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297)
천마님 안마하신다-297화(297/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297화
“나름 잘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최성현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자신의 양손을 펼쳐 보았다. 잠시 눈을 감고 집중하자, 손바닥 안쪽에서 흐르는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 비하면 기감을 다루는 것도 훨씬 수월해졌고, 원하는 곳으로 기를 집중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실전에서 이를 활용하여 안마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이게 어느 정도의 경지인지는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렇게까지 빠른 성취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안마원의 안마사들 중에서는 가장 높은 성취였고, 그 전까지는 최성현도 자기가 어느 정도 재능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그랬던 그가 이런 의심을 갖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정말로 재능이 있는 사람은 어느 정도인지… 곁에서 직접 확인을 해 버린 탓이었다.
“형, 뭐 하고 계세요?”
“으앗, 깜짝이야!”
그러던 와중, 누군가 최성현에게 말을 걸었다. 바로 맞은편 쇼파에서 들려온 말이었기에, 최성현은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 펄쩍 뛰어올랐다.
“아우, 놀라라……. 왜 그러세요?”
“송준우, 너 임마! 갑자기 말을 거니까 놀라지!”
최성현이 신경질적으로 말하자, 맞은편에 앉은 소년, 송준우는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고는 억울하다는 듯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게… 노크도 하고 들어와서 형도 제가 온 걸 알고 있는 줄 알았죠.”
“아… 그래?”
이번에는 최성현이 머쓱한 얼굴을 할 차례였다. 그는 괜스레 자세를 고쳐 앉고는 한 차례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래서… 웬일로 온 건데?”
“다른 게 아니고, 운기(運氣)를 하는데 조금 막히는 부분이 있어서요.”
윽. 순간 얼굴에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지나갔다.
“뭔지 일단 들어나 볼까?”
“그게, 호흡으로 들어온 기를 정련한 다음에 하단전으로 내려보내잖아요? 근데 정련을 마쳐도 그 성질이 조금씩 다를 때가 있어서요. 예를 들면 오행의 기운들이 서로 반발을 일으킨다거나…….”
확실히, 질문을 하는 수준이 다르다.
최성현은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서도 반대쪽 귀로 내용이 흘러나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지난번 우연히 인연이 닿아, 강태한의 제안으로 아카데미에서 함께 강습을 받기 시작했던 송준우.
구룡신맥(九龍神脈)이라고 했었던가.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태한이의 말로는 무공을 다루기 위해 만들어진 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뛰어난 재능이라고 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최성현도 그 말을 대충 이해하고 있었다. 그 구조가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기(氣)를 다루는 거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하는 것이라고.
다른 사람들보다 성취가 훨씬 빠른 것은 물론이고, 기감도 어느 순간 스스로 깨우쳐 버렸다. 아카데미에서 제공하는 내공이 담긴 약차를 마시면, 하단전에 곧바로 차곡차곡 쌓이는 수준이다.
두말할 것 없는 천재. 그렇다 보니, 최성현이 자신의 경지와 재능을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말이야.”
송준우의 질문을 듣고 난 이후, 최성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동안 고민을 해본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아… 그래요?”
“응. 나중에 태한이한테 물어보는 게 좋겠다.”
당연한 말이지만, 어떤 질문에 대답을 해 주기 위해선 해당 내용에 대하여 이미 잘 알고 있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송준우의 질문은 최성현이 답변을 해 줄 수 없는 내용이었다.
‘은근히 자존심이 상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모르는 건 모르는 거다.
먼저 배우기 시작했고, 가르치기도 하는 입장인 선배로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리라. 하지만 그래도 최성현은 솔직하게 답했다.
“아… 그렇구나.”
송준우는 그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천히 끄덕였다. 그러다 머쓱해하는 얼굴로 재차 입을 열었다.
“형은 오행의 기운을 잘 갈무리해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서,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은지 잘 알고 있는 줄 알았어요.”
“…내가?”
최성현은 저도 모르게 자기를 가리키며 되물었다. 툭 까놓고 말해서,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하나 송준우는 오히려 의아하다는 듯이 답했다.
“네. 만날 때마다 조금씩 강해지던데요? 형 단전에 있는 오행의 기운이요.”
“…내가?”
