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67)
천마님 안마하신다-67화(67/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67화>
‘뭐지.’
심태윤은 강태한과 눈을 마주친 순간, 꽤나 당혹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사람은 흔히 첫 인상으로 상대방을 판단하곤 한다.
이는 한 번 각인된 이미지가 어지간한 일로는 바뀌지 않는 탓이기도 하지만, 첫 인상만으로도 상대방에 대해 많은 걸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눈빛과 눈매, 걸음걸이나 허리와 어깨의 각도, 그리고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분위기 등.
절대적인 기준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런 것들을 보면 그 사람이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부류의 인간인지 대강 감이 오기 마련이다.
특히나 심태윤은 스스로 사람 보는 눈이 꽤있다고 자부하는 편이었다.
프로야구팀의 감독에게 필요한 능력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인재를 보는 능력만큼은 특히 탁월했던 것이다.
‘깊이를 파악할 수가 없어.’
헌데 그런 그가 느낀 저 안마사의 첫 인상은 ‘알 수 없다’ 였다.
당장에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느껴지는 분위기와 연륜에 비해 외모가 상당한 동안이다’라는 것 정도뿐.
“일단 엎드려보시게.”
“···아, 예.”
그렇게 한동안 빤히 쳐다보고 있었을까.
기다리고 있던 강태한이 침대를 가리키며 먼저 입을 열자, 심태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엎드렸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선글라스를 벗어놓았다.
멍을 때리고 있다 선글라스를 낀 채로 엎드렸던 것이다.
“그럼, 어디 따로 불편한 곳은 없는가?”
“불편한 곳이요? 음…”
심태윤은 잠시 생각을 하다, 본인의 반응이 좀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안마를 받으려고 돈까지 내고 온 사람이, 막상 자기가 어디가 불편한지 고민하고 있는 건 꽤 이상한 꼴이었으니까.
마치 병원에 온 사람이 자기가 어디가 아픈지 모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지 않은가.
“···양쪽 어깨가 많이 안 좋습니다.”
결국 생각을 하던 심태윤은 평소 본인이 지병을 앓고 있는 부위를 말했다.
어쨌거나 어깨가 불편한 건 사실이었으니까.
“만세하는 것처럼 손을 위로 들어 올리면, 어깨를 뭐로 쑤시기라도 하는 듯이 아파오네요.”
병원에서는 동결견, 즉 오십견이라고 진단을 받은 내용이다.
운동 부족은 아니고, 노화때문에 자연스레 생긴 케이스로 보인다나.
치료가 불가능한 건 아니라지만, 그래도 좀처럼 진전이 없어 꽤 장기간 동안 고질적으로 달고 사는 질환이었다.
다만 그렇기에 안마로 어쩔 수 없는 증상을, 너무 막연하게 말한 게 아닌가 싶었지만.
“흐음··· 어깨라.”
강태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벼운 목소리로 대꾸할 뿐이었다.
성의가 없다기보다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근본적인 자신감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일단 한 번 보도록 하지.”
그러면서 강태한은 그의 등 위에 손을 올렸다.
사뿐히, 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겉보기에는 슬쩍 올려 놓았을 뿐이었지만, 밑에 있는 심태윤의 느낌은 전혀 달랐다.
‘진짜 장인은 사소한 부분부터 다른 법이라더니.’
몸의 중심에 무게 추를 올려놓은 듯한 묵직한 중압감.
그리고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따스한 기운.
이것만으로도 시원한 기분이 들면서 살짝 몸도 나른해지는 것이, 벌써부터 안마의 효과가 나오는 듯한 기분이다.
아직 안마는 시작도 안 했는데도 말이다.
‘송 코치의 말이 전부 과장은 아닐지도 모르겠어.’
이것만으로도 이렇게 편안하고 시원한데, 안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그 기대감으로 심태윤의 입 꼬리가 씰룩거렸다.
“확실히 어깨 쪽에 문제가 좀 있군.”
한편, 그의 몸 상태를 파악한 강태한은 그렇게 말하며 펼쳐놓은 기감을 거두고, 올려둔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 양손을 그의 허리춤에 대고 두 개의 엄지를 각각 척추 좌우에 위치한 신유(腎兪)혈 위에 올려놓았다.
“그럼 조금 아플 수도 있네.”
다음 순간, 강태한의 두 엄지가 신유혈부터 시작해서 척추를 따라 올라가며 십여 개의 혈들을 차례대로 뚫어냈고.
“으그어어억?!”
느슨하게 풀어진 채, 온몸의 긴장을 풀고 있던 심태윤은 저도 모르게 등을 빳빳하게 세우며 당황으로 가득 찬 비명소리를 뱉어냈다.
* * *
‘혈도부터 풀어놓을 필요가 있겠어.’
방금 전 심태윤의 몸 상태를 확인했을 때, 강태한은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통증 자체는 딱딱하게 굳어있는 어깨 근육들과 관절 주변에 고여 있는 탁기들 때문이었지만, 그 근본적인 문제는 내부의 혈도에 있었다.
