늘 시상식에 가기 전에도 한 번 더 들었었다.
물론 몇 번을 해도 부족한 것이 감사의 표현이라는 말도 있기는 하다만, 아무리 그래도 이쯤 되면 슬슬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은 것이 강태한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새삼스러울 게 뭐 있어. 태한 씨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 숨 쉬고 돌아다닐 일도 없었을 텐데.”
“뭐어, 틀린 말은 아니긴 합니다만.”
그건 강태한도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본래 은(恩)이라는 것은 항상 무거울 수밖에 없는 것인데, 그중에서도 구명(救命)의 은이라는 것은 그 무게조차 가늠할 수가 없는 것이니까 말이다.
“저도 그냥 실장님을 그렇게 보내고 싶지 않았을 뿐이고… 귀중한 것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강태한은 당시의 일을 떠올리며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래도 강태한은 똑같은 판단을 내릴 것이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황 실장을 살려 낼 수 없다고 말이다.
그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었고, 냉철하게 판단을 한다면 거기서 손을 떼는 것이 맞았다. 실제로 아무리 기운을 불어넣어도 그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쓸데없는 짓에 불과했으니까.
허나 강태한은 그럴 수 없었다.
황 실장과의 개인적인 친분도 있고, 그동안 사업적인 부분에서 많은 신세를 졌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을 때도 꼭 필요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황 실장의 의식이 잠깐 돌아왔을 때, 정신이 들자마자 아이의 안전을 먼저 물어보는 모습을 보고, 강태한은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었다. 황 실장이 이대로 죽어 가는 것을 말이다.
‘물론 이성적인 선택은 아니었지만…….’
항상 이성적으로만 움직일 수는 없는 법.
생면부지의 다른 사람을, 그것도 힘없는 어린아이를 구하고자 나선 이타심의 결과가 이런 식으로 끝나 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단지 그뿐이었다.
대단한 정의나 거창한 철학 같은 것이 아니라, 그저 안타까운 마음이었을 뿐. 가만히 있을 수 없었기에 움직였고, 결과적으로는 모든 것이 잘 해결되었다.
‘덕분에 다음 영역에 발을 담그기도 했고.’
그날 보았었던 초록빛의 불꽃.
그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할 수는 없고, 가르쳐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나, 강태한은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것이 현경의 다음 경지, 생사경에 다다를 수 있는 깨달음과 관련된 무언가일 것이라고.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강태한도 나름대로의 소득이 있었던 셈이다. 그것도 오랜 세월 꽉 막혀 있었던 깨달음에 실마리를 안겨다 주는, 그야말로 진귀한 소득이 말이다.
“…뭐야, 괜히 사람 감동적이게.”
다만 그런 사정을 모르고 듣는 입장에서는, 그저 쑥스럽고 머쓱하게 들리는 이야기다. 귀중한 것을 얻었다니. 황 실장은 어색한 미소로 머리를 긁적였다.
“이렇게 사람 띄워 놓고 앞으로도 열심히 부려 먹으려는, 뭐 그런 생각인가?”
“틀린 말은 아니긴 하네요. 적어도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일들은 실장님이 끝까지 해 주셨으면 하니까요.”
이것도 마냥 없는 말은 아니다. 실제로 황 실장이 입원해 있는 동안, 강태한은 일처리 속도가 몇 배 정도 더 늦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으니까 말이다.
그 솔직한 대답에 황 실장은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느끼는 바가 있었던 탓이다.
“하긴, 나 없는 동안 진행된 내용들 보니까 군데군데 엉성한 게 많더라고. 당장에는 문제가 없지만,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어서 같은 일을 두 번 해야 된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말인데, 앞으로는 업무적인 부분도 좀 보강을 해야 될 것 같더라고요. 사람도 좀 뽑고, 인수인계도 좀 더 확실하게 해 놓고…….”
“어, 안 그래도 나도 그 생각을 좀 했어. 이제 앞으로 지점도 늘어나고 사업도 커질 텐데… 음?”
