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4)
천마님 안마하신다-4화(4/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4화>
그러는 사이 강태한이 앞으로 한 발짝 다가왔다.
“어디, 등부터 한 번 보지. 엎드리게.”
“아, 네.”
남우현 대리는 군말 없이 침대 위에 엎드렸다.
‘겉보기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인가···?’
보이게는 끽해야 대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외모.
하지만 느껴지는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익장 같은 느낌이랄까.
마치 거래처의 거물급 인사라도 마주한 듯한 인상이다.
‘하지만··· 좀 이상하기도 한데?’
술을 자주 마시고, 피곤한데 숙면을 취한 적은 별로 없고.
들을 때는 족집게 같았지만, 생각해보면 거의 모든 회사원들에게 공통된 이야기다.
‘그냥 대충 그럴듯하게 말하는 거 아니··· 익?!“
그 순간, 남우현의 등에 강태한의 손이 올라갔다.
단지 그 뿐이었으나 남우현은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뭐, 뭐야?’
무게감이 다르다.
그저 손 하나 얹어졌을 뿐인데, 바위라도 하나 올려놓은 듯하다.
허나, 그게 위협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손을 중심으로 온몸의 긴장이 풀려 축 늘어지는 게 참으로 기묘한 느낌이었다.
“···흐음.”
한편 강태한은 조금씩 손을 옮기며 그의 몸 상태를 간략하게 확인하고 있었다.
내공은 활용할 수 없다.
기감을 펼친다든가, 기를 흘려보낸다든가 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당장 필요한 내용들은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대주혈(大柱穴)과 미소혈(微小穴) 사이의 맥박과 흐름이 꽤 크게 차이나는군.’
혈도의 기둥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대주혈.
몸 곳곳의 세밀한 곳으로 피를 흘려보내는 미소혈.
이 둘 사이에 맥박과 흐름의 차가 이 정도로 난다는 것은, 혈류가 탁해지다 못해 잔여물이 쌓여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마공에 심취하여 마기에 찌들었거나··· 기름진 음식을 오랫동안, 필요 이상으로 섭취했을 경우.
‘후자밖에 없을 터.’
강태한은 피식 실소를 터트렸다.
이곳은 영양이 남아도는 시대.
무림에선 어디 권세가들에게서나 나타나는 보기 드문 증상이지만, 이 세계에서는 아주 흔한 증상인 것이다.
‘참 아이러니하지.’
기름진 식사로 몸 안에 영양은 남아돌지만, 사용되지 않아 쌓이기만 할 뿐이다.
배에는 두터운 살이 휘감기고 심지어 간에도 끼어있을 정도다.
헌데 정작 신체에는 활력이 없다.
근육들은 하나같이 힘을 잃고 축 처져있으며, 그러다 보니 이들이 받쳐줘야 할 골격도 중심을 잃고 휘청거린다.
“평소 바쁘게는 살지만 정작 운동은 하지 않는군.”
“예··· 일하다보면 짬이 안 나서.”
“핑계는 좋구나.”
어쨌거나, 지금 이 순간 강태한의 업무는 잔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안마를 하는 것이다.
그는 남우현의 양 어깨에 두 손을 올렸다.
대추(大椎)혈.
머리와 상체의 혈을 잇는 중간거점이 되는 혈.
그곳에서부터 좌우로 반 뼘씩 벌리면, 커다란 세 근육이 한 곳에 모이는 점이 나온다.
그곳을 엄지로 깊게 눌러 풀어준다.
“그억?”
순간 남우현의 입에서 괴성이 튀어나왔다.
“아, 아픈데요!”
“참게.”
차가울 정도로 무덤덤한 목소리.
툭 내뱉는 무심한 한 마디인데, 왠지 따라야만 할 것 같은 위압감이 느껴진다. .
남우현은 얌전히 입을 꾹 다물고 고통을 삼켰다.
그러는 와중에 강태한의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우두둑, 우두두둑.
강태한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목이나 손가락 마디를 풀어줄 때 나던 소리가 난다.
다만 그 소리가 온몸에서 나는 것이 묘하게 꺼림칙할 뿐.
남우현은 고개를 숙인 채로 눈을 감고 있었다.
“으으으···?”
헌데, 그렇게 조금 시간이 흘렀을까.
강태한의 손이 허리 쪽을 주무르고 있을 무렵, 순간 어깨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감각에 남우현 대리는 눈을 떴다.
‘···시원하다.’
딱딱하게 굳어있던 어깨 사이로 시원한 감각이 흘러들어온다.
마치 오랫동안 닫혀있던 문을 열고 먼지 쌓인 방을 환기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어깨부터 시작해서 척추를 따라 허리까지.
한껏 뭉쳐 척추까지 압박하던 근육들을 풀어주고, 막혀있던 혈류를 쓸어 혈도에 숨통을 틔운다.
처음에는 근육이 찢어진 것처럼 고통스러웠는데, 어느덧 고통은 사라지고 새로운 부품으로 갈아끼운 것처럼 기분이 상쾌했다.
강태한의 손이 거쳤던 길을 따라,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의 상쾌함이 천천히 온몸을 훑어가고 있었다.
‘미쳤다··· 미쳤어!’
