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291)
천마님 안마하신다-291화(291/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291화
“한동안은 좀 힘들지도 모르겠네.”
“한동안만? 얼마 안 있다 다들 귀국하신대?”
“아니, 그런 이야기가 아니고.”
강태한의 짧은 말에 약간의 기대를 품었던 것인지 최성현은 은근히 실망한 기색을 내비치며 되물었다.
“…그럼 뭔데?”
“맞은편에 확장 공사 하고 있는 거 말이야. 조만간 공사 끝난다고 들었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
“음… 뭐라 하셨었더라.”
강태한의 말에 최성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슬쩍 우측으로 시선을 돌렸다.
정면 공터의 우측에 세워져 있는 건물. 최근에 새로이 공사라도 했는지 주위 건물들에 비해 눈에 띄게 깔끔한 외관이었다. 길게 말할 것 없이 천마안마에서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한 건물이었다.
“이틀 정도면 마무리된다고 하셨었어.”
“생각보다도 빠르네. 좋아.”
최성현의 말에 강태한은 나쁘지 않다는 듯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건물도 꽤나 넓은 건물이기는 했지만, 이미 기존의 수강생들도 적지 않은 상황에 세 자릿수나 되는 수강생이 한 번에 늘어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냥… 단순하게 물리적인 부피만 놓고 봐도 한계가 있다고나 할까. 지금도 수업이 몰려 있거나 실습 시간으로 동네 어르신들이 오면 북적거리곤 하는데, 저만큼의 인원들이 추가된다면 그야말로 포화 상태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당연히 그런 생각은 강태한도 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마르케시의 제안이 확정되었었던 날, 곧바로 아카데미의 규모를 늘리기로 결정했었다.
무리한 결정은 아니었다. 이번 일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점점 늘어날 수강생들의 숫자를 생각하면 장기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으니까.
더군다나 일 자체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동네 상권이 쇠퇴해 있던 탓에 주변에 비어 있는 건물이 잔뜩 있었고, 강태한은 그중 괜찮은 건물을 하나 골라 임대하면 그만이었으니까 말이다.
“이틀이라……. 뭐 그동안은 좀 북적북적한 시간이 되겠지만, 그 뒤부터는 좀 여유가 생기겠네.”
“그래……. 적어도 공간적으로는 말이야.”
최성현은 강태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으나, 전적으로 동의를 하는 듯한 투는 아니었다. 그는 조금 긴장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공간만 넓어진다고 전부 해결되는 문제는 아닐 것 같아서 문제지만 말이지.”
그는 조금 자신감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최성현은 아직도 이곳의 원장이라는 자리에 꽤나 부담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겉으로야 업무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 얼추 역할을 해내고 있지만, 그만한 능력과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도 의심을 하고 있는, 그런 애매한 입장에 있었던 것이다.
사실 그럴 만도 했다.
최성현이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비교 대상은, 바로 옆에 있는 강태한이었으니까. 어지간한 봉우리도 태산 앞에서는 작은 언덕에 불과해지는 법이다.
“내가 이런 큰 프로젝트를 해낼 수 있을까?”
그런 상황에서 주어진, 국경을 넘어선 대형 프로젝트. 최성현으로서는 다소 큰 부담으로 여겨지는 것이 당연한 반응이리라. 강태한은 그런 최성현을 슬쩍 쳐다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뭐… 충분하고도 남을 것 같은데? 솔직히 못 할 것 같으면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말투와 가벼운 목소리.
허나 오히려 그렇기에 거기엔 묘한 신뢰와 믿음이 담겨 있었다. 듣는 이로 하여금 정말 큰일이 아닌 것처럼 여기게 하는 마력이 담겨 있었다.
“…으음.”
최성현은 뭐라 대꾸를 하려다 말을 삼키더니, 마찬가지로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러곤 팔짱을 끼며 한숨을 내뱉었다.
“에휴, 됐다. 네가 그렇게 남의 기준대로 생각해 줄 녀석이면 애초에 이렇게 일을 벌이지도 않았겠지.”
“어려우면 황 실장님도 이쪽으로 붙여 주고.”
“아냐, 한번 열심히 해 보지, 뭐.”
강태한의 말에 최성현은 가볍게 기지개를 펴며 답했다. 방금 전까지 묻어 나오던 불안감과 부담들은 내려놓은 듯한, 묘하게 가벼워진 털털한 목소리였다.
* * *
“자, 다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오늘 안내역을 맡은 조찬혁이고요, 혹시 질문하실 게 있다면 저한테 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시차도 있고 다들 피곤하시죠? 오늘은 간단하게, 이곳 아카데미의 소개와 앞으로 있을 커리큘럼만 설명드리고 해산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침내 시작된 천마안마 인도 유학생 프로젝트.
