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296)
천마님 안마하신다-296화(296/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296화
“으으음…….”
여의도 QBS방송국의 현관.
유세아는 밖으로 나서기 전, 자신의 얼굴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푹 눌러쓴 모자에 알이 큼지막한 선글라스, 거기에 마스크까지. 적어도 얼굴만 봐서는 자기가 유세아인지 알아차리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잠시 후, 밖으로 나온 그녀는 자기가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방송국 앞에는 말 그대로, 아무도 없었으니까. 기자들은커녕 지나다니는 사람도 한 명 없는 상황이었다.
“휴우… 다행이네.”
조그맣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유세아.
다만 그녀가 이렇게까지 주의를 기울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불과 며칠 전, 그녀는 자신이 결심했었던 대로 강태한과의 연애를 언론에 공개했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여태껏 작품 활동만 해 오며 얌전히 지내 온 그녀의 배우 인생에 있어 가장 크게 저지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본인의 결심과 의지로 저지른 일이고, 회사와도 사전에 이야기를 마치고 양해도 구해 놨었지만, 그래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자칫하면 스캔들로까지 번질 수도 있는 일임은 변치 않는 사실이었다.
‘근데 생각했던 것보다… 조용하단 말이지.’
첫날은 꽤 많은 기자가 달라붙었었다. 언론에서 기사도 나왔다. 적지 않은 양의 기사였고, 잘은 몰라도 SNS 같은 곳에서도 꽤 화제가 되긴 한 모양이었다. 연락이 드물던 사람들한테서도 카톡이 오곤 했었으니까 말이다.
다만 뭐라고 할까…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무난하게 받아들여지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딱히 문제가 야기되거나 그런 부분은 없었다. 기자들도 첫날 이후로는 거의 찾아오는 일이 없었고 말이다.
“소윤아, 회사 쪽에서 뭐 들은 건 없어?”
“뭐, 이번 일에 관해서요?”
“그래. 따로 신경 써서 수습한 부분이 있다든가…….”
그녀의 매니저, 권소윤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허나 딱히 짚이는 부분은 없었기에 이내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오히려 회사 사람들도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약간 싱겁게 지나가는 느낌이라 조금 김이 샌다는 느낌이라서요.”
그녀의 말에 유세아는 싱긋 웃었다.
“뭐야, 그럼 안 싱거워지게 뭐라도 좀 팍팍 터트려서 간을 좀 맞춰 줘야 되는 건가?”
“아이, 언니! 그런 뜻이 아니잖아요!”
“후후, 당연히 장난이지.”
유세아는 장난스럽게 웃음을 흘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번 일에 대해 계속 의아함을 느끼고 있었다.
‘회사에서 좀 신경을 써 준 건가 했었는데 딱히 그것도 아닌 것 같고…….’
말이라는 것은 ‘아’가 다르고 ‘어’가 다른 법이다.
기사의 제목도 마찬가지다. 같은 내용을 다룬 기사라 해도, 어떤 식으로 표현을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기사라는 건 기본적으로 자극적이게 쓰이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유명 여배우의 일탈? 아무도 몰랐다, 은밀하게 이뤄진 비밀 연애, 막 이런 느낌으로.’
유세아는 연애 스캔들 기사에 어울릴 것 같은 제목을 하나 떠올렸다. 충분히 있을 법한 제목이었다.
다만 그녀에 대한 기사가 저렇게 자극적으로 쓰인 것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 외 대부분의 기사는… 말 그대로 싱거운 느낌들이었다. 그냥 이 일 자체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넘기려는 듯한, 그런 의도가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어쨌거나 언니 입장에서는 참 다행이네요. 뭔가 이대로 조용히 지나갈 것 같은 느낌이고, 이제 그… 태한 씨였나? 그분이랑도 떳떳하게 만날 수 있고.”
“…그렇네.”
조수석에 올라탄 유세아는 입꼬리를 히죽거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 생각만 해도 좋은 것인지, 입꼬리가 자꾸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관계예요?”
“어떤 관계냐니… 당연히 커플이지.”
헤헤, 유세아가 헤실거리며 답했다. 그 반응에 권소윤은 운전을 하고 있는 중에도 순간 반사적으로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말만 해도 좋은 단계인가… 아니 근데 그건 이제 다 아는 사실이고, 가볍게 만나는 사이냐, 아니면 좀 더 진지한 그런 사이냐, 뭐 그런 거요.”
