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305)
천마님 안마하신다-305화(305/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305화
“후우우.”
최성현은 의자의 등을 기대더니,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창문을 열고는 선선한 시골 바람을 쐬기 시작했다.
‘하마터면 놓칠 뻔했네.’
산에서 내려오는 게 일 분만, 아니 삼십 초만 늦었어도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했을 것이다. 이런 시골에서 다음 버스를 기다린다는 건, 다음 비행기를 기다리는 것만큼의 시간 차이가 있었다.
‘아니, 하루에 세 대만 다닌다고 했으니까 비행기보다 더 오래 걸리겠네.’
아침에 하나, 점심에 하나, 저녁에 막차가 하나.
목적지로 가는 버스가 이것뿐인 게 아니라, 이 주변에 다니는 버스가 이것뿐인 것이다. 놓치면 과장 조금 보태서 뛰어가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른다.
이젠 진짜 운전 연습을 해야겠구나.
만약 직접 차를 몰고 내려왔으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최성현은 팔짱을 낀 채로 창밖을 내다보며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뭐… 어쨌거나 성과는 훌륭하지만.’
최성현은 슬며시 눈을 감고는 오늘의 성과를 조심스레 확인했다. 외면의 오감을 죽이고, 내면의 감각에 집중한다. 그러자 전신을 두르는 기의 흐름과 배꼽 아래 뭉쳐 있는 커다란 힘의 응어리가 느껴졌다.
단전에 모여 있는, 최성현의 내공. 그 힘은 오늘 아침하고만 비교해 봐도 확연한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불어나 있었다. 오늘 하루 수행을 한 결과이자, 꽤나 보람찬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증거였다.
확실히 명당은 명당이라고나 할까.
서울 한복판에서 몇 시간 명상을 하고 기를 운용하여 수차례 소주천을 반복하는 것보다, 이곳에서 숨만 쉬고 있는 것이 더 효율이 좋은 수준이다.
굳이 비교를 들자면, 나뭇잎에 맺혀 있는 이슬을 하나하나 떼어 먹는 것과 시냇물에 고개를 박고 양껏 들이마시는 정도의 차이라고나 할까.
물론 강태한이 구비해 둔 약재나 약차 같은 것들이 이런 부분을 보완해 주지만, 그럼에도 직접 찾아오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제 이 힘을 좀 더 갈무리해 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슬며시 손을 모으고 눈을 감으려던 찰나.
“아, 형 뭐냐고! 내가 보던 거 왜 바꾸냐고!”
“이거 재미없으니까 다른 거 보자고!”
“엄마!! 이제 내가 볼 차례인데 형이 자꾸 내 스마트폰 뺏어 가!”
“쉿! 버스에서는 조용히 하라고 했었지? 그리고 너는 왜 동생 차례인데 뺏어가고 그래?”
“엄마는 나한테만 뭐라 그래!”
…버스 안이 다소 소란스럽다.
보아하니 두 형제가 스마트폰 하나를 두고 싸우고 있는 모양. 대충 초등학생 저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게, 한참 형제끼리 싸울 때다.
“소란 피워 죄송합니다.”
“아유, 됐어, 최 씨. 오랜만에 시끌벅적하고 좋구만.”
“다 떠들면서 크는 거지, 뭐. 사과하지 말어!”
그뿐만 아니라 버스에는 생각보다 적지 않은 승객들이 있었다. 좀 늦게 시장에 가시는지 야채 같은 걸 잔뜩 싣고 계신 아저씨, 뭔가 정성스레 포장한 보따리를 품고 앉아 계신 할머니, 정장을 차려입은 노부부… 다들 같은 동네 사람인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제법 살갑다.
텅 빈 버스에서 홀로 산바람을 쐬며 달리는, 막연하게 그런 한적한 시골 버스의 분위기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느낌이랑은 좀 거리가 먼 모습.
소란스럽긴 해도 나름 훈훈한 분위기였지만, 어찌 됐거나 뭔가에 집중을 하기엔 조금 부적절하다. 최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편하게 자세를 고쳐 앉고는 옆의 창틀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머리를 기대고 있던 탓인지 조금 졸리다. 최성현은 쪽잠이라도 자려는 생각으로 천천히 눈을 감았다.
…쿠르르르릉!
그리고 그 쪽잠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뭐, 뭐야?”
먼저 느낀 것은 강렬한 진동.
모두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버스 차체가 흔들리는, 땅 그 자체가 떨리고 있는 듯한 강한 진동이었다.
끼이이이이익!
그다음 들려온 것은 귀가 찢어질 것 같은 타이어 소리였다. 거기에 더해 갑작스레 앞으로 후려쳐지는 듯한 관성 속에서, 최성현은 겨우 중심을 잡고 몸을 버텨 냈다.
