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295)
천마님 안마하신다-295화(295/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295화
“으음… 그러니까, 한번 정리를 해 보자면요.”
둘이서 만나기로 약속했었던 카페.
그곳에서 강태한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유세아는, 뭔가를 정돈하는 듯한 손동작을 취하며 입을 열었다. 강태한은 조용히 듣겠다는 듯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커피 잔을 손에 쥐었다.
“요즘 태한 씨를 찾아오는 기자분들이 많아졌고, 거리에서도 가끔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렇죠.”
“그래서 둘이 만나게 되면 혹시라도 난감한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그걸 예방하고자 약속 장소를 예전보다 신중하게 고르고 있었다… 맞나요?”
“네, 맞아요.”
강태한은 긍정의 의미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을 마친 유세아는 테이블에 가볍게 몸을 기대더니, 이내 한차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안도의 의미가 담긴 한숨이었다.
“하아… 그랬구나. 다행이네요, 정말.”
“역시 오해를 하게 만들었던 모양이네요.”
“후후, 안 했다고는 못 하겠네요.”
유세아는 뺨을 긁적이다 머쓱한 웃음을 흘렸다. 강태한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이런 상황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말씀을 드렸다면 좋았을 텐데… 제가 조금 생각이 부족했네요. 미안해요, 세아 씨.”
“예? 아니에요, 아니에요.”
강태한의 사과에 유세아는 사양하듯 고개를 저었다.
딱히 겉치레로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냥 다행이라는 생각만 들 뿐, 사실 내심 강태한이 야속하게 여겨질 수도 있건만, 신기하게도 그런 마음은 조금도 생기지 않는 유세아였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좋은 의도에서 그런 거고… 어떻게 보면 저야말로 괜한 오해로 태한 씨를 의심한 셈인걸요. 쌍방 과실인 걸로 해요.”
유세아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쑥스러운 표정으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강태한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그럼, 알겠습니다. 이해해 줘서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아, 그보다 단거 좀 먹어도 돼요? 긴장이 풀렸더니 당분이 확! 떨어지는 기분이라.”
“상관은 없는데, 그래도 괜찮겠어요?”
“왜요?”
“오늘 예전부터 세아 씨가 가 보고 싶다고 했던 곳에 예약을 해 놨거든요.”
“어, 정말로요? 어디요?”
두 사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밝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이야기를 하는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방금 전까지 무겁고 진지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다행이다, 아무 일도 없어서…….’
연신 미소가 떠나질 않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카페를 나설 때까지는 물론이고,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분위기가 어그러지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강태한은 여전히 상냥했으며 유세아는 그런 그와 함께 있으면 마냥 즐거웠다.
‘이런 시간이 언제나 이어졌으면…….’
데이트를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조수석에 앉아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로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던 순간. 문득 그녀는 어떤 생각을 떠올리고는 굳은 표정을 지었다.
‘…언제나?’
태한 씨는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약속 장소를 골라야 하고, 자신은 눈에 띄지 않는 수수한 복장으로 나와야 한다. 선글라스와 모자는, 말 그대로 기본이다.
재밌어 보이는 축제나 행사가 열려도, 두 사람에겐 사치일 뿐이다. 연인이 만들어 준 요리를 SNS에 자랑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연애 중이라고 말하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들도 사치스러운 일들이다.
물론, 유세아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연예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 이라면 대부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일들이다. 연예인들이 연예인과 만나는 일이 잦은 것도, 이런 부분을 가장 쉽게 서로 공감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한 씨는?
아니다. 그는 이런 제약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저 자신에게 맞춰 주고 있을 뿐이다. 자기가… 강태한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이해와 배려를 받고 있을 뿐이다. 적어도 이 부분에서만큼은 말이다.
“…태한 씨.”
“예?”
“오늘 너무 즐거웠어요.”
유세아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다만, 다소 울적하게 들리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아마도 이런 시간을 가지는 게 점점 더 까다로워지겠죠? 시간이 지나갈수록…….”
강태한의 사업은 아마 앞으로 더욱 번창할 것이다. 그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그런 강태한에게 더욱 많은 관심이 몰리는 것도 필연적인 부분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거리감도 자연스럽게 서서히 벌어질 것이다. 딱히 서로의 마음이 식어서가 아니라, 오늘처럼 강태한이 그녀를 위해, 그녀의 입장을 배려하면서 말이다.
