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55)
천마님 안마하신다-55화(55/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55화>
“그··· 침대에서 하면 안 되나 봐요?”
채서윤이 거실 바닥에 깔아놓은 요가매트위에 누운 채로 말했다.
딱히 불편한 건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이렇게 있자니 조금 쑥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예. 침대 매트리스가 너무 푹신하더라고요.”
그녀의 말에 강태한은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푹신하다는 것은 곧 그만큼 매트리스가 충격을 완화시키고 흡수한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자면, 지압으로 누르는 힘 또한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
안방에 있는 침대는 굉장히 편안해보이긴 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지금 상황에는 적절하지 못했다.
결국 그래서 이렇게 바닥에 요가매트를 깔아놓고 안마를 하게 된 것이다.
한편 파자마를 입고 매트 위에 누워있는 채서윤의 표정은 다소 난감해보였다.
‘다음에 받아도 될 것 같은데…”
강태한에게 안마를 받기 싫다는 건 아니었다.
그녀 또한 그에게 나름 호기심을 갖고 있었으니까.
단지 이렇게 파자마를 입고 요가매트 위에 누워있는 모습으로 받을 게 아니라, 더 좋은 다른 방법도 있지 않았겠는가 싶은 것이다.
예를 들자면, 며칠 뒤에 태한 씨가 있는 안마샵에 직접 찾아가서 받는다든가.
이미 몇 년을 달고 살아온 질환인데 며칠 차이로 뭐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였지.’
방금 전 강태한에게 말하는 남편의 목소리는, 진중하다 못해 비장하게까지 들렸다.
그 이유는 채서윤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예전에 산후조리원에서 있었던 일을 본인의 잘못이라 생각하고, 그때부터 줄곧 자신에게 미안함과 부채감을 갖고서 지내왔던 것이다.
그 감정을 담아 진지한 대화가 오가고,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는데···
거기서 어떻게 ‘안마는 다음에 받을 게요’라는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동안 이걸로 미안해할 필요 없다고 백 번은 넘게 말한 것 같은데.’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런 고지식한 부분까지도 자신이 사랑하는 남편의 모습인 것을.
채서윤은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지만,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자, 그럼··· 슬슬 집중을 좀 하겠습니다.”
준비가 끝나고 그 말을 꺼내는 순간, 강태한의 분위기가 살짝 바뀌었다.
뭐라 딱 짚어 말하기는 힘들었지만 속이 깊은 청년에서 연륜이 느껴지는 장인으로 바뀌었다고 할까.
그 분위기의 변화에 신비함을 느끼고 있을 무렵, 채서윤의 등 위로 강태한의 오른손이 슬며시 올라왔다.
‘··· 어라.’
중심을 꽉 눌러주는 듯한 무게감.
단순히 손바닥 하나 얹어놓았을 뿐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감각이다.
게다가 등과 닿아있는 손바닥에선 파자마 너머로도 느껴질 정도의 따스한 온기가 전해졌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그 온기가 몸 안쪽으로 스며들어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기분이었다.
폐를 지나, 혈류와 섞여, 손끝까지 흘러가는 듯한.
다소 낯선 감각이긴 했지만 그 느낌이 참으로 편안해서 긴장으로 살짝 굳어있던 채채서윤의 몸이 스르륵 풀어졌다.
‘확실히 몸이 안 좋긴 하군.’
한편, 그녀의 몸을 살피고 있던 강태한의 눈매가 조금 날카로워졌다.
그녀의 골격에 문제가 있다는 건 겉으로도 확인한 내용이었지만, 내부의 상황이 생각보다 안 좋은 상태였던 것이다.
‘산후조리원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했었으니···’
출산 직후의 시기는 대부분의 생물들에게 있어 취약할 수밖에 없는 예민한 시기다.
인간 여성의 경우에는 길게 말할 것도 없다.
일단 출산을 위해 벌어졌던 골반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시간이 필요하고, 탈진되고 쇠해진 온몸의 기운을 다시 보충해야하는 때니까.
그 기간 동안 여성의 몸은 한층 연약해지고 면역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 시기에 무리를 하거나 관리를 잘못할 경우에는 그 영향이 반영구적으로 남게 될 수도 있다.
지금 채서윤의 몸 상태가 바로 그런 예시였다.
대주혈의 큰 흐름도 문제지만 곳곳으로 혈류를 순환시켜야하는 미세혈들의 상태가 특히 좋지 못하고, 심지어 일부는 말라버린 채로 오랫동안 방치되어 아예 흐름이 막힌 곳도 있었다.
기력이 쇠했을 때 오랫동안 냉풍에 노출된 흔적,
여기에 골반이 묘하게 비틀려있어 상반신과 하반신을 잇는 대주혈을 살짝 압박하고 있었으니, 혈도 전체에 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탈진의 흔적이 짙은 걸로 보아 여름에 아이를 본 모양인데 오히려 오랫동안 냉풍을 맞았군.”
“예? 아, 네. 중앙통제 시스템인데다 온냉요법이라면서 에어컨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했었죠.”