“윽…….”
급정차의 관성에서 버텨 낸 최성현은 다급한 눈길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잠깐 사이에 해가 저물기라도 했는지 주변이 캄캄했다.
물론, 해가 저문 것은 아니었다.
버스는 터널 안에 있었다. 허나 그렇기에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터널에선 차를 세워선 안 된다. 비록 주변에 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긴 했지만, 운전자들에겐 기초적인 원칙이자 금기 같은 것이다.
사고라도 난 것인가.
창문으로 들어오는 타이어 탄 냄새를 맡으며, 최성현은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급정차를 한 이유를 납득한 동시에 어이가 없어 그대로 벙쪄 버렸다.
“진짜 뭐야…….”
혼자 중얼거리는 목소리.
도로 앞은 막혀 있었다. 정확히는, 끊겨 있었다. 터널 출구를 직전에 두고서, 그 앞에는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싱크홀이라는 걸 본다면 저렇게 생겼을까.
싱크홀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아니, 중요한 건 그 정체가 아니다.
“기사님, 일단 후진하시죠, 빨리!”
방금 전보다 약해진 탓에 잘 느껴지지 않았을 뿐, 땅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고, 이곳은 터널이었다.
구멍이 뚫린 와중에도 터널은 굳건히 버티고 있었지만, 그게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고, 사실은 무너지기 일보직전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아까 전부터 버스 천장에는 돌멩이 따위가 떨어지고 구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기에, 최성현은 기사에게 재촉하듯이 말했다.
“어… 그, 그래, 학생! 그래야지, 그래야지!”
엉거주춤 선 채 황망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던 버스 기사는, 그제야 뒤늦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버스 기어에 손을 올리는 그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쿠르릉…….
그리고 다시금 거세지는 진동 소리.
방금 전에는 바닥만 흔들렸다면, 지금은 천장까지 울리는 듯 큰 소리가 터널 안에 울려 퍼졌다. 아니, 어쩌면 산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리라.
그 직후에는 굉음이 이어졌다.
그동안의 울림이 무언가 거대한 것이 흔들리고 균열이 가는 소리였다면, 이건 그것이 깨지고 부러지는, 파괴에서 비롯되는 소음이었다.
그리고 잠시나마 멀쩡해 보였던 것이 무색하게, 터널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 * *
[충남 공주시 싱크홀 현상 발생. 인근에서 차량 운행 시 주의 및 연쇄 재난 발생 가능성 대비 요망.]삐이이이익─ 삐이이익─
“으… 이 소리는 언제 들어도 꺼림칙하다니까.”
“뭐야,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야?”
“몰라. 공주시에서 싱크홀이 났다는데?”
“싱크홀? 진짜로? 와…….”
“근데 공주시가 어디지?”
“나야 모르지. 공주대 있는 곳 아냐?”
재난 경보 소리와 함께 동시에 울리는 수십 개의 스마트폰. 순간적으로 사람들 사이에 혼란스러운 표정과 경계심이 떠올랐지만, 내용을 확인하고는 이내 금방 가라앉았다.
“큰일은 아니겠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중에 뉴스로 나오지 않을까?”
문자 내용과 관련하여 잠시 이야기가 오가기는 하지만, 금방 넘어간다. 결국은 잠깐의 대화 화제로 소모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 * *
허나 최성현은 그러지 못했다.
터널은 무너졌고, 내부를 비추던 조명은 모두 꺼졌다. 주변은 그야말로 칠흑.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굉음이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 천장은 순식간에 내려앉았다. 위에서 무언가가 무너져 내려 그대로 버스를 깔아뭉갠 것이다.
“크으으윽……!”
그리고 그 무너져내려가는 버스 천장을, 최성현이 두 손으로 받쳐 들고 겨우 버텨 내고 있었다.
딱히 의식적으로 한 행동은 아니었다.
버스 천장이 우그러지며 내려앉는 걸 본 찰나의 순간, 최성현은 자세를 잡는 동시에 모든 기맥을 열어 재끼고 단전의 내공을 전신으로 흘려보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무너지는 천장을 받쳐 올렸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러지 않았으면, 그대로 버스 차체와 함께 짓눌렸을 테니까. 사실상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해 몸을 움직인 결과인 셈이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하지?’
온 힘을 쥐어짜 내 벌어 낸 찰나의 시간.
최성현은 온 몸이 짓눌리고 있는 상황에서, 겨우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허나 그런다고 방법이 나오지는 않는다.
터널은 계속 붕괴되어 가고 있는 모양이었고, 창문 너머로 뭔가가 쏟아지고 바윗덩어리 같은 것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왔다.
버스 안에 갇혔다.