한참 이야기를 이어 가고 있던 와중, 황 실장은 말을 멈췄다. 거치대에 놓여 있는 강태한의 스마트폰이 울리기 시작한 탓이다. 화면에 띄워진 이름을 보아하니 가게에서 온 전화였다.
“전화 좀 받아도 될까요?”
“나야 상관없지.”
당연하다는 듯이 답하는 황 실장. 강태한은 그 대답을 듣자마자 곧바로 통화를 연결시켰다.
“여보세요?”
[예, 원장님. 혹시 지금 통화 괜찮으신가요?]“예, 뭐…….”
강태한은 대답을 하면서 슬쩍 도로의 상황을 살폈다. 아직 퇴근 시간은 아니다만, 적지 않은 숫자의 차가 몰려 있어 도로가 막혀 있는 상황이었다.
운전 중에 전화를 받는 것이 그리 잘하는 짓은 아니다만, 그래도 짧은 통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고 할까.
“말씀하세요.”
[네. 다른 게 아니라, 지금 외국인 손님이 한 분 와 계시는데요.]“혹시 영어가 안 되시는 분인가요?”
강태한은 요 근래 직원들 사이에서 종종 나오곤 하는 애로 사항을 입에 담았다.
이제는 천마안마의 직원 대부분이 영어로 간단한 소통 정도는 가능하게 되었으나, 비영어권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오는 탓에 아직도 외국인 손님과의 의사소통 문제는 단골 레퍼토리였다.
[아뇨, 그런 거는 아니고… 이 손님 분이 원장님이랑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고 그러네요.]“으음… 그렇게 그냥 말하셔도 곤란한데.”
누군가가 강태한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다만, 세상 대부분의 일이 그러하듯 이런 일에는 절차가 필요한 법이지 않겠는가.
이런 식으로 다짜고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은, 툭 까놓고 말해 좀 무례한 방식이지 않은가 싶은 것이 강태한의 솔직한 생각이었다.
다만 이 경우는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듣자 하니 저번에 문의를 했었는데, 답변을 해 준다고 하고 아직까지 말이 없어서 직접 찾아오셨다고 하네요. 잘은 모르겠습니다만…….]“…아!”
손뼉을 치는 소리와 함께 터져 나오는 감탄사.
그 소리를 낸 것은, 강태한이 아니라 옆에 있는 황 실장이었다. 그는 놀란 표정과 난감한 표정을 동시에 짓더니, 이내 머쓱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혹시, 그 사람 이름이 맷 레이먼인가……?”
[아, 네. 맞아요. 어디 대학 교수님이라고…….]직원의 대답에 황 실장은 손바닥으로 이마 주변을 탁, 하고 쳤다. 그 모습을 슬쩍 쳐다본 강태한이 넌지시 물었다.
“뭐 짚이는 구석이 있으신가 보네요.”
“아, 있고 말고. 아마 태한 씨도 구면일 텐데. 그 지난 분기 휴가에 미국으로 갔을 때, 비행기에서 만난 의사가 있었다고 했잖아?”
“예… 그랬었죠.”
강태한에게 있어서도 나름 특이한 경험이었기에 기억을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맷 레이먼이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어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때 그 의사분이에요?”
“맞아. 처음에는 보이스 피싱인 줄 알고 끊었었는데, 알고 보니 진짜 미국 교수님이더라고. 아무튼 그것 때문에 방문해서 안마도 직접 받아 보고 태한 씨랑 이야기도 해 보고 싶다고 그랬었는데…….”
강태한에게 한번 물어보고 대답을 해 주기로 했었던 날, 바로 그날 사고가 나 버려서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 이 순간까지 기억이 떠올랐던 적도 없었다.
사고 때문에 스마트폰이 박살 나서 새로 바꿨으니, 저쪽에서 연락을 해 올 방법도 없었을 것이고… 여러모로 복잡하게 꼬인 상황인 셈이다.
