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95)
천마님 안마하신다-95화(95/309)
< 천마님 안마하신다 95화 >
“···후우우.”
드넓게 펼쳐져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푸른 평원.
지중해성 기후로 10월에도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는 그 한복판에서, 채은비는 머리를 고쳐 묶으면서 이마의 선캡을 올려 썼다.
‘확실히, 느낌이 많이 다르네.’
그녀가 서있는 곳은 다름 아닌 골프장이었다.
살짝 고개를 돌려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보니, 적지 않은 숫자의 군중들이 반원의 형태로 모여, 그녀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지역대회이긴 하지만 정기적으로 개최되기도 하고, 나름 유명세가 있어 꽤 인지도가 있는 대회다.
그래서 그런지 지켜보는 갤러리들의 숫자도 많고, 분위기가 엄숙한 것이 그녀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보다도 본격적인 느낌이었다.
참가한 골퍼들도 이런 분위기에 익숙한 느낌.
반면 채은비는 아직 복귀를 한지 몇 개월 되지도 않았고, 프로에 입단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으며, 더군다나 해외에서의 대회출전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로서는 다소 어색하고 붕 뜨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 이런 느낌이 있어줘야지.’
지금의 이 생소함과 긴장감이, 채은비에게는 오히려 딱 마음에 들고 있었다.
애초에 그녀가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곧장 미국으로 넘어온 건, 해외에서 경험을 쌓고 더 큰 무대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으니까.
말하자면, 지금 그녀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 대회에서 성적을 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거기에 적응하는 데에 있는 것이다.
“한 번 쳐볼까.”
다만, 그렇다고 해서 적당한 마음가짐으로 칠 생각은 없다. 어쨌거나 참가한 이상, 최선을 다해 보다 높은 성적을 노리는 것이 프로의 마음가짐이니까.
···그리고.
‘태한 오빠한테 좋은 소식 하나 정도는 들려줘야지.’
생소한 타지에서의 출전임에도, 채은비의 컨디션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태였다.
물론 거기에는 평소의 자기관리나 생활습관, 멘탈과 같이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하겠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할 수 있었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 강태한에게 받았던 안마.
그 덕분에 근육과 관절은 신기할 정도로 부드럽고 가벼웠으며, 허리의 힘은 용수철처럼 탄력적이었다.
맨 처음에 받았던 안마가 그녀의 부상을 사라지게 해줬다면, 두 번째로 받은 안마는 그녀의 몸을 움직이기 편하도록 조율해놓은 듯한 느낌이랄까.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합법 도핑같은 느낌이다.
이 정도의 컨디션인데, 해외 첫 출전이라고 해서 비실비실한 성적을 뽑아내서야 되겠는가.
티박스 위에 선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스윙을 휘두르기 위해 자세를 고쳐 잡기 시작했다.
‘···운도 따라주네.’
방금 전까지 불고 있던 평원의 산들바람이, 그녀가 준비 자세를 취하자 서서히 멎어들기 시작했다.
‘좋아.’
필드의 바람이 잔잔해지는 것은 희소식이다.
운도 자신을 따라주는 듯한 느낌. 채은비는 멀리 보이는 깃대를 한 차례 슬쩍 흘겨보고는, 곧바로 크게 스윙을 휘둘렀다.
후웅, 탕!
경쾌한 소리를 울리며 날아가는 공.
공은 목표를 향해 크고 깔끔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더니··· 자연스럽게, 깃대 인근의 그린 위에 안착했다.
“오오··· 굿 샷.”
“조금만 더 가까웠으면 한 번에 들어갔겠는데?”
다음번에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버디를 뽑아낼 수 있는 안정적인 장타. 그녀의 차례가 끝나자, 주위를 둘러싼 갤러리에서는 박수와 함께 소소한 탄성들이 터져 나왔다.
“땡큐~”
그리고 그 탄성 속에서, 채은비는 발랄한 표정으로 갤러리에 손을 흔든 다음, 자신감이 실린 걸음으로 티박스를 빠져나왔다.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긴장감마저도 방금 샷으로 날려보낸 듯한 모습이었다.
* * *
“아저씨, 저 왔습니다.”
“오오, 그래. 어서 와라.”
가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강태한.
그가 인사를 건네자, 카운터에 앉아있던 최씨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를 반겼다.
두 사람이 만난 곳은 보문산 공원 입구 쪽에 위치해있는 고즈넉한 카페로, 다름 아닌 최씨가 운영하고 있는 가게였다.
“안락하고 좋은 가게네요.”
“뭘. 그냥 취미삼아 하고 있는 거지.”
강태한이 카운터 인근의 테이블에 앉으며 칭찬을 꺼내자, 최씨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허공에다 손을 휘휘 저었지만, 얼굴은 내심 히죽이는 표정이다.
