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74)
천마님 안마하신다-74화(74/309)
< 천마님 안마하신다 74화 >
“···후아아.”
김성훈은 방금 들이킨 음료를 내려놓으며 조그마한 탄성을 내뱉었다. 왠지 조금 지쳐 보이는 기색. 그 맞은편에 앉아있는 최성현과 황태진 또한 기운이 빠진 것처럼 살짝 처져있는 모습이었다.
“오늘 다들 고생하셨어요.”
그 중에서 유일하게 생생한 얼굴로, 강태한은 다른 세 사람이 마실 음료와 간단한 다과를 챙겨 나오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김성훈과 최성현, 그리고 황태진. 이 세 사람은 이른 오후부터 해가 지고 난 지금까지, 계속해서 강태한에게 수업을 받다가 방금 끝마친 참이었다.
사실 수업 자체는 그렇게 빡빡하진 않았다.
강태한이 세 사람에게 먼저 각각 시범을 보이면, 그 시범을 따라 서로에게 실습을 해보면서 피드백을 주고받고, 필요할 경우 강태한이 좀 더 설명을 덧붙여준다든가 한 번 더 시범을 보여주는 식.
중간에 자유롭게 휴식도 취할 수 있었으니 수업 자체는 느슨한 편이었고, 더군다나 몸이 좀 피곤하더라도 시범 겸으로 강태한에게 안마를 받으면 거짓말처럼 몸에 활기가 돌았다.
때문에 몸은 피곤한 기색하나 없이 가벼웠다.
하지만···
“왠지 컨디션이··· 처음 느껴보는 신기한 느낌이네.”
“지금 무슨 느낌을 말하는 건지 알 것 같아요.”
어깨를 움직이며 중얼거리는 황태진의 말에, 옆에 있던 최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분명 오랫동안 수업도 했고 정신도 살짝 지쳐있는데, 몸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가볍고 상쾌하다.
물론 좋은 일이냐, 나쁜 일이냐고 묻는다면 좋은 일에 속하겠지만··· 그래도 정신과 몸 사이에서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지금 몸은 괜찮은데 머리가 좀 피곤하시죠?”
한편 강태한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이 가벼운 목소리로 넌지시 말했다. 그러자 세 사람은 잠시 멍을 때리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이 그쪽에 치중되어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죠.”
강태한에게 안마를 받았다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수업용으로 시범을 보였을 뿐이고, 그렇기에 몸 쪽에만 계속해서 안마가 들어간 상태였다.
당연히 밸런스가 다소 안 맞을 수밖에.
강태한은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 황태진의 뒤로 가서 양손으로 그의 머리를 가볍게 붙잡았다.
그러곤 엄지손가락으로 뒷덜미 양 옆에 위치해있는 풍지(風地)혈을 꾸욱 누르기 시작했다.
“아그그극.”
근육이 뭉쳐있는 곳을 누르는 것 같은 고통.
순간 놀라기도 했거니와, 그 고통에 잠깐 괴상한 소리를 냈으나, 잠시 후 신기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지.’
온몸에 힘이 느슨하게 풀리는 느낌.
다만 다리에 힘이 풀리듯이 훅 빠지는 안 좋은 느낌이 아니라, 마치 침대에 누운 채로 서서히 힘이 풀리는 듯한, 그런 편안한 느낌이었다.
그뿐 아니라 머릿속에 막혀있던 뭔가가 탁, 풀리는 느낌이 나더니,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며 지쳐있던 머릿속도 서서히 맑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지압 한 번에 이렇게까지 효과가 나온다고?’
느낌으로 보아 지압이 들어가고 있는 곳은 풍지혈.
머리의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는 효과가 있으며, 머리를 맑게 해주는 동시에 눈을 밝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혈자리다.
머리 쪽에 위치해있는 대표적인 혈자리 중에 하나로, 황태진도 두통을 호소하는 손님이 있으면 종종 지압해주곤 하는 곳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빠르게, 그리고 곧바로 체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지압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그의 상식에서 한참 벗어나있는 일이었다.
‘이 정도 수준이면, 손님들이 예약을 못해서 안달이 나는 이유를 알 것 같네···’
풍지(風地)혈, 그리고 거기에서 살짝 안쪽에 위치한 천주(天柱)혈까지. 삼 분도 될까 말까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짧은 사이에 황태진은 너무나도 만족스러우면서도 효율적인 휴식을 보냈다.
“이제 좀 어떠세요?”
“···완전 개운해. 푹 자고 방금 일어난 것 같아.”
황태진은 신기하다는 듯이 좌우로 고개를 까딱이며 어깨를 휘휘 움직였다.
이미 가벼워져있던 몸과 이제 가벼워진 머리.
방금 전까지도 남아있던 몸과 정신 사이의 이질감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상쾌할 정도의 개운함만이 남아있었다.
“그 정도야?”
