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ro in the military academy suit RAW novel - Chapter (2)
1. 군필 빙의자
에픽세븐은 수집형 모바일 RPG지만, 제법 스토리에 힘을 쓴 거대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다.
대충 요약하면 세계를 지키려는 여신과 그의 분신이 있고, 반대되는 세력에서 보낸 마신이 있다.
그들끼리 허구한 날 치고받고 싸우는 바람에 세계는 매번 황폐해진다.
불가피의 멸망. 그때마다 여신은 제 생명을 갈아 넣어 세계를 부활시켜 또다시 싸움이 반복.
현재 6번째 세계가 멸망 후 부활한 7번째 세계가 게임의 무대라는 설정이다.
그래서 에픽 ‘세븐’.
너무 축약하긴 했지만 대충 그렇다는 이야기다.
수집형 모바일 게임답게 스토리는 직선적이다.
주인공이자 여신의 분신(?)인 라스 엘클레어가 스토리를 따라 동료를 모으고 위기를 극복하며 마신을 물리치는 직관적인 스토리.
‘별문제 없네.’
나는 직감적으로 그렇게 판단했다.
아까 그 고철 덩어리에 비쳐 본 내 모습은 주인공 및 주변 인물과 1도 관련 없는 얼굴이었다.
그렇다는 건 조용히 무임 승차해도 세계는 알아서 구해질 거고, 그 안에서 내 역할은 없을 터란 이야기.
‘개꿀이네.’
괜히 나대다가 주인공 일행에게 휘말리지만 않으면 그럭저럭 제2의 인생을 살아갈 만할 거다.
그렇게 정리하며 ‘캐릭터 정보 창이나 보고 싶다.’라고 생각할 때였다.
눈앞에 있던 앙카라의 사체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반투명한 하늘색 구체가 덩그러니 남았다.
‘드랍 템인가? 보석?’
마치 물방울처럼 반짝거리는 물체를 집어 들자 살짝 일그러진 내 모습이 표면에 비쳤다.
그 순간, 한쪽 눈동자가 붉게 물들고 눈가가 시큰해지는 느낌이 들더니 눈앞에 가상현실 게임처럼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러셀 애시그린]성별 : 남자
나이 : 18세
직업 : ???
전투 능력치 : 129
[칭호]①마인 사냥꾼의 후예
② 나태한 염세주의자
[권능]애시그린 일족 비기(S)(전용) : ★☆☆☆☆
사냥의 시간(A) : ★☆☆☆
먹잇감 등록(B) : ★☆☆
개발자 노트(F)(전용) : ★
마치 웹소설이나 웹툰에서 볼 법한 상태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그 안에는 내가 빙의한 몸의 정보가 능력치가 넓게 펼쳐져 주르륵 나열되어 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잠깐만.
러셀?
러셀 애시그린이라고?
이 캐릭터는 에픽세븐 게임 속에 등장하는 영웅이 아니다.
심지어 상태창의 형태조차 게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장비 창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대체 뭔데 이게?’
다시 한번 확신했다.
이건 내가 알던 게임, 에픽세븐이 아니다.
에픽세븐에 러셀이란 캐릭터는 엑스트라로도 등장하지 않을뿐더러, 권능이라는 발음도 어려운 단어는 사용하지도 않는다.
러셀 애시그린.
마인 사냥꾼의 후예.
“설마… 이건?”
한번 떠오르고 나니 점점 기억 속에 생생해지는 이름이다.
게임이 아니라 게임 세계관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소설에서 봤던 이름.
하렘에 아카데미, 기갑 슈트, 먼치킨, 착각물이라는 온갖 재료를 다 섞어 만든 섞어찌개 짬뽕 소설.
작품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아마추어 글쟁이의 습작.
「아카데미의 기갑병기 마스터」
그리고 나는.
그 개연성 박살 난 소설의 작가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