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293)
천마님 안마하신다-293화(293/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293화
올림픽은 전 세계적인 규모로 열리는 스포츠 행사이며, 세계인의 축제라고도 불리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인지도를 가진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세간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며, 단순한 스포츠 경기 그 이상의 의미가 부여되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메달 순위에 국가들의 자존심이 걸리기도 하고, 단 한 번의 경기 결과에 수천만 명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하고… 그런 상황에서 그저 이성적으로만 경기를 보라고 하는 건, 어찌 보면 무리한 요구다.
아무래도 경기의 판정에 좀 더 민감할 수밖에 없고, 사소한 부분이라도 문제가 되겠다 싶으면 항의가 나온다. 설령 그게 다소 황당하거나 터무니없는 트집이더라도 말이다.
‘그건 잘 알고 있는데…….’
때문에 페르트는 모든 항의와 불만에 대하여 이해심을 갖고자 노력하는 편이었다. 자신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더라도, 그 사람들의 시점에서는 전혀 다르게 보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다만 아무리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것이다.
그리고 이번 안건은, 적어도 페르트의 기준에서는 터무니없는 축에 속하는 내용이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기존에 비해 지나치게 좋은 성과를 거두었으며, 여기엔 무언가 불공정한 요소의 개입이 있었으리라 추측해 볼 수 있다…….”
이미 몇 번 본 내용이었기에, 페르트는 곧바로 중간 부분을 넘기고 마지막 부분을 읽었다.
“그에 따른 조사 결과, 해당 국가에서도 크게 화제가 된 안마사 K, 이하 강태한이란 인물의 안마가 선수들에게 불공정한 수준의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하, 이것 참.”
그는 피식하는 헛웃음을 흘리며, 동봉된 자료의 내용들도 재차 훑어보았다. 거기엔 현지의 기사나 한국 선수들의 인터뷰 같은, 강태한이란 안마사에 대한 자료들이 담겨 있었다.
“뭐, 한국이 이번에 특출난 성적을 거둔 건 사실이지. 내가 봐도 감탄이 터져 나왔었으니까 말이야. 충분히 고깝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
“으음… 그렇기는 하죠. 올림픽 중에서도 한국 선수들만 도핑 테스트를 두어 번 더 받기도 했고요.”
직원이 그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시드니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총 메달 획득 순위는 3위. 툭 까놓고 말하자면, 말 그대로 이변이라고 부를 만한 성적이었다.
“진짜로 이 강태한이란 안마사가 선수들 실력을 엄청나게 끌어올려 줬을 수도 있지. 여기 있는 자료들을 보면, 선수 본인들도 인터뷰에서 거의 항상 언급을 했었던 것 같고. …하지만 말이야.”
페르트는 쯧, 하고 소리 나게 혀를 찼다. 그러고는 들고 있던 서류들을 책상에 내팽개치듯이 내려놓았다. 감정이 실려 있는 동작이었다.
“그렇다고 이 안마사에게 안마를 받는 것을 위원회 차원에서 금지를 해야 한다? 이건 좀 아니지.”
“그래도… 특정 선수들만 특별한 수준으로 유리한 효과를 누렸다면, 공정성에 문제가 생겼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약물 도핑처럼 말이죠.”
“특별한 수준으로 유리한 효과라… 그럼 이렇게 예시를 한번 들어 볼까.”
페르트는 책상에 몸을 비스듬히 기대며 말했다.
“어떤 리그의 하위권 팀에 새로운 코치가 들어왔다고 치자고. 근데 그 코치가 개발한 훈련 코스랑 전술이 너무 훌륭해서, 선수들 실력이 급성장을 해 버린 거야. 그해에 리그 우승까지 해 버리고.”
“으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군요.”
“그렇지. 근데 그럼 그 코치를 리그 차원에서 퇴출을 시켜 버려야 하나? 팀을 너무 유리하게 만들어 줬다고 말이야.”
직원이 머리를 긁적였다. 답이 정해진 질문이었다.
“그건 아니죠. 이상한 약물을 썼거나 불법적인 방식을 썼다면 또 모르겠지만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 팀에게 과도하게 유리한 영향을 줬다고 해도, 그건 부당하거나 불공정한 게 아니라 그냥 그 코치가 유능한 거니까.
