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56)
천마님 안마하신다-56화(56/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56화>
“이것 참 신기하네.”
채서윤은 들고 있던 빨래바구니를 거실 탁자에 내려놓으며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늘따라 몸의 상태가 좋아도 너무 좋았던 것이다.
원래 이쯤 되면 슬슬 몸도 지치고, 허리 쪽이 시큰거리기 시작해서 차라도 한 잔 하며 쉬어줘야 하는데, 오늘은 딱히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굳이 쉬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몸이 편안하고 기운이 넘쳤던 것이다.
물론 짚이는 바는 있다.
전날 강태한에게 받았던 안마.
처음에는 조금 자극적인 느낌도 있었으나, 그 이후에는 너무나도 안락하고 편안한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잠에 들었었다.
그 상태로 숙면을 취했다가 깨어나니 몸의 컨디션은 그야말로 최고조.
몸의 기운이 맑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건지 직접 체험해보는 기분이었고, 무엇보다 관절과 척추에 피로감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으며 통증도 없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 개운함이 일시적인 느낌이 아니었다는 것.
길게 말할 것도 없이, 그 최고조의 컨디션이 다음날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태한 씨 솜씨가 비범할 것 같기는 했는데.”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범위가 있지 않겠는가.
손맛이 시원하다든가, 몸이 좀 편안해진다든가하는 수준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건 그녀의 기대를 아득히 벗어난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종교 하나 만드셔도 되겠는데.”
과장을 좀 보태고 연출만 덧붙이면 구세주 행세를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보일 것 같았다.
안마를 마치고 ‘내가 너의 아픔을 가져가도니, 너는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처럼 뛰어보라.’
그렇게 말하면 누워있던 환자가 펄쩍 일어나며 강태한의 이름을 연호하는 것이다.
‘제법 그럴 듯하네.’
채서윤은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에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태한 씨에겐 꽤 실례되는 생각이었지만, 상상만 해볼 뿐인데 뭐 어떻겠는가.
“정말 다 나을 수 있나?”
그러다 문득, 남편이 전해줬던 태한 씨의 말이 떠올랐다.
골반과 척추를 한 번에 교정할 순 없었지만, 시간을 좀 들이면 충분히 고칠 수 있을 것 같다고.
‘거짓말 같네.’
그 말에 그녀는 그런 감상을 떠올렸다.
채서윤은 자신의 통증에 관해선 되도록 표현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나을 수 없는 만성적인 질환이었으니, 안고 가야하는 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누군가에게 호소한다고 해도 크게 바뀌는건 없고, 주변의 분위기만 어두워지고 가족들이 힘들어질 뿐이니, 참고 지내자고 그렇게 생각해왔는데.
그게 나을 수 있다고 하니, 왠지 믿겨지지가 않았다.
그녀는 물끄러미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다, 이리저리 움직이며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하긴, 이미 낫고 있구나.’
원래라면 항상 기본적으로 시큰한 느낌이 잔여물처럼 남아있고, 관절이 움직일 때마다 모래알 같은 게 끼어있는 느낌이 들던 곳이다.
헌데 이렇게 아무렇게나 움직여도 어딘가 걸리는 느낌이 하나도 없다는 게, 그리고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새삼스레 신기했다.
“다녀왔습니다!”
그때, 집 문이 열리면서 해맑은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올해로 8살이 된 아이, 그녀의 아들이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것이다.
“아들 왔어?”
“엄마아아아!”
채서윤이 몸을 일으켜 현관 쪽으로 걸어가자, 왜인지 신이 난 목소리와 함께 다다닥, 하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채서윤이 코너를 돌아 나와 현관 쪽으로 나온 순간, 그녀는 좌우로 활짝 손을 펼치고 달려오는 아들과 마주쳤다.
‘아이고.’
있는 힘껏 달려온 다음 폴짝 뛰어 엄마의 품에 안기려는 심산.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살짝 움츠렸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아무래도 상관없었지만, 그새 몸집이 좀 커져서 이젠 이런 식으로 안기면 아무리 그래도 허리 쪽에 무리가 가는 탓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앞까지 달려와 폴짝뛰어 허리춤에 매달리는 아들. 헌데.
“···어라.”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아프기는커녕 관절에 무리가 간다는 느낌조차도 없었다.
그녀는 아들의 얼굴을 조용히 내려보다가, 어렸을 때 안아줬던 것처럼 두 팔로 아이를 끌어안아 가슴까지 올렸다.
“와, 엄청 높아!”
놀이기구라도 탄 것 마냥 해맑게 웃는 아이.
그 표정을 내려다보다, 그녀 또한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좋네.”
