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289)
천마님 안마하신다-289화(289/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289화
“차가 조금 막혀서 시간이 걸렸네요.”
“아, 아닙니다. 편하게 앉아 있었는데요, 뭘.”
문을 열고 나타난 강태한의 말에, 맷은 두 손을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머쓱해하는 표정으로 덧붙이듯이 말했다.
“제대로 연락도 없이 갑자기 찾아왔는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빈말로 마음에도 없는 말을 꺼낸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강태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냥 만나지 않고 거절해서 돌려보내더라도 상관이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맷의 입장에선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미국에서 이곳까지 찾아오신 손님인데, 어떻게 그냥 돌려보낼 수 있겠어요. 그리고… 서로 초면인 사이도 아니고 말이죠.”
강태한은 맷의 눈을 쳐다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맷도 그제야 반가운 기색을 내비치며 따라 미소를 지었다.
“저를 기억하고 계시는 모양이군요?”
“아무래도 잊어버리기에는 꽤나 특이한 경험이었으니까요. 비행기에서 사람을 구하는 일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하하, 틀린 말은 아니군요.”
짤막하게 오간 가벼운 대화. 다만 이 정도로도 분위기를 좀 부드럽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강태한은 한결 편해진 표정을 하고 있는 맷에게 자연스레 손을 내밀며 말했다.
“다시 한번 소개를 하지요. 이곳, 천마안마의 원장을 맡고 있는 강태한이라고 합니다.”
“웨일 코넬에 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맷 레이먼이라고 합니다. 오늘 다소 무례한 부탁을 들어주시고 시간을 내어 주신 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서로 소개를 마친 이후, 강태한은 소파 쪽으로 손짓을 하며 앉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고 본인은 찻장 쪽으로 걸어가며 넌지시 물었다.
“음료는 녹차로 괜찮을까요?”
“아, 네. 뭐든지 상관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내갈 준비를 하는 강태한.
평소 대충 컵에다가 마실 것만 챙겨 가서 그렇지, 조금만 찾아봐도 훌륭한 다기구들을 찾아볼 수 있는 제대로 된 찻장이다.
“드시죠.”
“아,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직접 차를 우려낸 강태한이 찻잔을 권하자, 맷은 그 잔을 두 손으로 받아들였다. 그러고는 천천히 입가로 가져가, 먼저 그 향을 즐겼다.
“향이… 아주 훌륭하군요.”
“나쁘지 않은 찻잎을 쓰고 있기는 하지요. 원래 차를 좀 즐겨 마시는 편이신가 봅니다?”
“커피가 입에 좀 안 맞아서요. 물론 홍차가 좀 더 접하기 쉬운 탓에 그쪽을 자주 먹기는 합니다만.”
답변을 마친 맷은 조심스레 찻잔을 기울여 한 모금 머금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그의 두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기대한 것 이상의 맛이 느껴진 탓이다.
아니, 이걸 단순히 맛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입에 짝 달라붙고 곧바로 체내에 스며드는 듯한 느낌이, 마치 몸 자체가 이 차 한 모금을 그대로 흡수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저, 그래서.”
그렇게 좀 시간이 지나갔을까.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맷이 첫 번째 잔을 순식간에 비우고, 다시 채워진 두 번째 잔도 절반 정도 비웠을 때쯤이다.
“어떤 일로 저를 보자고 하셨을까요?”
“아, 이거 죄송합니다. 차가 너무 입에 잘 맞아서 그만, 저도 모르게 홀린 듯이…….”
본래라면 만나자고 한 쪽에서 먼저 용건을 꺼낼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 매너겠지만, 그래도 다른 데에 정신이 팔려 있는 상태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방금 전부터 연신 감탄을 흘리며 찻잔을 기울이고 있던 맷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입에 맞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아하하… 머쓱하네요. 어쨌거나! 오늘 원장님에게 시간을 내 달라고 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부탁을 좀 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랬습니다.”
“부탁이라…….”
강태한은 잠시 턱에 손을 올리고는 생각에 잠겼다. 미국에서까지 온 의대 교수가 자신에게 부탁할 만한 일이라. 대충 몇 가지 내용이 떠올랐으나 강태한은 굳이 내색하지 않았다.
