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294)
천마님 안마하신다-294화(294/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294화
‘아으… 괜히 이상한 짓을 해 가지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자신의 행동을 되짚어 본 유세아는 새삼 부끄러운 듯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확실히 이상한 행동이기는 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가만히 앉아 있던 여배우가 느닷없이 자기 뺨을 후려치는 상황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갑작스럽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그나마 지금 휴게실에 있는 사람이 자신 외에 감독 한 명뿐이라서 본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인 부분이었다.
‘…흥. 다 태한 씨 때문이야.’
방금 전까지 부끄러워하든 얼굴에 뾰루퉁한 기색이 올라왔다. 유세아는 심술이 난 표정을 짓더니, 내려뒀던 스마트폰을 집어들고 다시금 카톡을 읽었다.
어느 정도 마음을 진정시킨 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카톡을 보면 다시금 걱정이 고개를 치켜세운다. 애초에 마음가짐을 바꾼다고 해서 대화 내역 자체가 바뀌는 일은 없지 않은가.
[태한 씨, 요즘 저 피하시는 건 아니죠?]그런 채팅을 쳤다가, 황급하게 지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직설적으로 느껴지는 문장. 혹시라도 송신 버튼을 누를까 봐 잔뜩 긴장한 그녀는, 전부 지워진 걸 확인하고 나서야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었다.
‘연애라는 게 원래 다 이런 건가…….’
그녀는 주연급으로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 온 여배우이고, 그러다 보니 작중 내에서 다양한 부류의 연인들의 모습을 연기해 왔다.
친구에서부터 서서히 발전해 가는 달달한 로맨스에서부터, 사소한 오해로 점차 사이가 멀어지다 갈라서게 되는 비극적인 연인, 때로는 다른 사람의 남자를 유혹하는 소위 불여우 같은 역할까지…….
허나 그건 모두 작품 내에서 연기하는 모습일 뿐.
현실의 그녀는 연애의 연 자도 제대로 모르는, 이번에 강태한과의 만남으로 겨우 첫 연애의 발걸음을 뗀 초보 중의 초보인 것이다.
적절하게 상대방을 밀었다가 당기는 방법?
모른다!
카톡 답장 시간에 적당히 뜸을 들이는 법?
당연히 모른다! 어떤 게 일반적이고 어떤 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 만약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어떤 식으로 풀어 나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말 그대로 연애문외한인 것이다.
경험이 없다 보니 판단의 기준도 희미하다고 할까.
어딘가 자신을 대하는 강태한의 온도가 바뀌었다고 느끼고 있지만, 자기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다는 의심도 있다. 직접 물어보기엔 쓸데없이 불화의 불씨를 피우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물론, 괜한 걱정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맞을 수도 있다. 정말로 강태한이 거리를 두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만 해도 가슴 한편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은 둘째 치고,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고 어떻게 다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지도 방법을 모른다.
‘누구한테 조언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적당한 사람이 없을까.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던 찰나.
“세아 씨,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어?”
아까 전부터 같은 공간에 있었던 남자, 김조현 감독이었다. 그는 일에 집중이 안 되는 듯, 펴 놓고 있던 노트를 탁, 소리 나게 덮으며 물었다.
“어… 음, 그래 보여요?”
“그렇게 보여. 심리 상태가 불안한 여주인공의 연기라면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해 보일 정도로 말이지.”
“아하하… 딱히 그런 거는 아니고…….”
어라.
적당히 상황을 얼버무리려던 유세아는 어떤 사실을 떠올리고는 말을 멈췄다.
그녀의 눈앞에 있는 것은 김조현 감독.
그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로맨스 장르의 대가다.
대한민국에서 로맨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의 대히트작도 두 개나 있고, 실제로 부부 간의 금술도 굉장히 좋다고 영화계에 소문이 자자했으니 말이다.
일적으로도 사적으로도 로맨스의 거장이라고 할까.
물론 그렇다고 연애 상담도 잘해 줄 것이라는 보장 같은 건 없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누구에게라도 물어봐야 그나마 마음이 진정될 것 같은 기분이다. 적어도 자신보단 많은 걸 알고 있을 테고 말이다.
“저… 감독님, 혹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안 될 이유가 없지.”
