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303)
천마님 안마하신다-303화(303/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303화
“사실 이야기 자체는 예전에 나온 거긴 한데… 그래도 확실히 시기가 얼추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있네요. 제가 운이 좋나 봐요.”
황 실장의 말에 강태한은 머쓱해하면서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누가 봐도 본인이 굉장히 운이 좋은 편이라는 건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아니… 뭐, 내가 먼저 복이 많다는 둥,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꺼내긴 했지만, 그래도 태한 씨는 단순하게 운이 좋은 거랑은 조금 다른 케이스지.”
다만 그런 반응을 생각하고 했던 것은 아니라는 듯, 황 실장은 괜스레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단순히 운으로 치부하는 것처럼 들렸을까 봐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었던 탓이다.
“태한 씨한테 유독 이런 복이 많이 찾아오는 건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 생각해. 그리고… 그 사람들이 많이 모여든 건, 태한 씨도 그만큼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지 않겠어?”
행여 오해를 샀을까 봐 덧붙이듯 꺼낸 말이었지만, 그 말 자체는 평소에도 생각하고 있던 진심이었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누군가의 곁에 좋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은, 그 사람도 좋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물론, 강태한의 안마 실력은 그 자체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하다. 그의 안마 실력은 무엇으로도 대체가 불가능한 것이고, 그런 것에는 으레 사람들이 몰려들기 마련이니까.
허나 그렇게 모여든 사람 중에서 누가 곁을 떠나고 누가 곁에 남는가는, 온전히 그 사람의 덕망과 선택에 달린 문제다. 그에 따라 단순히 돈으로만 형성된 관계를 맺을 수도, 보다 인간적인 관계로 엮일 수도 있는 것이다.
“좋은 사람이라…….”
“음, 좀 낯간지러운 말인가?”
“아뇨. 그냥 좀 새삼스레 묘한 기분이 들어서요.”
강태한은 쇼파에 등을 기대며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대충 얼버무리듯이 화제를 되돌렸다.
“어쨌거나, 그래서 여기 있는 건물들 중에서 후보를 고르는 걸로 할까요?”
“아무래도 그게 좋겠지…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비용은 어느 정도로 이야기하시던?”
“으음… 필요하다면 무상으로 주신다고 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무상이면… 무료로 임대해 주신다는 거지?”
“그렇죠.”
강태한은 당시의 대화를 떠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대답이고, 재차 물어보기까지 했지만, 그럼에도 황 실장은 기가 막힌 듯한 탄식을 한 차례 내뱉었다.
사실 딱히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대청 그룹은 강태한 덕분에 자회사인 바디케어의 급성장을 이룰 수 있었고, 인도의 대재벌 마르케시 그룹의 대규모 수주를 받아 냈을 뿐만 아니라 친밀한 관계까지 맺을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강태한의 덕택이라고 하는 건 과장일 수 있겠지만, 언제나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
그 정도 인물과 좋은 관계를 맺고, 좀 더 오랫동안 이어 가고 싶은 건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건물 한둘 내어 주고 비즈니스적으로 좀 더 깊은 관계가 될 수 있다면… 그룹 차원에서는 그리 큰 지출도 아니고, 손해라고 할 게 딱히 없는 장사인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당황스러운 건 어쩔 수가 없네.’
무상으로, 그것도 반영구적인 임대.
이 얼마나 달콤하게 들리는 말인가.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혹할 만한. 아니, 오히려 너무 지나쳐서 사기로 느낄 수밖에 없는 말이다.
“솔직히 이건 아무리 좋은 매물이 나와도 이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제안이지.”
애초에 무상에 반영구라는 조건을 빼더라도, 이 정도로 좋은 매물을 찾긴 힘들 것이다. 황 실장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내용을 훑어보고는 스마트폰을 강태한에게 되돌려주었다.
“사실 이걸로 또 한참 동안 격무에 시달리게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금방 끝나겠네.”
“뭔가 타이밍 좋게 일이 잘 풀린 것 같아 좋네요.”
“그러게 말이야.”
“그럼, 이따가 다시 이야기하죠.”
강태한은 그 말을 남기고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원장실 밖으로 나섰다. 황 실장은 혼자 쇼파에 남아 앞으로의 계획을 대강 정리하다,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렸다.
‘새삼 신기하네.’
처음 사우나의 안마원에서 강태한을 만났을 때.
단순한 아르바이트생이었지만, 그때도 대박이라고 생각하기는 했었다. 며칠 만에 예약표를 꽉 채워 내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모조리 단골로 만들어 버리고. 이건 절대로 놓치면 안 될 인재라고 생각했었다.
그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녀석이라 생각했었는데.
어디서 인연이 닿았는지 이런 근사한 가게를 차리면서 독립을 하더니, 프리미어 리그에서 러브 콜이 들어오질 않나, 회장님을 모셔 오지를 않나, 그야말로 대형 사건들이 연속해서 이어졌다.
