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298)
천마님 안마하신다-298화(298/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298화
“후우우…….”
그 뒤로도 강태한은 제자리에서 정좌를 유지한 채 한동안 가만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내면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가 단숨에 튕겨 나온 반발은, 아무래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정도가 아니었으니까.
다만 강태한은 이미 몇 번의 주화입마(走火入魔)를 넘겨 본 적이 있는 몸이다. 과연 단전에서 날뛰고 있던 내공들을 몇 분 안에 잠재우더니, 심호흡을 마치고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떴다.
‘장기전이 될 건 당연한 일이었다만…….’
생사경은 저잣거리의 이야기꾼들이나 호사가들이나 좋아할 법한 망상이라고 여겨지던 경지다.
현경(玄境)의 심검(心劍)도 실제로 겪어 보기 전까지는 그 존재를 의심하는 이가 대부분인데, 생사경은 거기에 도달한 사람조차 없었으니까 말이다.
허나 강태한은 그 경지의 실마리를 보았다.
지난번 죽어 가던 황 실장의 목숨을 살려내었을 때, 그 새로운 영역에 발끝을 집어넣고 그 안쪽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던 것이다.
내공(內功)이나 생기(生氣) 같은 개념들을 떠나 보다 근본적인, 아예 생명에 있어 원초적인 부분 그 자체를 다루는… 말하자면 신화의 경지.
물론 그것이 정말 생사경이 맞는지, 생사경의 정확한 정의와 개념이 무엇인지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그래도 그것이 현경보다 위에 있는 경지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거기에 도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무인이 평생을 바쳐 그 끝자락에라도 도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모든 무림인에게 전설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그것은 강태한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그에게는 천마로서 살아온 경험도, 연륜을 쌓은 끝에 현경의 끝자락에 다다른 깨달음도 있다. 그에 비해 말도 안 되게 젊은 몸도 있다.
허나 그럼에도 언젠가 벽을 넘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는 것이 무림인의 길이다. 일생을 걸어야 할 수도 있는 장기전인 것이다. 그걸 모르고 있을 강태한이 아니다.
“그래도 괜히 초조한 건 어쩔 수 없단 말이지.”
다음 경지로 조금이라도 빠르게 넘어가고 싶은 것은 무림인의 본성 같은 것이다. 만약 이게 조절이 되었다면, 무림의 갈등은 절반 이상 줄었을 것이며 헛된 사술에 인생을 날리는 무림인도 없었으리라.
그리고 본인도 거기서 크게 예외는 아니었던 셈.
하아. 강태한은 소리 나게 한숨을 한 번 푹, 내쉬고는 그대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태한 씨, 그 볼일이라는 건 다 끝났어?”
“예, 뭐. 그런 참입니다.”
때마침 뒤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한 남자가 나타나 강태한에게 말을 걸었다. 보아하니 타이밍 좋게 저쪽의 일도 끝이 난 모양이다.
“잘됐네. 잠깐 이쪽으로 와 볼래?”
아니나 다를까 중년의 남성은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고서는 앞장서서 숲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남자의 이름은 신준호.
그리고 이곳은 그가 소유하고 있는… 아니, 원래 소유하고 있었던 산 중에 한 곳의 중턱이었다.
“자, 어때? 일단 잘 굴러가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렇게 오 분 정도 걸었을까.
울창하던 나무 그늘을 벗어나자, 거짓말처럼 탁 트여 있는 공간이 나타났다. 얼추 비스듬하면서도 평탄한 비탈이 쫙 이어져 있는, 그런 지형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 쭉 펼쳐져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밭.
밭 위에는 얼마 전에 막 자란 것처럼 보이는 새싹이 올라와 있었다. 강태한은 천천히 걸어가더니,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새싹의 이파리에 손을 얹었다. 그러고는 잠시 후 미소를 지었다.
“좋네요. 기대한 거 이상인데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미소. 그럴 만했다. 잠시 손을 얹어 본 것만으로도, 싹이 품고 있는 진한 영기를 느낄 수 있었으니까.
이곳은 강태한이 신준호에게 허락을 받아, 예전부터 필요한 영약이나 약초들을 캐 왔었던 산.
다만 아무래도 자연에서 자라는 약초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물론, 주변 일대까지 포함하여 계획적인 채집을 해 왔기에 아직 꽤 많은 숫자가 남아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천마안마의 안마사들은, 기감을 깨우치고 내공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강태한이 생각하는 최종적인 기준이었다.
단순히 안마사들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안마사들을 육성하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기감을 익힌 안마사를 찾는 것보단 직접 키우는 쪽이 더 빠르고 확실했으니까.
