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290)
천마님 안마하신다-290화(290/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290화
“하하, 이것 참… 신기하구만.”
강태한과 이야기를 마치고 한 시간가량이 지난 뒤.
천마안마 인근의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은 맷 레이먼은, 가볍게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머쓱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일단 플라세보효과는 아닌 것 같고.”
그는 자리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한 스트레칭 겸 유연성 테스트들을 시작해 보았다. 확실히 눈에 띄게 몸이 좋아진 것을 객관적인 결과들로 확인할 수 있었다.
“흐으음……!”
그는 마지막으로 허리를 숙이고는 양손을 발끝으로 뻗어 냈다. 몸이 워낙 뻣뻣했던 탓에, 가장 몸이 유연했던 십대 때에도 성공해 본 적이 없었던 동작이다.
허나 지금 그의 두 손은 아무렇지 않게 발끝에 닿아 있었다. 맷 레이먼은 스스로도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천천히 허리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는 자리에 앉아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
‘…이게 진짜로 된다고?’
누군가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도 있겠으나, 그에게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너무나도 쉽게 일어난 상황이었다.
이것으로 레이먼은 자신의 몸 상태가 좋아진 것이, 단순한 착각이나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현상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에겐 말 그대로 불가능한 일이 가능해진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그렇기에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짐작도 할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맷 레이먼은 의과대학에서, 그것도 소위 아이비리그라 불리는 미국의 명문대학 중 하나인 코넬에서 강단에 서고 있는 몸이다.
당연하게도 의학에 대해서는 꽤나 높은 수준의 학식을 가지고 있으며, 인체의 구조에 대해서도 당연히 높은 이해도를 지니고 있고 몸에서 일어나는 대다수의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허나 방금 전 자신의 몸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난 것인지, 어떻게 그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까지 몸 상태가 크게 개선된 건지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오랫동안 어깨가 결리던 현상이 깔끔히 사라지고, 느슨해져 있던 근육에 활기가 돌아오고, 피부에는 생기가 도는 걸로 모자라 탄력마저 생겼고…….
심지어 시차 적응 중이던 신체리듬과 컨디션마저도 말끔하게 고쳐진 느낌이다. 이 정도면 차라리 마법이라고 하는 편이 더 납득하기 쉬운 수준이다.
‘일단은 그때 느꼈었던 그 이질적인 느낌……. 그거랑 연관이 좀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그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커피로 한 차례 입을 적시고는, 모든 일이 일어난 시작점부터 다시 한번 되짚어 보았다. 방금 전 천마안마에서 강태한 원장이 손을 맞잡았던 그 순간을 되새겨 본 것이다.
‘그건 대체 뭐였을까.’
오른손을 타고 전해져 왔던 그 짜릿한 감각.
그것은 혈관에라도 파고든 것처럼 몸 안쪽에 흘러들어 오더니, 이윽고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비슷한 예시를 들어 보자면 마치 몸 안에 전류가 흘러들어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전기 충격이 체내의 신경을 찢어발겨 놓는 느낌이라 한다면 그때의 그건 마치 둔해져 있던 신경들을 일깨우는 느낌이었다.
안쪽에서부터 강한 자극이 흐르는 건 마찬가지지만, 몸을 헤치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나 할까……. 그 뒤에 찾아오는 개운함과 상쾌함도 있고 말이다.
‘마사지랑 물리치료에 대한 논문들을 좀 더 찾아봐야 하나…….’
허나 그게 정답이 아니라는 건 레이먼 본인도 알고 있다. 애초에 한국에 찾아오기 전,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기존의 논문들을 대강 한번 훑어보고 온 참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쪽 분야의 논문들을 전부 찾아본 건 아니지만, 비슷한 논문들을 죄다 뒤져 본다고 한들 지금 자신이 겪은 체험을 설명할 수 있는 논문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뭔가 거창한 시설이나 장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단지 손이 좀 맞닿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이렇게까지 몸 상태를 호전시킬 수가 있다?
다시 생각해 봐도 헛소리 같은 현상.
만약 이런 내용의 연구가 발표되고 증명되었다면, 진즉에 학계에서 화제가 되지 않았을 리가 없으리라.
결국 이건 기존의 연구와 지식들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맷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흥미가 생기는군.’
학계에서는 거론된 적도 없는 신비로운 현상.
아마 강태한 원장의 안마에 흥미를 느낀 것은 자신이 처음이 아닐 것이다. 관심을 보인 의학자도 처음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발표할 정도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한참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허나 딱히 최초 연구자 같은 거창한 간판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것보다, 그저 순수하게 학자로서의 호기심과 관심이 레이먼을 이끌고 있었다.