“아… 그건 말이지.”
유세아는 왠지 자랑을 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이번 일로 물어봤었거든. 나는 태한 씨랑 오래 만나고 싶고, 떳떳하게 만나고 싶다. 그렇지만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공개 연애를 하면 안 되잖아?”
“그… 렇죠?”
뭔가 잔뜩 높아진 텐션이 부담스러웠기에, 권소윤은 조금 주눅이 든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래서 그것도 물어봤었는데… 뭐라고 한 줄 알아? ‘세아 씨가 충분히 생각해 보고 결정한 내용이라면, 저는 언제나 찬성입니다.’ 막 이랬다니까! 아으!”
유세아는 말만 해도 가슴이 날뛰는 것인지 양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렇게 한동안 가만히 있더니,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다시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그런 사이인 거지.”
“…네?”
“이런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
“아하…….”
권소윤은 슬쩍 유세아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
“…언니가 행복해 보여서 저도 기쁘네요.”
솔직히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행복해하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였다. 그리고 그거면 된 것이지 않겠는가. 권소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없이 운전에 집중하는 시늉을 했다.
* * *
“으음… 크흐! 역시 좋구만!”
천마안마의 안마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 본 남자, 대청그룹의 장태현 회장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짧막한 감상을 입에 담았다.
“푹 쉬신 모양이네요.”
“두말하면 입이 아프지요! 하하하.”
장태현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답했다.
“여기로 올 생각을 하면, 회사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어도 웃음이 나오는 수준입니다. 그야말로 제 활력소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과장 같은 것 없이 진심이 묻어 나오는 느낌. 거기에다 얼굴엔 미소가 만연해 있는 것이, 보는 사람마저 상쾌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게다가 이렇게 따로 시간까지 내어 주시니… 원장님에게는 항상 신세를 지는군요.”
장태현은 슬쩍 시계를 쳐다보았다.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원래라면 이미 강태한이 퇴근을 하고 난 이후의 시간이다. 다만 강태한은 고개를 저었다.
“뭘요. 저야말로 회장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지 않습니까. 이번 일도 그렇고요.”
“이번 일이라면… 아아, 그거 말이군요.”
그는 왠지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
“유세아 씨 일이라면… 전 딱히 한 게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런 것치곤 영향이 큰 것 같던데요.”
지난번 유세아의 결심을 듣고, 그 결심을 지지했을 때, 강태한은 그녀에게 뭐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실 그녀의 입장에선 많은 위험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선택일 텐데, 두 사람의 관계를 위해 그것을 감수한 것이지 않은가. 거기에 조금이라도 힘을 실어 주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리하여… 지난번 사업 이야기로 장태현 회장과 만났을 때, 가볍게 이야기를 꺼내 뒀었던 것. 그리고 그 덕분인지 유세아의 이야기는 짧게 반짝였다가 금방 흘러간 화젯거리가 되었다.
“생각보다 기사도 적게 나왔고, 나온 것들도 전반적으로 좋게좋게 쓰인 느낌이고… 전 회장님이 조치를 취해 준 걸로 알았는데요.”
“사실 저도 나름 조치를 좀 취해 볼까 했었는데… 다른 분이 먼저 손을 보고 계시더라고요. 그것도 화가 잔뜩 나셔서.”
강태한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분이시죠?”
“저희 아버지요. 태한 씨가 연애하는 걸 기삿거리로 삼는 걸 두 눈으로 보고만 있을 순 없다고, 그러면서 지인분들에게 연락 좀 하셨다더라고요.”
“아하…….”
대청그룹의 선대 회장이자 현 명예회장, 장우영.
은퇴한 몸이라고는 하지만, 그가 쌓아 둔 인맥이나 영향력까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강태한은 납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님께 신세를 졌군요.”
“하하, 아버지께서 들으시면 조금 서운해하실지도 모르겠는데요?”
장태현은 덧붙이듯이 말했다.
“아버지는… 태한 씨를 은인이라고 생각하고 계시니까요. 아, 물론 저도 그렇고요!”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아버지의 몸이 건강을 되찾은 것도, 딱딱하기만 했던 부자 관계가 원활해진 것도, 모두 강태한의 덕분이었으니까.
“…감사한 말씀이군요.”
“그냥 다음번에 감사했다고 한번 언급해 주시면, 그걸로 만족하실 겁니다. 그리고… 나중에 안마 예약이라도 한 번 더 잡아 주시면, 정말 좋아하실 거고요.”