솔직히 말하자면 이 국경을 넘어선, 다소 뜬금없다고 해도 될 정도로 스케일이 큰 계획에 불안을 표하던 직원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나.
“…다들 생각보다 말을 잘 들어주시는 편이지?”
“그러게. 사실 내가 영어를 잘하는 편은 아니잖아. 그래서 혹시라도 우습게 보이거나 통솔이 힘들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런 기미가 없더라고.”
적어도 요 며칠간은 별다른 문제 없이, 오히려 굉장히 수월하게 진행이 되는 편이었다. 일단 유학생들부터가 대체로 얌전하고 공손한 태도였으며.
“오늘은 전날 말씀드린 대로 인체 구조와 혈 자리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겠습니다. 일단 여기 보이는 인체 모형으로 시범을 보여 드릴 테니, 주목해 주세요.”
“오, 선생님께서 굉장히 좋은 질문이었다고 하시네요. 앞으로도 질문하실 게 있다면, 제가 선생님들에게 여쭤보고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이에 언어의 장벽이 있기는 했으나 간단한 영어 회화는 아카데미 직원들도 가능했고, 수업의 주된 내용은 교보재를 활용하거나 실습이 대부분이었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여차하면 마르케시가 함께 보내온 통역사들도 있어 질의응답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었다.
다만…….
“이거야 원… 비행기까지 태워 준다고 해서 어디 얼마나 대단한 곳에서 대단한 걸 배우나 했더니.”
개중에는 항상 예외가 있기 마련이다. 수업이 끝나고 숙소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수염을 기른 한 중년 남성이 턱을 괴고 앉으며 노골적으로 불만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솔직히 좀 실망스럽군. 여기까지 와 가지고 배우는 게 고작 이따위 내용들이라니 말이야.”
“뭐… 이제 막 수업을 시작하는 참이잖습니까, 하라쉬 어르신. 아무래도 곧바로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가기엔 어려움이 있겠지요.”
그 말에 근처에 있던 남자는 머쓱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오늘 배운 것들은 인체의 구조라든가 기본적인 지압법 같은 기초들이 전부였으나, 그래도 커리큘럼이 막 시작되는 단계인 만큼 충분히 나올 법한 내용들이었다.
“아니지. 내가 말하는 건 오늘 수업 내용이 아냐.”
다만 하라쉬라 불린 남자는 문맥을 잘못 짚었다는 듯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말하는 건 오늘 수업만이 아니라, 앞으로 배울 내용 전체를 말하는 거라고. 여길 좀 보라고.”
하라쉬는 전날 받았던 설명서를 꺼내 펼치더니, 이내 수업 과정 중에 한 수업 제목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말했다.
“기(氣)의 인지와 기초적인 내공 운용법이라니. 이게 사이비 헛소리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그거야… 뭐…….”
남자는 말문이 막혔는지 애매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피식하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 또한 그 부분을 딱히 좋게 생각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뭐 틀린 말을 하시는 건 아니지.”
“저도 어제 황당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여기 한국까지 와서 그런 헛소리를 들으니까 말이죠.”
그러자 슬슬 주위에서도 하나둘씩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상할 것도 없었다. 전날 커리큘럼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도 꽤나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으니 말이다.
“그래도 헛소리면 뭐 어때? 중요한 건 수업을 끝까지 듣고 가서 정직원으로 고용되는 거지. 안 그래?”
“맞아, 맞아. 어찌 됐거나 수업만 듣고 오면 돈을 퍼 주겠다는데, 우리는 그냥 말만 잘 들으면 되지.”
그럼에도 수업 태도가 나쁘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 수업 내용은 헛소리처럼 들릴지언정 인도에서 엘리펀츠 그룹과 맺은 계약은 진짜였기 때문이다.
끝까지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안마사들은 기업의 신규 안마 사업에 핵심 인력으로 고용할 것이며, 성과에 따라선 분점의 점장을 맡길 수도 있다는 계약.
애초에 그것이 목표였기에, 수업 내용이 생각한 것과 좀 다른 것 정도는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뭐, 자네들 말도 맞기는 하지. 하지만…….”
쯧. 하라쉬는 이내 못마땅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당연한 말이지만, 마르케시가 보내온 유학생들은 모두 이미 안마사로서 최소한의 경력을 쌓은 이들이다. 그리고 하라쉬는 그들 사이에서도 나름 윗사람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몸이었다.
젊었을 적 동남아까지 찾아가 발품을 팔아 가며 안마 기술을 익혀 왔으며, 규모가 크진 않지만 벵갈루루의 번화가에 제법 인지도 높은 가게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인지도에 걸맞은 매상까지도.