다만 그들이 기감을 틔우고 내공을 다룰 수 있게 되려면, 거기에 사용될 최소한의 영기가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아카데미에서 물처럼 제공되고 있는 약차였다.
수강생들이 마음껏 마실 수 있게 되어있는 약차.
왠지 모르게 입에 잘 맞는 데다가 속도 편안해진다며 그들 사이에서 대호평을 받는 중이다. 그리고 그렇게 마시는 동안, 그들 몸에는 자연스럽게 영기가 채워지고 기반이 될 내공이 쌓이는 것이다.
안마사들을 육성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부분.
허나 그런 만큼 약차에 들어가는 약재의 숫자도 꽤 늘어난 상황이다. 물론 그래도 향후 몇 년간은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긴 하지만…….
‘미리 준비해 둬서 나쁠 건 없지.’
앞으로 천마안마는 더욱 커질 것이고, 아카데미에는 더욱 많은 수강생이 생길 것이다.
강태한은 그런 미래를 그렸고, 미래를 그릴 때에는 항상 계획과 대비책이 필요한 법이다.
때문에 강태한은 신준호로부터 이 주변 일대를 구매했다. 그리고 밭으로 개간하기로 했다. 물론 이곳에 약초들을 심어 천마안마와 아카데미에서 사용할 약재를 수확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직접 농사를 짓기는 힘드니 따로 사람을 고용하고, 본인은 이렇게 간간이 상태를 확인하는 형태가 되겠다만… 적어도 지금까진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흐음… 자네 마음에 들었다면 다행이긴 한데.”
다만 신준호는 뭔가 애매한 표정이다. 정확히는, 어딘가 계속 마음에 걸리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아직도 여기서 뭘 키운다는 게 좀 회의적이란 말이지.”
신준호는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건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이자, 강태한을 위한 충고였다. 이 산에선 뭔가를 키우는 족족 망하기 일쑤였으니까.
아버지 때는 이곳에 과수원을 만들려했었다고 했었고, 밤나무를 심어 본 적도 있다고 했다. 자신은 버섯 농장을 만들어 보려고 했었다.
그리고 모두 다 실패했다.
그 뒤로는 최소한의 관리만 해 주고 거의 방치를 해 놓는 수준. 임산물을 채취하거나 심마니들에게 대여를 해 주긴 하지만, 그 정도뿐이었다.
“여기에선 뭘 심어서 제대로 수확을 거둬 본 적이 없거든. 열매가 나도 말라비틀어진 게 고작이고…….”
“그 말씀, 벌써 열 번은 들은 것 같은데요.”
“그만큼 찝찝하니까 그렇지! 내 참, 땅 팔아먹은 입장에서 얼마나 신경이 쓰이는 지 알아?”
그 말에 강태한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한데, 솔직히 저는 오히려 신 사장님 쪽이 걱정되거든요.”
“응? 내가? 왜?”
“그야 여태까지 키우는 족족 망하던 곳에서, 갑자기 팔뚝만 한 인삼이나 하수오 같은 것들이 쑥쑥 나오면 아무래도 배가 좀 아플 수가 있잖아요.”
“아이고! 이거, 말하는 것 좀 봐?”
“하하, 장난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신준호의 반응에 강태한은 웃음을 터트리며 손을 저었다. 그는 신준호가 다 자길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고, 그가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고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이 일에 관해서는 강태한이 신준호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강태한은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까지도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너무 짙게 모인 영기는 오히려 생기를 억누른다.
자연에서 응집된 영기는 거친 성질을 띠기 마련인데, 그런 영기가 잔뜩 모여 있으면 열매를 맺기는커녕 제대로 성장을 하는 것도 어려운 법이니까.
그리고 이곳은 주변의 영기가 모이는 명당이다.
다소 거친 성질을 가진 하수오나 칡 같은 것들이면 몰라도, 과일이나 채소 같은 것들은 금방 죽거나 자라더라도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강태한은 몇 개월 전부터 주변 일대의 영맥과 지맥을 조금씩 손보고 있었다. 이 산에 직접적으로 닿는 영맥들도, 물론 조절을 해 둔 상태다.
지나치게 많은 양이 몰리지 않도록 맥을 조절하고, 영기의 거친 기세가 어느 정도 순화되고 난 후에야 이곳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다듬어 둔 상태다.
물론 지금도 과수원 같은 걸 했다간 대차게 말아먹겠지만, 어느 정도 생명력이 질긴 약초들을 키우기에는 그야말로 최적의 환경이라 할 수 있었다.
‘막말로 씨만 뿌려 놔도 알아서 자랄 정도니까.’
