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308)
천마님 안마하신다-308화(308/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308화
“다들, 괜찮으십니까?!”
뻥 뚫린 터널 출구 쪽.
그쪽에서 다급한 목소리와, 사람 몇이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최소한의 장비만 챙겨 든 채 허겁지겁 강태한의 뒤를 쫓아온 구조대원들이었다.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강태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다른 조난자들은 바닥에 뉘어진 최성현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딱히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그의 죽음을 모두 직감하고 있었다.
“학생… 이를, 이를 어째…….”
“아, 아아…….”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고, 누군가는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감사함과 미안함, 그리고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다는 무력감이 각자의 얼굴에 뒤섞여 있었다.
“여러분! 정신이 없는 건 이해합니다만, 여기는 아직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일단 저희 안내에 따라 모두 대피해 주십쇼!”
그 침묵을 구조대원들의 목소리가 깨트렸다.
왠지 끼어들면 안 될 것 같은, 적막하고 무거운 분위기였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다만 조난자들은 망설이는 눈빛으로 머뭇거렸다.
어떻게 그런 힘을 낸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이 살아 있는 건 모두 이 이름도 모르는 청년 덕분이라는 것만큼은 알고 있었다.
말 그대로 생명의 은인. 그런 그를 이곳에 내버려 둔 채 자신들만 떠나갈 수는 없었다. 도무지 발걸음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다들 먼저 가시죠.”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강태한이 한마디 건넸다.
“하지만…….”
“분명, 이 녀석도 그러길 바라고 있을 겁니다.”
버스 기사로 보이는 남자가 순간 울컥, 하는 표정을 짓더니,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최성현을 향해 꾸벅 허리를 숙이고는 구조대원의 안내에 따라 바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머뭇거리던 조난자들이 하나둘씩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자네는… 이 학생의 지인인가?”
“예. 그렇습니다만.”
한 노인이 멈춰 서더니 강태한에게 말을 걸었다. 그 목소리가 진지하면서도 간절했던 탓일까, 강태한은 집중을 하고 있던 와중에도 그에 답했다.
“부끄럽지만, 아직 은인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어서 말이야… 학생의 이름을 좀 알려 줄 수 있겠는가.”
노인의 말에 다른 조난자들도 발걸음을 멈춰 세우고는, 다시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신이 없던 와중이라곤 하지만, 하마터면 이름도 알지 못한 채 떠나갈 뻔했던 것이다.
“…최성현입니다.”
“최성현… 그래. 알려 줘서 고맙네. 정말 고마워.”
노인은 강태한에게 고개를 숙이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이윽고 모든 조난자가 자리를 떠났다. 강태한은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저도 모르게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그쪽도 같이 나가셔야죠?”
자리에 남은 것은 강태한 한 명뿐.
그에게 조심스레 다가온 구조대장이, 어느새 존댓말로 바뀌어 있는 말투로 넌지시 물었다.
“저는 아직 여기서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무슨 일이신지는 모르겠지만, 거기 누워 계신 일행분도 생각해야죠. 밖에 구급차들도 와 있…….”
설득을 하려던 구조대장의 말이 순간 막혔다.
얼핏 보기에는 땀과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썼을 뿐, 팔다리 멀쩡하고 출혈도 없어 괜찮아 보였지만… 저 사람은 이미 죽어 있었다. 사람의 시체를 엄청 많이 보아 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직감할 수 있었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저러는 건가…….’
그러자 이 남자의 행동이 이해가 된다.
사람은 소중한 이의 죽음과 마주했을 때, 현실을 외면할 때가 있다. 친구나 혈육의 죽음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때로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자신이 어떻게든 살려 낼 수 있다고… 그렇게 착각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그래도… 윽?!”
순간 강태한이 그를 바라보았다.