“그러니까… 이건 제 친구 이야기인데요.”
“아, 그래.”
김조현 감독은 곧바로 머릿속의 고민상담 세트장에다가 유세아 본인을 세팅해 놓았다. 아는 사람이나 친구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고민은 굉장히 높은 확률로 본인의 이야기였으니까.
“그 친구가 지금 연애 중인데, 좀 많이 좋아하거든요. 어떤 경우에도 헤어지고 싶지 않고, 헤어진다는 단어조차 입에 담기 싫어할 정도로요.”
“흐음.”
카테고리는 연애 상담. 그리고 조건은 ‘남자 친구와 절대로 헤어지고 싶지는 않음’인가. 그는 납득한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그래서?”
“근데 남자 친구가 요즘 살짝 쌀쌀해졌다고 걱정을 하더라고요. 약간 거리감이 느껴진달까, 약속을 잡을 때도 소극적인 느낌이 있다고 할까…….”
말하는 도중에 목소리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만약 이게 진짜 친구의 이야기라면 몰입력이 장난이 아니거나, 정말 너무나도 아끼는 친구이리라.
“그런데 이번이 첫 연애라, 제 느낌이 맞는 건지 아니면 괜한 의심을 하고 있는 건지 확신이 없어서… 아, 물론 제 친구가요.”
“흠흠. 그래. 세아 씨 친구가 말이지.”
김조현은 결코 잊지 않았다고 말하듯 유세아의 말을 반복했다. 그러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연애 상담은 크게 도움이 되기 힘들어. 세상에 똑같은 연애는 없거든. 사람의 성격도 다르고, 상황도 다를 거고, 그동안 사귀어 온 기간도 다를 테니까 말이야.”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는 게 사람 마음이다.
그리고 연애는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의 마음이 함께 얽히며 이뤄지는 것이다. 당연히 더더욱 예상하기 힘든 게 당연하다.
“그야 저도 알고는 있는데… 그래도 감독님은 이쪽 분야에 조예가 깊기로 유명하시잖아요?”
“조예가 깊다고?”
“네. 로맨스 각본을 잘 짜시는 걸로도 유명하시고, 실제로도 사모님이랑 금슬 좋기로 유명하시고…….”
김조현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와이프랑 사이가 좋은 건 착하고 좋은 와이프를 만난 거고, 영화 각본은… 뭐 잘하기는 하는데, 로맨스 영화를 찍는 거랑 실제 연애는 당연히 다르거든.”
당연한 말이다. 그건 유세아도 알고 있었기에, 수긍의 의미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김조현의 말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래도 한 가지 조언을 해 주자면… 이야기를 만들 때 사이좋은 커플 사이에 갈등을 집어넣는 가장 쉬운 방법이 뭔지 알아?”
“글쎄요……?”
“바로 서로 소통을 안 하는 거야. 이걸 물어봤다가 우리 관계가 어긋나면 어떻게 하지, 그 사람에게 또 도움을 받을 순 없어… 대충 이런 느낌으로.”
그는 팔짱을 끼며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처음엔 사소한 문제로 시작해서, 거기서부터 천천히 균열을 키워가는 거야. 작은 오해가 사건을 불러일으키고, 그 사건에서 또 다른 오해가 생기는 거지. 나중에는 서로의 진심마저도 의심하게 되고.”
“확실히 그런 이야기가 많은 것 같네요.”
“많은 게 아니라 알파이자 오메가야. 프시케가 에로스를 의심하게 된 것도, 사실은 에로스가 프시케에게 솔직하게 말을 하지 않은 게 근본적인 이유지.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가 있었더라도 말이야.”
“…….”
“그리고 이것만큼은 현실에서도 통용되는 이야기지. 누구의 연애가 잘될지 말지는 알 수 없다고 하지만, 소통이 막힌 커플은 반드시 깨지게 되어 있거든.”
김조현 감독은 얼추 상담이 끝나 간다는 듯, 다시 노트를 펴면서 연이어 말했다.
“그러니까 세아 씨도… 아니지. 세아 씨 친구분도, 뭔가 불안하면 먼저 남자친구랑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눠 보라고 해. 그게 먼저야. 그러면 의외로 상황이 잘 풀릴 수도 있으니까.”