관절통이 심해지고 척추 측만증이 발견된 후로는, 아이를 안아주고 싶어도 안아줄 수 없었던 그녀다.
워낙 안기는 걸 좋아했던 아이였기에 그게 아쉬우면서도 엄마로서 미안했었는데.
“참 좋아.”
되찾은 소소한 행복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도 순간 울컥하는, 그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 더 높이 올려줘.”
“안 돼.”
하지만 그렇다고 오버는 하지 않는 채서윤이다.
자고로 몸이 나아지고 있을 때일수록 더욱 조심해야하는 법.
그녀는 아이의 말을 딱 잘라 거절한 다음, 안고 있던 아이를 다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 * *
“야, 성현아.”
“네? 왜요.”
“잠깐 좀 와볼래?”
최성현이 고개를 돌리자, 다소 구석진 자리에 앉아있는 한 남자가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강태한과 함께 장인코스를 담당하고 있는 안마사, 김성훈.
최성현이 그에게 다가가자, 김성훈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오른손으로 방음막을 치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태한 씨가 뭐 좋아하는 지 알아?”
“예? 그런 걸 갑자기 왜 물어봐요?”
조용히 구석으로 부르더니, 친구가 뭘 좋아하느냐고 물어보는 장면.
마치 대학 동기가 같은 과 여자애한테 관심이 생겨서 ‘재는 뭘 좋아해’라고 물어보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 상황 자체는 뭐 아무래도 상관없다만.
아무리 그래도 서른 중후반 쯤 되는 양반에게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
최성현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 사실 말이야. 요즘 성현이 네가 태한 씨한테 이것저것 배우고 있잖아? 안마에 관해서.”
한편 그러거나 말거나, 김성훈은 쭈뼛거리면서 최성현의 말에 대답을 하고 있었다.
최성현이 김성훈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는 호방하고 털털한 느낌이었는데, 그 이미지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걸 나도 좀 같이 배워봤으면 하는데 아무래도 빈손으로 물어보기는 좀 그렇잖아.”
안마사들에게는 경험을 통해 얻었든, 연구를 통해 얻었든 간에 저마다의 요령과 기술이 조금씩 있기 마련이다.
그걸 물어보는 건 다소 예민할 수 있는 부분.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무례하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가산점을 얻은 상태에서 말을 꺼내보려 하는 것.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최성현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에이. 선물 같은 거 갖다 주면 태한이는 오히려 꺼려할 걸요? 역효과에요, 역효과.”
“그래? 그래도 한우 같은 건 좋아하지 않을까?”
김성훈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그 말을 꺼내자.
“아뇨, 괜찮습니다. 지금 집에 한우가 좀 많아서.”
어느새 소리 없이 다가온 강태한이 자연스레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 등장에 김성훈이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어, 태, 태한 씨! 오랜만이야.”
“자주 뵙는데요, 뭘.”
“그렇긴 하지만, 크흠.”
머쓱한 기분에 김성훈은 괜히 헛기침을 내뱉었다.
오히려 다시 화제를 돌린 건 강태한이었다.
“그보다, 제가 성현이한테 가르쳐줄 때 아저씨도 같이 듣고 싶으시다고요?”
“···맞아. 혹시 그래도 될까?”
김성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태한의 눈치를 살짝 살폈다.
허나 그런 반응이 무색할 정도로, 강태한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안마할 때 요령 정도야 안 될 거 없죠. 그냥 바로 저한테 물어보셨으면 좋았을 걸.”
안마사 개인의 기술이나 요령을 물어보는건 다소 예민할 수 있는 문제다.
왜냐하면 본인도 어렵사리 터득한 노력의 산물이자, 장사의 밑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허나 그게 본인이 갖고 있는 기술의, 아니 기술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할 정도로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부분이다.
‘무공이라도 가르쳐달라는 거면 또 몰라도.’
그렇다면 정식으로 격식을 갖춰 구배지례(九拜之禮)라도 올리라고 하겠지만, 안마에서 쓰이는 자잘한 요령 정도는 별 상관없었다.
애당초 남들에게 감추고 최성현에게만 알려줄 거였다면, 대기실에서 알려줄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전수했을 테니까.
“저, 정말이야? 태한 씨?”
“그럼 이런 걸로 빈말을 하겠습니까.”
강태한은 덤덤한 말투로 대꾸했다.
한편, 최성현은 의문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너 근데 왜 아직 퇴근 안 했냐?”
지금 시간은 7시 10분.
평소라면 지금쯤 진즉에 퇴근해서 피트니스 클럽으로 가고 있을 시간이다.
