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302)
천마님 안마하신다-302화(302/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302화
세상에 그럴듯한 말을 늘어놓는 사람은 많다.
대의(大義)를 추가한다든가, 타인을 위한 헌신(獻身)을 한다는 둥, 대충 그런 류의 듣기 좋은 이야기들.
모두가 거짓으로 빈말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 개중에는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허나 리 슈엔이 깨달은 한 가지 진리는, 충분한 금액의 돈은 상대방의 진심조차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눈앞에 거액을 쌓아 두고, 그들이 말한 가치관과 상반되는 선택을 제시하였을 때, 그럼에도 신념을 이어 갈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설령 아무런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고 해도.
그건 그냥 단지 금액이 부족했을 뿐이다.
협상을 할 때 돈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통하는 가장 범용적인 무기요, 금액은 그 무기의 파괴력이니.
백만으로 안 된다면 억을.
억으로도 부족하다면 십억, 백억을.
그럼에도 안 된다면, 아예 금액란이 비워져 있는 수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 된다. 충분한 금액은 상대의 마음의 벽과 신념조차도 허물어트린다.
리 슈엔은 사는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나 왔고, 그들과 수많은 거래와 협상을 해 왔다. 그리고 그 횟수를 거듭할수록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졌다.
물론 그렇다고 딱히 상대방을 멸시한 것은 아니다.
상대가 굳건한 신념을 지니고 있었더라도, 자신에게는 그 신념과 바꾸기에 충분한 돈이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좋은 제안을 제시했을 뿐이다.
그냥… 그게 당연한 일일 뿐.
상대를 우습게 볼 일도, 말만 번지르르한 인간이라고 폄하할 필요도 없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선택을 한다면, 그건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그리고 평범하다는 것은 흠이 될 만한 일이 아니다.
허나 그렇기 때문에.
그 예외가 되는 경우와 마주쳤을 때, 리 슈엔은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감탄을 터트리고 말았다. 감탄을 넘어선 경외감이었다.
‘이 사람은… 뭔가 다르군.’
천마안마의 강태한 원장.
첫인상은, 굉장히 어리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이번 일도 어렵지 않게 성사될 것이라 판단했다. 젊은 사람은 특히 돈으로 휘두르기가 더욱 쉬우니까.
하지만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이야기가 진행되어 갈수록 리 슈엔은 어딘가 위화감을 느꼈다.
마치… 이쪽의 생각을 다 떠보고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산전수전을 다 겪어 본 노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얼핏 대화의 주도권을 내주는 것 같지만, 휘둘리는 모습은 조금도 없다. 대화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지만, 그저 재밌는 이야기를 듣듯 흥미로워할 뿐이다.
백지수표에 관심을 보이긴 했지만, 단지 그뿐.
그 뒤의 제안들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은근슬쩍 평가를 띄워 보기도 하고, 누가 봐도 성공적인 미래를 제시해 보기도 했다. 허나 모두 똑같았다.
금전적인 것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들이 자신의 신조와 거슬리는 순간, 아예 격리시켜 버리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돈을 때려 박으려 해도 애초에 맞아 주질 않는 느낌이다.
“선생님의 목소리에서, 불변의 진심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진 그의 말.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누구나 입에 한 번씩은 담아 봤을 법한, 너무나도 흔하고 겉만 번지르르한 말이다. 초등학교의 반장 후보들조차 입에 담을 수 있는 말이다.
허나 그 말을 백지수표 앞에서 꺼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하물며 이렇게 진심을 담아 낼 수 있다면… 그건 정말로 위대한 사람일 것이다. 말 그대로 대인(大人)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사람 말이다.
* * *
“제 뜻을 이해해 주신 것 같아 감사합니다만…….”
한편 리 슈엔의 답을 들은 강태한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멋쩍다 못해 무안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좀 머쓱한 느낌이군요.”
대인에 소인의 잣대라니.
그냥 단지 거절을 했을 뿐인데, 그렇게 말하면 뭔가 대단한 철학이라도 늘어놓은 것 같지 않은가. 이야기가 괜찮게 흘러가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치켜세우는 느낌이 들 정도다.
“아, 부담을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선생님에 대한 저의 감탄을 표현했을 뿐이었으니, 부디 언짢게 생각하지는 말아주시길.”
리 슈엔은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으나, 그 눈빛은 방금 전과 분명하게 달라져 있었다. 마치 강태한을 좀 더 윗사람으로 대하는 듯한… 그런 눈빛이었다.
“…뭐 어찌됐거나, 먼 길을 와 주셨지만 그쪽의 제안은 거절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예. 어쩔 수 없지요. 선생님 같은 분과 조금이나마 인연을 맺게 된 것에 만족하며, 오늘은 깔끔하게 물러나겠습니다.”
