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70)
천마님 안마하신다-70화(70/309)
<천마님 안마하신다 70화>
“잠깐만. 이게 이 가격이라고?”
강태한이 건네준 인테리어 기획서를 살펴보던 중, 황 실장은 대놓고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의 반응에 강태한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니,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그는 들고 있던 기획서를 테이블 위에 슬며시 내려놓으며 말했다.
얼마 전 강태한과 함께 빈 가게에 다녀왔던 인테리어 업자, 황윤수가 보내온 기획서였다.
견적서에는 A안, B안, C안으로 나뉘는 세개의 구상안과 각각의 구상안을 시뮬레이터로 구성해놓은 조감도, 그리고 거기에 들어갈 예상 비용들이 나와 있었다.
“가격이 너무 착한데?”
다만 황 실장이 당황한 이유는 부정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였다.
견적서에 나와 있는 비용이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저렴했던 것이다.
“이렇게 업자까지 끼우고 인테리어를 뽑으면 이 정도 가격대는 나오기가 힘들 텐데.”
황 실장이 인테리어 쪽의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게 크기랑 인테리어에 힘이 들어가는 정도를 보면 대충 얼마 정도 비용이 나갈지 예상할 수 있었다.
젊었을 적부터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직접 겪은 신장개업과 리모델링만 일고여덟 번쯤되고, 오지랖이 넓다보니 자영업자들과 사업 관련으로 이야기도 자주 나누다보니, 자연스레 쌓인 경험적 지식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강태한이 가져온 이 인테리어 기획서는 그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앞에 구상안이랑 조감도를 보며 ‘이 정도면 꽤 나오겠는데.’라고 생각해뒀었는데, 뒤에 나와 있는 견적은 그보다 한참 아래에 머무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테리어를 대충 짠 것 같지도 않고..’
동양풍의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목재 위주로 구성되어있는 인테리어.
공간은 여유롭고 널찍하게 빼내면서도, 쓸 데 없다고 느껴지거나 허전하게 보이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뿐만 아니라 손님이 가게에 들어왔을 때 보이는 시야, 로비에서 안마실까지 이어지는 손님들의 동선, 휴게실로 이어지는 안마사들의 동선 등, 업종과 관련된 세밀한 부분들까지 신경 써서 배치해놓은 것이 느껴졌다.
물론 인테리어라는 것이 실제로 완성되기 전까지는 완전히 안심할 수 없는 것이지만..
적어도 조감도에 나와 있는 내용만 봤을 때는, 흠잡을 곳이 딱히 없는 기획이라 할 수 있었다.
“일단은 괜찮은가 봐요?”
“많이 괜찮지. 가격도, 디자인도.”
개업할 때 큰마음 먹고 업자까지 불러 의뢰를 맡겨놨는데, 돈 나가는 것에 비해 인테리어가 시원찮아서 후회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기획서는 상당히 훌륭한 편이었다.
관련 업종에 관한 이해와 고민도 보이고, 퀼리티도 훌륭한데 심지어 가격까지도 착했으니까.
“듣기로 요즘 인테리어 업계가 완전 호황이라 부르는 게 값이라고 들었는데. 이 시기에 이 정도 퀄리티, 이 값이면 진짜 완전 잘 뽑은 거지.”
황 실장은 극찬을 하는 걸로 모자라 오른손의 엄지손가락까지 치켜세웠다.
“이 정도면 그냥 이익 생각 안하고 뽑아준 수준인데, 이런 사람은 어디서 찾아온 거야?”.
“지인 분한테 소개받았어요.”
“아하···.”
강태한의 말에 황 실장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손익계산을해서 뽑아내면 나올 수가 없는 견적이었던 것이다.
“아는 분의 아들이라고 했었던가. 아무튼 편의를 꽤 많이 봐주시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보다 정확히는, 황윤수가 어려웠던 시절에 신준호가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해서 일거리를 많이 챙겨줬었다는 모양.
그리고 강태한은 그 덕을 본 셈이었다.
“태한 씨 인맥이 대단하네.”
“제가요?”
황 실장의 말에 강태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림에 있었던 시절이라면 모를까, 현대에서는 딱히 인연이 있는 단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탓이다.
“지금 봐봐. 새로 올라가는 빌딩에다 가게도 받고, 투자금도 받고, 인테리어 업자도 좋은 분으로 소개받고··· 장난이 아니지, 뭐.”
황 실장은 장난스런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찻잔을 들어올렸다.
한편, 그의 말을 들은 강태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던 것이다.
“운이 좋아 주변에 좋은 인연들이 많네요.”
“뭘 운이야. 태한 씨가 평소에 인망이 좋은거지.”