직원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페르트는 재촉하듯이 연이어 입을 열었다.
“그럼 그 팀의 주치의가 유능해서 컨디션 조절에 크게 도움이 됐다면? 아니면 영양사가 엄청 요리를 잘해서 영양상태가 크게 개선되었다면?”
직원은 그다음에 무슨 말이 이어질 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페르트는 그가 예상한 대로의 말을 꺼냈다.
“만약 팀의 전속 안마사가 안마를 잘했다면?”
“…전부 마찬가지죠. 네.”
“이래도 이게 조치를 취할 만한 내용인가?”
“아니네요.”
그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방금 전 자신의 발언을 철회했다. 듣고 보니 반박하기 힘든 말이었다.
“물론 모든 스포츠 경기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건 공정성을 빌미로 억지를 부리는 거지.”
유능한 스태프, 혹은 조력자를 뒀다는 이유로 페널티를 받는다면 그것만큼 웃긴 일도 없을 것이다. 적어도 그가 생각하기엔 과도한 트집이었다.
“…크흠. 근데, 이번에도 거절당할 걸 저쪽도 대충 알고 있을 텐데, 왜 자꾸 보내는 걸까요?”
직원은 괜스레 무안해졌는지 이야기의 방향을 돌렸다. 페르트는 책상에 내려놓았던 문서를 넘기며 넌지시 답했다.
“이번 성적이 그만큼 아쉬웠던 거지, 뭐.”
그는 문서의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거기에는 이 항의 및 제안서에 동의하는 곳들의 서명이 줄줄이 적혀 있었다.
적혀있는 것은 아홉 개의 국가.
그 하나하나가 각 국가 올림픽위원회의 간부급 인사에 해당되는 자들의 서명이다.
다만 다른 여덟 개의 국가는 그냥 같이 이름을 올린 수준에 불가하고, 여기에 진심으로 임하는 것은 단 한 국가뿐이었다.
서명들 중에서도 가장 위에 적혀 있는 한 국가.
다름 아닌 중국이었다.
“만에 하나라도 이번 일이 통과된다면, 이걸 발판으로 한국 선수들이 우승한 경기들을 무효화하자고 말을 꺼내려는 생각이겠지.”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의 종합 메달 순위는 2등이었고, 1등과는 금메달 두 개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만약 한국이 메달을 쓸어 가지만 않았다면, 금메달 두어 개 정도는 우리가 더 딸 수도 있었을 텐데… 라고 말이다.
실제로 한국이 금메달, 중국이 은메달을 딴 종목도 꽤 숫자가 되니까 마냥 근거가 없는 생각도 아니다.
만약 이 안건이 통과가 된다면 해당 경기들은 불공정한 경기가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무효를 요청할 수도 있게 된다. 이쪽이 본론인 셈이다.
“사실상 이것만 통과시키면 메달 순위를 뒤바꿀 수 있다, 이런 셈이로군요.”
“그렇지. 물론 적어도 내 선에서 더 위로 통과시킬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페르트는 오른손으로 마우스를 클릭하며 말했다. 그는 여태동안 보냈던 거절의 답장들을 살펴보며, 이번에는 어떻게 내용을 적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근데 그건 그렇고.’
허나 그러던 와중, 그의 머릿속에는 문득 자그마한 의문 하나가 떠올랐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자료로 동봉되어 있던 한국 선수들의 인터뷰를 다시 한번 훑어보기 시작했다.
‘얼마나 안마를 잘하길래 이러는 건가?’
거기에는 하나같이 강태한이라는 안마사에 대한 칭찬과 감사가 공통적으로 담겨 있었다. 물론 그런 기사들만 따로 모아 놨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많은 숫자다.
사실상 인터뷰를 한 선수들은 적어도 한 번씩은 언급을 하는 수준이랄까. 이쯤 되면 감사가 아니라 찬양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경기를 이기는 데 확실하게 도움이 되었다고 확신할 만한, 적어도 체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효과를 공통적으로 보았다는 것인데…….