리 슈엔은 곧바로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태한의 뜻을 존중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강태한에게 경외심을 느끼기는 했다만, 공과 사는 별개의 이야기였으니까.
다만 여기서 이야기를 더 길게 끌어간다고 해서 강태한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그냥 깔끔하게 끝을 맺고 상대방의 호감이라도 사 두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혹시 나중에 있을지도 모를 다음 협상을 위해서 말이다.
“비록 첫인상은 나빴더라도, 다음에라도 함께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그때는 반드시, 선생님이 만족할 수 있는 제안을 가져오도록 하죠.”
“인상이 좋고 나쁠 게 어디 있겠습니까. 충분히 좋은 제안을 하셨지만, 저와 맞지 않았을 뿐이죠.”
“후후.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하군요.”
리 슈엔은 싱긋 웃으며 찻잔을 입가로 가져갔다. 천천히 음미하듯 차를 비워 낸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빈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으음, 그럼…….”
“차 한 잔 더 드릴까요?”
머뭇거리는 그의 모습에 강태한이 눈치껏 찻주전자를 집어 들며 물었다. 그러자 리 슈엔이 머쓱해하면서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하하… 이거, 차가 너무 입에 잘 맞더라고요. 마치 저를 위해서 따로 준비하신 것처럼 말이죠.”
이야기도 마쳤겠다, 적당히 마무리를 짓고 자리에서 일어날 타이밍이었지만, 입안에 맴도는 차의 잔향이 그의 발길을 붙잡았다. 자기가 이렇게 차를 좋아했었던가. 스스로도 그런 의문이 들 정도였다.
사실 그의 말이 마냥 틀린 말도 아니었다.
따로 구비해 둔 건 아니고 찻장에 있는 찻잎 중에서 고른 것이지만, 그의 체질과 기질에 맞춤으로 고른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렇게 마음에 드셨다면, 따로 챙겨드릴까요?”
“어… 아닙니다! 이미 한번 실례를 한 상황인데, 여기서 어떻게 뭘 받아 갈 수 있겠습니까.”
강태한의 말에 리 슈엔은 차를 마시다가도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앞에 약간의 망설임이 있기는 했지만, 그렇게까지 염치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래도 음, 선생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어떤 찻잎을 쓰셨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그래도 무슨 차를 썼는지 물어보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여 조심스레 물어보는 리 슈엔. 그 모습에 강태한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찻잎을 꺼내러 찻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 *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짚을 수는 없다.
하지만 안마를 통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그걸 바탕으로 하나둘씩 좋은 인연을 맺어 가면서, 어느 순간 강태한에게는 자연스럽게 목표가 생겼었다.
그리고 그의 계획은, 어느 순간 궤에 올라탔는지 생각보다도 빠르게 성큼성큼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 달이 지나고, 다섯 달, 일 년…….
시간이 지나가면 지나갈수록, 그 성장세는 오히려 점점 더 가팔라지고 있었다.
스노우볼 효과라고 했던가.
예전부터 홍보나 마케팅 쪽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럼에도 천마안마의 유명세는 더욱 빠르게 커져 가고 있었다.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황 실장의 업무량을 보면 알 수 있다. 행정 업무 쪽 인원도 많이 늘어나고, 아예 팀이 분리되어 일을 하고 있음에도 그의 업무량은 딱히 줄어들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국내 유명세는 당연한 수준이고, 해외에서도 알 만한 사람은 이제 다 알고 있을 정도.
잘은 모르지만, 듣자하니 스포츠업계 쪽을 중심으로 ‘천마안마’라는 단어 자체가 고유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또한 그 성장세는 명성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었다.
준비하고 있던 분점들도 하나둘씩 문을 열기 시작했고, 마르케시의 인도지부도 성황리에 영업 중이었다. 아카데미 또한 규모가 커지고 커리큘럼도 완전히 자리 잡아, 전 세계에서 찾아온 인재들을 천마안마의 안마사로 육성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변화가 필요해.”
그리고… 그 격무의 한복판에서 시달리던 황 실장. 오랜만에 본점의 원장실에 찾아온 그는, 나지막하면서도 무게 잡힌 목소리로 그렇게 입을 열었다.
“어떤 변화요?”
“일을 하고 일을 해도 업무가 줄어들지를 않아! 이대로라면 우리 모두 과로사해 버리고 말 거라고!”
황 실장의 외침이 고요한 분위기를 깨트렸다. 그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으나, 강태한은 유심히 그를 바라보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딱히 몸에 피로가 있지는 않으신데요?”
“아니… 뭐 그야 그렇기는 한데.”
불과 방금 전 강태한이 어깨를 주물러 줬던 참이다.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그냥 강태한이 양쪽 어깨를 붙잡고 힘을 주는 순간, 따스한 기운이 온몸을 순환하는 것이 느껴지더니 전신이 개운해져 버린다.