여전히 모르는 이야기였기에 최성현은 똑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허나 이내 뭔가 짚이는 것이 있었는지, 조용히 자세를 고쳐 잡고 내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걸 말하는 건가?’
단전 안쪽에 모여 있는 다소 이질적인 기운.
언제 어디서 흘러 들어온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새부터인가 하단전 아래에 자리를 잡은 채 그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었다.
확실히 자신의 내공과는 성질이 잘 맞지 않아 다루기는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통제가 아예 안 되거나 반발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었기에 일단은 가만히 단전에 모아 두고 있었다.
최성현은 단전의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그 기운을 조심스레, 아주 조금 끄집어 올렸다. 그리고 그것을 끌어 올려 손바닥 안에 머무르게 했다.
“맞네! 아무렇지 않게 다루시잖아요.”
“이게 네가 말한 그거구나…….”
“지금 그거, 어떻게 다루는 거예요?”
“어떻게고 자시고…….”
아직도 잘 모르는 건 마찬가지다. 방법으로는 알지만, 지식으로는 모르는 단계라고 할까. 허나 그 단편적인 정보나마 입에 담을 때마다, 송준우는 뭔가를 깨우친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럼 평소엔 단전 안쪽에 재워 두고요?”
“재워 둔다라… 뭐 그렇지. 되도록 안 건드리고.”
“아하, 그렇게 친화력이랑 내성을 올리는 거구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뭔가를 쏙쏙 집어 가는 듯한 느낌. 다만 뭔가를 얻는 것은 송준우뿐만이 아니었다. 최성현 또한 문답을 주고받을수록 자기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개념들이 하나둘씩 제대로 정립되어 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제 딱 이해가 되네요. 아, 답답한 게 풀렸어요.”
“그래?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
최성현이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야기를 주고받기는 했지만 정작 자신도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송준우는 굉장히 만족한 표정이었지만 말이다.
“역시 형한테 물어보길 잘했네요. 태한이 형도 모르는 게 있으면 자기보다 성현이 형한테 먼저 물어보라고 했었거든요.”
“…걔가 그랬어?”
“네. 그게 더 도움이 될 거라고 하던데요?”
귀찮은 일 떠넘기기, 같은 느낌은 없었다. 애초에 강태한이 송준우를 나름 눈여겨보고 있다는 건 최성현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나 그렇기에 더 의아한 부분이었다. 최성현은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왜?”
“그… 뭐라고 했더라. 네비게이션으로 치면 자기는 목적지만 알려 주는 느낌이고, 가는 길까지 알려 주는 건 성현이 형이 더 잘 알려 줄 거랬어요.”
강태한이 도달해 있는 경지는 그야말로 까마득하다. 하나 그렇기에 헤아리기 힘든 부분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기 마련이다. 특히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다만 그 부분은 최성현이 채워 줄 수 있다.
비록 경지는 낮지만, 얼마 전 같은 길을 걸어왔고 그렇기에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세세한 부분까지 함께 공감하며 설명해 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의외로 꼼꼼한 성격이라 기본부터 착실하게 알려 줄 거라고, 저번에 그랬었거든요.”
“걔가 그랬다고…….”
최성현은 애매한 표정을 짓더니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송준우는 그런 그를 지켜보다, 시계를 한번 쳐다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 내줘서 고마워요, 형. 원하던 답도 알아냈으니 그만 일어나 볼게요.”
“어, 그래그래.”
다시 원장실에 혼자 남은 최성현.
그는 정적 속에서 가만히 침묵을 지키더니, 이내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히죽 미소를 지었다.
“꼼꼼한 성격에 기본부터 착실하게라.”
솔직히 처음 들어 보는 평가였다. 어울리지 않다 못해 낯간지럽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싫지는 않네.”
다소 갑작스럽게 맡게 되었던 아카데미 원장.
자기가 그런 중책에 맞는 능력이 있는지, 제대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아직도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괜스레 뿌듯한 기분이었다.
자기도 모르고 있던 자신만의 역할을 인정받았다고 할까. 뭔가 그동안의 노력들까지도 인정을 받은 기분이라, 저도 모르게 입가에 실소가 지어졌다.
* * *
“근데… 그래서 이건 뭐지?”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고 난 후.