“빈 말이 아니고 정말로요.”
자리에 앉은 강태한은 천천히 가게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약간 오래된 느낌이 나기는 하지만, 관리가 잘 되어있고 깨끗하게 정돈되어있어 낡았다는 느낌은 딱히 들지 않았다.
그보다는 앤틱한 느낌에 가깝다고 할까. 곳곳에 배치된 소품들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고즈넉한 느낌이 풍기는 것이, 누군가가 평소 신경을 써서 관리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살짝 의외시네.’
가게는, 특히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난 가게에는 주인의 성향이 반영되어있기 마련이다.
솔직히 말해 평소에는 다소 가벼운 인상에 장난스러운 느낌이 강했는데, 가게에 담겨있는 모습은 좀 더 깊이가 배어나오는 듯한 인상이었다.
“뭐로 마실래?”
“으음···”
강태한은 잠시 카운터 쪽에 위치한 메뉴를 살펴보았다. 크게 직접 내린 원두커피를 필두로 한 커피 메뉴와, 대추차나 생강차를 비롯한 차 메뉴들로 나뉘어져 있었다.
“유자차 한 잔 부탁드릴게요.”
“그래, 조금만 기다려라.”
잠시 후, 최씨는 꽤나 큼직한 크기의 머그잔을 들고 테이블로 걸어왔다. 얼핏 보기엔 투박하게 생긴 것이, 가게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잔이었다.
‘음···?’
조심스레 한 모금 마신 강태한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기대했던 것 이상의 맛이 났던 것이다.
‘생각보다 훌륭해.’
카페에서 내오는 유자차들은, 대부분 커피를 마시지 않는 어르신들을 위해서 메뉴에다 그냥 추가해놓았을 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너무 시거나, 너무 달거나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삼삼하면서도 새콤한 맛과 달달한 맛의 경계를 적절히 지켜내는 것이, 부담 없이 계속 들어가는 맛이다.
“가게만 근사한 줄 알았더니, 차도 좋네요.”
“하하하. 이 녀석, 띄워주는 게 심하네. 그건 그렇고, 오는 길은 괜찮았어? 먼 길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뭘요. 그냥 매번 오는 길인데.”
가벼운 근황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대화.
그렇게 몇 차례 말이 오고가자, 화제는 자연스레 본론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만 먹긴 좀 아깝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단골들한테만 한 잔씩 나눠줬지. 마셔보라고.”
“그래서요?”
“반응이 너무 좋지 뭐야. 등산하고 내려와서 이거 한 잔 마시면 몸의 피로가 스르륵! 내려가는 느낌이라나 뭐라나.”
최씨는 과장된 몸짓을 곁들이면서 말했다.
“원래 가끔 들르던 단골들이 자주 오기 시작하고, 산에 갈 때마다 찾아오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청이 빨리 떨어지지 뭐야. 그래서 생각을 좀 해봤지. 이걸 정식으로 메뉴로 올리면 어떨까, 하는.”
손님들의 반응이 좋으면, 아무래도 가게 주인도 흥이 나는 법이다. 그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뭐 그 자체는 저도 상관이 없는데··· 제가 만든 청을 돈 받고 판매하는 건 안 되지 않나요?”
다만 강태한은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떠올리고 있던 의문을 넌지시 입에 담았다.
안 그래도 예전에 샵에서 칡차를 처음 내왔을 때, 구매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 황 실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던 적이 있었다.
결론은 불가.
개인이 제조하거나 가공한 식품을 판매하려면, 별도의 조건을 갖추고 허가를 받아야한다는 것이었다.
“그야, 태한이 네가 만든 걸 내가 가져다가 팔면 안 되지. 하지만··· 너의 방식대로 내가 만들어서 파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저씨는 허가를 받은 상태인건가요?”
“그렇지. 그 유자차에 쓴 청도 내가 담근 건데, 그럼 내가 그걸 어떻게 팔고 있겠냐?”
듣고 보니 그렇다.
강태한은 그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최씨는 해당 사항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식품제조가공업과 달리,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은 카페에서도 충분히 병행할 수 있을 정도로 기준이 완만한 편이라는 것.
그리고 최씨는 이미 수제로 만든 차들을 메뉴에서 다루고 있었기에, 해당 허가를 받아둔 상태였다.
“사실 예전에 다른 가게에서 신고가 들어온 적이 있었거든.”
“힘드셨겠네요.”
“그렇긴 한데, 그런 것도 모르고 장사를 시작한 내 잘못 아니겠냐. 아무튼 나도 그때 경고 받고 부랴부랴 준비했었지···”
최씨는 머쓱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며 말했다.
“어쨌거나, 네가 보내준 재료로 내가 청을 담그고, 그걸로 차를 만들어 메뉴에 올린다는 게, 나의 계획이다.”