그 말에 강태한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따로 손님이 오시기로 했거든.”
“손님?”
그 말에 최성현은 저번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지금처럼 웬일로 퇴근을 안했다 싶더니, 갑자기 미모의 여성 손님이 나타났던 그 때의 일을 말이다.
‘혹시 또?’
그때는 딱 한 번 있는 일이라 의심을 거뒀었지만, 두 번이나 같은 사람이 찾아온다면 이건 의심이 아니라 확신 수준이다.
최성현은 갑자기 흥미롭다는 듯이 강태한을 쳐다보았다.
“태한 씨, 손님 오셨는데.”
때마침 황 실장이 문을 열고 손님의 방문을 알렸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레 밖으로 향하는 강태한.
최성현 또한 자연스럽게 강태한의 뒤를 따라가, 로비 쪽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허나 찾아온 손님은 남자였다.
그는 강태한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더니, 팔뚝 아래를 받쳐 들고서 악수를 건넸다.
“지난번에는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꼭 직접 만나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별 말씀을 다하시네요.”
그때 그 미모의 여성이 아니었다.
최성현은 왠지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뒤로 돌아서려는 순간.
남자의 얼굴이 어디서본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유심히 쳐다보았다.
막 눈길을 사로잡을 정도로 잘 생긴 건 아니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어딘가 많이 본 듯한···
“어!”
조찬혁! 순간 자기도 모르게 머릿속에 떠오른 이름을 외칠 뻔했지만.
다행히 그보다 이성이 앞섰는지, 최성현은 곧바로 본인의 입을 틀어막고는 문을 닫고 대기실 안으로 돌아갔다.
늦은 저녁이긴 했지만, 퇴근하고 찾아온 손님들로 로비는 시끌벅적했다.
얼마 전에 공황장애가 재발했다는 기사를 본 거 같은데···
여기서 조찬혁의 이름을 외쳤다간 몹쓸 짓을 하게 되는 셈이었다.
“퇴근 미뤄야겠다.”
그래도 이따가 싸인 한 장 정도는 받을 수 있겠지.
최성현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 노트와 사인펜을 사기 위해 지갑을 챙겨들고 문방구로 향했다.
* * *
“일단 안쪽으로 가시죠.”
조찬혁은 평소 밖에 있을 때의 유세아와 달리 선글라스도 끼지 않은 채로 로비에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강태한도 염려하고 있었던 바이기에. 일단은 안쪽의 방으로 그를 안내했다.
“선글라스 같은 건 안 쓰시나 봐요?”
“아, 원래 외출할 때는 되도록 끼고 다니는 편이죠. 하지만 찜질방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있으면 괜히 더 눈길이 가지 않겠어요?”
흠. 확실히 그 말도 맞다.
강태한은 한하의 오재윤 감독이 이곳에 을 때의 일을 떠올렸다.
원래는 알아보지 못했는데,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유심히 보다보니 알아차렸던 것이다.
“침대에 누워보시겠어요? 머리는 이쪽으로 하시고.”
“알겠습니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강태한은 불을 켜고 침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조찬혁은 그의 말에 순순히 따라 침대 위에 몸을 엎드렸다.
“그 후로 몸은 좀 어떠셨나요.”
“아, 굉장히 편안했습니다. 머릿속이 맑아진 기분이라고 해야 되나요.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조찬혁은 감탄 섞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실제로 지금까지도 그 컨디션이 유지되고 있었다.
강태한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등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럼, 좀 보겠습니다.”
몸의 중심을 누르는 무게감.
그리고 그곳을 중심으로 퍼져가는 따스한 온기.
조찬혁은 침대에 뚫려있는 구멍에 얼굴을 묻은 채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따스한 온기가 마치 온몸의 긴장을 녹여내는 듯 했다.
‘벌써부터 장난이 아니네.’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저 몸의 상태를 파악하는 단계라고 여겨졌다.
병원으로 치자면 배 위에 청진기를 올려놓은 정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정도의 안락함이라니.
안마도 안마지만, 오늘은 좋은 힐링이 될 것 같다.
조찬혁은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엎드려 있었다.
“흐음.”
한편, 그러는 사이 강태한은 파악을 마치고서 등에 올려놨던 손을 때냈다.
그리고 잠시후.
“그럼, 시작하겠네.”
그 말과 함께 강태한의 두 손이 조찬혁의 어깨를 조용히 움켜쥐었고.
“끄허으으윽!”
그저 힐링을 생각하며 조용히 엎드려 있었던 조찬혁의 입에서, 그 어느 연기를 할 때보다도 생생한 비명소리가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