잠시 서류를 정리하던 최성현은, 문득 다시 생각이 난 듯 앞으로 손을 내밀더니, 단전 밑바닥의 내공을 다시금 끌어 올렸다. 방금 전 송준우가 오행(五行)이라 불렀던 그 기운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단전에 차곡차곡 쌓여 가고 있던 기운.
딱히 의식을 하지 않아도 단전 바닥 구석에 자리를 잡고는,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커져 가던 녀석이다.
그냥 자기랑 성향이 좀 안 맞는, 소화하기 힘든 이질적인 기운들이라 생각하게 막연하게 재워 두고만 있었는데… 송준우의 말을 듣자하니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개념인 모양이었다.
‘약간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단전에 재워 두고 있을 때는 몰랐지만, 이렇게 손에 모아 두고 있으니 왠지 익숙한 느낌도 든다.
어디서 느껴 본 느낌일까.
가만히 앉아 곰곰이 생각을 해 보던 와중.
“…아.”
연인, 정가인과 같이 있을 때 느꼈던 느낌이다.
온화하면서도 무언가 간질거리는.
추운 밤 서로의 손을 잡았을 때 그 손끝에서, 서로를 끌어안았을 때 품 안에서 어렴풋하게 느껴지던 바로 그 느낌이다.
그럴 때마다 자기 안에 비어 있던 뭔가가 채워지는 듯한, 이전의 연애에서는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던 충족감이 있었는데…….
“진짜로 채워지고 있던 거였냐고.”
저도 모르게 이마를 탁, 치고는 웃음을 터트린다.
그러다 순간 예전에 강태한이 지나가듯 했었던 말이 떠올랐다. 두 사람은 서로 없는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좋은 인연이라고…….
당시에는 그냥 듣기 좋으라고 건네는 말들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근데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건가?”
다만 딱히 특이한 부분은 모르겠는 최성현이다.
아직 그에게는 그냥 활용할 수는 있지만 다루기 번거로운 내공 덩어리에 불과했으니까.
물론 단전에 내공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딱 그 정도의 이야기였다.
음양의 적성을 지닌 몸에, 반발을 일으키지 않고 자연스레 흡수되어 있는 오행의 기운.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직 최성현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 * *
“스으으으읍…….”
한참 동안 길게 숨을 들이쉰다.
호흡은 크지 않다. 가늘고, 옅다. 그리고 길다. 한껏 집중하고 있는 정신에 행여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늘어트리며, 평정을 되찾는다.
“후우우…….”
그에 걸맞게 내뱉는 숨 또한 길다.
그와 동시에, 정신은 외부로부터 서서히 멀어진다. 내면 깊은 곳으로 빠져들어 간다. 마치 심해에 던져 놓은 무게 추처럼, 고요하면서도 깊숙하게 들어간다.
숨을 들이쉴 때는 정신을 가다듬고.
내쉴 때에는 다시금 내면으로 깊이를 더해간다.
어느 순간 외부의 감각은 잊히고, 오히려 내면의 감각들이, 무의식의 영역이 서서히 뚜렷해진다.
다만 그것은 고요하다는 개념과는 거리가 멀었다.
무의식 속에 흘러 다니는 방대한 정보의 양은, 오히려 혼란스럽고 어지러울 정도다. 자칫 의식의 끈을 놓쳤다간 그대로 정신을 잃을 것처럼 말이다.
하나, 강태한에게는 제법 익숙해진 일이다.
범람하는 혼돈 속에서도 고요함을 잃지 않은 채, 계속해서 더욱 깊은 곳으로 묵묵하게 내려간다.
그렇게 한참이 지났을까.
내면의 바깥, 그의 몸이 옅은 빛으로 감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은 어느 순간, 서서히 초록빛을 띠기 시작했다. 비록 미약했지만 분명한 변화였다.
조금만 더.
실마리는 붙잡았다.
비록 의도하지 않은 것이었고, 단 한 번뿐이었다고는 하지만 그 힘을 실제로 사용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한 발자국 더 내밀려는 순간.
“…으음.”
강태한은 나지막하게 침음을 흘리면서,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떴다. 내면 깊숙이까지 파고들었던 정신은 마치 튕겨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대로 되돌아와 있었다.
“그리 쉽게는 안 되는 건가.”
어딘가 아쉬움이 짙게 남아있는 표정. 강태한은 조심스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미약하게나마 초록빛을 띄우던 기운은 어느새 흩어진 지 오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