물론, 네가 허락을 해준다는 전제하에 말이야.
그는 그게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는 듯이 강조하며 덧붙였다. 그 말에 강태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안 될 건 없지.’
사실 청이라는 건, 거기에 들어가는 재료의 품질이 맛의 절반 이상을 좌우한다. 종류에 따라 잘게 찢거나 끓이는 과정이 추가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재료를 꿀에 담가 절여놓는 개념이니까.
강태한이라고 해서 딱히 특별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고, 차를 우리는 것도 그냥 충분히 재워둔 청을 뜨거운 물에 풀어놓으면 끝이다.
따로 특별한 게 있다면··· 거기에 들어가는 재료들. 원판부터 꽤 질이 좋은 물건들인데다, 캐내는 과정에서 강태한이 잡다한 기운들을 한 번씩 쳐내기에 그 효과가 더욱 탁월했던 것이다.
‘나쁠 건 없겠어.’
사실 다른 곳에 나가는 청까지 강태한이 직접 담그는 건, 지금이야 어찌됐건 나중에라도 일이 복잡해질 수 있다. 툭 까놓고 말해 손이 좀 가는 것이다.
그걸 최씨 아저씨가 담그는 과정까지 직접 한다면야, 강태한으로선 오히려 반길만한 이야기였다. 물론 만약 최씨 아저씨가 청을 담그는 실력이 형편없는 수준이라면 그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솜씨도 제법 괜찮으신 거 같고.’
강태한은 테이블에 놓인 유자차를 한 모금 더 맛보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괜찮은 맛이다.
유자조각들이 간간히 입에 들어옴에도 특유의 쌉쌀한 뒷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맛 자체는 자기가 직접 담글 때보다 더 좋아질지도 모르겠다고, 강태한은 어렴풋이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집에 공간도 좀 비워질 테고.’
만약 일이 만족스럽게 진행된다면, 나중에 조건과 상황을 봐서 청을 담그는 일을 이쪽에다 위임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그럼 일단 세부적인 조건들도 살펴볼까요.”
“오케이! 물론이지. 잠깐만 기다려봐.”
그렇게 말한다는 건, 일단 나쁘지 않게 생각한다는 뜻. 최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종이와 펜을 챙겨왔으며, 강태한은 들고 있던 찻잔을 다시 내려놓았다.
* * *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QBS의 간판 예능이자 장기 프로그램 중 하나인 블라인드 미션.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진 촬영이 끝나자, 조여 있던 끈이 탁 풀어지듯 현장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야, 이번 촬영도 좋았다.”
“너 아까 추격씬 제법이더라. 요새 운동 하냐?”
“아이, 그 정도는 기본이죠.”
전반적으로 흐르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사이기에, 멤버들과 촬영 스탭들 사이에서도 딱히 허물없이 자연스레 대화가 오고가는 느낌이다.
“···아이고.”
한편, 프로그램의 MC를 맡고 있는 이한건은 근처에 놓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눈가도 침침하고 입에선 탄식이 절로 나오는 게, 딱 봐도 꽤나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형, 괜찮아요?”
“좀 힘들긴 하네.”
오늘 촬영이 추격미션 위주여서 그런가, 평소보다 유난히 힘이 쑥 빠진 느낌이다. 이한건은 안쪽에 고인 피로를 빼내듯, 한 차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이번 촬영이 좀 정신없이 돌아가긴 했죠.”
“그러게 말이다···”
맞장구를 치며 슬쩍 고개를 들어 올린 이한건.
그는 옆에 서있는 동생 성대훈의 얼굴을 조용히 쳐다보다, 의문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근데, 너는 왜 이렇게 멀쩡하냐?”
“저요?”
“너 뿐만 아니라 재형이도 그렇고, 민우 형도 그렇고. 왜 갑자기 다들 이렇게 체력이 좋아졌지?”
블미션의 주요 멤버에 속해있는 세 사람.
원래라면 이한건보다 체력도 떨어지고, 특히 손재형 같은 경우엔 촬영 내내 앓는 소리를 하는 사람인데, 오늘은 앓기는커녕 완전 날아다니는 수준이었다.
“그럴 만도 하죠. 저희 셋이서 거기 다녀왔잖아요.”
“거기? 거기가 어딘데.”
“경우 형이 알려줬던 안마원이요.”
이한건의 물음에 성재훈은 당연하지 않냐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같은 블미션 멤버인 손재형, 조민우와 함께 천마코스의 예약을 잡아뒀던 성재훈. 세 사람은 얼마 전에 다 같이 방문해, 순서대로 안마를 받고 나왔었다.
“거기 사장님 손맛이··· 진짜 끝내주거든요.”
성재훈은 그 당시를 떠올리며 감탄을 터트렸다.
그 정도 표현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엄지손까락까지 치켜세우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극찬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반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