“으음,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죠.”
강태한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조심스레 답했다. 말하는 걸 보아하니, 그 또한 예전에 비슷한 생각을 해 본 모양이었다.
다만 그걸 유세아에게 말하지 않았을 뿐.
아마 강태한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유세아를 배려해 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의지하기만 해서는, 두 사람의 관계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
“저는 태한 씨랑 오래 만나고 싶어요. 태한 씨한테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않고요. 더 예쁘고, 좀 더 떳떳한 사랑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유세아는 입을 열었다.
사실은 진즉에 결정했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혹시 태한 씨는, 제 남자 친구라는 게 밝혀지게 되면 곤란할까요?”
강태한은 조금 놀란 반응을 보였다. 마침 방금 막 빨간불이 들어와 차가 멈춘 참이다. 그는 한동안 말없이 유세아를 바라보다, 넌지시 입을 열었다.
“저는 세아 씨가 속이 깊고, 조심스러우면서도 다른 사람을 배려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러고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런 세아 씨가 충분히 생각해 보고 결정한 내용이라면, 저는 언제나 찬성입니다.”
“……!”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사이 신호가 켜지고, 강태한은 다시 앞을 보고 운전을 시작했다. 그때쯤, 유세아의 입술이 꿈틀거렸다. 여러 가지 감정들이 묘하게 어우러진 반응이었으나, 가장 큰 감정은 기쁨이었다.
“…고마워요, 태한 씨.”
유세아가 일반인과 열애 중이라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의 일이었다.
* * *
“미쳤다, 미쳤어……!”
천마안마 아카데미의 원장실.
그곳의 쇼파에 앉아 있던 최성현은, 황당해하는 표정으로 연신 같은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에는 인터넷 기사가 띄워져 있었다.
“이게 왜 진짜지?”
그 내용은 다름 아닌 여배우 유세아의 공개 연애.
사실 그 자체는 이렇게 호들갑을 떨 만한 내용이 아니다. 예전에야 여배우나 아이돌이 연애를 하면 세상이 뒤집어질 것처럼 야단법석이 났었지만,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사람도 많으니까.
다만 최성현에게는 충분히 충격적인 기사였다.
유세아와 연애를 하고 있었다는 그 상대가, 다름이 아니라 그의 오랜 친구이자 지금도 맞은편 쇼파에 앉아 있는, 강태한이었으니까 말이다.
“야, 어떻게 이걸 감쪽같이 감추고 있었냐?”
“딱히 감춘 건 아니지.”
굳이 말하지 않았을 뿐. 강태한은 그렇게 덧붙이며 차 한 모금을 마셨다. 그의 얼굴은 평소처럼 평온해 보였으나, 조금 쑥스러워하는 기색이 서려 있었다.
“근데 이거 나온 지 꽤 지난 얘기인데, 성현이 너는 진짜로 이번에 처음 들은 거냐?”
“실장님도 아시잖아요, 저 요즘 진짜… 엄청 정신없는 거. 기사 살펴볼 생각 같은 걸 못 했네요.”
황 실장의 질문에 최성현은 가볍게 기지개를 펴면서 말했다. 쌓여 있던 피로들이 근육 사이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뭐…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네.”
그 말에 동의하듯 황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르케시 회장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천마안마의 해외 진출 사업. 그 계획은 마르케시가 있는 인도에서부터 시작될 예정이었고, 이를 위해 백여 명에 달하는 수강생이 인도에서 이곳으로 찾아와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새로 안마원을 열려면, 그곳에서 일할 안마사가 필요한 법이니까. 그리고 기왕이면 현지인들로 구성되어 있는 게 좋을 수밖에 없다.
다만… 덕분에 비교적 평온했던 아카데미에 일거리가 잔뜩 늘어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수강생의 숫자가 두 배가량 늘어났으니 단순하게 계산해 봐도 일감이 두 배 불어난 셈인데, 그 수강생들이 외국인이니 더 복잡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최성현은 아카데미를 책임지고 있는 원장.
아무래도 그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최 원장이 고생이 많아, 아주.”
“말도 마세요. 아유…….”
