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300)
천마님 안마하신다-300화(300/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300화
‘그런데… 새삼 신기하기는 하네.’
최성현은 슬쩍 테이블에 놓인 명단을 가져와 목록을 살펴보았다. 거기엔 아카데미에 사람을 보내 연수를 받고 싶다고 연락을 보내온 곳들이 적혀 있었다.
정말 다양하다.
일단 국가들이 다양하고, 목적들도 다양하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프로스포츠와 관련된 곳들이었지만, 그 외에도 에이플과 같은 초대형 기업들이라거나 엔터테인먼트, 의료 분야 등 다양한 곳에서 요청이 들어오고 있었다.
마냥 이상한 일은 아니다.
안마라는 것은 피로하거나 몸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 그 말인즉슨,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건 간에 안마가 필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광범위하게 신청들이 들어온다니, 신기한 기분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요청이 들어왔다는 것은, 일단 저쪽에서 이쪽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우리가 이렇게까지 유명했던가?”
“나도 잘은 모르지만… 이번에 애버튼 FC에서 챔스 진출을 한 게 우리 덕분이라고 소문이 확 퍼져 있나 봐. 거기에 바디케어 안마 의자의 인지도도 꽤 영향을 준 모양이고.”
강태한은 본인도 잘 모르겠다는 듯이 답했고, 최성현은 그 대답을 듣고는 오히려 꽤 납득이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애버튼의 챔스 진출은… 확실히 충격적이었지.”
축구는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된 스포츠 중에 하나고, EPL은 거기서 손에 꼽히게 유명하고 활성화되어 있는 리그다.
그곳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는 자연스레 이슈가 되기 마련. 그리고 작년에 보여 준 애버튼 FC의 행보는, 그야말로 기적의 연속이라 부를 만한 것이었다.
“그리고 황 실장님 말로는, 올림픽 기사에서 언급되고 난 이후로 섭외나 계약 관련 문의가 엄청 많아졌다고 하더라고.”
“아… 그래, 그것도 그랬지.”
최성현은 뒤늦게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올림픽이 끝나고 난 이후, 선수들이 공적인 자리에서 언급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천마안마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수준이 되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최성현 본인의 여자 친구, 양궁에서 금메달을 따낸 정가인만 해도 사실상 천마안마의 홍보대사라 해도 무방한 수준이었으니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직접, 그것도 진심으로 극찬을 하고 다니는 안마원… 국내에서는 물론이거니와 해외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으리라.
‘어이가 없을 정도로 일이 커졌네…….’
최성현은 문득 처음 강태한에게 안마 일을 권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는 정말로 그냥, 생활비가 많이 궁해 보이기에 괜찮은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를 권했을 뿐이다.
물론 항상 성실하고 일머리가 있는 녀석이니 잘할 거란 생각에 추천한 거긴 하지만, 딱 그 정도다.
그랬는데 갑자기 엄청난 인기 안마사가 되었다가, 번쩍번쩍한 빌딩 최상층에 가게를 내더니, 이제는 그냥 전 세계에서 알아보고 찾아올 정도…….
“너 진짜 대단한 놈이기는 하구나.”
“갑자기 무슨 소리냐?”
“그냥, 혼자 하는 소리야.”
의아해하는 강태한의 반응에 최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막연하게 강태한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었고, 그래서 그를 따라 이 일을 열심히 해 보기로 결정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은 몰랐다.
정말… 몰랐다. 아직까지도 원장실에 앉아서 일처리를 하고 있다 보면, 가끔 가다 어색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사장님.”
“열심히 해야 하긴 해야 할 거야, 여기 적혀 있는 명단만 봐도 짐작이 가겠지만 말이지.”
나름 뭉클한 느낌으로 입을 열었던 최성현이었으나, 강태한의 대답은 지극히 현실적인 것이었다. 다시 명단을 보게 된 최성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결국, 저것도 자신의 업무였으니까 말이다.
“그래… 그것도 그렇네.”
“그래도 이번에 오기로 되어 있는 곳은 너도 관심이 좀 생길 것 같은데.”
“어딘데?”
시큰둥한 대답이었으나, 강태한의 대답에 그의 얼굴에는 곧 흥미가 생겨났다.
“EPL에 있는 구단이거든.”
“…진짜? 어딘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으잉? 진짜로?”
지금은 다른 팀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에는 경기가 있다 하면 무조건 새벽까지 밤을 새워서 챙겨 봤을 정도로 좋아했었던 팀이다. 누가 뭐라 해도 EPL의 메이저 팀이라 할 수 있는 인기 팀이기도 하고 말이다.
“근데… 좀 그렇지 않나?”
“어떤 게?”
“그 애버튼 쪽에서 기분 나쁠 수도 있지 않나?”
애버튼과는 나름 인연이 있는 사이라 할 수 있고, 특히 구단주인 마르케시와는 함께 사업도 하고 있는, 말하자면 파트너라고 부를 수 있는 입장이다.
그리고 맨유는 같은 리그의 다른 구단. 즉, 경쟁자다. 그런 곳에 도움을 주는 건 어찌 됐거나 언짢게 보일 수 있는 부분이지 않겠는가.