“안 그래도 심심한 연구 주제들밖에 없어서 곤란하던 참이었는데……. 하하, 역시 직접 와 보길 잘했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음마저 터트리는 레이먼.
그는 이내 짐 속에서 노트와 펜 하나를 꺼내 놓더니, 뭔가 내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의욕이 생겼으니 그다음은 대강의 연구 계획을 짜 놓을 차례였다.
“일단 가장 필요한 건… 데이터 수집이겠지.”
실험이건 체험이건 반복해서 데이터를 모아 두는 것은 연구를 진행시키는 데에 있어 필수적인 부분이다.
그리고 지금 데이터를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직접 천마안마에 방문하여 안마를 받으며 하나하나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그것도 기왕이면 여러 명이서 방문을 한다면, 보다 폭넓은 변수의 표본들을 다양하고 빠르게 수집할 수 있을 것이다.
“인원들을 먼저 갖춰 두기로 할까.”
한 명보다는 두 명.
두 명보다는 세 명.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결정되자, 레이먼은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는 옆에 펼쳐 놓은 노트북을 앞으로 끌어왔다. 그러고는 곧바로 이메일 한 통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맷 레이먼 교수의 밑에서 지도를 받으며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적지 않은 숫자의 대학원생.
그들의 갑작스러운 한국행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 * *
“흐으음…….”
천마안마의 사무실이자 접객실로도 이용되는 공간.
그곳의 소파에 앉아 있던 황 실장은, 손에 들고 있던 자료들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딱히 지적할 만한 부분 없이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말이야.”
“…정말로?”
황 실장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가 조심스레 되물었다. 황 실장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재차 말했다.
“그럼 정말이지. 이런 걸로 내가 흰소리하겠어?”
“하아… 그러면 다행이고.”
그제야 그 남자, 김성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꽤나 피곤한 시간들을 보내 왔는지, 그의 얼굴에는 쾡한 기색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요새 많이 좀 힘들었나 보구만?”
“후… 아무래도 좀 그렇지.”
“사람들 몰려들 건 성훈 씨도 알고 있었잖아? 첫날부터 예약도 꽉 차 있었고.”
황 실장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방금 막 우려낸 차 한 잔을 따라 앞으로 내밀었다. 김성훈은 차 한 모금을 마시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야 물론 그랬었지. 그런데, 아무래도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
“손님들이 그만큼 오진 않을 거라고?”
“아니, 손님이 뭐 조금 오냐 많이 오냐 같은 부분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부분에서 말이야.”
최근 인천 송도에 새롭게 열린 천마안마의 첫 분점.
강태한은 그곳의 점장 자리를 가장 먼저 김성훈에게 권했고, 김성훈은 그 제안을 곧바로 받아들였다. 예전부터 관심이 있기도 했고, 그만큼 잘할 자신도 있었기 때문이다.
안마사로서 꽤 오랫동안 경력을 쌓아 왔고, 덕분에 가게 일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어떤 돌발 상황이 벌어져도 어지간하면 자기 선에서 아무렇지 않게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대처 능력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경력에서 비롯된 요령들뿐만이 아니라, 어디에서 일을 해도 항상 단골들을 확보해 왔을 정도로 김성훈 스스로가 상당한 실력을 지닌 안마사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지금의 그는 안마사로서 한 단계 크게 도약을 이뤄 낸 상태. 강태한을 통해 ‘기’라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그야말로 예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안마사라 할 수 있었다.
자기가 아니라면 어느 안마사가 천마안마 첫 분점의 점장을 맡을 수 있겠는가! 그런 자부심 넘치는 마음으로 맡게 된 점장의 자리였을 터였다.
“하아… 저번에 태한 씨한테도 말했던 내용인데, 아무래도 안마사로 일하는 거랑 점장으로 일하는 건 생각했던 것보다 차이가 크더라고.”
김성훈은 짧은 탄식을 내뱉으며 넋두리라도 내뱉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 탄식에서는 그가 요 몇 주 동안 분점에서 일하며 느낀 소감이 배어 나오는 듯했다.
그리고 그 모습에, 황 실장은 저도 모르게 실소를 터트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큭큭, 그럴 수밖에 없지. 아무래도 신경 쓸 부분이 몇 배로 늘어나니까 말이야.”
“내 말이. 원래는 내가 맡은 손님만 책임지고 가게 상황은 간간이 둘러보기만 하면 됐는데, 지금은…….”
김성훈은 생각만 했는데도 순간 말문이 막힌 듯 입을 다물더니, 말도 말라는 듯이 손을 휘저었다.
“에휴. 그냥 뭐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한 거지. 아니면 짬을 허투루 먹어서 요령이 없는 거거나.”