대주혈과 직접적으로 이어져있는 큰 줄기는 거의 멀쩡했지만, 거기서부터 잔가지처럼 뻗어져 나가는 미세혈들이 거의 말라붙어가는 상태였던 것이다.
‘일상생활 자체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평소 자주 사용하는 근육은 계속 발달되고, 잘 사용하지 않는 근육은 서서히 풀어지게 된다.
한 번 몸을 만들어놨다고 해서 관리를 놔버리면 금방 원래의 몸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혈도 또한 마찬가지인 이야기다.
주변 근육들을 자주 사용하면 혈류가 자주 순환되고 그 길이 되는 혈도도 맑은 상태가 유지되지만, 오랫동안 방치되면 혈류의 흐름이 점점 약해지다가 탁기가 고이고, 나중에 혈도 자체에 문제가 생긴다.
물론 대주혈처럼 기본적으로 큰 줄기가 되는 혈도는 탁기가 고이더라도 막히는 일은 없지만, 미세혈처럼 작은 줄기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탁기가 고인 상태로 오랫동안 방치되면, 말그대로 혈도 자체가 말라버려 힘을 잃고, 최종적으로는 그대로 끊어져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별다른 원인도 없이 그렇게 될 정도면 그만큼 평소에 자주 사용하지 않는 부위라는 뜻이고, 따라서 당장의 일상생활에는 그리 큰 지장이 없겠지만.
그렇다고 방치해두면 점점 더 악화되다가 다른 미세혈들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고, 결국은 이런 식으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어버린다.
‘일단은 혈도를 좀 활성화시켜볼까.’
척추의 혈들을 뚫어 통로를 열어놓았으니, 그 다음에는 내용물을 흘려보낼 차례다.
강태한은 그의 명문(命門)혈에 왼손 검지를 올려 소량의 원기를 뽑아낸 다음,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어 허리에서부터 목 아래까지 단번에 쓸어 올렸다.
“으흐으극!”
혈도를 강하게 자극하여 단숨에 일깨워놓고, 그 추진력으로 말라붙어가고 있던 미세혈까지 혈류를 흘려보내기 위한 조치였지만.
그걸 받고 있는 심태윤의 입장에서는, 마치 등짝을 묵직한 로드롤러로 확 밀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여태동안 느껴본 감각 중에 가장 시원하긴 했지만, 그만큼의 고통도 함께 따라오는 느낌이라고 할까.
게다가 혈도가 단번에 활성화됨으로서, 내부에서는 찌릿찌릿한 전류가 척추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듯한 감각이 느껴지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외부와 내부, 양쪽 모두에서 터무니없는 자극이 밀려들어오고 있는 입장이었다.
느긋하고 노곤하게 이 시간을 즐기려 했던 안일한 생각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아니, 새하얗게 타버린 것처럼 그의 머릿속에는 아무런 생각도 남아있지 않았다.
“후우, 후우우우···.”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
비명과 뒤섞여 가쁘게 헐떡이던 숨도 점점 안정되어가기 시작하고, 지압의 고통에도 서서히 익숙해지면서 아픔보다는 시원함, 쾌락의 비중이 더 커져가고 있었다.
‘하아… 마치 뼛속까지 안마를 받는 기분이구만.’
단순히 근육을 풀어주는 수준이 아니라 몸 내부 곳곳, 깊숙한 곳까지도 풀어놓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뼈에는 애당초 감각세포가 없으니 그야말로 착각일 뿐이지만, 거의 그 정도 수준으로 상쾌한 기분이었기에, 연신 비명을 질러대던 입도 어느새 슬쩍 입 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아··· 너무 좋네요.”
원래는 송 코치의 말을 듣고 그 말의 진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온 거였지만, 원래 목적은 저도 모르게 잊어버리고 안마에만 집중하고 있는 심태윤이다.
“시원한가?”
“예. 아주 그냥 피가 확확 도는 것이, 어깨쪽 근육도 싹 다 풀어진 게 느껴질 정돕니다.”
이제 비명이 아예 멎은 심태윤이 연신 감탄을 터트리며 말했다.
아직 어깨를 움직여보진 않았지만, 살짝 으쓱거리기만 해도 관절과 근육이 한층 부드러워진 것이 느껴졌다.
“어깨 근육?”
“예. 이야, 이거 아주 용하신데요?”
“어깨 안마는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하네만.”
강태한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면서 말했다.
그러고는, 왼손으로 그의 오른쪽 어깨를 붙잡고, 오른쪽 팔꿈치로 그의 어깨를 지그시 누르기 시작했다.
“어어? 어? 어어어어억!”
갑자기 다시 샘솟기 시작하는 고통!
슬슬 강태한의 안마에 완전히 적응했다고 생각했으나, 그건 단지 몸을 풀어놓고 혈도순환을 활성화시키는 과정에 불과했던 것이다.
‘잠깐, 그렇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의 어깨는 두 쪽이다.
왼쪽과 오른쪽, 양쪽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 말인즉슨, 지금 느끼고 있고 이 뒤로도 한동안 이어질 고통을··· 반대쪽에서 한 번 더 체험해야만 한다는 것.
