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72)
천마님 안마하신다-72화(72/309)
< 천마님 안마하신다 72화 >
“전 또 뭐라고. 문제가 있다니까 예약이 꼬였다든가, 개업일이 한참 뒤로 미뤄졌다든가 뭐 그런 건줄 알았잖아요.”
황 실장의 싱거운 말장난에 강태한은 피식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곤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예약표를 집어 가까이 가져왔다.
“확실히··· 거의 다 차있네요.”
늦은 아침이나 이른 오후처럼 애매한 시간들을 빼면, 대부분의 시간들은 이미 예약들이 잡혀있었다. 특히 주말 같은 경우에는 벌써 한두 자리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이게 오픈빨인가 뭔가 하는 그건가요?”
“그거랑은 좀 다르지. 아직 오픈도 안했는데 무슨 오픈빨이 있겠어. 그것도 안마샵에.”
반쯤은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 강태한의 말에 황 실장이 헛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요식업 같은 업종이면 또 모를까, 이런 식으로 단골 위주로 돌아가는 가게들은 오픈빨 같은 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건 그냥 태한 씨 단골들의 충성도가 높다는 거지. 거의 문자를 보내자마자 일정을 물어보는 답장이 돌아왔을 정도로 말이야.”
일종의 사전예약이라고 할까.
애당초 황 실장이 문자를 보낸 사람들은 단골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로 한정되었다. 아무한테나 보내면 스팸으로 취급되기 십상이고, 오히려 불쾌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는 거니까.
때문에 강태한의 장인 코스에 일정 횟수 이상 예약을 했던 손님들이나, 가게 옮기면 따로 연락을 달라고 언질을 줬던 사람들에게만 문자를 보냈다.
사실 황 실장은 여기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아무리 단골들이라 해도, 요즘 시대에 문자 메시지로 하는 가게 홍보에 몇 명이나 반응을 한단 말인가.
홍보효과보단 기존 단골들에 대한 일종의 예의, 그 쪽에 가깝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허나 그의 생각과 달리 문자를 받은 손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렇게 영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일주일 치 예약이 채워졌을 정도로 말이다.
“여러모로 순조롭다는 뜻이네요.”
“그렇지 뭐.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 정도라면, 소문도 알아서 날 것 같고··· 적어도 손님이 안 와서 걱정할 일은 없지 않을까 싶네.”
찜질방에 딸려있는 이곳, 원래 바쁠 때보다 한가한 시간이 더 많았던 안마샵도 몇 달도 채 걸리지 않아 붐비게 만든 강태한이다.
그 영향력을 옆에서 지켜봤던 황 실장이었기에, 이 가게의 흥행여부에 관해서는 조금의 걱정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것도 한 명당 하루만 예약할 수 있게 해놔서 그렇지, 중복 예약이 가능하게 해놨으면 아예 그 다음 주까지도 꽉 차지 않았을까.”
“하긴, 태한이 안마 솜씨가 좀 뛰어나긴 하죠.”
옆에서 듣고 있던 최성현이 한 마디 거들었다.
강태한에게 안마를 배운지도 시간이 지났고, 이제는 손님들에게도 ‘솜씨가 좋다’는 말을 종종 들을 정도의 실력이 된 최성현이다.
허나 그렇기에 강태한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요즘 들어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원래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고 했던가.
자신의 안마 실력이 올라가고 경험이 쌓일수록, 최성현이 가늠하는 강태한의 경지는 점점 더 높아져만 가고 있었다.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지.’
강태한에게 안마를 배울 때, 그는 자잘한 내용들은 되도록 배제하고 실제 안마에서 크게 도움이 되는 핵심적인 기법이나 요령들을 중심으로 가르쳐준다.
개중에는 다른 안마사들이라면 ‘자기 장사 밑천이다’라면서 알려주지 않을 법한, 과장을 좀 보태면 비법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정도의 기술도 있는데.
강태한은 그런 비법 같은 기술들을 대수롭지 않게 알려줄 뿐만 아니라, 하나를 익혔다 싶으면 곧바로 다른 기술을 또 알려준다. 남들이 장사 밑천으로 삼을 정도의 기법과 요령들을 최소 몇 십 개씩은 갖고 있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몇 백 개를 넘어갈지도 모른다.
그 깊이를 쉽사리 헤아릴 수가 없다는 것이, 최성현이 그를 정말 대단하다고 여기고 존경심마저 품게 된 부분이다.
“뭐냐, 갑자기 낯간지럽게.”
