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301)
천마님 안마하신다-301화(301/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301화
똑똑.
노크 소리가 울렸다. 조심스러우면서도 너무 작지는 않은, 그런 적당한 울림이었다.
“들어오세요.”
“실례하겠습니다.”
안으로 들어온 남자는 전체적으로 깔끔한 인상이었다. 흠잡을 만한 곳은 딱히 보이지 않았고, 그렇다고 꾸밈이 지나치게 과하지도 않은, 딱 그 애매한 중간 어딘가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칼같은 느낌을 준다고 할까.
현대의 비즈니스가 전쟁이라면, 그는 완전무장을 하고 최전선에 나선 군인이라 비유할 수 있으리라.
“안녕하십니까, 원장님. 리 슈엔이라고 합니다.”
“강태한입니다. 편한 곳에 앉으시죠.”
강태한이 쇼파를 가리키며 말하자, 남자는 가볍게 목례로 답하며 자리에 앉았다.
황 실장의 말로는 다소 억지스럽게 자리를 만들었다 하여 무례한 사람이지 않을까 했었는데,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런 느낌이 없어 보였다.
“음료는 차로 괜찮으실까요?”
“무엇이든 잘 마십니다.”
질문을 하기는 했지만 밖에서 기척이 느껴졌을 무렵부터 이미 준비를 해 뒀던 강태한이다. 그는 다구가 담긴 쟁반을 들고 와, 이미 적당하게 우러난 차 한 잔을 상대방에게 건넸다.
“이건… 상당히 훌륭하군요.”
“그렇습니까?”
“찻잎의 품질도 뛰어나지만… 마치 제 단골집에서 마시기라도 하는 것처럼 잘 맞습니다. 몸에 스며드는 느낌마저도 나는군요.”
영업을 나오면 원래 뭐든 칭찬을 하기 마련이기는 하다만, 마냥 빈말로 치부하기에는 얼굴에 진심으로 놀란 기색이 담겨 있었다.
심지어는 한동안 말을 잊은 채 말없이 찻잔만 홀짝일 정도. 그러다 뒤늦게 방 안의 침묵을 눈치챘는지, 머쓱해하는 표정으로 명함을 꺼내 들었다.
“아, 이거 죄송합니다. 귀한 시간을 내주셨는데 말없이 그만……. 하하, 차가 너무 입에 잘 맞는군요.”
“마음에 드셨다면 기쁠 따름이죠.”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아, 이건 제 명함입니다.”
남자는 싱긋 웃으며 명함을 건넸고, 잠시 서로 명함을 주고받는 시간이 지나갔다.
‘확실히 평범한 영업원은 아니라 생각했지만.’
퍼펙트퓨처스의 CEO.
명함에서 리 슈엔의 직함을 확인한 강태한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뭔가 일반적인 사람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다고 사장 본인이 직접 왔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의외십니까?”
“솔직히, 그렇군요.”
리 슈엔은 그런 반응이 익숙한 것처럼 자연스레 물었고, 강태한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자세히는 모르고 단편적인 지식들만 알고 있지만, 상당히 규모가 있는 회사라는 것만큼은 알고 있다.
그런 곳의 CEO가 다른 수행원도 없이, 무작정 상대방에게 찾아와 영업을 한다니… 의외가 아니라면 오히려 거짓말일 것이다.
“옛날 버릇이 좀 있어서… 아무래도 중요한 계약은 제가 직접 모셔 와야 성이 풀리더군요.”
리 슈엔은 싱긋 미소를 짓고는, 손에 쥐고 있던 찻잔을 천천히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자연스레 입을 열었다.
“예. 저는 선생님이 정말로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스포츠업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훨씬, 그보다 훨씬 더 큰 가능성을 품고 계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흐음, 그렇군요.”
강태한은 짧게 답하고는 천천히 차 한 모금을 마셨다. 그 반응에 리 슈엔은 잠시 놀란 기색을 내비치더니, 이내 다시금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쨌거나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그런 선생님을 저희 쪽으로 영입하고 싶기에 찾아왔습니다.”
그는 말과 동시에 수표 한 장을 꺼내고는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아무런 금액도 적혀 있지 않아 휑해보였지만, 그렇기에 위엄이 느껴지는 수표였다.