강태한의 말에 황 실장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인맥에 운이라는 요소가 아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결국 그걸 발전시키고 유지하는 것은 운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가요?”
“그런 거지. 여기 안마사들이나 직원들이나, 누구 하나 태한 씨 안 좋은 소리 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니까.”
황 실장의 말은 단순히 강태한이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었다.
지금에야 뭐 안마샵을 흥행시킨 주역이니 그런 말을 하면 배은망덕한 놈이겠지만,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서 단골들을 싹 쓸어갈 때도 그런 이야기는 한 마디도 나온 적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단순히 강태한의 인망 때문만은 아니고, 왠지 적으로 돌리면 안 될 듯한 분위기의 영향도 있을 것 같기는 했지만 어쨌든.
한편, 그런 황 실장의 말에 강태한도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면서 입을 열었다.
“하긴, 평소에 인망이 좋으니 실장님 같이 다재다능 분과도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으··· 왜 그러는 거야, 나한테.”
“실장님이 먼저 시작했잖아요.”
질색하는 황 실장의 반응에, 강태한은 피식 웃으며 차 한 모금을 마셨다.
* * *
가게의 오픈준비는 굉장히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사실 안마원이라는 것이 개업에 그렇게 많은 준비가 필요한 업종이 아니다.
병원처럼 첨단의료기기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식당처럼 조리, 배수시설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특별한 설비라고 부를만한 건 안마침대 정도.
나머지는 카운터와 대기실 좌석 같은 기본적인 설비들에, 공기청정기나 에어컨 같은 전자제품, 그리고 인테리어를 꾸미는 것 정도가 전부다.
그나마 특별하게 요구되는 것이 있다면 …
“안마사 자격증 좀 보여주시겠어요?”
“여기 있습니다.”
국가공인안마사 자격증 정도가 되겠지만, 이미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강태한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제출한 영업신고서를 살펴보던 직원이 손을 내밀며 말하자, 강태한은 지갑에서 안마사자격증을 꺼내 앞으로 제출했다.
육십 년 전에 따둔 자격증이 이렇게까지 도움이 될 줄이야.
강태한이 이제 막 대학교에 입학했던 새내기 시절.
스포츠의학과가 그렇게 취직하기 힘들다는 선배들의 푸념에 기가 좀 꺾였었지만, 때마침 일반인들에게도 안마사 자격증이 허가된다는 기사를 보고 곧바로 준비를 시작했던 강태한이다.
그렇게 중간에 휴학도 한 번 하고, 군대까지 잠시 미루면서 삼 년가량을 준비해 따뒀었던 자격증.
그때는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의심도 좀 들었었지만, 그 덕분에 지금 이렇게 안마사로 활동을 할 수 있는 셈이었다.
아무리 안마솜씨가 좋다고 해도 국가공인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전부 수료하려면 최소한 2,000시간가량의 수업을 들어야하니..
적어도 무림에서 현대로 돌아오자마자 안마 일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니, 만약 그랬으면 애당초 성현이가 안마일을 권하는 일도 없었겠지.’
최성현도 강태한을 따라서 자격증을 따뒀던 거니까, 먼저 안마사 일을 시작하는 일도, 강태한에게 일자리를 권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안마가 아니라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저번에 잠깐 생각했듯이 UFC에 나가 있을수도 있고, 다른 스포츠에서 프로선수를 했을수도 있고…
만약 그랬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재미는 없었겠지.’
격투기를 한다고 해도 전력을 다할 수가 없으니 항상 힘을 조절하여 적당히 봐줘야할 텐데, 그럼 거기에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여기, 뒤에 써두신 한자는 뭐라고 쓰신 거예요?”
한편, 강태한의 자격증과 영업신고서를 살펴보던 직원이 신고서에 상호 명이 적혀있는 칸을 볼펜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강태한은 슬쩍 고개를 숙여 볼펜 끝을 쳐다보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천마안마(天魔按摩)입니다.”
“천마안마. 아, 앞에 써놓은 상호 명을 그냥 한자로 한 번 더 써놓으신 거구나.”
“네, 맞습니다.”
“크흠. 그, 한자 되게 멋들어지게 잘 쓰시네요.”
직원은 머쓱한 듯 괜스레 칭찬 한 마디를 꺼내고는, 아까보다도 바쁘게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태한은 그런 모습에 그저 빙긋 웃을 뿐이었다.
“신고서 접수 완료 됐습니다, 강태한 씨. 결과 나오면 따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태한은 가볍게 눈인사를 건넨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밖으로 나올 때쯤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때맞춰 온 황 실장의 전화였다.