물론 그렇다고 이번 프로젝트에서 제시한 보상이 구미가 당기지 않는 건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다른 이들처럼 그게 전부인 것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 동안 멈춰 있던 실력에 뭔가 도움이 될 만한 여지가 있나 해서 찾아왔더니만.’
예전에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동남아로 떠났을 때에는 길거리의 허름한 마사지 가게에서도 뭔가를 익힐 수 있었고, 제대로 된 스승을 만나면 무언가 깨달음마저 얻을 수 있었다. 인도로 돌아온 이후에는 습득한 기술들을 반복하고 숙련되어 가며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허나 지금은 매일매일이 똑같았다.
똑같은 기술에 똑같은 안마, 비슷한 반응. 지루한 것은 둘째 치고 스스로 제자리에 정체되어 있는 것이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그러던 와중에 들어온 이번 제안은… 그에게 기대를 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새롭고 거창한 무언가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냥 의욕이 생길 만한 작은 계기라도 얻어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임했다.
허나 그렇다고 헛소리까지 감수할 생각은 없었다.
…기(氣)라니.
툭 까놓고 말하자면, 인도에는 수도자를 자칭하며 헛소리를 지껄이는 수상한 인간이 널리고 널렸다. 그리고 그들의 망상 중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기나 내공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벵갈루루의 뒷골목에서도 이런 소리를 지껄이는 자칭 수도자 놈들을 하루에 네다섯은 찾아볼 수 있으리라.
헌데 그런 소리를 이 머나먼 나라, 한국까지 찾아와서 듣고 있어야 한다니. 그의 입장에서는 못마땅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내일은 여기 원장님이 직접 수업을 나오시는 모양이던데, 내일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뭘 말인가.”
“이 수업이 제대로 된 수업인지, 아니면 그냥 헛소리인지 말입니다. 원장이 어떤 사람인지 보면 대강 알 수 있지 않겠어요?”
흐음. 하라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구만.”
어떤 집단이 제대로 된 조직인지 보려면, 그 수장을 확인하면 대강 답이 나오는 법이니까 말이다.
헛소리라도 나름 근거를 갖추고서 영업을 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그냥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머리에 꽃이 핀 사람인지.
납득한 하라쉬는 재차 고개를 끄덕이더니 팔짱을 끼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결론을 내리고 실망하는 것은 내일이어도 늦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 * *
“끄흠…….”
허나 그다음 날.
원장이란 녀석이 얼마나 잘났는지 한번 보자고 벼르던 하라쉬였으나, 정작 그는 좀처럼 아카데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서성이고 있는 중이었다.
얼굴은 어딘가 답답해 보이는 안색이고.
입에서는 연달아 끙끙 앓는 소리.
누가 봐도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점심도 아직 안 먹었는데 왜 이러는 거지?’
어딘가 속이 막힌 것 같고 배는 더부룩하다.
툭 까놓고 말하자면, 체한 것 같다. 조식을 먹고 난 이후부터 약간 기색이 있기에 끼니조차 걸렀는데, 그럼에도 딱히 증상이 호전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점점 나아지겠거니, 하여 간단한 지압 정도만 하며 일과를 보내고 있었는데, 결국 이 시간까지 와서도 이 모양이다.
‘끄응… 혼자서 어떻게 해 볼 정도가 아닌가.’
그 또한 나름 실력을 자부하는 한 명의 안마사.
솔직히 자기 소화불량 하나 해결하지 못한다는 건 좀 부끄러운 일이다. 그렇기에 아까 전부터 스스로 해결해 보려 하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딱히 증상이 호전되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더 악화되어 가는 느낌. 이제는 머리에서 편두통이 느껴지고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맺히고 있을 정도였다.
‘…지금이라도 병원에 가는 게 나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어라, 어디 불편하신 곳이라도 있으신가요?”
한 청년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네며 서서히 다가왔다. 끽해야 이십 대 정도 되어 보이는 굉장히 젊은 청년이었다.
“그냥 좀…….”
“아하, 체하셨구나. 점심을 좀 많이 드셨나?”
“…예?”
하라쉬는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그는 갑작스러운 편두통 때문에 머리에 손을 올린 상태였다.
그리고 그걸 보고 체했을 거라 짐작하는 건, 아무래도 자연스럽지 않은 판단이다. 생각해 보면 애초에 ‘체하셨구나’라는 말은 확신에 가깝지 않은가.
그러는 사이 청년은 그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허락을 구하는 듯한 눈짓을 보냈다. 하라쉬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곧바로 하라쉬의 손목을 가볍게 붙잡았다.
“아… 아니구나. 보아하니 점심은 거르신 것 같고, 아침부터 이러셨나 보네.”
“허억……!”
하라쉬는 경악한 표정을 짓더니, 편두통도 잊은 것처럼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한동안 멍하니 청년을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