“사장님한테 좀 잘 보이려고 하는 거지, 뭐.”
강태한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자, 최성현은 실소를 머금은 채로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새삼스레 존경을 표하기엔 너무 가까운 사이였다.
“그러고 보니,다른 안마사분들 섭외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요?”
“그 부분도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강태한의 물음에 황 실장이 당당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황 실장이 사업 쪽으로는 나름 발이 넓은 편이었기에, 직원들을 구하는 일은 대부분 일임해놓고 있었다.
“일단 여기 있는 안마사들도 여러 명 따라오기로 했어. 옆에 있는 성현이야 뭐 말할 것도 없고, 어제 태진 씨도 오기로 했지.”
“황태진 씨요?”
“그럼 안마사 중에 다른 태진이 또 있나?”
황 실장의 말에 강태한은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가게로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던 탓이다.
“그리고 성훈 씨도 오기로 했고.”
김성훈. 강태한과 함께 장인코스를 담당하고 있는 안마사로, 사실상 2인자의 위치에 있다고 봐도 무방한 사람이었다.
황 실장의 말에 강태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성훈 씨도요?”
“응. 그쪽에서 먼저 말을 꺼내길래 한 번 물어봤더니, 바로 온다고 하더라고.”
저번에 허락을 받은 뒤로, 최성현이 강태한에게 안마를 배울 때면 항상 옆에 앉아서 같이 듣고 있는 김성훈이다.
덕분에 한동안 정체되어있던 안마 실력도 점점 늘어가기 시작하고, 손님들의 반응도 눈에 띄게 좋아졌는데··· 갑자기 강태한이 떠난다고 하니, 그로서는 따라오고 싶을 만도 하다.
“좋은 소식이네요.”
“근데 그럼, 여긴 어떻게 되나?”
“뭐 알게 뭐냐.”
듣고 있던 최성현이 넌지시 말하자, 황 실장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다.
“태한 씨 덕분에 장사가 잘 되니 안마사들이 오래 남아있었던 거지, 원래는 돌고 도는 거야. 성현이 너 처음 왔을 때 있던 사람들도 다 딴 데로 갔잖아.”
“그건··· 그렇죠?”
최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강태한이 오기 전에는 안마사들이 자주 바뀌었었던 것 같다. 그 때문인지 서로 친분도 딱히 없어보였고.
“내가 그래서 솜씨 있는 안마사들 잡아두려면 기본조건 좀 올려야된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안 들어먹고, 태한 씨 와서 역대급으로 물 들어왔으니 사업 좀 넓혀보자니까 그것도 됐다고 그러고···”
황 실장은 여전히 시니컬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평소의 인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 그동안 쌓인 것이 꽤 있는 모양이었다.
“말하자면 뭐, 자업자득이지. 난 할 만큼 했다.”
자기 다음으로 들어올 실장이 얼마나 일을 잘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강태한이 빠지면 흩어질게 뻔한 사람들이다. 그럴 바엔 솜씨 좋은 사람들은 같이 데려가는 편이 훨씬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그동안··· 좀 힘드셨나 봐요?”
“십 년 만에 담배 생각이 나더라니까.”
황 실장은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가볍게 기지개를 폈다. 이제 이곳에서의 근무는 사흘 뒤면 끝나는 상황. 기지개를 피는 그의 표정엔 미련보단 후련함이 더 많아보였다.
* * *
“찬혁 씨, 여기에요!”
QBS방송국 내부에 위치해있는 카페.
조찬혁이 카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구석에 앉아있던 한 남자가 손을 흔들며 그를 불렀다. 조찬혁은 손을 들어 그에게 아는 체를 한 후, 음료를 주문하고서 자리로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서PD님.”
서경우. QBS의 대표적인 프로그램 디렉터 중의 한 명으로, 장수 프로그램인 블라인드미션부터 시작해 서너 개의 단기 예능도 줄줄이 성공시키며 단번에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메인PD급 치곤 상당히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스탭들은 물론이거니와 출연진들까지 능숙하게 휘어잡고 조율할 줄을 아는, 그런 카리스마 있는 인물로 유명했다.
“아유, 오랜만이에요. 조찬혁 씨. ···이거 지난번에는 너무 죄송했습니다. 괜히 저희 프로그램 때문에.”
다만 사석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그냥 친근하면서도 겸손하고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다. 보자마자 사과부터 하는 그에게 조찬혁은 싱긋 웃으며 손을 저었다.