“딱 목만 주무른 것 같은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성훈, 최성현은 의아함과 기대심이 반씩 섞여있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직접 받아보기 전까지는 믿기 힘들 것 같은 효과였기에 의아함을, 그리고 정황상 바로 다음에 자기들도 받을 것으로 보이기에 기대심을 품은 것이다.
“개운하시다니 다행이네요.”
한편, 그런 황태진의 반응에 강태한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뒤에 몇 마디를 덧붙였다.
“내일도 나오셔야하니, 컨디션은 되도록 회복시켜두고 돌아가시는 게 좋을 테니까요.”
“어?”
황태진은 당황한 표정으로 강태한을 쳐다봤다. 그러고는 김성훈과 최성현을 차례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 그런 거였어?”
“뭐야, 황 씨. 그런 거 아니었어?”
“카톡에 개업일까진 평일에 시간 좀 비워달라고 되어있잖아요.”
최성현의 말에 황태진은 스마트폰을 꺼내 카톡을 확인했다. 확실히, 거기에 그런 내용이 남아있었다.
“···난 왜 오늘만 비워두라고 한 걸로 알았지.”
“약속이라도 있으세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는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그럼 개업일까지, 대략 일주일 정도를 계속 이렇게 수업을 받으러 나오는 건가. 갑작스레 일주일 치 스케쥴을 결정해야하는 상황에, 황태진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럼··· 목 좀 조금만 더 주물러줄 수 있나?”
그는 본인의 목덜미를 매만지며 그렇게 말했다.
강태한의 수업 자체가 안마사로서 다시없을 기회였고, 장인코스로 따로 특별대우까지 받는데 이 정도 노력은 당연히 해야 마땅했다.
다만 이걸 빌미로 안마를 좀 더 해달라고 할까 말까··· 그걸 고민하고 있었던 황태진이었다.
“그 정도는 당연히 해드릴 수 있죠.”
“크흠. 그러면 어깨도 조금 더···”
그러면서 황태진은 머쓱한 표정으로 자기 어깨 위에도 손을 올리며 말했다. 사욕이 가득 묻어나오는 목소리였다.
* * *
“여긴 이렇게 하는 거였나?”
“아니지, 거기는 좀 더 이런 느낌이었어.”
저번에 배운 내용을 떠올리며, 서로 한 번씩 지압을 해보는 김성훈과 황태진.
“안마를 받고 있는 제 의견을 말하자면, 두 분 다 태한이가 했던 거랑은 느낌이 좀 많이 다른데요?”
그런 둘 사이에서 실습대상 역할을 위해 침대 위에 엎어져있던 최성현이, 상체를 일으키면서 또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강태한이 수업을 시작한 지 사흘 째.
장인코스를 맡게 된 세 사람의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가고 있었다.
이는 강태한이 되도록 쉽게 익힐 수 있으면서도 효과가 좋은 것들을 위주로 가르쳤기 때문이긴 했지만, 세 사람 모두 처음부터 관심과 열정, 그리고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성장속도였다.
“아, 어떡하죠. 강 선생님 예약은 주말에 하긴 좀 힘들 것 같은데요.”
한편, 가게에 나와 있는 것은 세 사람과 강태한 뿐만이 아니었다.
황 실장 또한 전날부터 가게에 나와, 서류작업을 하는 동시에 예약문의를 받으며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 주 화요일이요? 그날도 아예 꽉 차있어서··· 네. 아무래도 예약이 벌써부터 몰려서, 오전시간 정도가 아니면 다음 주 예약은 힘드실 것 같아요.”
지금도 강태한에 관한 예약문의가 하나 들어온 상황. 허나 강태한의 천마코스는 이미 예약이 빡빡하게 들어찬 상황이기에 받을 수가 없다.
허나 그렇다고 그냥 거절로 문의를 마무리하고 끝낼 황 실장이 아니다.
“강 선생님의 천마코스는 예약하기가 좀 힘들지만··· 그럼 장인코스를 받아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강 선생님이 담당하는 건 아니지만, 선생님이 직접 엄선하시고 가르친 안마사분들이 따로 있거든요.”
가지고 싶었던 걸 가질 수 없었을 때, 사람은 깊은 아쉬움과 함께 약간의 조바심마저도 느끼게 된다.
뭔가를 홍보한다면야 그때야말로 가장 효과적이고 적절한 타이밍. 이때를 놓치지 않고, 봉황 대신에 꿩을 권유해보는 황 실장이었다.
“장인코스에는 마침 선생님이 처음 문의하셨던 시간대가 딱 비어있어서요··· 네. 강 선생님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솜씨들이 제법 뛰어납니다.”
황 실장은 곁눈질로 휴게실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 세 사람이 꾸준히 가게에 나와,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예,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그렇다면 그만큼 성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열심히 손님들을 붙여주는 것이 본인의 역할이다. 황 실장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히죽 웃으며 장인코스의 예약표에 한 줄을 추가로 적어 넣었다.