그리고 이제는 단순한 안마원, 자영업의 수준이 아니라, 하나의 기업체로서 성장해 나갈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순조롭게 말이다.
처음에는 돈만 생각해서 붙잡은 인연이다.
사실 그게 자연스럽지 않은가. 안마원의 실장이라는 일을 하면서, 무언가 커다란 비전이나 대단한 꿈을 꾸기는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뭔가 다르다.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할까. 잘은 몰라도 강태한이 보고 있는 것은 단순히 금전적인 것이 아니라 더 머나먼 곳이고, 자신은 그곳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줄 하나는 잘 탔단 말이지.”
그것이,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기분이다.
황 실장은 천장을 보며 히죽 미소를 짓더니, 다시금 계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 *
“저기… 갑자기 죄송한데.”
한참 산책을 하고 있던 와중.
멀찍이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던 사람이, 조심스레 다가오더니 넌지시 말을 걸어왔다.
“그… 유세아 씨랑 강태한 씨 맞으시죠?”
“네. 맞는데요.”
“우와! 저 두 분 모두 진짜 팬이거든요!”
강태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짝짝 소리가 날 정도로 크게 박수를 치며 눈에 띄게 좋아했다.
“진짜 너무 예쁘고 잘생기셨어요! 제가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 저~기서 두 분을 봤는데, 한참 멀리 있는데도 알아봤을 정도라니까요?”
“어머, 말씀도.”
“하하,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런 반응에 담담하게 반응하는 두 사람.
본래라면 사람을 잘못 봤다고 하거나, 그녀를 피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강태한이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유명 여배우 유세아와,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 천마안마의 원장 강태한. 두 사람의 연애가 공개된 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고, 이제는 그냥 공공연한 사실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다만 아직까지도 사람들의 관심이 남아, SNS 같은 곳에서 종종 화젯거리가 되곤 했었는데…….
“저기 봐, 유세아 씨랑 태한 씨 같은데?”
“내가 이 시간대에 공원에 있으면, 둘이서 자주 산책 나온다고 했었지?”
“나 저번에 저기 삼겹살집에서도 봤잖아. 사장님한테 여쭤봤는데, 둘이 단골이라더라고.”
그 이유는 단순했다.
그만큼 대놓고 만나는 일이 굉장히 잦아진 것!
그동안 다른 사람들 눈을 피해 만나던 것에 대한 반발일까, 공원이나 카페, 축제 같은 온갖 장소에서 그들의 목격담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째 시간이 지나갈수록 알아보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것 같네요.”
“후후, 그래서 불편해요?”
산책을 마치고 적당히 자리를 잡은 인근의 카페.
강태한의 말에, 유세아가 히죽거리며 말했다.
“저는 매일 신나고 마냥 좋은데.”
지겹던 모자도 없고, 선글라스도 없다.
옷차림도 일부러 수수하게 입을 필요도 없다!
강태한에게 보여 주고 싶은 모습 그대로, 대낮에 당당하게 공원을 산책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그 자체로 특권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저도 세아 씨랑 당당하게 만날 수 있으니까 당연히 좋죠.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저는 단 둘이, 세아 씨한테만 집중할 수 있을 때가 좀 더 좋거든요.”
“아니, 갑자기 그런 멘트를 치시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강태한을 쳐다보고 있던 유세아. 그러다 강태한이 싱긋 미소를 지었고, 유세아는 저도 모르게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볼에는 옅은 홍조가 올라와 있었다.
“그… 러면, 내일 같이 영화나 볼까요?”
“영화요? 볼만한 건 다 보지 않았나?”
강태한은 지금 영화관에서 상영 중인 영화들의 라인업을 떠올리며 말했다. 나름 호평을 받거나 기대작이라는 것들은 이미 모두 본 상태였다.
“아니, 그… 주말이니까, 태한 씨네 집에서 같이 볼까, 해서요. 와인도 같이 한 병 마시고…….”
유세아는 괜스레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말하는 사이 그녀의 홍조가 좀 더 짙어졌다.
그 모습에, 강태한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왜 웃어요!”
“큭큭, 아뇨, 이건 안 웃을 수가 없는데, 진짜로.”
하하하, 강태한은 아예 소리까지 내며 웃다가, 한 차례 심호흡을 하고 나서야 진정할 수 있었다.
“근데 내일은 안 될 것 같네요.”
“엣, 왜요?”
“좀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강태한은 앞에 놓인 커피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자세한 이야기까지는 모르겠는데… 국제올림픽위원회 쪽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공식적으로 협력요청을 해야 한다고, 거기서 몇몇 분이 강하게 추진하고 계신다나 봐요.”
“국제… 올림픽위원회에서요?”
“네.”
“국제면 세계 단위 아니에요?”
“그렇죠?”
조금 스케일이 대단했던 탓일까, 유세아가 당황스러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럴 만도 했다. 강태한도 어떻게 이야기가 그렇게 됐는지는 몰랐으니까.