“그리고 골반은, 아직 자리도 잡지 못한 시기에 무리하게 마사지를 받은 모양이고.”
채서윤은 순간 바뀐 강태한의 말투에 의아함을 느꼈지만, 강태한의 말에 그 이상의 놀라움을 느꼈다.
그가 말한 내용들이 하나같이 핵심적인 부분들이었기 때문.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에어컨 온냉요법과 무면허 안마사.
이 두 가지가 그녀의 후유증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원인들이었다.
혹시 남편한테 이야기를 들은 건가?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방금 전 태한 학생과 남편 사이의 대화로 봤을 때, 그때 처음으로 이야기를 꺼낸 느낌이었으니까.
그럼 뭘까.
그런 고민에 빠져 있을 쯤.
“으흐으윽?”
등골을 타고 전류가 흐르는 느낌에, 그녀의 머릿속이 순간 텅 비어버렸다.
마치 그동안 잠들어있던 신경들이 강제로 깨어나는 듯한 감각.
그 느낌은 척추를 타고 머리끝까지 오르더니, 이내 혈관을 타고 흐르듯 온몸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허나 이 느낌이 자극적이긴 할지언정 고통스럽지는 않다.
굳이 어느 한 쪽으로 비유를 들자면, 오히려 쾌감에 가까운 쪽이다.
‘굳이 강하게 압박을 할 필요는 없지.’
그리고 강태한은 평소보다 느슨하게 힘을뺀 채로 그녀의 전신을 천천히 풀어나가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얼핏 괜찮아 보이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쇠약해져있는 상태였기 때문.
회복에 집중해야할 시기에 오히려 병을 얻어 상태가 악화되었고, 그 상태로 벌어졌던 골격이 닫히며 혈도가 비틀어진 상태로 굳어진 탓이다.
그런 몸 상태로 지금까지 지내왔으니, 더 큰병을 얻지 않고 이 정도로 버텨온 것이 도리어 운이 좋다고 여겨지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이쪽 척추가 휘어진 방향으로 보아···.’
우측으로 15도가량이 휘어져있는 척추.
왜곡이 시작된 위치와 정도를 보아하니, 어떤 묵직한 물체를 왼쪽 어깨쯤에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애지중지 들고 다녔던 흔적이었다.
그 물체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말 그대로 안아 키운 자식이군.”
길게 말할 것도 없는 육아의 흔적.
인간의 적응력이 대단한 건지, 그녀의 정신력이 대단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런 몸상태로도 꿋꿋이 아이를 기르고 집안을 가꿔온 것이다.
어찌 보면 무모한 짓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위대하다.
강태한은 그녀의 노고에 소소한 찬사를 보내며, 곳곳에 막혀있는 혈들을 뚫어내기 시작했다.
양손의 합곡(合谷)혈과 양발의 용천(湧泉)혈.
팔다리의 끝에 해당되는 지점이자 대주혈과도 연결되어있는 네 곳의 혈을 뚫어 탁기의 배출과 원기의 순환을 극대화시키고, 안쪽 깊이 뭉쳐있는 근육들을 풀어내 혈도를 확장시킬 공간을 확보한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녀의 체내에 생기(生氣)가 부족하여 혈도가 정상화될 정도로 충분히 순환시키기가 힘들다는 거였지만.
‘이 정도쯤은 충분히 도와줄 수 있지.’
가슴팍과 비슷한 높이의 등에 위치한 신주(身株)혈.
위치에 걸맞게 폐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는 혈자리다.
강태한은 그 위에 손을 올리고,하단전에서 미리 끌어올려 기운을 맞춰둔 생기를 그녀의 호흡에 맞춰 서서히 불어넣었다.
‘···편안하다.’
그 상태로 잠시 시간이 흐르자, 매트 위에누워있는 채서윤은 전에 느껴본 적이 없는 안락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특히 호흡할 때마다 몸이 환기되는 기분이었다.
숨을 들이쉬면 어디선가 스며든 따뜻한 활력이 온몸에 맴도는 것이 느껴지고, 숨을 내쉴때면 가슴 깊이 고여 있던 뭔가가 스르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꿈만 같은 느낌.
아니, 꿈에서도 느껴본 적이 없는 편안함이다.
그녀는 그 편안함 속에서 조용히 호흡을 반복하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로 스르르 잠에 들었다.
* * *
“이쯤이면 됐다.”
신주혈에 손을 올린 채로 일종의 펌프 역할을 하고 있던 강태한은, 그제야 채서윤의 등에서 손을 뗐다.
그녀는 어느새 곤히 잠에 들어 새근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강태한은 양쪽의 수혈(睡穴)을 짚어 그녀가 더 깊이 잠들어 회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후, 신준호가 기다리고 있던 방문을 두드렸다.
“안마는 다 된 건가?”
“네. 사모님은 주무시고 계십니다.”
밖으로 나온 신준호가 묻자, 강태한은 거실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거기엔 요가매트에 엎어진 채로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채서윤이 있었다.
“읏차.”
신준호는 채서윤을 두 손으로 번쩍 들어 올리더니, 안방의 침대에 눕혀놓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는 흐뭇한 얼굴로 말했다.