눈을 마주치는 순간, 그는 숨이 턱 막혀 버리는 것 같았다. 그 눈빛에는 슬픔과 강인한 의지가 담겨 있었으며, 방해하지 말라는, 살기마저 느껴지는 무언의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이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 그는 직감적으로 그 사실을 깨달았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쪽이 여기서 움직일 때까지 제가 여길 먼저 나가는 일도 없을 겁니다.”
허나, 그렇다고 이대로 떠날 수도 없다. 구조대장은 적당한 거리를 두더니 그대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는 지금 구조대를 맡고 있는 구조대장이었고, 그의 역할은 이 터널 안에 있는 민간인들을 구조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앞에 있는 이 정체불명의 남자 또한 그가 지켜 내야 하는 대상이었다.
왠지 이 남자를 자기가 지켜 준다고 하는 건 괜한 오지랖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는 스스로의 의무를 다할 뿐이었다.
“…그렇군요.”
강태한은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살짝 위협하여 물러나게 할 생각이었으나, 아무래도 생각보다 사명감이 투철한 모양이었다.
“그럼 대신 아무도 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경고 좀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경고… 말입니까?”
“예.”
카가가각!
그 순간, 강태한을 중심으로 3m 정도 되어 보이는 원 하나가 그려졌다.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뭔가 희끄무리한 막 같은 것이 그곳에 둘러쳐진 듯했다.
“저도 조치를 취해 놓긴 하겠지만, 괜히 다가왔다가 누군가 다치는 일은 피하고 싶으니까요.”
“…아, 알겠습니다.”
무엇을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부탁한 내용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고, 대답을 들은 강태한은 가볍게 목례를 건넸다.
‘그럼…….’
강태한은 가볍게 힘을 고르더니, 전신의 힘을 끌어올렸다. 그의 몸 주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한, 묘한 왜곡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상태로, 그는 천천히 최성현의 단전에 손을 올렸다.
* * *
치료를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일단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얼마나 심각한지, 그것부터 파악해야 대처를 할 수 있으니까.
그렇기에 강태한은 우선, 최성현의 단전을 통해 자신의 기를 흘려보냈다. 거기서부터 강태한은 이미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모든 내공을 소진한 단전은, 말하자면 진공상태와도 같다. 쪼그라들었을지언정 그릇은 아직 남아 있는데, 내용물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구조였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기를 모두 소진한 육체에 이렇게 기를 흘려보내면, 순식간에 빨아들이는 것이 정상적인 반응이다. 설령 이미 죽음을 맞이한 이의 육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은… 이미 내공을 담아 내는 그릇, 단전이 깨진 것이거나, 기맥 자체가 기능을 못할 정도로 손상을 입었다는 것.
최성현의 경우에는 후자였다. 전신의 기맥이 약간의 충격만으로도 바스러지려할 정도로 쇠약해져 있었다.
…사실 그럴 만도 하다.
본인의 역량 이상의 내공을 끌어다 쓰면, 신체에 큰 부담을 주기 마련이다. 특히 직접적으로 내용물이 흘러 다니는 기맥은 좀 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강태한이 숨겨 두었던 내공에다가, 억지로 끌어올린 선천진기. 더군다나 한참동안 한계치까지 힘을 끌어올리고 있었으니, 멀쩡할 수가 없다.
허나 그럼에도 강태한은 포기하지 않았다.
단전으로 스며들어 간 기운은 이내 회음(會陰)혈에서부터 시작해 척추를 타고 오르며 독맥(督脈)을 훑었고, 이내 백회(百會)혈에서부터 임맥을 훑으며 다시 단전으로 되돌아왔다.
한 차례 돌아가며 순회된 소주천(小周天).
결과는 강태한이 예상했던 대로, 참담했다. 통로만 남아 있을 뿐이지, 생기는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대주천까지 순회시켜보았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구나.’
강태한은 문득, 지난번 황 실장의 경우를 떠올렸다.
그때도 죽는 것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였고, 강한 충격에 기혈이 뒤틀려 있긴 했지만, 적어도 기맥 자체는 살아 있었고 명문혈의 원기 또한 남아 있었다.