유세아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조금 두려워하는 기색이 담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랬다가 걱정했던 게 사실이면요?”
“그래도 그러는 편이 낫지. 일단 상대방 마음이 어떤지를 알아야 다시 돌려놓기라도 하지 않겠어?”
…틀린 말은 아니다.
유세아는 납득한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뭔가를 결심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정말 고마워요, 감독님.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어… 그러니까, 제 친구한테요.”
“그래.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 세아 씨 친구분에게 말이야.”
김조현 감독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다시 본인의 작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태한 씨, 그래도 카페에서 먼저 보면 안 될까요? 이야기 좀 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런데.] [물론! 뭔가 사정이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흐으음…….”
천마안마의 사무실.
그곳에서 스마트폰을 확인한 강태한은, 연달아 이어진 카톡을 보고 나지막한 침음을 흘렸다. 얼핏 평범한 카톡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평소의 유세아와 다른 느낌이 있었다. 뭔가 일이라도 생긴 걸까.
‘가게 주변은 되도록 피하고 싶은데 말이지.’
유세아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확실히 강태한은 요 근래 그녀와 조금 거리를 두고자 하고 있었다. 다만, 그 원인은 강태한의 마음이 아니라 외적인 부분에 있었다.
‘괜히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으니까…….’
그동안 강태한은 유세아와 있을 때 되도록 기자들이 있을 법하거나 사람이 너무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해 다니고 있었다. 아무래도 여배우라는 직업의 특성상 구설수에 올라서 좋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행동 반경에 엄청난 제약이 생기거나 하진 않았다. 같이 맛집도 다니고, 영화도 보고, 동네 산책도 가고 그랬으니까.
유세아는 어지간하면 수수한 복장에 선글라스를 끼고 나왔고,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행여 간혹 가다 그녀를 알아보고 사진을 찍으려고 해도, 그 정도는 강태한이 막을 수 있었다. 카메라를 고장 나게 하거나 혼자서 자빠지게 만든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유세아 한 명뿐만이 아니라, 강태한도 어느 정도 유명인이 되어 버린 탓이었다.
올림픽이라든가, 대청그룹 주가 상승의 주역이라든가, 유명 연예인들과 얽힌 일화라든가… 이런 일들이 몇 번씩이나 화제가 되다 보니, 강태한 본인을 알아보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난 것이다.
그리고 개중에는 따라붙는 기자들도 있기 마련이다.
물론 그의 사생활을 폭로하려는 목적으로 찾아온 것이 아니라 짧게나마 인터뷰라도 한번 해 보려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결국은 기삿거리를 찾아서 온 사람들이다.
만약 자신이 어떤 여성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본다면, 자연스레 흥미를 느낄 것이다. 그중에는 연예계 쪽 취재를 자주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럼 유세아를 알아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곧바로 머릿속에서 열애설 기사 한두 편 정도는 뚝딱하고 나오고도 남겠지.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추측해 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때문에 강태한은 이전에 비해 유세아와의 약속 장소를 조금 더 신중하게 선정하고 있는 중이었다.
천마안마가 있는 동네 주변은 되도록 피하고, 서로의 집 주변도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었다. 요 근래 천마안마의 일과 촬영 일로 서로 바빴던 것은 그나마 다행인 부분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괜히 불안하게 만들었나 보군.’
강태한은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러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단지 이야기를 할 타이밍을 못 잡았을 뿐.
‘이야기하는 편이 좋았으려나…….’
유세아는 안 그래도 본인이 여배우라는 입장 때문에 데이트 장소에 제약이 생기는 것을 상당히 미안해하곤 했었다. 강태한이 매번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때문에 지금의 상황을 알게 되면 괜히 그런 생각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아예 같이 밖에 나갈 때마다 움츠러들게 만들진 않을까… 그런 걱정이 있어 말을 하지 않았었다.
다만 이걸로 상대방을 불안하게 만든다면 오히려 쓸데없는 배려다. 강태한은 멋쩍은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바라보다, 카톡에 답장을 적기 시작했다. 연애에 다소 서투른 것도, 상대방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도, 두 사람 모두 마찬가지인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