“괜찮습니다. 이미 몇 번을 사과하셨는데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만··· 그래도 찬혁 씨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배치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후회가 좀 있네요.”
블라인드 미션 때 편두통과 공황장애가 겹치는 바람에 조찬혁이 의식을 잃을 뻔 했었던 일.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고 응급실에서도 별 이상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서경우는 그걸 자신의 잘못이라 여기며 반성을 하고 있었다.
“그럴 필요 없으시니까 괜찮아요. 애초에 스케쥴 관리 잘못한 제 잘못이기도 하고. 컨디션 관리에 실패한 거기도 하니까요.”
조찬혁은 마침 나온 아이스커피에 빨대를 꽂고 한 모금 들이킨 다음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덕분에 좋은 인연도 한 분 만났거든요.”
“어, 그래요?”
“네. 딱 봐도 지금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까?”
그는 히죽 웃으며 자기 얼굴을 가리켰다.
본래 조찬혁은, 표정은 밝고 자주 웃지만 그 안에 감출 수 없는 피곤함이 느껴지는 인상이었다.
헌데 지금은 며칠, 아니 몇 주 정도는 푹 쉬고 온 사람처럼 안색이 밝고 피부에도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야말로 얼굴에 생기가 돈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정말 안색이 달라지셨네요?”
“그렇다니까요.”
조찬혁은 웃으며 다시 커피의 빨대를 물었다.
원래도 배우라는 말이 참 어울리는 사람이었는데, 저렇게 안색까지 훤해지니 이렇게 카페에서 커피만 들고 있어도 화보 같은 느낌이 날 정도였다.
“그 좋은 인연이 대체 어떤 분이셨길래요?”
서경우는 호기심이 담겨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단순히 대화에 맞장구를 치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궁금해서 물어보는 말이었다.
“그때 기사도 나왔었던 것 같은데··· 그때 현장에서 저 도와준 분이요.”
“아, 기억나요. 그 남자분.”
서경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분이 안마사신데, 그 솜씨랑 손맛이··· 크으, 말도 안 나옵니다, 진짜로.”
조찬혁은 말하는 도중에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한쪽 어깨를 가볍게 돌렸다. 말하는 와중에 그때 안마를 받았던 기억이 떠오른 탓이었다.
“그···래요?”
“예. 덕분에 요즘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니까요. 몸도 몸인데, 자잘한 편두통도 싹 사라졌어요.”
원래 참지 못할 정도의 편두통 발작은 어쩌다 가끔 한 번씩 일어났지만, 그보다 덜한 수준의 편두통은 평소에도 종종 나타났다. 단지 참을만해서 내색을 하지 않을 뿐.
헌데 강태한에게 안마를 받은 이후로는 그런 자잘한 편두통들까지 깔끔하게 사라졌다.
아직 발작이 일어나진 않았으니 그것도 사라졌는지, 여전히 남아있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한동안은 그런 걱정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조찬혁은 직감하고 있었다.
“편두통이 싹 사라져요?”
그의 말에 서경우가 유독 관심을 보였다.
“그러고 보니, PD님도 편두통으로 고생 좀 하신다고 했었죠.”
“예. 뭐, 찬혁 씨만큼은 아니지만요.”
조찬혁처럼 쓰러지고 그럴 정도는 아니지만, 갑자기 극심하게 아팠다가 다시 멀쩡해지는 상태가 한 시간 넘게 계속되기에, 서경우의 삶의 질을 상당히 낮추는 요소 중에 하나였다.
“···그러고 보니 안색도 좀 안 좋아지셨네.”
“저야 뭐 항상 그런 소리 듣고 살죠.”
굵직한 장기 프로그램을 하나 진행하면서 단기 프로젝트들도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그 몸의 피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쌓여있었다.
“···그럼 그 분한테 안마 좀 받아보실래요?”
“그래도 되나요?”
나름 기대하고 있었기에 바로 반응을 보이는 서경우다. 그 표정이 너무 환해보였기에, 조찬혁은 저도 모르게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스마트폰을 꺼냈다.
“이번에 새로 가게를 연다고 하셔서, 여기로 연락하시면 되는데··· 아마 빨리 예약하셔야 될 거에요. 예약이 거의 찬 모양이더라고요.”
“···새로 가게를 여는데, 예약이 거의 찼다고요?”
“네. 근데 그럴만해요.”
강태한에게 안마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납득할만한 내용이다. 의아해하는 서경우에게, 조찬혁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