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will gives you a massage RAW novel - Chapter (96)
천마님 안마하신다-96화(96/309)
< 천마님 안마하신다 96화 >
“안마원이라고 하면, 그때 고기 먹으러 모였을 때 경우가 말했었던 거기를 말하는 건가?”
이한건이 기억을 더듬으며 넌지시 물었다.
당시 서경우 PD가 끝내주는 곳이 있다면서 소개했었던 안마원. 그때 안 그러던 애가 평소와 다르게 과장을 너무 심하게 해서, ‘얘가 어디 이상한 종교에 빠지기라도 했나’ 싶었을 정도라 따로 기억해두고 있었다.
“그럴 걸요. 명품한우타운에서 봤을 때였나.”
“안마원 이름이 천마안마인가 그랬었고.”
“맞아요. 특히 거기서 강태한 선생님이 하는 천마코스가 그냥 아주 제대로입니다. 아직 다른 코스들까진 체험을 못해보긴 했지만.”
성재훈이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허리를 돌리면서 말했다. 원래 항상 굳어있어 뻐근하던 곳인데, 지금은 윤활유라도 발라놓은 것처럼 술술 돌아갔다.
서로의 건강사정을 얼추 알고 지내던 사이였기에, 이한건은 그런 성재훈의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이 빤히 쳐다보앗다.
“그때 형도 저희랑 같이 예약하고 같이 다녀왔으면 좋았을 텐데.”
“일정이 있는데 어떻게 하냐. 어쩔 수 없지.”
원래는 당시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같은 날에 예약을 하려 했지만, 예약 자리가 넉넉한 것도 아니었거니와 스케쥴 문제도 있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러면 혹시 그때 경우가 오버하면서 말했던 것들이 과장이 아니었다는 거야?”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이한건은 의문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때 서경우가 뭐라 말했는지 전부 기억하는 건 아니었지만, 중간마다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있었다. 오죽하면 어디 사이비 종교에 홀린 건 아닌지 걱정을 했겠는가.
“그렇다니까요, 형.”
허나 성재훈은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땐 경우 형이 허풍도 칠 줄 아는구나, 그렇게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막상 가서 받아보니까···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한 수준이더라고요.”
“그게 다 진짜라고?”
“예. 처음에 한의원에서 맥을 짚듯이 등에다가 손을 살짝 올리시는데, 그냥 그때부터 느낌이 확! 하고 와요. ‘아, 이 사람이 뭔가 다르기는 하구나~’하고.‘
성재훈은 짧은 탄성을 터트리며 가볍게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생각만 해도 감탄이 나오는 모양이다.
“느낌만 그런 게 아니라 엄청 시원하기도 하고, 뭉친 곳도 하나하나 다 풀어주고··· 자세가 펴져서 그런가, 키도 예전보다 한 1센티 정도 커진 느낌?”
“오바가 심하다, 너희.”
“믿기 싫으면 마세요. 형 손해죠, 뭐. 사실 개인적인 욕심으로, 이런 데는 좀 안 유명해졌으면 좋겠어요. 나만 좀 받게.”
성재훈이 이한건을 흘깃 바라보았다.
“형은 갈 거면 변장 단단히 하고 가요. 거기 안 그래도 손님 많은데, 이한건도 다니는 곳이라고 소문이라도 나면, 그냥 뭐 미어터지는 거지.”
“너희도 인스타 보니까 그냥 갔더만, 뭐.”
“그래서 다음부터는 따로따로 다니려고요.”
성재훈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어쩌다 찾아낸 오아시스에 사람이 너무 몰려드는 것을 걱정하는, 그런 진심이.
‘저렇게까지 말하니 궁금하긴 하네···’
한편, 그런 성재훈의 반응에 이한건도 솔깃해하는 눈치였다. 옛말에 세 사람이 우기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서경우 혼자 말했을 때는 ‘과장이 너무 심하다’라고 생각했었는데, 다른 사람도 다녀와서 저렇게 말을 하니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실제로 오늘 촬영에서 세 명의 컨디션이 너무 좋아 보이기도 했고···’
프로그램이 컨셉 상 워낙 몸 쓰는 일이 많기도 하고, 오래하다 보니 멤버들마다 몸에 건강문제 한두 개씩은 달려있는 편이다.
예를 들어 눈앞의 재훈이는 허리에 디스크 초기증상을 보이고 만성피로가 있어, 달리기를 할 경우 1분도 안 되어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게 된다.
헌데··· 그런 재훈이에다가 같이 안마를 받고 왔다는 손재형, 조민우도 같이 회춘이라도 한 것 마냥 이리저리 뛰어다는 걸 봤으니, 적어도 특별한 뭔가가 있다는 것은 확실해보였다.
“근데 형도 그때 예약은 해두지 않았어요?”
“그랬지.”