“고맙네. 자고 있는 표정만 봐도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대강 보이는 듯하군.”
“별 말씀을.”
강태한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다소 진중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워낙 기력이 쇠해있던 데다 척추나 골반같은 곳은 한 번에 되돌릴 수가 없어, 아직 전부 회복이 됐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다만?”
“그래도 사모님이 관절통에 시달리시는 일은 거의 없으실 겁니다. 통증도 덜하실 거고요.”
“그게··· 정말인가.”
강태한의 말에 신준호의 얼굴이 순간 경직되었다가, 이내 짧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한차례 얼굴을 쓸어올렸다.
신준호는 그동안 아내의 병을 고치기 위해적지 않은 노력을 해왔다.
부부가 함께 방문한병원의 숫자만 스무 곳을 넘어갈 정도였으니까.
허나 크게 진전되는 건 없었다.
원래 이런 만성적인 질환에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으니, 좀 더 상황을 지켜보다 통증이 재발되면 다시 방문하시라는 말.
대부분의 병원에선 딱 이 정도의 말만 돌아왔다.
그렇기에 강태한의 말은 그 자체로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
물론 그 말이 듣기 좋은 빈 말이었을 수도 있지만, 신준호는 강태한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골반과 척추는 다음에 좀 더 보도록 하죠.”
“다음이라니, 또 와서 안마를 해줄 생각인가?”
“안 될 건 뭔가요.”
강태한의 말에 신준호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곤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고마워, 태한 씨. 자네한테는 그저 고마울 뿐이야.”
“괜찮다니까요. 몇 번이나 말씀드렸는데.”
“나도 몇 번이나 감사할 뿐이네.”
머쓱해하는 강태한의 말에 신준호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자네가 정말 안마를 좀 더 해주겠다고 하면, 나와 아내가 자네가 일하는 곳으로 가도록 하지. 그게 도리가 아닌가 싶구만.”
“음, 제가 일하는 곳은 서울에 있는데요?”
“자네도 서울에서 여기까지 오질 않나.”
아내의 병을 고칠 수 있다면야, 제주도에 있는 병원이라고 해도 얼마든지 다녀올 수 있다.
하물며 서울쯤이야.
허나 그 말에 강태한은 오히려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 안마도 해드릴 겸 사모님 요리나 좀 더 맛보려고 했었죠.”
어차피 공주에는 약초를 캐러 종종 와야 한다.
그때마다 잠깐 들러 오늘처럼 푸짐한 점심대접을 받는다면야, 강태한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후후, 식사 대접 정도는 언제든지 해줄 수 있지. 물론 아내의 의견도 들어봐야 겠지만. 아마 태한 씨라면 크게 환영하지 않을까?”
“그건 좋은 소식이군요.”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안마는 우리가 서울로 찾아가서 받도록 하지. 아무래도 그게 예의일 것 같아.”
“그러시다면야··· 그렇게 하시죠.”
그게 신준호의 방식이라면야, 존중할 수 있었다.
사실 강태한도 그쪽이 좀 더 편하기도 했고 말이다.
강태한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신준호 또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찬혁 씨, 그 대본 마음에 드나 봐요?”
“예? 괜찮은 것 같긴 한데··· 왜요?”
“아니, 대본을 쳐다보는 눈에 총기가 아른아른하더라고요. 마치 신인배우 같은 총기라고 할까?”
“에이, 뭐. 딱히 그런 거까진 아닌데.”
조찬혁은 머쓱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짚이는 구석은 있었다.
요즘 들어 머리가 맑고 집중력이 말도 안 되게 좋아진 것이다.
아마 그게 눈빛에도 나타났던 것이 아닐까.
“요즘 찬혁 씨 컨디션이 부쩍 좋아졌더라고. 아마 그래서 그렇게 느껴진 거 아닐까?”
“하긴, 얼마 전에 나간 예능에서도 찬혁 씨포텐 터졌었잖아요. 그때 진짜 탈배우급 예능감이었는데.”
“예능? 설마 블미션에서 쓰러졌었던 거 말씀하는 거예요? 너무하네.”
“아이 참! 제가 그러겠어요? 유앤아이 말이에요! 사람을 이상하게 몰고 가고 그러네.”
“하하. 장난입니다.”
조찬혁은 장난스럽게 손을 위아래로 휘저으며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지갑에 고이 모셔뒀던 명함을 꺼내들었다.
‘강태한이라···’
요즘 자신의 컨디션이 좋아졌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도, 어렴풋이는 직감하고 있었다.
‘좀 더 가만히 계시죠.’
잠시, 대략 이십 초 정도 뒷덜미에 손을 얹었을 뿐.
그런데도 당시 의식을 잃을 것만 같았던 편두통과 공황장애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것만으로도 신기한 일인데, 지금 이렇게 평소의 컨디션에도 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분한테 아예 본격적으로 안마를 받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잠시 제자리에서 생각에 잠겨있던 조찬혁은, 스케쥴을 한 번 확인하고는 명함에 나와 있는 번호를 스마트폰에 입력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