“예약 상황은 어때요?”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어느새 다가온 강태한이 넌지시 묻자, 황 실장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화면에 예약표를 띄웠다.
강태한의 것은 말할 것도 없었고, 장인코스의 세 사람도 꽤 많은 예약이 잡혀있었다.
“역시, 실장님을 데려온 게 답이었네요.”
강태한의 예약은, 그만큼 단골들의 충성도가 높았기에 이렇게 채워진 것이었다. 허나 장인코스의 예약들은 사실상 황 실장의 공로라고 봐도 무방했다.
“별 말을 다하네. 그보다, 이것 좀 봐봐.”
황 실장은 스마트폰의 화면을 몇 번 누르더니, 씨익 웃으며 강태한에게 보여줬다. 거기엔 유명 SNS에 가게 이름인 천마안마를 검색한 내용이 나와 있었다.
“언급된 글이 꽤 많네요?”
“단골 중에 여기에 업로드를 좀 열심히 하는 손님들이 몇 분 계셨거든. 그 분들이 올리니까··· 거미줄 쳐지듯이 쭉쭉 늘어나더라고.”
딱히 의도한 부분이 아니었지만, 모르는 사이에 알아서 가게 홍보가 진행되고 있었던 셈이다.
“정말 감사한 일이네요.”
“그렇지. 우리로선··· 아, 전화 왔다.”
황 실장은 강태한에게 미안하다는 손짓을 하고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예약 문의인 모양. 강태한은 눈치껏 자리를 피해 다시 휴게실로 되돌아갔다.
장인코스를 맡은 세 사람의 솜씨도 쭉쭉 성장하고, 손님들의 예약도 수월하게 채워지고 있는 상황.
그렇게 하루, 이틀, 나흘.
시간이 흘러 드디어 가게가 열렸을 때.
“···어, 석우야. 그래. 다른 게 아니고.”
로비를 쳐다보고 있던 황 실장은, 살짝 멍한 표정으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상대는 황 실장의 지인이자 일반코스를 담당할 안마사들 중 한 명이었다.
“혹시 오늘 바로 출근할 수 있나?”
아직 빌딩 내 상권이 활성화되지도 않았고, 기존 손님들이 찾아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그게 황 실장의 판단이었고, 때문에 강태한과 장인코스의 세 명을 제외한 다른 안마사들은 좀 시간이 지나서 출근하도록 예정을 잡아뒀지만···
“손님이 생각보다 많아서 그래··· 응.”
로비에는 황 실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손님들이 들어와 앉아있었고, 지금도 새로운 손님이 막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참이었다.
* * *
“어, 지배인님. 나오셨어요?”
“박 팀장! 이거 참 고생이 많아.”
강태한의 가게가 있는 빌딩의 1층.
우연히 마주친 직원과 인사를 나눈 남자는, 반갑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오늘은 어쩐 일로 나오셨어요?”
“그냥 잠깐 확인할 게 좀 있어서.”
이곳 빌딩의 5층부터 19층까지 사용하게 될 라이너 호텔. 그리고 이 남자, 곽상영은 그 호텔의 총지배인을 맡게 된 사람이었다.
“그러는 박 팀장은 왜 나왔어?”
“설비팀은 지금이 한참 바쁠 때죠, 뭐.”
“하긴··· 그건 그렇지.”
둘은 잡담을 나누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그렇게 엘리베이터에 올랐을 때, 곽상영은 문득 의아한 부분을 떠올리고는 넌지시 입을 열었다.
“빌딩에 문 연 가게가 좀 있나?”
아직 건물이 완공된 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이제 막 가게들이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
헌데 주변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간간히 눈에 들어왔고, 방금 전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에서도 네다섯 명쯤 되는 사람들이 걸어 나왔다.
“제가 알기로 지금은 딱 세 개뿐인데요.”
“그래? 두 개는 일층에 카페랑 베이커리일 테고.”
입구 쪽으로 들어오면서 봤던 두 가게를 떠올리며 곽상영은 손가락 두 개를 폈다. 허나 두 가게는 입구 바로 근처에 있으니, 거길 찾아온 손님들이 건물 안쪽까지 들어 올리는 없어보였다.
“나머지 하난 뭐야? 어디서 맛집이라도 들여왔나?”
그렇다면 나머지 한 가게가 벌써부터 손님을 불러 모으고 있다는 뜻. 곽상영은 호기심이 어린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안마샵입니다.”
“···안마샵?”
그러고 보니 들은 기억이 있다. 호텔 위쪽에 안마샵 하나가 들어오니, 사우나와 피트니스 클럽과 같이 호텔에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난 번 미팅에서 기획팀에서 말한 내용이었다.
“그냥 맛집이 아니라 안마맛집이었나보네.”
곽상영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안마샵이라. 확실히, 충분히 긍정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요소였다. 그렇다면 한 번 직접 방문을 해서 판단을 내리는 편이 좋으리라.
‘마침 요즘 몸도 좀 안 좋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