물론 최성현이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건 아니지만, 결국 아카데미에서 가장 안마의 실력이 뛰어난 것도, 기감을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것도 최성현이다.
기본적인 것들은 다른 안마사들이 가르쳐 준다고 해도, 결국 기감을 트이게 하고 그걸 다룰 수 있도록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지극히 한정적인 것이다.
결국은 최성현이 수강생 한 명 한 명씩 따로 신경 써서 봐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수강생 중에는 벌써부터 기감이 열린 사람이 몇몇 있었다. 가장 진도가 빠른 하라쉬를 비롯하여, 이전부터 안마사로서 제법 경력을 쌓아 온 이들이었다.
자연스레 최성현이 바빠질 수밖에 없는 흐름이랄까.
그의 입에서 피곤하다는 말이 끊이질 않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태한 씨가 종종 도와주지 않아?”
“그렇긴 한데… 그러면 일거리가 더 늘어나거든요.”
황 실장의 말에 최성현은 얼굴을 찡그렸다.
“태한이가 강습을 하고 가면 뭐랄까… 수강생분들이 한두 개씩 깨달음을 얻은 상태라고 해야 하나? 막혔던 부분이 뚫리는 느낌이거든요.”
“좋은 거 아냐?”
“물론 좋은 일이긴 한데, 그러고 나면 질문거리를 잔~뜩 가져오신다고요. 솔직하게 말하면 저도 아직 모르는 게 많은 입장인데.”
안마사를 육성하는 만큼 진도가 빠르다는 건 그만큼 좋은 일이지만, 최성현에게는 조금 버거운 것도 사실이다. 자기도 잘 모르는 질문이 들어올 때도 있고 말이다.
“그게 그렇게 되나?”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강태한이 피식 웃으며 한마디 끼어들었다.
“그렇다고, 인마. 힘들어 죽겠어, 아주.”
“뭐… 그런 거치고는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당연한 말이지만 강태한이라고 무작정 진도를 팍팍 뚫어 놓는 것은 아니다.
기(氣)를 다루는 기공(氣功).
이것은 어디까지나 깨달음의 영역이지, 누군가 가르침을 준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경지가 올라가고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고, 직접 기를 흘려보내 기감을 자극하는 등 적극적인 방법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다.
평소의 수행으로 준비를 갖춰 두지 않는다면, 깨달음을 주고자 해도 받아들일 수가 없다. 벽을 뚫어 주려 해도 상대가 아직 벽 앞에 도착해 있지 않은 상태라면 쓸데없는 도움에 불과하다.
그리고 최성현은… 수강생이 그 벽 앞까지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에 상당한 재능이 있어 보였다.
얼마 전에 같은 길을 걸었기에 눈높이가 맞는 것일까, 아니면 교육 자체에 재능이 있는 것일까. 아직 경지가 낮아 벽을 뚫어 주는 것까지는 못하지만, 자기가 한번 걸어 본 길을 안내하는 솜씨가 출중했다.
“네가 평소에 기반을 잘 닦아 두고 있으니까 내가 굵직한 것만 알려 주고 가도 되는 거거든.”
강태한은 빈말이나 과장 없이 담백하게 사실을 전달했다. 하지만 최성현은 한 차례 헛웃음을 흘리고는 손을 저었다.
“됐어, 그렇게 없는 말 지어내서 안 띄워 줘도 돼.”
“그런 건 아닌데… 아니, 됐다.”
강태한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얼버무렸다. 최성현이 이상하게 본인에 대한 평가가 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보다도 슬슬 밥 먹을 시간인데, 같이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어때?”
“어, 사는 거냐?”
“당연하지. 네 말마따나 매일 고생시키는데. 아무 데나 상관없으니까 어디 갈 지는 네가 정해.”
최성현의 얼굴이 환해졌다.
“흐흐, 안 그래도 요 주변에 괜찮은 고깃집 하나 알게 됐거든. 거기로 갈까?”
“고기면 돼지? 소?”
“당연히 소고기지. 네가 사는 건데.”
“그럴 줄 알았다.”
때로는 감사나 인정의 말보다도, 이런 식사 자리 한 번이 더 큰 의미가 되는 법이다. 강태한은 최성현의 말에 피식 웃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