주무를 때의 고통은 여전했다.
어금니를 꽉 다물게 할 정도의 아픔.
허나 그 뒤에 찾아올 상쾌함을 알고 나니 오히려 그마저도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다.
“흐으···”
어느새 팔다리까지 훑어낸 손길.
남우현의 입 꼬리가 자기도 모르게 올라갔다.
온몸에 흐르는 힘과 활력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근육은 얼추 풀어놓은 것 같고···’
한편, 강태한은 다시 양손을 어깨 위로 올렸다.
근육을 풀었으면,
이제는 혈도를 마무리할 차례다.
“어어억?”
꾸욱.
그저 엄지손가락으로 근육 사이를 눌렀을 뿐.
허나 남우현이 느낀 것은, 마치 손가락으로 몸이 관통된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강태한이 다시 엄지손가락을 빼는 순간.
혈도가 뚫리고, 고였던 혈류가 온몸으로 순환한다.
근육을 타고 흘렀던 시원한 감각이, 이번에는 혈관을 타고 몸 안쪽에서 흐르고 있는 듯하다.
“흐으으으···”
남우현의 몸이 침대 위에 축 늘어졌다.
그러는 중에도 강태한의 손은 척추의 혈도를 따라 움직였고, 그의 몸은 점점 연체동물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음?’
그러던 중.
순간 강태한의 손이 한 곳에서 멈췄다.
배꼽에서 살짝 아래.
정확히는 그 안쪽에 존재하는 단전.
‘기가 느껴진다?’
의아함에 미간을 찌푸린 강태한이었으나.
이내 의문은 풀렸다.
기라는 것은 생물이라면 모두가 갖고 있는 것.
소위 생기(生氣)라 불리는 것으로, 단순히 먹고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씩 채워지는 기초적인 수준의 기를 말한다.
허나 이 또한 과유불급.
생기가 쌓이기만 하고 순환이 되지 않을 경우···
‘생기가 차오르다 막혀, 오히려 해를 끼치지. 근본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었구만.’
이 남자 또한 단전에 고인 생기가 혈류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체질에 맞지 않는데도 지나친 음주가 잦았던 탓에 이리 된 모양.
‘이걸 어떻게 할까···’
아주 간단한 심법만으로도 뚫을 수 있는 단순한 증상이지만, 심법을 다룰 수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사가 갈릴 수도 있는 증상이다.
본래라면 내공을 흘려보내 직접 뚫어주는 것이 최선이고,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다.
허나 지금은 그 정도의 내공조차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방법은 직접 뚫도록 심법을 전수하는 것.
이 방법 또한 불가능했다.
‘아니··· 잠깐.’
생각해보니 또 다른 방법이 있긴 했다.
‘흡성대법(吸星大法).’
생기가 과(過)해서 막혔다면.
과하지 않게 만들면 그만이다.
* * *
손님, 손님.
“손님?”
“으어? 헉.”
스읍. 남우현은 입가를 손으로 닦았다.
그새 잔뜩 흘러나온 침이 손등에 축축하게 묻어나왔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잠에 들었던 모양.
“끝났습니다.”
“예? 어, 벌써요?”
시간을 확인해보니 그 말대로다.
남우현이 결제했던 시간은 30분.
체감 상으로는 이제 10분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어느새 시간이 이만큼이나 흘렀던 것이다.
남우현은 엉거주춤 몸을 일으켰다.
‘그건 그렇고 언제인지도 모르게 잠들었네··· 음?’
옆 테이블에 올려둔 지갑과 스마트폰을 집는 와중.
그 잠깐의 동작임에도 확연한 차이가 느껴졌다.
‘몸이 부드러워.’
단순히 앞으로 손을 뻗을 뿐이다.
단지 그 뿐인데,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의 전후가 확실하게 다르다.
마치 오래된 엔진오일을 갈아주고 처음 엑셀을 밟아본 느낌이라고 할까.
남우현은 조심스레 일어나 어깨를 움직여봤다.
‘개운해.’
몸이 가볍다.
하루 종일 잠을 자고 사우나에서 땀을 빼도 축 늘어졌던 몸인데, 마치 이십대로 돌아간 것처럼 온몸이 가볍다.
분명 내 몸인데 내 몸 같지 않은, 좋은 의미에서의 이질감이 온몸에서 느껴진다.
“오오··· 오오오!”
처음엔 시험 삼아 살살 어깨를 움직이더니, 팔다리를 털고, 이제는 아예 제자리에서 총총 뛰고 있었다.
이렇게 몸이 가벼운 것 자체가 즐겁고 신기한 탓이다.
“손님.”
“···예?”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점잖게 부르는 강태한의 목소리.
남우현은 그제야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하, 하하하··· 아니요. 너무 좋아서 그만.”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괜히 어색해진 남우현은 지갑과 스마트폰을 챙겼다.
“저, 그··· 감사합니다, 선생님.”
“별 말씀을. 또 오십시요.”
남우현이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강태한 또한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마주 인사를 건넸다.
왠지 말투는 다시 존댓말로 바뀌었지만, 묘한 분위기는 여전히 남아있어 신비한 느낌을 주었다.
방을 나서는 남우현의 머릿속에 생각은 단 하나.
‘60분으로 할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