당시에도 막막했는데… 지금은 그보다 더하다. 그때는 바닥이 뚫려 절대 채워지지 않는 항아리였다면, 지금은 항아리의 파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알고도 각오를 다진 것이다.
불가능하더라도 가능하게 해야만 한다.
지금의 강태한에게는 방법이 없다.
황 실장 때는, 정말 우연한 기적 같은 것이었다.
이번에도 그런 기적이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허나… 설령 그렇더라도.
지금은 실날 같은 가능성이라도, 지푸라기라도 잡아 봐야 하는 상황이다. 최성현이 최선을 다하여 임무를 다해 냈듯, 그 또한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후우우우…….”
길게 빠져나가는 날숨.
그와 동시에, 강태한이 전신에서 끌어올렸던 내공이 최성현의 몸을 감싸 안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의 몸은 빛의 응어리에 완전히 감싸이게 되었다.
항아리가 깨져 물을 담을 수 없다면, 물에다 항아리를 담그면 되지 않겠는가. 최성현의 전신으로 짙은 내력이 스며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나마 형태는 남아 있으니 다행인가.’
강태한은 마지막으로 최성현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최악인 것은 여전했으나, 그래도 일말의 여지는 남아 있다… 고 말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자신에게 달린 문제.
당장 이곳에서, 벽을 넘어선다.
강태한은 곧바로 자세를 잡더니, 망설임 없이 내면 깊은 곳으로 의식을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 * *
사람의 내면은, 마치 심해와도 같다.
스스로의 내면 깊은 곳으로 들어갈 때마다 강태한은 그런 느낌을 받고는 했다. 내려갈수록 빛은 희미해지고, 수압은 점점 더 강해지는, 그런 심해 말이다.
깊이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정신의 영향력은 증폭되는데, 그걸 통제해야 할 정신력은 축소되어 간다. 잠시라도 통제를 잃으면 그대로 심마(心魔)가 덮쳐 온다.
자그마한 부정(不正)에도 수십 년의 수련이 뒤흔들릴 수 있으며, 잠시 동안의 혼란에도 갑자(甲子)의 내공이 탁기에 범벅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심마에 빠져 폐인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그렇기에… 뚜렷한 이유나 목적이 있지 않는 한, 대부분의 무림인들은 스스로의 경지에 맞춰 기준을 정해 놓고 그 이상으로는 깊이 들어가길 꺼려 한다.
만약 상황이 급박하다면, 오히려 피해야 한다. 조급함은 정신을 초조하게 만들고 초조함은 통제력을 잃게 만들어 심마에 훨씬 더 취약하게 만드니까.
그리고 지금의 강태한은… 두말할 것 없이,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의 일이었다면 절대 권하지 않았으리라.
허나 강태한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 가지 뚜렷한 목적. 그것을 이뤄 낼 수 있다면, 어떤 위험이라도 감수해 내야만 했다.
이곳은 언제든 심마에 침식될 수 있는 곳이지만…….
그만큼 정신과 의식이 확장되는 곳.
잊고 있던 오랜 기억도 생생하게 되새길 수도 있으며, 놓치고 있던 깨달음의 실마리도 다시 찾게 될 수도 있는, 무한히 펼쳐진 심상(心象)의 영역.
강태한은 벽에 부딪혀 아직 생사경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어쩌면 이곳에서, 그 벽을 넘어설 결정적인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생사경에 도달하는 것까진 바라지 않는다. 무엇이라도 좋으니 그를 살려 낼 방법을 찾아낸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물론 굉장히 막연한 생각일 수 있다.
하지만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가. 그것만으로도, 강태한은 얼마든지 위험을 무릅쓸 수 있었다.
그렇게 강태한은 계속해서 보다 깊은 곳으로 의식을 가라앉혔다. 평소 수련을 행할 때보다도 깊은 곳, 스스로 정해 둔 기준치의 한계를 넘어, 계속…….