“우선 저희 쪽에서는 이를 위해 선생님이 원하시는 만큼, 얼마든지 금액을 지불할 수 있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강태한은 테이블에 놓인 수표를 집어 들고는 천천히 살펴보았다. 이게 말로만 듣던 백지수표인가. 실물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신기한 기분이었다.
“예전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 백지수표에 적은 금액이 너무 크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뭐… 해당 계좌의 금액보다 크다면 취소가 되겠죠.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저희 회사의 그릇이 선생님을 품기엔 너무 작았다는 뜻이겠죠.”
리 슈엔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여유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적어도 금액적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자신이 있다는 뜻이리라.
‘굉장히 능숙하군.’
그런 상대의 모습을 보며 강태한은 속으로 작은 감탄을 터트렸다. 이런 자리를 주도하는 것이 상당히 익숙한 인물이다.
막무가내로 어렵게 마련한 자리에서, 뒤늦게 사장이었음을 밝히며 의외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벙쪄 있는 사이에 본론으로 들어가며 혹할 만한 매력적인 제안을 건넨다.
거기에 틈틈이 상대방을 치켜세우면서 동시에 원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화술까지. 그 과정을 거쳐 가는 사이, 대화의 주도권은 자연스레 상대방에게 넘어가 있었다.
“솔직히 재밌는 제안이군요.”
“다행이군요.”
“다만 그에 맞는 조건이 붙겠지요.”
허나 거기에 휘둘리고 말고는 별개의 문제다. 강태한이 먼저 본론을 진행시키자, 리 슈엔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별일 아니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대단한 건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대부분의 계약에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는 조건이라 할 수 있죠.”
“그 말씀은?”
“선생님의 안마 실력을 독점하고 싶습니다.”
그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선생님의 능력은 지금보다 훨씬 더 비싸게 팔릴 수 있는 능력입니다. 한 시간에 십만… 아니, 상황에 따라서는 백만 달러도 능히 받아 낼 수 있겠지요.”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건강은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이지만, 그걸 위해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니까.
누군가는 당장 죽을병에 걸린 마당에도 당장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하지만, 누군가는 하룻밤 휴식을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불한다.
둘 중에 누군가를 고객으로 삼아야 한다면, 어느 쪽을 주 대상으로 삼는 것이 사업성이 있겠는가. 두말할 것 없이 후자다.
물론, 후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들의 재력과 지위에 어울리는 특별한 상품과 서비스를 준비해야만 할 것이다.
허나 강태한은 그런 부분에서 조금의 의심도 없는 ‘특별한 존재’다. 말 그대로 세상에 유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세상엔 조금 더 빨리 가자고 전용기를 타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 끼 식사를 위해 백만 달러도 쓸 수 있죠. 그런데 피로에 찌든 컨디션을 완벽하게 풀어 준다? 후후, 부르는 게 값일 겁니다.”
절대 과언이 아니다. 직접 몸을 사용하는 스포츠 선수들은 두말할 것도 없고, 어딘가의 CEO, 회장… 사실상 모든 사람이 잠재적 고객층이다.
“헌데 심지어 그 사람이 오랜 고질병이 있다? 혹은 그 때문에 죽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만족스러운 한 끼 식사를 위해 백만 달러를 낸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인생과 관련된, 그것도 그걸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돈을 지불하겠는가.
“저희는 현재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매니지먼트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실은 재력 있는 VIP분들에게 필요한 인맥과 서비스를 알선해 드리고 제공하는 쪽이 핵심 사업입니다. 본래는 중국 내에서만 일을 해 왔는데, 이젠 전 세계에 고객층을 두고 있죠.”
그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매력적인 제안에 나름의 논리를 실었다. 사실,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것도 아니다.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말이다.
“선생님이 저희와 함께한다면, 저희는 선생님의 재능과 능력에 어울리는 값을 받게 해 드리겠습니다. 그 값을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분들에게 소개하고, 홍보해 드릴 수 있습니다.”
자, 어떻습니까?
남자는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강태한을 보고 있었다. 쉽게 거절할 수 없을 것이란 믿음이 그의 눈빛에 담겨있었다. 그리고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거절하겠습니다.”
대답은 간결했다.