그리고 그 버스 위에는, 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차체를 납작하게 짓누르기에 충분한 중량이 실려 있었다. 그건 직접 들어 올리고 있는 최성현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걸 내려놓는 순간 차체는 뭉개질 것이고, 도망갈 길은 없다. 그리고 최성현의 내공은 무한하지 않다. 지금도 그는 한계까지 힘을 끌어올리고 있는 중이었고, 덕분에 단전은 곧 바닥을 보일 예정이었다.
단전이 텅 비는 순간 한껏 끌어올려 낸 힘은 풍선처럼 빠져 버릴 것이고,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그야말로 시한부 인생에 처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 순간.
“…어라.”
최성현은 조금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아니,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다.
단전에서부터 힘이 솟구치고 있었다!
몇 초 안에 바닥을 드러낼 예정이었건만, 단전에서는 내공이 차오르다 못해 넘쳐흐르고 있었다.
‘이건 대체…….’
그뿐만이 아니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내공이 뿜어져 나오는 탓일까, 기감조차도 몇 배는 넓어지고 예민해져, 보이지 않던 곳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보였다.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보였다!
버스는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
왠지 몰라도 무한할 것 같은 힘이 솟구치고 있었지만, 여기에도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버티고 있는 건 좀 더 시간을 버는 것에 불과하다.
답은 바깥. 1시 방향에 비스듬하게 무너져 있는 커다란 바윗덩어리. 그 바위는 우연히 터널 내벽에 기대어 안정적으로 고정되어 있었고, 그 밑에는 조그맣지만 쪼그려 앉아 들어갈 만한 작은 틈이 있었다.
물론 터널은 계속 무너지고 있었고, 그 바위까지 가는 길은 이미 쇄설물들이 잔뜩 쏟아져 장애물들로 막혀 있었지만… 지금이라면 충분히 거기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온몸에서 넘쳐흐르고 있는 이 힘.
이 힘을 활용한다면, 자기 한 몸 정도는 얼마든지 내뺄 수 있다. 자기를 짓누르고 있는 버스 천장에서 손을 떼어 낸 후, 곧바로 몸을 던져 정면의 유리창을 깨고 나간다. 그리고 장애물들을 피해 목적지까지 달려가면 그만이다.
물론 여기서 빠져나가는 건 아니지만…….
결국은 구조대가 올 것이고, 그때까지는 충분히 버텨 줄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저기가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리라.
좋아. 할 수 있다.
최성현은 각오를 다지듯 숨을 고르고는, 속으로 셋을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엄마! 괜찮아? 엄마아!”
순간,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절규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로 다급한 목소리.
고개를 돌려 보니, 아까 봤었던 두 아이의 어머니가 기절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바닥에는 그녀가 흘린 것으로 보이는 피 웅덩이가 고여 있었다.
한 아이는 그녀의 이마에서 계속해서 피를 닦아 내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피가 멎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 형은… 동생을 감싸듯이 뒤에서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무너지는 천장으로부터 동생과 엄마를 지킬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처럼.
“…….”
그 세 모자뿐만이 아니었다.
버스 안의 승객은 최성현뿐만이 아니었으며, 캄캄한 버스 안에는 흐느끼는 비명과 신음 소리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여기서 몸을 빼낸다면, 자신은 살아남을 수 있다. 확신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감히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라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여기 남아 있는 사람들은 죽는다. 이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직접 들어 올리고 있는 이 중량이 그 확신의 근거였으며, 심지어 붕괴가 계속되고 쇄설물이 쌓이면서 서서히 좀 더 무거워져 가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쩌긴 뭘 어쩌나. 일단 도망가야지.
확실하게 모두가 죽는 것보단, 자신이라도 살아남는 것이 낫다. 그게 당연한 선택이다. 애초에 자신은 평범한 시민 중 한 명이지 않은가.
허나 문득.
최성현의 머릿속에 어떤 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친구이자, 길을 이끌어 준 스승이며, 그 길의 목표로 삼고 있는 대상. 괜히 낯간지러워지는 생각이었기에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는 강태한을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강태한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 몸을 내빼 버린다면, 강태한이 이끌어 준 길에서 크게 어긋나 버릴 것 같았다. 다시는 그 길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오랜 세월 헛돌게 될 것 같다는, 그런 직감이 들었다.
“으아아아아!”
최성현은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그것은 공포를 떨쳐 내는 기합이자, 각오를 다지는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했다. 그와 동시에 버스 안이 조용해졌다.
“다들! 아무것도 안 보이고 정신없겠지만, 일단 제 옆에 모여 주세요! 그리고 기사님은 기절했거나 움직일 수 없는 분들을 데려와 주시고요!”
그것이 최성현이 내린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