당시 멤버들과 같이 예약을 잡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스케쥴이 비어있는 날로 예약을 하나 잡아두기는 했었다. 서경우의 말을 다 믿은 건 아니지만, 좋은 안마원을 알아둬서 나쁠 건 없으니까.
“내일이네.”
스마트폰으로 일정표를 띄워보니, 바로 다음 날 비어있는 시간에 ‘안마’라고 적혀있는 것이 이한건의 눈에 들어왔다.
“어, 그래요?”
“응. 잘 됐네. 네 말 듣고 좀 많이 궁금해졌거든.”
이한건은 그렇게 말하며 스마트폰을 집어넣었다.
한편, 성재훈은 잠시 뭔가를 고민하다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형. 내일 혹시 급한 일정이 생기거나 해서 못 가게 되면, 저한테 연락 주세요.”
“왜?”
“그렇게 대신이라도 좀 가고 싶어서요···”
감추지 않고 시원하게 드러내는 속마음.
그는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예약을 잡아놓긴 했는데, 일정이 좀 안 맞아서 한 달 뒤에나 갈 수 있거든요.”
“그 정도야?”
“주말에 예약을 잡으려니 이렇게 되더라고요. 하긴, 선생님 솜씨를 생각하면 예약이 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이긴 한데.”
허허. 내심 아쉬워하는 기색이 담긴 성재훈의 목소리에, 이한건이 짧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원래는 그냥 솜씨 좋은 안마원 정도를 생각했는데··· 계속 듣고 있으니 기대가 좀 된다.”
“형. 이거 한 가지는 제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반응에 성재훈이 검지손가락을 세우며 말했다.
“형이 뭘 기대하던, 기대 이상일 거라는 거.”
한 번이라도 직접 강태한에게 안마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결코 과언으로 들리지 않을 말이었다.
* * *
“이럴 때는 여기, 견갑골에서부터 근육 줄기를 따라가다가··· 다른 근육과 만나는 이 지점. 이 부분을 가볍게 지압해주시면 됩니다.”
아직 영업이 시작되기 전인 이른 아침의 천마안마.
일찌감치 가게에 나온 강태한은, 휴게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사람을 상대로 설명과 함께 안마의 시범을 보이고 있는 중이었다.
“이렇게 하면 굳어있는 어깨를 전체적으로 이완시켜줄 수 있고, 근육을 풀어서 그 뒤로 이어지는 안마의 효과들을 보다 증폭시킬 수 있죠.”
“오호···”
“이런 느낌인가?”
그 주변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천마안마의 다른 안마사들. 예닐곱 명 정도 되는 그들은, 강태한의 시범이 끝나자 서로 돌아가며 시범을 따라하거나 상대가 되어주면서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거기서 좀 더 안쪽, 다른 근육과 맞물리는 지점입니다. 너무 깊이 누르면 오히려 긴장으로 수축시킬 수도 있으니 너무 세게 누르진 마시고요.”
그리고 강태한은 그들 사이를 천천히 돌아다니며 위치를 교정해주거나 직접 짚어주고 있었다.
월요일 아침과 금요일 저녁마다 휴게실에서 한 시간 정도 열리는, 강태한의 짤막한 안마 강습.
그동안에도 직원들에게 안마의 기술이나 요령을 알려주긴 했지만, 지난 번 떠올렸던 생각을 계기로, 이렇게 아예 시간을 정해놓고 본격적인 강습을 하고 있는 강태한이다.
‘반응들이 나쁘지 않군.’
그렇다고 강제로 나오라하는 것은 아니고, 참가하고 싶은 사람만 시간에 맞춰서 가게에 나오면 된다.
오전이나 오후부터 일하는 사람이라면 일찍 출근해서 들으면 되고, 저녁부터 일하는 사람이라면 금요일에 수업을 받으면 되고.
본인이 원한다면 둘 다 들어도 상관없는, 강제성이 없는 자율적인 형태의 강습이었다.
‘대부분이 꾸준히 나와 주고 있기도 하고.’
다만 그렇게 했는데 두세 명만 관심을 보이고 끝이라면 별 소용이 없는 짓이지만, 다행히 대부분의 직원들이 꾸준히 나와 강습에 참여하고 있었다.
단순히 눈치 때문에 나오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의 관심과 열정을 갖고 집중을 하는 모습.
황 실장이 기존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나 추천을 받아 뽑은 인원들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성실하면서 열정까지 겸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변을 한 차례 둘러본 강태한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곳은 강태한의 가게.
직원들의 실력이 향상되고 발전하는 것은 그 자체로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이야··· 이런 거 원래 어디서 배우기 힘든데.”
“그쵸. 아무래도 잘 안 알려주려 하니까.”
다만, 강습을 받는 직원들의 만족도는 강태한이 짐작하고 있는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이었다.