[어, 태한 씨. 영업신고는 어떻게 됐어?]“잘 된 거 같은데요.”
[가게 이름은 그대로 가고?]황 실장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그렇게 물었다.
그는 아래층의 호텔과의 연계를 생각해서 되도록 영어로 이름을 짓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고 조언을 했었다.
“네. 저는 이게 좋네요.”
강태한의 대답은 덤덤하면서도 단호했다.
천마안마.
처음엔 별 생각 없이 지었지만, 무림 시절 천마로 활동했던 자신과 안마사로 활동하고있는 현재의 자신, 그 둘을 함께 아우르는 듯해서 지금은 스스로도 꽤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다.
[그럼 사장님 뜻대로 가는 거지, 뭐.]가게 이름은 사장이 정하는 게 맞다.
조언은 했지만 참견할 생각까진 없었기에, 황 실장도 대수롭지 않아 하는 반응이었다.
[아휴. 그래도 이제 ‘강 선생님은 어디로 가시는 거냐’고 물어보는 손님들한테, 가게 이름정도는 알려줄 수 있게 됐네.]요즘 들어 하루에도 몇 번씩은 듣고 있는 질문이었기에, 황 실장은 속이 시원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 * *
“코치님, 저희 지금 어디 가는 겁니까?”
금요일의 늦은 아침.
택시 뒷좌석에 앉아있는 한 남자가, 조수석에 앉아있는 이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는 아직 잠이 덜 깬 듯 졸린 목소리였다.
“말씀드렸잖아요. 안마 받으러 가는 거라고.”
그의 말에 조수석에 앉아있는 남자, 송남섭이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성 웨일즈의 트레이닝 코치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지금 두 명의 선수와 함께 강태한의 안마샵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 진짭니까?”
“그거 때문에 저흴 깨우셨다고요?”
대성 웨일즈의 김호정, 최태구.
각각 투수와 포수를 맡고 있는 대성의 대표적인 배터리 콤비로, 오랜 시간동안 팀에서 활약해왔고, 지금도 자주 선발로 올라오는 대표 선수들이었다.
다만 그만큼 나이도 쌓여 피지컬보다는 축적된 경험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타입의 선수들이고, 그마저도 요즘에는 점차 힘들어지고 있었다.
“아니 나는 설마 했지. 코치님, 저희가 무슨 팔팔한 젊은 애들도 아니고, 이렇게 잠 설치면 오늘 시합 못 나가요.”
“이거 감독님도 아시는 겁니까?”
나이가 많고 피지컬이 떨어진다는 것은 몸의 컨디션 관리도 굉장히 힘들다는 뜻이다.
어련히 뭔가 다른 일이 있겠거니, 했는데, 정말로 안마 하나 때문에 댓바람부터 나왔다는 말에 두 선수의 반발이 튀어나왔다.
“감독님이 따로 지시한 거예요. 그리고···”
그런 반발도 예상했다는 듯, 송남섭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허나 그 안에는 왠지 모를 억울함이 실려 있었다.
“진짜, 어렵게 잡은 기회니까 그냥 믿고 와주세요.”
잠실에서 경기가 있는 오늘.
감독의 지시로 인해 송남섭과 몇몇 직원들은 며칠 전부터 주기적으로 안마샵에 전화를 걸어야했다.
혹시라도 취소표가 나오면 예약을 하려고.
헌데 정말 기적같이 두 자리가, 그것도 아침시간에 연속으로 이어져서 나왔고, 예약을 잡자마자 코칭 스태프들은 회의에 들어갔다.
선수들 중 누가 안마를 받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까.
그 결과로 뽑힌 것이 이 둘, 김호정과 최태구 콤비였던 것이다.
“아니, 뭐··· 감독님 지시라면 더 할 말은 없는데.”
“저희야 뭐 당황스러워서 그렇죠. 근데 아까 어디 찜질방으로 가달라고 하셨던 거 같은데, 아닙니까?
“맞아. 저도 분명 그렇게 들었는데요.”
“일단 한 번 가보시면 다 이해할 겁니다.”
송남섭은 조금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의심하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그는 왠지 모를 데자뷰를 느끼고 있었다.
‘무슨 안마 전도사라도 된 것 같네···.’
얼마 전에도 심태윤 감독을 설득하느라고 한참동안 실랑이를 했었는데, 그때와도 비슷한 상황인 것이다.
다만 그때는 이런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설명을 했었지만, 지금의 송남섭은 적당한 시점에서 그냥 입을 다물고 있었다.
어차피 말해도 믿지 못할 것이고, 직접 경험해보는 게 최고라는 걸, 심태윤 감독 때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