“뭘, 그냥 아직 익숙하지 않은 거지. 삽질조차도 일병쯤은 되어야 자세 좀 나오는 거 몰라?”
“…그렇게 말해 주면 고맙지.”
조금은 마음이 풀어진 듯했으나, 여전히 다소 위축된 목소리다. 그 모습에 황 실장은 소파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는 재차 실소를 머금었다.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 자체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말이야.’
방금 전 황 실장이 살펴봤었던 자료는, 다름이 아니라 인천 지점의 매출을 비롯하여 대략적인 실적들이 담겨 있는 일종의 보고서였다.
그리고 황 실장은 딱히 빈말을 한 적이 없었다.
실제로 보고서에는 딱히 지적할 만한 내용이 없었고, 오히려 굉장히 바람직한 수치들이 적혀 있었다. 천마안마의 유명세와 오픈빨까지 감안해서 봐도 말이다.
그뿐인가. SNS를 통해 확인한 손님들의 반응도 굉장히 좋은 편이었다. 악평이라 해 봐야 본점과 비교했을 때 좀 아쉽긴 하다는 정도의 평가뿐이었고, 그마저도 소수에 불과했다.
만약 업계의 다른 가게가 이 매출과 고객 반응을 살펴본다면. 그리고 이런 실적을 가지고 한탄을 내뱉고 있는 김성훈의 모습을 본다면 ‘기만도 이런 기만이 없다’라며 분노를 표출하지 않을까.
허나 그럼에도 김성훈이 저렇게 낙담을 하고 있는 것은, 이 정도로는 천마안마의 분점으로서 아직 부족하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손님들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천마안마라는 이름을 달고 있을 만한 자격을 갖춘 가게가 되어야 한다.
‘뭐 이렇게까지 훌륭한 생각들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저 낙담은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고, 머지않아 향상심으로 이어질 터였다.
한 분점을 관리하는 점장으로 이것만큼 훌륭한 모습이 어디 있겠는가. 황 실장은 괜스레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그새 비워진 김성훈의 찻잔에 다시 차 한 잔을 따라 주었다.
* * *
한편 그때쯤, 천마안마의 아카데미.
“으음…….”
아카데미의 원장을 맡고 있는 최성현은, 원장실 창가에서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 채로 나지막한 침음을 흘렸다. 무언가 복잡한 심정이 담긴 울림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냐?”
그리고 깊은 생각 끝에 나온 한마디.
그것은 옆에 있는 다른 이의 감상을 묻는 말이었고, 그 상대방, 강태한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뭐가?”
“지금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강태한은 최성현의 옆에서 똑같은 걸 보고 있었다. 그는 좀 더 신경을 쓰듯 유심하게 밖을 쳐다보더니,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올 게 왔다?”
“하아… 난 이렇게 많이 오는 줄은 몰랐다고.”
태평해 보이기까지 하는 강태한의 반응에 최성현은 이마를 감싸 쥐었다. 창밖에는 세 번째 고속버스가 도착하여 승객들이 줄줄이 내리고 있었으며, 내린 승객들은 맞은편에 위치한 공터로 모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인도인들이었다.
그것도 안마를 배우러 온.
“갑자기 수강생이 두 배, 아니 그 이상이 되어 버리는데?”
“예정된 일이었고, 그만큼 지원도 받고 인력도 충원했잖아. 한번 같이 열심히 해 보자고, 최 원장.”
강태한은 힘을 북돋듯이 가볍게 최성현의 등을 두드렸다. 하지만 최성현은 거듭 한숨을 내뱉을 뿐이었다.
인도의 손꼽히는 재벌인 타르빈 마르케시.
그는 예전에 강태한과 ‘천마안마 분점의 인도 진출’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고, 강태한의 계획에 매우 적극적인 찬성을 보였었다.
‘물론입니다, 강 원장님! 도움이 필요하신 부분이 있다면 뭐든지 말씀해 주시죠. 사람을 보내 달라고 하셨죠? 이백 명? 삼백 명?’
현지에서의 사업 기획은 물론이고, 이곳 한국까지 찾아와 천마안마의 안마사로서 교육을 받을 인원들까지 보내 주기로 했었던 약속.
인도에서도 천마안마의 안마를 받고 싶다는 그의 개인적인 욕망도 더해진 덕분일까. 그는 단순한 언약에서 그치지 않고 곧바로 구체적인 사안들을 보내왔고, 계획은 순식간에 진행되어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이뤄지게 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처음 말했던 것처럼 이곳까지 이백, 삼백 명을 보내온 것은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백여 명은 되어 보이는, 상당한 인원이 천마안마 아카데미로 모여들게 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