천마안마에 찾아오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비단 장태현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아버지, 장우영에게도 천마안마는 삶의 활력소 같은 존재인 것이다.
저번에 비서에게 들은 말로는 예약도 직접 잡으시고, 잡자마자 달력에다 기록을 해 놓으신다고 하니… 그만큼 각별하게 여기는 것이지 않겠는가.
“예약은 다른 손님들과의 약속이기도 하니, 제가 영업 중 일정은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만…….”
강태한은 얼핏 조심스러운 말투로 말하다가도 이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 이후의 제 개인적인 시간은 얼마든지 내어 드릴 수 있으니, 두 분 모두 부담 없이 연락 주시죠.”
“엇, 둘이라면 저까지도 포함입니까?”
강태한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장태현은 한차례 박수까지 칠 정도로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후후. 이거 아버지 덕 좀 보는군요. 아, 아버지에게도 확실하게 전해 두겠습니다.”
너무 순수하게 기뻐하는 모습. 그 모습에 강태한은 저도 모르게 피식, 하고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 * *
“원장님! 잠깐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아, 네. 잠시만요!”
똑똑, 하는 노크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목소리.
원장실 쇼파에 널브러져 있던 최성현은, 곧바로 몸을 일으키고는 한차례 기지개를 폈다. 그러고는 나름 올곧은 자세를 잡고 쇼파에 앉았다.
“네, 들어오시죠.”
“넵!”
찰칵, 하고 열리는 문.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다름이 아니라 인도에서 온 수강생,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성취를 보이고 있는 하라쉬였다.
“무슨 일이세요?”
“동료들끼리 실습을 하다가 막힌 부분이 있어서 그러는데… 시간 괜찮으십니까?”
“얼마든지요.”
역시나. 최성현은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예상이 맞아 기뻐한다기보다는, 조금 피로한 기색만 보이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지금은 강습 사이에 배정되어 있는 나름의 휴식 시간이었지만, 제대로 쉰 것은 몇 분도 채 되지 않았으니까. 잠깐 숨 좀 돌리려고 하면 이렇게 수강생들이 질문거리를 들고 찾아오곤 했다.
‘뭐 그만큼 일이 잘 풀린다는 증거겠지만…….’
성취에는 새로운 의문이 따르고, 그 의문이 해결될 때 또 다른 성취가 찾아오는 법이다. 질문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강습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고, 또 그만큼의 성취를 얻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실제로 질문하는 내용의 수준도 점점 올라가고 있고, 벌써 기감이 트이기 시작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특히 지금 와있는 하라쉬 같은 경우는 그 성취의 속도가 남다른 수준이다.
다만 문제는… 기감의 영역까지 들어섰을 때, 그들의 질문을 받아 줄 만한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것.
물론 아카데미에 있는 강사는 자신뿐만이 아니었고, 다른 강사들도 강태한에게 직접 배운, 기감을 다룰 줄 아는 안마사들이었지만… 단순한 질문이면 몰라도 뭔가 깊이가 있는 내용은 사실상 자신밖에 답을 해 줄 수 없는 모양이었다.
“나라고 그렇게 잘 알고 있는 건 아닌데 말이지…….”
질문을 마치고 답을 얻은 하라쉬가 밖으로 나가자, 최성현은 쇼파의 등받이에 기대며 한숨을 내쉬듯이 말했다.
지금 자기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입장이긴 하지만.
사실 그건 정말 이상한 모양새라고, 최성현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비유를 들자면, 초등학교 2학년이 1학년을 가르치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들보다 앞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알려 줄 수 있는 게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가 알고 있는 부분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강태한만 봐도 알 수 있다.
처음 기감이 트였을 땐, 태한이의 숨겨진 기술을 드디어 찾아냈다고, 자기도 금방 익힐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허나 너무나도 짧은 생각이었다.
어설프게 알고 있을 때가 제일 자신감이 넘칠 때라고 했던가. 배우면 배울수록, 능숙해지면 능숙해질수록 강태한과의 격차는 더더욱 멀어져만 갔다.
‘아니… 멀어지는 게 아니지.’
차이는 예전부터 벌어져 있었고, 그냥 그 차이를 뒤늦게 인지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강태한을 따라잡고 싶다든가, 열등감을 느낀다든가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래도 조금씩이나마 뒤쫓아 가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격차가 새삼 아득하게 느껴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