“으음… 할 말이 없는 상황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이렇게 직접 찾아오는 건 또 대단하네…….”
황 실장은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더니, 흘깃 강태한의 눈치를 보았다. 다만 강태한은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럼 뭐, 만나러 오셨으면 만나면 되죠.”
오는 손님은 마다하지 않는다.
적어도 무림에서 오랜 세월을 지내 온 강태한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부분 중의 하나였다.
* * *
“원장님이 곧 오실 테니,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시네요.”
“아, 그렇습니까.”
한편, 천마안마에 찾아왔었던 맷 데이먼.
사무실 소파에 앉아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던 그는, 직원의 안내에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의미로 눈인사를 보냈다.
“혹시 불편하신 건 없으신가요?”
“없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찾아왔는데, 기다릴 자리를 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지요.”
마음에 없는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뒤늦게 허락을 받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다짜고짜 ‘원장님과 만나고 싶다’라고 말한 것이 본인의 입장이었으니 말이다.
약속 없는 방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실례가 될 수 있는 일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레이먼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허나 그보다는 그의 호기심이 조금 더 앞섰다. 안마를 받고 난 이후, 그는 도저히 강태한과 만나 물어보지 않으면 못 배길 지경에 이르렀으니까 말이다.
‘이렇게까지 효과가 좋을 줄은 몰랐으니…….’
맷이라고 해서 다짜고짜 미국에서 한국까지, 그냥 강태한과 만나려는 생각만으로 찾아온 건 아니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업무 때문에 한국에 찾아올 일이 있었고, 겸사겸사 그때의 일도 떠올라 천마안마에 방문하여 강태한과 만나려 했었던 것이다.
다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니면 완곡한 거절의 표현인지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으나…….
그래도 기왕 한국까지 찾아온 거 그냥 지나가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있었고, 때문에 일반 코스이기는 해도 일단 안마의 예약을 잡아 두었었다.
그리고 방금 전에 그 안마를 받고 나온 참.
결과부터 말하자면, 그야말로 대만족이었다. 맷은 제자리에 앉은 채로 괜스레 어깨를 으쓱여 보았다.
‘허허, 참…….’
오랫동안 수술과 연구를 반복하며 혹사를 시킨 탓인가, 일정 각도 이상이 올라가면 어김없이 뚜둑, 하는 소리와 함께 통증이 느껴지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뿐인가, 통증도 말끔하게 사라졌다. 마치 근육 사이사이에 기름칠이라도 해 놓은 것처럼 말이다.
어찌 보면 사소한 문제이고, 딱히 당장 고쳐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도 아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고치려고 마음먹으면 쉽게 고칠 수 있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관련 의사들도 자세한 원인은 알 수 없고, 고치고 싶으면 일단 유연성부터 기르라며 요가라도 시작해 보라는 대답만 했었으니까 말이다.
헌데 그게 안마 좀 받았다고 이렇게 사라지다니.
그야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비행기에서 있었던 일도 충분히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이었으나, 이렇게 실제로 체험을 해 보고 나니 훨씬 더 큰 호기심이 생겨 버렸다.
‘마사지와 물리치료의 효용성에 대한 연구들을 전부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효과가 있다고는 생각하기 힘드니까 말이지.’
물론 단순히 주관적인 감상일 수도 있고, 시간 경과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확실한 대답을 내놓기 위해서는 좀 더 자세한 측정과 추가적인 확인 과정들도 필요할 것이다.
결국 그 모든 것을 확인하고 증명하기 위해서는 좀 더 오랜 시간과 절차들이 필요하다는 뜻.
귀찮다고 하면 귀찮은 과정들이다. 허나… 맷 레이먼은 그 모든 과정을 달갑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물론, 당사자 본인이 허락을 한다면 말이다.
“오래 기다리셨죠.”
그때쯤, 그 당사자 본인이 사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다름 아닌 천마안마의 원장, 강태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