들짐승이 파먹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 손상될 일은 없고, 옆에서 잡초가 자란다고 해도 알아서 넘치는 영기를 흡수하고 영초가 될 것이다.
물론 이론상의 이야기고, 딱히 직접 약초를 재배해 본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어지간해서는 재배에 실패할 리가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뭐, 태한 씨가 하는 일이니까 뭔가 생각이 있을 거고, 다 잘될 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다만 자기가 은인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라 더 신경이 쓰이는 걸까, 신준호는 말과는 달리 여전히 걱정스러워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 관리인을 한 명 더 붙여 줄까? 내가 소개해 줄게. 월급도 내가 따로 주고.”
“괜찮습니다. 이미 소개해 주신 분들도 엄선해서 소개해 주셨던 것 같은데요 뭘.”
그의 말에 강태한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답했다. 아무래도 첫 수확물이라도 보여 주지 않는 이상 안심은 못 시킬 모양. 하지만 그렇기에, 새삼 좋은 인연이라고 느끼고 있는 강태한이었다.
* * *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아직 배울게 많다고요!”
“하하… 괜찮습니다, 하라쉬 씨. 하라쉬 씨는 이미 천마안마의 간판을 달아도 될 정도의 안마 솜씨를 갖고 계시거든요.”
미련이 가득해 보이는 하라쉬의 손을, 최성현이 조심스레 붙잡았다. 다만 하라쉬는 딱히 위로가 되지 않았다는 듯 울상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빨리 배우면 빨리 돌아간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천천히 익힐 걸 그랬습니다.”
오늘은 천마안마 아카데미의 인도인 수강생들 중에서 처음으로 귀국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날이었다.
기존에 준비되어 있던 교육과정을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마치고, 한 명의 안마사로서 천마안마에서 일을 해도 좋다고 인정을 받은 우수한 수강생들.
말하자면 조기 졸업자다.
다만 그동안 정이 든 걸까, 아니면 아쉬움이 남은 걸까, 마냥 축하받고 기뻐하는 분위기만은 아니었다.
“아직도 배울 것이 한참 남았는데! 적어도 배울 게 남아 있는 한 여기 남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특히 가장 큰 아쉬움을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하라쉬. 처음에는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하고 가장 빠른 성취를 보이는 수강생이었다.
‘배울 게 남아 있는 한이라…….’
그럼 죽을 때까지 여기 있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으나, 하라쉬의 말을 듣고 최성현은 순간적으로 그런 말을 떠올렸다. 과언이 아니라 이 길은, 평생 수련을 한다고 해도 끝에 닿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으니까.
“저도 하라쉬 씨의 열정은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인도처럼 먼 땅에서, 저희 사업을 믿고 맡기기에 하라쉬 씨만 한 분이 없군요.”
다만 그런 차가운 말 대신 최성현은 듣기 좋은 말을을 하기로 했다. 수강생들 중 가장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인 것은 사실이었기에,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건……!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전 세계에 강 선생님과 원장님의 명성이 널리 퍼져 나갈 수 있도록, 저 또한 제 고국에서 열심히 힘쓰겠습니다.”
“좀 거창한 것 같기는 한데… 감사합니다.”
거대한 사명을 짊어진 듯한 얼굴의 하라쉬. 목소리 또한 그 모습에 어울리게 비장하다. 그 모습에 최성현은 저도 모르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못다 한 배움은 다음을 기약하겠습니다!”
“예, 조심히들 가세요!”
“감사했습니다, 선생님!”
“꼭 다시 오겠습니다!”
“인도에서도 열심히 할게요!”
귀국하는 인원들을 태우고 출발하는 버스. 점점 멀어지는 와중에도, 못내 아쉬운지 몇몇 인원이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작별 인사를 남기고 있었다.
“휴우.”
한동안 손을 흔들던 최성현은, 버스가 보이지 않게 되고 나서야 손을 내리고 큰 숨을 내쉬었다. 피로와 함께 ‘한 건 해냈다’는 식의 뿌듯함이 담긴, 그런 복합적인 한숨이었다.
“이제 좀 편해지려나.”
꽤 정이 들었기에 아쉬움이 없다 하면 거짓이리라. 특히나 이번에 돌아가는 자들은 조기 이수, 모두 남들보다 열정적으로 임하고 하나라도 더 배우려 했던 이들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피곤함의 주원인이 되는 분들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만큼 가르치는 보람이 있었다고 할까…….
다만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안도와 기쁨의 감정이 더욱 크다. 첫 이수자들이 나왔다는 건, 이 프로젝트가 그만큼 성공적으로 끝나 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