“괜찮을 것 같은데. 애초에 그쪽에다 추천해 준 사람이 마르케시 씨인 것 같더라고.”
다만 강태한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답했다.
애버튼의 선수들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건 사실이었지만, 아무리 본인과 인연이 있다고 해도 특정 팀에게만 편애를 한다거나 하고 싶지는 않았다.
적어도 찾아오는 손님들은 공정하게 대하고 싶다고 할까. 잘은 몰라도 마르케시 또한 이런 자신의 생각을 존중하여 저들에게 소개를 해 준 것이리라.
“그래서, 별로야? 아직은 물릴 수 있거든.”
“아냐, 아냐! 나야 반가운 일이지.”
직접 선수들을 만나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기가 좋아했던 팀에 인연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관심이 끌리는 일이다. 최성현은 입꼬리를 히죽인 채로 손을 저었다.
* * *
“흐음… 최 비서, 잠깐 이쪽으로 와 보겠나?”
아침. 대청그룹의 회장실.
출근하여 한참 서류를 보고 있던 장태현 회장은, 의아해하는 얼굴로 뒤쪽에 서 있던 비서를 불렀다.
“예. 무슨 일이십니까?”
“잘 진행되고 있었던 기획 하나에 문제가 좀 생긴 것 같아서 말이야.”
그는 살펴보고 있던 서류를 책상에 보란 듯이 슬쩍 내려놓으며 말했다. 내용을 훑어보니, 근래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한참 진행되고 있던 실버타운 사업 관련 기획서였다.
“이 일은 잘 풀리고 있지 않았습니까?”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지.”
본래 회사 내에서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던 실버타운에, 좀 더 특별한 경쟁력을 덧붙여서 제대로 된 사업으로 굴려보자는 것이 이번 기획의 골자였다.
그리고 그 특별한 경쟁력은 다름 아닌 천마안마.
정확히는 그곳에서 연수를 받고 돌아온 안마사들을 시설 내에 배치하여, 전문적인 안마 및 재활 치료 서비스를 상시 제공하는 것으로 다른 실버타운과 차별성을 두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여덟 명의 안마사가 천마안마 아카데미에 파견되어 직접 수업을 수강하였으며, 수료를 마치고 돌아와 실제로 시설에서 일을 시작했었다.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 시설 내 만족도는 쑥쑥 올라갔고, 분만 아니라 입주자분들의 건강 상태가 나날이 개선되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단순한 심리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가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왔으니, 이제 이걸 기반으로 구체적인 확장 및 사업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된다, 그런 단계에 있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 입주자분들이 하나둘씩 나가신다네.”
“…실버타운 입주자분들이 말입니까?”
“음. 물론 지금이야 대기자분들이 꽤 밀려 있는 참이라 나가는 족족 새로 채워진다고 하지만…….”
실버타운 사업에 있어서 입주자분들은 곧 고객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고객님들이 예정보다 빠르게 떠나가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었다.
어느 사업을 기획하건 간에, 고객님들이 자진해서 떠나가는 상황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뭔가 사고라도 터졌던 건가요? 갑자기 만족도가 크게 떨어졌다거나, 건강이 악화되었다거나…….”
“아니, 그 반대야.”
장태현 회장은 내려놨던 서류를 다시 집어 들더니,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이내 자기가 찾던 페이지를 펼치고 최 비서에게 건넸다.
“다들 건강해져서 나가신대.”
“엑…….”
“매일 안마 받고 운동하고 하다 보니까, 한 분 두 분씩 건강해지셔서 실버타운에서 나가신다더라고.”
천마안마와의 협업을 통한 전문적인 안마 서비스 및 건강 프로그램. 이것이 대청그룹 실버타운 사업의 가장 핵심적인 경쟁력이자 차별점이었다.
그렇기에 나름 신경을 써서 준비했다. 아카데미에서 수료를 마치고 돌아온 안마사들뿐만 아니라, 천마안마에서 실제로 일을 하던 안마사들도 몇 번 파견을 와서 안마를 해 주곤 했었다.
그 결과는 그야말로 대성공.
삶이 피로하던 노인들은 활력을 되찾았고, 불편한 곳이 있던 분은 한결 개운한 몸을 얻었다. 보고서에 나와 있는 갖가지 건강지표와 만족도 조사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 효과가 너무 뛰어나서 사업적으로 문제가 생길 정도라는 것뿐이었다.
“아… 생각해 보니 이미 결과가 나와 있었네.”
“왜 그러십니까?”
“거기, 천마안마 아카데미가 있는 거기 동네 말이야. 저번에 같이 산책했을 때 봤던 것 기억나나?”
장태현 회장의 말에 최 비서는 잠시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확실히, 떠올리는 광경이 하나 있었다.
“공원에 모여 계시던 근육질 노인분들 말입니까?”
“그래. 그리고 동네 자체가 활력이 넘치고 말이야.”