“어떤 부탁일까요.”
“다른 게 아니라… 선생님과 이곳, 천마안마와 관련하여 연구를 좀 진행해도 괜찮을지, 그 허락을 구하고자 찾아왔습니다.”
흐음. 그의 말을 들은 강태한은 조그맣게 침음을 흘렸다. 그가 말한 내용은, 방금 전 강태한이 생각했던 것 중에서도 가장 먼저 떠올렸던 내용이었다.
* * *
“사실, 비행기에서 환자의 상태를 확인했을 때부터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었거든요.”
이야기의 물꼬가 트이자, 맷은 기다렸다는 듯이 지난번 일을 입에 담았다. 그에게 있어서는 요 며칠 동안 본인의 연구보다도 더욱 신경을 끌게 만드는, 그야말로 수수께끼 같은 일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비행기가 아니라 지상의 응급실이었어도 바로 호전되기는 힘든 상황으로 보였는데… 그게 별다른 조치도 없이 그냥 안마 한 번으로 완쾌가 되었으니까요.”
사실 안마라고 보기도 힘들었다.
강태한이 한 것은, 그냥 환자를 옆으로 뉘어 놓고 등에다가 손을 대고 있었던 것뿐이었으니까. 적어도 옆에서 지켜보던 맷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얼핏 보기엔 이 다급한 상황에 장난이라도 치는 것처럼 보이는, 다소 의아한 행동이었으나.
그 결과 환자는 말 그대로 완쾌가 되었었다. 심지어는 회복 과정조차도 없었다. 본래 질환의 증세라는 것은 단계에 걸쳐 서서히 호전되기 마련인데, 당시의 그는 그런 것도 없이 그냥 벌떡 일어날 뿐이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한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려 했으나,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해답은커녕 적당한 가설조차도 세우질 못했다. 그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이를 설명할 수가 없었다.
물론, 의학계에는 간혹 기적과도 같은 일들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의학적 이론 같은 걸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야말로 기적과도 같은 일들이 말이다.
허나 그런 일들은 결국 ‘운’이라는 요소가 개입한 특이 현상들일 뿐이고, 이번 일은 그런 현상들과 궤를 달리한다고, 맷은 그렇게 확신을 하고 있었다.
“강 원장님은 그게 어떤 원리로 어떻게 해결이 된 건지, 전부 이해를 하고 계신 거죠?”
맷 레이먼은 당시 환자가 정신을 차렸을 당시, 그때의 강태한의 표정을 떠올리면서 말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놀라고 있던 와중, 정작 당사자인 강태한은 싱긋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건 감탄이나 안도의 표현이 아니라, 그저 당연한 결과를 흡족하게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뭐, 그야 그렇죠.”
그리고 그 질문에 강태한은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굳이 감출 생각은 없었다. 그는 오히려 흥미로워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스스로 이해 못 하는 걸 다른 사람에게 행할 정도로 비상식적이지는 않으니까요.”
“역시, 그렇군요. 그럼 혹시 설명도 가능하십니까?”
강태한의 대답을 들은 맷은 화색을 짓더니,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한번 질문을 던졌다. 본인에게 설명을 들을 수만 있다면야, 궁금증이 완전히 해소되진 않더라도 많은 부분이 해결되지 않겠는가.
“흐음… 글쎄요.”
다만 강태한은 잠시 애매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 만도 했다. 그가 설명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무림인으로서의 이야기였으니까.
기(氣)와 혈도(穴道)가 당연한 상식처럼 여겨지는 세상의 이야기. 저 두 가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겐, 아니 그 존재조차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설명을 해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뿐이다.
당시 환자의 상태는, 풍문(風門)혈이 느슨하게 풀려 있어 체내의 생기가 새어 나가고 외부의 기운이 함부로 들락거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그토록 쇠약해지고 급기야 경련까지 일으켰던 것이다.
그렇기에 강태한은 기를 불어넣어 몸을 따스하게 덥히고, 풍문혈을 자극하여 열려 있던 혈을 다시 닫아 놓았다. 그리고 체내의 생기를 순환시켜 자연스레 혈도가 풀리도록 유도했다.