때마침 이번 일 때문에 살짝 두통이 있었던 탓일까, 페르트는 이 강태한이란 안마사의 솜씨에 대한 호기심이 피어오르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 * *
“…하아아.”
길게 내뱉는 한숨.
대기실에 앉아 아까 전부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유세아는, 들고 있던 손을 힘없이 내려놓고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 왠지 모르게 울상을 짓고 있는 표정이었다.
‘뭔가 달라진 느낌이 드는 건, 괜한 걱정인가…….’
그녀는 다시 스마트폰을 쳐다보았다. 그 화면에는 카톡이, 방금 전까지 강태한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내용이 띄워져 있었다.
방금 전 대화를 재차 읽어 본 유세아는 다시 울상이 되었다. 얼핏 보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서로 존대를 하는 탓에 조금 딱딱해 보이긴 하지만 그뿐이고, 어쨌거나 저녁 약속도 잡지 않았는가.
하지만 유세아는 뭔가가 바뀌었음을 느끼고 있었다.
일단, 예전에는 강태한의 집에 찾아가도 되냐고 물었을 때 언제든지 와도 좋다고 했었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 연락 없이 찾아간 적은 없었지만, 물어볼 때마다 언제든지 허락해 줬었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시작된 것이긴 하지만, 강태한의 퇴근 시간에 맞춰 인근의 인적 드문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함께 돌아가는 것도 그녀의 낙 중에 하나였다. 강태한 또한 매번 기뻐하는 것이 보였다.
헌데 몇 주쯤 전부터였을까, 그렇게 만날 때마다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내색을 보이더니, 이제는 이렇게 매번 거절을 하고 있었다.
물론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
어떤 사정이 있을 수도 있고, 일정이 매번 묘하게 안 맞는 것일 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올라와 계신다든가, 퇴근 직후 뭔가 약속이 있다든가.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예전과 뭔가 달라졌다는 것을, 유세아는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만나는 횟수가 조금씩 줄어들었고, 만났을 때도 어딘가 다른 곳을 보고 있을 때가 잦아졌고… 이렇게 표현하고 싶지는 않지만, 왠지 모르게 거리감이 생긴 느낌이다. 태한 씨가 어딘가 바뀐 듯한…….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유세아는 한 차례 고개를 젓더니, 정신 차리라는 듯 본인의 두 뺨을 양손으로 때렸다. 자그맣지만 짝! 소리가 날 정도의 세기였다.
‘아니… 그럴 수도 있지, 뭐.’
허나 그 기합은 5초도 되지 않아 녹아내렸다.
생각해 보면, 자신이 그리 좋은 여자 친구는 아니지 않은가. 스케줄이 불규칙한 탓에 항상 자신에게 맞춰 일정을 짜야 하고, 사람이 많은 곳은 함께 다니지도 못한다. 애초에 만날 수 있는 시간이 굉장히 적고 그마저도 한정적이다.
그야 함께 다니다 보면 지칠 수도 있겠지.
유세아는 자신감이 사라진 표정으로 한숨을 뱉었다.
“…세아 씨, 왜 그래? 벌써 연기 준비하는 거야?”
그때, 같이 대기실에 앉아 작업을 하고 있던 감독이 넌지시 말을 걸었다. 그는 유세아의 이상행동을 그나마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곧 있을 촬영의 배역에 몰입하는 중이라는 결론을 내린 참이었다.
“예? 아… 아하하. 생각할 일이 좀 있어서요.”
“그래도 적당히 해. 그렇게 볼이 빨개진 상태로 들어가면, 메이크업 팀이 엄청 난감할 것 같은데?”
“엑? 그 정도예요?”
유세아는 놀란 표정으로 황급히 핸드백에서 손거울을 꺼내 들었다. 생각 없이 뺨을 때렸던 거라 몰랐는데, 확실히 볼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으… 죄송합니다.”
“하하, 나한테 미안할 게 뭐 있어. 사과를 한다면 갑자기 얻어맞은 세아 씨 볼에다가 해야지.”
촬영에 영향이 갈 수도 있는 행동인데, 이런 아마추어 같은 행동을 하다니.
물론 촬영 시간까진 꽤 시간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전에 없던 실수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유세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