듣자 하니 이번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성적에 의심을 품은 사람들이 꽤 있었고, 그러다 위원회의 높은 사람 몇 명이 검증 차원에서 직접 가게에 찾아왔었다가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는 모양.
강태한으로선 딱히 짚이는 부분이 없었지만… 그래도 뭐, 대충 그러려니, 하면서 납득하기로 했다.
“와! 너무 좋은 이야기 아니에요?”
“그렇죠. 좋은 이야기죠.”
애초에 강태한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올림픽은 전 세계 스포츠 행사 중에 가장 유명한 행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천마안마를 보다 널리 퍼트리는 목적에서, 올림픽위원회와 협력 관계라는 것은 너무나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그래서 세아 씨의 제안은 참 매력적으로 들리지만, 아쉽게도 이 일 때문에…….”
“당연히 이 일이 먼저죠! 제가 다 기대되는데요?”
유세아는 당연하지 않냐는 듯이 말하더니,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강태한은 한동안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냥 오늘 저녁에 영화 보러 오실래요?”
“오, 오늘이요?”
“네.”
“어… 일정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있기는 한데, 뒤로 미뤄도 돼요.”
정확히 어느 부분인지는 모르겠으나,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유세아를 보고 있자니, 아쉬웠던 마음이 더욱 커지다 못해 저돌적이 되어 버린 강태한이었다.
“그럼… 으음… 와인 사서 이따 갈게요…”
그리고 유세아는 가끔 보이는 그런 강태한의 모습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녀는 괜히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딴청을 피우다, 못 이기는 척 넌지시 답했다.
* * *
“그래서, 저녁은 알아서 먹어라?”
“그렇게 됐다. 이해해 줄 거지?”
자신을 탓하듯 말하는 최성현의 목소리에, 강태한은 머쓱하게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원래는 같이 저녁을 먹을 예정이었으나, 저녁 약속은 방금 전 유세아와의 약속으로 대체된 참이었다.
“쯧. 세아 씨랑 약속한 거면 어쩔 수 없지.”
“그래.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본래라면 선약을 우선시하는 것이 도리이긴 하지만, 최성현과 강태한은 이 정도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사이였다. 애초에 연애 때문에 약속을 파토 내는 건 최성현이 먼저 했었기에, 딱히 반박할 명분도 없었다.
“근데 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생긴 거야? 뭐 까먹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기념일, 그런 건가?”
최성현은 쇼파에 앉으며 넌지시 물었다. 강태한과 최성현이 자잘한 약속 몇 번 깨트리는 걸로 뭐라 할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강태한은 어지간해서는 약속을 지키는 성격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럼 뭔데?”
“그냥… 갑자기 세아 씨가 너무 매력적이더라고.”
강태한은 방금 기억을 떠올리며 답했다.
딱히 스타일이 바뀌었다거나, 화장이 바뀌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자신의 일을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해맑게 웃는 모습이… 좋았다.
“으윽… 그런 건 세아 씨 앞에서 말해 줄래? 여기서 하지 말고.”
“쯧. 지가 먼저 물어봐 놓고.”
“그런 대답이 나올 줄 알았으면 안 물어봤지.”
최성현은 기겁을 하듯 몸을 움츠리며 말했고, 그 반응에 강태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허나 이내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쇼파의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한가하군.’
물론 오늘도 예약은 꽉 차있고, 점심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마음 자체가 느긋한 기분이다.
사업은 순조롭고, 자신의 목적에는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 마음도 평화로운 것이 마음만 먹으면 이대로 낮잠도 한 숨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맞다. 여기 앞에 운세 뽑기 있잖아.”
“여기 앞?”
“그 왜, 밥집이랑 술집 많은 곳.”
“아… 대충 알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지나가다 본 적이 있다.
먼저 주제를 선택하고서 돈을 집어넣은 후, 본인이 무슨 띠인지, 그리고 몇 월생인지를 고르면 간단한 운세가 나오는 기계였다.
“이젠 자판기가 운세도 뽑아 주는구나, 했었지.”
“어쨌거나 점심 먹고 오는 길에 그거 한번 뽑아 봤거든. 그랬더니, 이거 봐 봐.”
최성현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리더니, 주머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 들었다. 보아하니 운세 자판기에서 뽑아 온 쪽지처럼 보였다.
“여기에 어떤 사람이 돈을 쓰나 했었는데, 그 어떤 사람이 내 친구였다고?”
“재미 삼아 해 봤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최성현은 쪽지를 펼쳐 내용을 보여 주며 말했다.
“그랬더니 대흉(大凶)이 나온 거 있지! 야, 진짜 골 때리지 않냐? 상식적으로 저런 데에다가 대흉을 넣어 놓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그는 아직도 어이가 없는지 웃음을 터트리면서 말했다. 다만 강태한은 잠시 말을 멈추고 쪽지를 집어 들더니, 가만히 그 내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