이렇게 설명을 하면, 아마 무림인들은 모두 알아들을 것이다. 무림인까지 갈 것도 없이 천마안마의 안마사들도 이제는 얼추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허나 그 외의 일반인들에게는, 기(氣)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는 그냥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이해라는 것은, 결국 해당 분야의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것. 강태한이 안마사들의 기감(氣感)을 틔울 때 꽤나 길게 뜸을 들이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었다.
지금 또한 마찬가지다.
강태한은 굳이 자기가 설명을 한다고 해서, 앞에 앉아 있는 이 사람이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름 궁금하기는 한데…….’
다만, 한편으로는 호기심도 있기는 하다.
이 사람은 이걸 어떤 식으로 이해하게 될지. 현대 의학을 익힌 사람이 기(氣)의 개념을 알게 되었을 때, 이를 어떤 식으로 서술하고 어떻게 체계화시킬 것인지가 궁금한 것이다.
“갑자기 설명을 하라 하셔도 좀 어려운 일이네요.”
“…그렇습니까.”
일단은 솔직하게 어려운 일을 어렵다고 말하는 강태한이다. 그러자 맷 레이먼의 텐션에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 눈빛에 담겨 있던 기대감이 그새 사그라진 기색이었다.
다만 강태한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대신, 다른 방법으로 접근을 해 보지요.”
“다른 방법… 말입니까?”
“예. 뭐,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강태한은 그렇게 말하며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여기에 손 좀 올려놔 보라는 제스처다. 맷은 의아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순순히 오른손을 내밀어 그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 순간.
“……!”
찌릿, 하는 강렬한 자극이 오른손을 타고 몸 안으로 흘러들어 왔다. 그리고 이내 몇 줄기로 갈라지더니, 몸 안 곳곳을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
“어어어억……!”
그 느낌을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고통이다.
마치 강렬한 전기 충격이 신경계를 직접 타고 들어와, 그대로 몸 곳곳을 들쑤시고 다니는 느낌이다. 머릿속이 새하얘질 것 같은 자극이 끊이질 않고 몸 내부를 맴돌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다르다?’
다만, 그러면서도 묘한 이질감이 동시에 든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 번도 느껴 본 적이 없는 감각이다. 마치 온몸 곳곳에 막혀 있던 통로와 구멍들이 다시 열리는 듯한… 그런 감각.
의학과의 교수이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었지만, 맷 레이먼은 자신이 나름 인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허나 지금 자신의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는 그조차도 알지 못했다. 신경계를 따라 자극이 흐르는 것 같지만 신경계는 아니다. 혈관을 따라 흐르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것도 아니다.
그렇게 한동안 있었을까.
온몸 곳곳을 들쑤시고 다니던 무언가는, 조금씩 그 기세를 줄이더니 서서히 한 점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배꼽 아래쯤에 위치해 있는 어딘가.
그곳에 모여든 정체불명의 에너지는 방금 전까지 날뛰고 다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잠잠했다. 허나, 그러면서도 분명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그다음 순간, 강태한이 넌지시 말을 걸었을 때.
맷 레이먼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가, 이내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이곳저곳 더듬기 시작했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방금 전까지도 온몸에 남아 있었던 고통의 여운 그리고 하복부에서 느껴지던 그 강렬한 에너지.
그 모든 것들은 거짓말처럼 말끔하게 사라져 있었다. 그저 왠지 모르게 온몸에서 느껴지는 활력 그리고 묘한 개운함만이 남아 있었다.
“이게 제 나름대로의 설명입니다.”
“설명이라고요…….”
맷 레이먼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묘한 기분이다. 마치 깊은 꿈속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현실로 끄집어진 듯한 기분이었다.
“처음에, 제 안마 기술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해도 괜찮겠냐고 물어보셨죠?”
“예? 아, 네. 그렇습니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했으나, 그럼에도 대답은 또박또박하는 맷이다. 그런 맷을 쳐다보며 강태한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적극적인 협력은 어렵겠습니다만, 영업에 지장이 없거나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의 연구 활동 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일단 적어도 씨앗 정도는 심어 둔 셈이다.
그 씨앗을 애지중지 길러 볼 생각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진행되게 될까, 거기에는 나름 흥미와 관심이 있는 강태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