물론 고통 뒤에 찾아올 시원함을 이미 일부 체험해봤기에 희열 또한 느껴지지만, 그 이상의 막연한 공포가 엄습해왔다.
허나 그의 생각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으극, 으으윽…”
평소 선수들 앞에서 약한 모습 한 번 보인적 없는, 대성 웨일즈의 심태윤 감독이었지만.
지금 그는 입가에 침이 새어나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침대에 몸을 엎은 채로 기운 빠진 신음을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 * *
“저기, 태한 씨.”
“예?”
대기실에서 앉아 인터넷 뉴스를 훑어보고 있던 와중, 누군가가 강태한에게 말을 걸었다.
이곳에서 함께 일하는 다른 안마사였다.
“가게 옮긴다는 말이 사실이야?”
“네. 맞아요.”
딱히 감출 일도 아니기에 강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들 사이에 이야기가 알려지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야기가 퍼지는 게 당연한 순서였으니까.
“하아… 드디어 올 게 오는구나.”
그러자 그 안마사가 이마를 탁, 치며 큰 숨을 내쉬었다.
강태한이 여기에만 머무르고 있을 인재가 아니라는 것.
그건 비단 황 실장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태한 씨 덕분에 덕도 많이 보고, 요즘 출근하는 맛도 좀 났었는데··· 그것도 여기까지인가 보네.”
“아저씨도 요즘 단골손님 좀 많이 늘어나신 것 같던데요.”
안마샵에 손님이 몇 배로 늘어나고, 때문에 다른 안마사들도 평소보다 훨씬 바쁘게 지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솜씨가 좋은 안마사들은 점점 예약이 늘어나고, 그냥저냥 묻어가려는 안마사들은 뒤쳐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이 안마사, 황태진의 경우에는 전자에 속했다.
적어도 당일에 예약 없이 찾아와서 안마를 받기는 힘든 정도였으니까.
찾아오는 손님의 수 자체가 늘어난 건 분명 강태한의 영향이었지만, 그 안에서 단골들을 확보한 것은 황태진의 실력이었다.
“그러니까 그게 다 태한 씨 덕이지 뭐.”
허나 그는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겸손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듯, 그 목소리에는 강태한을 향한 고마움이 담겨있었다.
‘이 분도 가게로 데려올 수 있으면 좋겠네.’
순간 그런 생각을 떠올린 강태한이었지만, 안마사들을 구하는 부분은 황 실장에게 위임하고 있었기에, 그의 생각은 생각에서 그칠 뿐이었다.
때가 되고 상황이 되면 황 실장이 알아서 할 테니까.
“태한 씨 여기 있나?”
그때, 양반은 못 되는지 황 실장이 문을 열고 대기실 안으로 들어왔다.
“저 여기 있는데요.”
“잠깐 시간 좀 내줄 수 있나? 사무실에 손님 한 분이 기다리고 있는데.”
황 실장의 말에 강태한이 슬쩍 시계를 쳐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심태윤 감독이 일어나고 좀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이럴 줄 알고 있었지.’
굳이 여기까지 찾아온 순간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다.
다만 손님으로 찾아왔으니 손님으로 대했을 뿐.
“지금 바로 사무실로 가면 되나요?”
“응. 다음 손님 오시면 양해를 좀 구해둘까?”
“아뇨. 아마 오래 안 걸릴 거예요.”
예상은 하고 있었으니 답변도 생각해뒀다.
강태한은 황 실장의 말에 손을 저으며, 복도를 나와 사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서자.
“아, 선생님! 다시 보니 반갑습니다.”
역시나 심태윤 감독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강태한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저도 반갑네요, 감독님.”
“아.. 이미 알고 계셨던 겁니까?”
지갑에서 명함을 찾던 심태윤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강태한이 그를 알아본 내색을 하나도 내지 않았기에, 모르고 있는 줄 알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제가 선생님을 따로 뵙고 싶다고 한 이유도 알고 계실 것 같군요.”
“뭐 그야, 떠오르는 게 하나밖에 없기는 하죠.”
“알겠습니다. 시간을 많이 내주실만한 상황도 아닌 것 같으니, 바로 본론부터 꺼내도록 하겠습니다.”
심태윤은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희 대성 웨일즈에 한 번 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 안마를 부탁드리고 싶다는 말입니다.”
그 말에 강태한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거절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습니까.”
강태한의 대답에 심태윤은 잠시 멈칫했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표정에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혹시,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심태윤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그렇게 물었다.
그의 안마 솜씨를 체험해본 만큼, 깔끔하게 미련을 떼어내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요즘 야구 보는 맛이 좀 생겼거든요.”
본인의 손을 거친 선수들이 경기에서 각자 활약을 펼치고, 더 나아가 팀이 승리를 거두는 과정.
팀을 응원하는 일반적인 팬들과는 보는 관점이 많이 다르긴 했지만, 그래도 요즘 야구에 제법 관심을 붙인 강태한이었다.
영약까지 챙겨먹고 하루 일과를 마치면, 가끔 가다 경기 하이라이트 정도는 챙겨볼 정도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