여러모로 피로와는 거리가 먼 직장 환경이라고 할까.
비단 황 실장에게만 주어지는 혜택도 아니다.
일을 하다 피곤해지면, 얼마든지 천마안마의 안마사들이나 강태한 본인에게 안마를 부탁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천마안마 직원들의 업무 능력의 원동력이자, 혜택이자, 가장 큰 복지라 할 수 있으리라. 적어도 이곳 직원들 중에서 피로로 피부가 처지거나 다크서클이 붙은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몸이 개운하다고 해서 일이 저절로 줄어드는 건 아니잖아? 슬슬 구조적인 한계라고, 태한 씨.”
확실히, 천마안마의 규모는 예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처음엔 따로 독립하여 신축 빌딩 고층에 가게를 낸 것도 엄청난 성과였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훨씬 더 규모가 커진 상황이다.
이미 행정 팀을 위해 따로 공간을 임대하여 그곳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그것으로도 부족하여 업무가 쌓여 가고 있었으니, 확실히 무언가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뭐… 사실, 생각을 해 두고 있기는 했어요.”
황 실장의 말에 강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데미도 생기고, 분점과 해외 지부도 생기곤 했지만, 어쨌거나 천마안마의 중심은 자신의 원장실이 있는 이곳, 본점이었다.
다만 이곳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가게에 불과하다. 나름 공간도 넉넉하게 빠진 편이고, 옆 칸도 같이 임대하여 넓은 편이기는 하다만, 그래도 결국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현상 유지를 목표로 한다면 이걸로도 충분하겠지만… 좀 더 높은 곳에 목표를 두고 있다면, 한계가 찾아올 수밖에 없다. 결국은 더 큰 무대를 지향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 하나둘씩 지부를 늘려나가고, 곳곳에서 들어오는 제안들을 정리하고… 그러기 위해선, 사실상 안마원을 운영한다기보다는 하나의 커다란 기업체를 운영하는 쪽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려면 거기에 맞는 공간도 필요할 터.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곳, 천마안마의 본점은…….
“사업 규모가 늘어난 것에 비해, 여기는 아무래도 좁게 느껴질 수밖에 없죠.”
“그렇지? 역시 태한 씨는 알고 있을 줄 알았어!”
나름 어느 정도 반박까지 예상하며 조심스레 꺼낸 화두였는데, 이렇게 공감을 해 준다면야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황 실장은 좀 더 본격적인 이야기를 꺼내려는 듯 자세를 고쳐 잡아 앉았다.
“그럼 어디로 옮길지를 정해야 할 텐데… 일단 예산을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는지 말해 줄래?”
그래야 그걸 기준으로 매물을 찾아보고 후보를 정할 수 있을 테니, 가장 기초가 되는 첫 걸음이다.
황 실장은 현재 회사 내 여유 자금을 생각하며 대략적인 금액을 예상해 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금전적으로 꽤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태한 씨가 좀 시원하게 결정한다면 건물 하나를 통째로 구하는 것까지도 별문제 없으리라.
“흐음… 일단 대략적인 후보들이 있긴 한데요.”
다만 강태한의 대답은 황 실장의 예상과 달랐다. 그는 주머니에 들어 있던 스마트폰을 꺼내 들더니,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후보? 뭐야, 이미 다 생각해 뒀었던 거야?”
“생각해 뒀다기보다는, 제안을 해 주셨다고 할까… 아, 여기 있네요.”
이내 찾던 걸 찾았는지 스마트폰 화면을 내밀었다. 거기에는 세 장의 건물 사진들이 주르륵 나와 있었고, 그걸 누르자 좀 더 자세한 내부 사진 그리고 주소와 대략적인 정보들이 나타났다.
“흐음… 자세한 건 좀 더 자세히 보고 직접 가 봐야 알겠지만… 당장은 다 괜찮은 물건들로 보이는데?”
딱히 강태한의 안목을 띄워 주려고 한 말은 아니었다. 적어도 가볍게 훑어만 봤을 땐 실제로 괜찮은, 아니 제법 좋아 보이는 건물들이었다.
“그런데 아까 뭐라 했었지? 제안을 해줬다고?”
“네. 안 그래도 저번에 장태현 회장님이랑 이야기했을 때 확장 이야기가 나왔었거든요. 앞으로를 생각하면 미리 생각해 두는 게 좋을 거라고.”
“흐음. 그래서?”
“그러다 건물 이야기가 나왔는데… 지금 놀려 두고 있는 곳들이라면서, 원한다면 반영구적으로 임대해 줄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뭣?”
황 실장은 당황한 목소리를 내고는 다시 건물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는 한동안 말도 잊은 채 멍하니 화면을 살피더니,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태한 씨는… 정말 복이 많나 봐. 필요하면 어디서 자꾸 건물이 하나씩 알아서 나타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