그러다 어느 순간.
“…결국 여기까지 왔나.”
강태한은 감고 있던 눈을 떠 냈다.
심상세계(心象世界).
내면 가장 깊은 곳을 구성하고 있는 고유의 심상이, 의식과 맞닿게 되면서 오감의 형태로 구현된 세계.
물론 어디까지나 내면에서의 이야기지만, 그곳에 다다른 의식은 본인의 심상을 오감의 형태로, 생생하면서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 펼쳐진 것은, 혈(血).
핏빛. 이 세상을 구성한 모든 것이 핏빛이었으며, 그 중심에서는 피로 이루어진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니… 이건 강물이 아니라 길이다.
자신이 무림의 세계에서 걸어왔던 길.
그것을 강의 형태로 구현해 놓은 것임을, 강태한은 처음 본 순간부터 곧바로 알아차렸었다.
강이 시작되는 부분은, 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물에 가까운 느낌이다. 발조차도 전부 담그지 못할 정도로 야트막하다.
허나 점점 앞으로 나아갈수록… 핏물의 농도는 짙어지고, 기하급수적으로 폭이 넓어지며 깊이도 깊어져 간다. 나중에 가서는 이게 강인지 바다인지 구분을 못할 정도다.
처음에는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죽였다.
그 뒤에는, 복수를 위해 죽였다. 거기에 도움이 된다면 망설임 없이 죽였고, 그것이 효율적인 선택이라면 그때에도 주저 없이 검을 휘둘렀다.
명분 없는 살해는 없었다. 언제나 이유는 존재했다.
하지만… 단지 그뿐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많은 살인을 저질렀다. 저곳에 흐르는 핏물은 자신의 죄요, 그 깊이는 죄의 깊이였다.
“이걸로 두 번째인가.”
지난번 무림의 세계에서 처음 이곳에 도달했을 때.
강태한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쫓겨나듯이 의식 바깥으로 튕겨져 나갔다. 심마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버텨 내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당시의 자신은 결코 복수를 후회하지 않았었다. 그걸 후회하는 것은, 기껏 복수를 이뤄 놓고 억울하게 죽은 스승의 넋을 욕보이는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여기는 의식의 근간이 되는 심상이 구현되어 있는 곳. 그리고 이곳은 그 자체로 강태한의 죄를 상징하는 동시에 그의 후회를 담아낸 풍경이었다.
그런 것을 아무런 대비도 없이 직시해 버렸으니… 심마가 들이닥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우습군.”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태한이 고개를 돌렸다. 무언가가 서있었다.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었으나, 그 윤곽만 보일 뿐 흡사 짙은 안개에 감싸인 것처럼 뿌옇게 보였다.
“이제 와서 같잖은 위선에 어울리지도 않는 짓을 하면, 모두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느냐?”
마찬가지로 흐릿하게 울리는 목소리. 얼핏 두루뭉술한 말이었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강태한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저 목소리를 들어선 안 된다.
이곳은 내면 깊은 곳에서도 가장 밑바닥에 위치해 있는, 심상 그 자체를 구현해 놓은 세계.
약간의 고뇌에도 마음은 무너지며, 야트막한 정신력에 금이 가는 순간 심마가 들이닥쳐 모든 것을 잠식해 버릴 터였다.
“…되돌릴 수는 없겠지.”
그래도 강태한은 굳이 그 목소리에 답했다.
지난번에는 이곳에서 달아났다.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다. 왠지 그런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더 나은 길을 찾아냈는데도 제자리에 멈춰 있을 필요도 없지 않겠는가.”
과거를 외면하려는 건 아니다. 없었던 일로 지나가려는 것도 아니다. 허나, 그렇다고 속죄의 마음으로 선행을 베풀고자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이게 더 옳고 바람직한 길 뿐이다.
그렇기에 걸어갈 뿐. 그것이 강태한이 내린, 스스로에 대한 해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