안마 문화가 예전보다 대중화되긴 했지만, 안마사들 사이에는 아직 일종의 장인 문화 같은 것이 남아있어 개개인의 노하우나 요령, 기술들을 공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예전에 있던 가게는, 오죽하면 안마사들끼리 어깨 한 번 주물러준 적도 없다니까요.”
같은 안마사인 만큼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가끔 보면 정도가 심할 때가 있을 정도다.
반면, 이곳의 사장인 강태한은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관련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해줄 뿐더러, 기술과 핵심적인 요령들까지도 흔쾌히 알려주는 사람이다.
안마사로서 나름 경력이 쌓인 사람이 보기엔 정말 이례적인 경우라고밖에 할 수 없는 수준. 더군다나 알려주는 것들도 자잘한 팁이 아니라 하나하나 실제로 도움이 되는 굵직한 것들이다.
“게다가 이렇게 자기 시간까지 할애해주시고.”
그거로도 모자랐는지 이젠 아예 이런 식으로 강습시간마저 따로 마련하여 가르쳐주는 중이다.
그런데 어찌 듣지 않을 수 있겠는가. 뭐 의리나 감사 같은 도의적인 부분은 둘째 치더라도, 안마사로서 본인의 역량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사장님이 참··· 나이도 어리신데 그릇이 넓어.”
“예? 사장님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스물여섯이라고 그랬었지?”
“엑, 이십대라고요?”
“놀랄 만도 하지. 분위기만 놓고 보면 도저히 이십대 같지 않으시니까.”
“그냥 동안이신 게 아니었구나···”
침대에 누운 채 연습상대를 하고 있던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가 뭐가 중요해. 남자는 도량(度量)! 그리고 마음의 그릇이 중요한 거지. 난 이 업계에서 사장님처럼 실력 좋고 마음 넓으신 분은 못 봤다.”
“그건 그래요. 전 아저씨보다 경력은 짧지만··· 뭐라고 해야 되나, 실력의 끝을 가늠할 수가 없다?”
남자의 말에 공감하듯 좌우에 서있는 두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안마사들이 자기 기술을 잘 안 알려주려 하는 건 본인의 밑천이 드러나기 때문이기도 한데··· 강태한은 핵심적인 기술들을 알려주는데, 그런 기술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수준이다.
“크흠, 흠.”
한편, 귓가에 들려오는 그 대화가 영 불편한 사람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강태한이다.
거리도 좀 있겠다, 본인들 딴에는 안 들리는 줄 알고 얘기하는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강태한의 청각은 일반적인 기준보다 뛰어난 편이었다.
“자, 다들 다음 걸로 진도 나갈게요!”
가만히 듣고 있는 게 영 힘들었던 강태한은, 괜히 시선을 집중시켜 화제를 돌리는 것으로 그 대화를 끊어내기로 했다.
* * *
‘···이 정도면 되겠지?’
운전석에 앉은 남자는, 선바이저에 달려있는 거울로 이리저리 본인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선글라스를 쓰고 거기에 회색 후드까지 푹 덮어쓰고 있는 모습. 조금 수상해 보이는 게 탈이긴 하지만, 적어도 누구인지 알아차리기는 힘들 것이다.
“좋아.”
자기 분장에 만족한 남자, 대한민국의 대표 예능 MC중 한 명인 이한건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차에서 나와 가게로 향하기 시작했다.
“어서 오세요.”
“아, 안녕하세··· 요.”
고개를 숙여 먼저 인사를 건네는 직원.
그 인사에, 이한건은 반사적으로 후드를 벗으며 마주 인사를 하려다··· 순간 멈칫하고는, 다시 후드를 눌러쓰면서 인사를 마쳤다.
“어떤 일로 오셨을까요?”
“안마를 받으러 왔는데요.”
“혹시 예약을 하셨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서태완으로 예약이 되어있을 겁니다.”
서태완은 이한건의 매니저 이름. 당연하지만, 이렇게 변장을 해놓고 본인의 이름으로 예약을 해놓는 실수는 하지 않았다.
“네, 확인했습니다. 저쪽에 탈의실로 가셔서 이 옷으로 갈아입고 오시면 됩니다.”
“아유, 알겠습니다.”
공손하게 옷을 받아 탈의실로 걸어가는 이한건.
자기가 생각해도 자연스러운, 누가 봐도 일반인처럼 보이는 행동이었다.
한편,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난 후.
“방금 이한건 씨였죠?”
“그런 것 같다.”
옆에서 흘깃흘깃 쳐다보던 직원이 조용한 목소리로 묻자, 황 실장은 곧장 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을 감추면 뭐하겠는가. 목소리와 말투가 티비에서 보던 것과 똑같은데. 처음 목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귀가 쫑긋 세워졌던 두 사람이다.
“그래도 일단은 모르는 척 해드리자고.”
그렇게 말하면서 황 실장은 아래 선반을 열어 슬쩍 확인했다. 사인지와 액자는 아직 여분이 많아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