* * *
확실히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차 한 잔을 곁들이며, 끝까지 듣고도 남을 정도의 흥미가 있었다. 허나 그 흥미는 어디까지나 재미 본위의 내용에 불과한 것이었다.
“좀… 더 생각해 보셔도 괜찮습니다.”
“아뇨, 생각은 충분합니다.”
강태한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찻잔에 차 한 잔을 더 따라 냈다.
“확실히, 그쪽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저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벌게 되겠죠.”
“그렇습니다! 선생님은 아직 제대로…….”
“하지만 능력에 어울리는 값이라… 후후.”
강태한은 웃음을 흘리며 리 슈엔을 바라보았다.
“그건 좀 오만한 말인 것 같습니다만…….”
흠칫.
순간 강태한과 눈을 마주친 리 슈엔이 몸을 떨었다. 언뜻 내비쳐진 불쾌감이었을까. 허나 그것만으로도 상대방을 위압하기에는 충분했다. 리 슈엔은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허나 그 위압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강태한은 따라 낸 차를 한 모금 마셨고, 얼굴을 가린 찻잔이 다시 내려왔을 때, 그는 다시 덤덤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어찌 됐거나,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은 없습니다.”
“호, 혹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셨습니까? 아! 정산 비율이 아직이었군요. 9:1! 물론 선생님이 9입니다. 저희는 그것만으로도…….”
강태한은 손을 내밀어 그의 말을 잘랐다. 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돈이나 정산 같은 것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이 일을 하는 목적 자체의 문제입니다.”
안마. 왜 하필 안마였을까.
처음에는 돈을 벌기 위해서 선택한 일이었다. 당장의 생활비가 필요했고, 겸사겸사 내공도 틈틈이 쌓을 수 있는 최적의 일거리였다.
하지만 돈만을 위한 일이었다면 이보다 효율이 좋은 일은 얼마든지 있다. 막말로 이전에 하던 것과 비슷한 일을 계속할 수도 있었다. 평화의 시대라 해도, 용병 회사 같은 곳은 여전히 흥행 중이었으니까.
“저는… 안마를 받고 난 후에 개운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습니다.”
피에 절어 붉게 물들었던 손.
그는 복수를 위해 닥치는 대로 무공을 익혀 왔고, 그것으로 시산혈해(屍山血海)를 만들었다. 천마로 군림하게 된 그는 두려움과 증오의 상징이었다.
허나 지금은 다르다.
예전과 같은 손으로 예전에 익힌 지식과 무공들을 활용하고 있지만, 그것으로 사람들을 고치고 사람들로부터 감사를 받는 삶을 살고 있다.
수수한가.
수수하다.
하지만 충분히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 그들은 항상 강태한 ‘덕분’에 힘을 얻어 간다고 말하지만, 그런 강태한이야말로 그들 ‘덕분’에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보람을 느끼다 보니 어느새 꿈도 생겼다.
한때 스승이 이루고자 했었던… 무림에서는 절대 이룰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그 뜻을, 다른 형태로나마 이곳에서 이뤄 보자 하는 꿈이.
“저는 이 능력을 독점하고 싶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고,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택하고 싶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안마를 받고 활력을 되찾는다면, 그 사람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 활력을 나눠 줄 수 있다. 그저 한 명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것만으로 만인을 이롭게 하기는 어렵다.
허나 한 명으로 모자라다면 백 명을, 백 명이 모자라다면 만 명에게 안마를 하면 된다.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을 가르쳐 손을 점점 늘려 가면, 단순한 숫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야 천마안마의 안마가 특별한 취급을 받지만, 언젠가 전 세계에 지부와 지점들이 열리고, 그게 당연한 기준이 된다면. 그로 인해 세상 모든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개운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면.
그것도 만인(萬人)을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이 제안은 받을 수 없습니다.”
강태한은 앞에 놓인 백지수표를 상대방에게 밀어내며 말했다. 리 슈엔은 잠시 그것을 내려다보다, 피식 웃음을 흘렸다. 뭔가 납득해 버린 웃음이었다.
“사슴은 산에서 뛰놀아도 산의 높이는 알지 못한다(鹿雖山戲, 不知山高)…….”
그는 강태한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시야가 좁아 그만 대인(大人)에게 소인(小人)의 잣대를 내밀었습니다. 사과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