그 근방은 다소 낙후된 동네로, 노령화가 이미 한참 진행된 것은 물론이요, 상권도 사실상 전멸을 해 버려 활기가 있으려야 있을 수가 없는 동네다.
허나… 당시 공원에 모여 있던 노인 분들의 모습을 장태현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냥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던 것이 아니다. 다 같이 모여 체조를 하고, 철봉에서 턱걸이를 하고, 그리고 공원 정자 한편에 모아 둔 아령으로 다 같이 쇠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근육과 할아버지.
얼핏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요소가 어우러지며 선보이는, 그야말로 땀내가 느껴지는 풍경!
당시에는 이런 기묘한 광경도 다 있구나, 하면서 그냥 지나쳤었는데…….
“생각해 보니 거기 아카데미에서 수강생들 실습을 할 때, 주변분들 중에 지원자를 받아서 실습 겸 안마를 해 드린다고 했었잖아.”
“아… 그렇군요.”
“그게 우리 실버타운 사업의 미래였던 셈이지.”
무슨 말인지 이해한 최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고, 장태현 회장은 상황을 정리하듯 덧붙이듯이 말하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갑작스레 흐르는 침묵.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났을까.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러게요.”
장태현 회장이 문득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최 비서가 그에 동의하듯이 답했다.
“건강과 활력이 넘쳐흐르는 실버타운.”
“당신의 건강한 퇴소를 응원합니다. 이런 느낌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면 되겠군요.”
편안하게 계속 머무를 수 있는 시설과 금방 건강해져서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시설.
일반적인 이미지의 실버타운은 전자일지 몰라도, 입주자의 입장에서는 후자 쪽을 더 선호할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러할 것이다.
“어쩌면 기존 기획보다 이쪽 방향이 더 좋을지도?”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두 사람은 확인하듯 서로를 한번 쳐다보더니,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게 진행시키자고.”
“바로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존 기획은 어그러졌지만, 그 대신 더 좋은 가능성을 찾아낸 상황. 확실히, 천마안마와 얽혀서 안 좋게 풀리는 일이 없다. 장태현 회장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 * *
[천마란 무릇, 파천(破天)을 추구하는 존재다.]노인이 말했다. 다 죽어 가는 노인이다.
그는 입가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한때 그토록 증오했던 자였지만, 지금은 별생각이 없다.
“나의 스승은 만인(萬人)에게 공정(公正)한 세계를 만들고자 하셨다. 그리고 사형은… 스승을 죽인 세상에 복수를 하고자 하였지.”
여느 때의 꿈인가, 하였지만, 이야기가 다르다.
노인의 얼굴은 어느새 다른 사람의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그것은 스승의 얼굴이었다. 무림에서 처음으로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던 은인.
이제는 오래되어 얼굴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어째선지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사형을 뒤로한 채 교(敎)를 떠났다. 허나… 그렇다고 스승의 뜻까지 저버린 것은 아니야.”
무공으로 만인을 이롭게 하는 것.
소수의 무림인들만이 무공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누구나 배울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본래의 뜻이라고, 스승은 말했었다.
“그러니 너도 그 뜻을 이어 줬으면 하는구나. 네가 나를 스승으로 여긴다면 말이다.”
스승은 자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모습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꿈속이라 입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 한탄스러울 정도였다.
물론입니다, 스승님.
물론입니다, 물론입니다…….
“…론입니다!”
“으앗, 깜짝이야!”
화들짝 놀란 황 실장이 기겁을 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강태한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머리를 긁적였다.
“…잠들었었군요.”
“그래. 어휴, 깜짝이야. 태한 씨가 잠꼬대하는 거는 또 처음 들어보네. 마작 하는 꿈이라도 꿨어?”
“아뇨. 그런 건 아닌데…….”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감정이 격했다는 것만큼은 기억이 난다. 강태한은 가볍게 호흡을 가다듬고는, 누워 있던 쇼파에 앉았다.
“내가 괜히 깨운 꼴이 됐나? 피곤한 건 아니지?”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자고 있어도 용건이 있으시면 깨워 주세요.”
강태한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대로 돌아오고 난 직후라면 모를까, 내공이 어느 정도 쌓인 이후부터는 어지간해선 피곤할 일이 없었으니까.
“근데, 무슨 일이세요?”
“다른 게 아니고… 저번에 말했었던 그 회사 있잖아. 그 퍼펙트퓨쳐라는 곳.”
“아… 네.”
분명 중국의 스포츠 관련 회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금력이 어마어마하다고 했던가… 단편적인 기억들을 떠올리며 강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서 또 연락이 왔어요?”
“아니, 이번에는 아예 가게에 찾아와서… 말이라도 꺼내 봐 달라고,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면서 그냥 기다리고 있더라고.”
대략적인 이야기는 이미 전화상으로 이야기를 마친 상태였고, 거기서 한번 거절을 했었는데… 이렇게 아예 직접 찾아온 모양.
“일단 가게 밖에 있어 달라고는 했는데…”
“흐음, 들어오라고 하시죠.”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을 건네는 황 실장. 다만 강태한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이 답했다.
“먼 길 오셨는데, 차 한 잔은 내드려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