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ro in the military academy suit RAW novel - Chapter (250)
24. 러셀 애시그린 실종사건
“저….”
옆쪽에서 소파에 몸을 반쯤 기대고 있던 아카샤가 조심스레 나를 불렀다.
나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던 자세 그대로 고개만 까딱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이렇게 탱자탱자 놀아도 되는 걸까요…?”
“그럼 뭐 어떡하게?”
짧은 반문에도 아카샤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내 어깨를 주무르고 있던 후배 놈을 향해 물었다.
“야 너 진짜 손 시원하다….”
“영광입니다, 선배님. 제가 최초로 발급된 사브와라 공식 안마사 자격증 보유자거든요.”
“거기는 뭔 그딴 자격증까지 발급해 주고 난리여….”
“다양한 재능이 있어야 먹고사는 동네거든요 거긴.”
후배랍시고 농사 동아리 부실에 한 자리 차지한 녀석은, 코리가 집어넣은 녀석의 끄나풀이다.
몇 주 전 그림로어 사관학교로 복귀했을 때, 코리는 학사에 없었다.
그 대신 녀석이 집어넣었다는 후배들만 농장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솔직히 도착하자마자 길을 잘못 찾은 줄 알고 발걸음을 돌렸었다.
그 정도로 농장의 모습은 극단적으로 변한 상태였다.
부실의 규모는 무슨 무슨 회사 본사 건물이라 해도 될 정도로 커졌고, 농장은 아예 전문 농부를 고용해야 할 정도로 확장됐다.
코리 놈이 얼마나 학사에 돈을 먹인 건지, 다른 동아리 전체 구역을 합쳐도 여기보다 작을 정도라고 했다.
지상 시설부터 지하 시설까지, 하나같이 리모델링되지 않은 구역이 없다.
코리는 아마도 농사왕이 되기로 한 모양이다….
아무튼 문제는 동아리실의 변화가 아니다.
정작 중요한 건 백수나 다름없는 처지로 뉴 동아리실에서 뒹굴뒹굴하는 생도분대의 상태였다.
사관학교 복귀 후 여왕의 다음 지령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놀았다.
말 그대로 매일 숨 쉬듯 하는 기본 체력 훈련을 제외하고, 그 어떤 훈련도 교육도 받지 않은 채 방치됐다.
애초에 이게 방치라고 해도 될지는 모르겠다만.
우리끼리 하는 훈련은 사실 큰 의미는 없다.
이미 분대원들 어디에 얼마만 한 점이 있는지까지 알 정도로 함께 먹고 자고 싼 세월이 길다.
대충 눈빛만 봐도 얘가 뭔 권능을 쓰고 뭔 수작을 부리려는지 아는 마당에, 실전 대련은 땅 짚고 헤엄치기나 마찬가지니까.
학과 강의? 강함을 배움의 척도라고 치면, 교수들이 우리한테 배워야 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사관학교 내 교수진 중에 생도분대원을 1:1로 상대해 이길 수 있는 인원은 없다.
기껏해야 2학년 전임교수인 다이크나 1학년 전임교수 라인하르트, 부총장인 앙레르 정도나 되어야 간신히 비벼 볼 만한 수준일 거다.
영양 농사도 무의미하다. 영약으로 오르지 않는 S급 권능 외에 대부분의 권능을 한계치까지 찍어 두었다.
새로운 권능을 배우려 해도 애초에 쓸 만한 걸 구하기도 힘든 데다 클래스나 종족의 제약도 있어 아무거나 주워 먹지도 못한다.
그런 이유로 생도분대는 말 그대로 생도라기보단 여왕의 지시가 내려오길 기다리는 소속만 생도인 특작 부대가 됐고, 여왕의 지시가 없으니 백수나 다름없는 생활을 이어 가는 중이었다.
“이런 전력을 방치하는 게 이해하기 어렵네요. 차라리 학사에서 더 배울 것이 없다면 조기 졸업시키고 전장으로 배치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에뜨랑제가 걱정스럽다는 듯 내뱉었다.
“그런 어깨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입에 발린 말해 봐야 아무 설득력 없거든?”
“…….”
에뜨랑제는 가만히 마사지나 받기로 했는지 입을 다물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푹 쉬어 둬. 쉴 수 있을 때. 여왕도 아무 생각이 없어서 근 한 달 동안 우리를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
“무슨 의도이실까요? 그 전에, 존칭을 붙이시는 게….”
“임금님 없는 자리에선 욕도 하는 거랬다.”
“불경합니다….”
“우리가 이곳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사관학교는 난공불락의 요새가 되잖아. 그사이 다른 경비 병력을 빼다 쓸 수도 있고. 요근래 경비가 좀 허술해지지 않았어?”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체력안배를 하겠단 거지. 생도분대의 실력은 확실히 증명됐고, 우리가 나설 정도의 전장이라면 상당히 빡셀 테니까.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 동안 최대한 편히 쉴 수 있도록 적당히 돌리겠다는 거 아니겠어? 그러니 안절부절못하지 말고 편히 쉬라고. 휴식도 훈련이니까.”
“과연 여왕 폐하께서는 현지하시기 그지없네요.”
에뜨랑제는 한시름 놓았다는 듯, 다시 편안히 후배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애초에 사관학교 입학생 정도 되는 인재를 하인 부리듯 쓰는 게 조금 미안하긴 했지만, 애초에 코리가 안배한 이들이다.
대장장이, 제약, 농사 등등 지원 분야 특기생에게 예절과 마사지 등등 주인을 모시는 교육까지 철저하게 진행해 이곳에 배치했으니까.
모르긴 몰라도, 그들이 수료하고 그림로어에 입학하는 데도 적지 않은 입김이 들어갔을 터다.
코리 놈은 끝도 없이 성장하는 중이었다.
학기 중에 제멋대로 학사를 벗어나 사브와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게 그 증거였다.
‘물어볼 게 많은데 정작 한가할 때 없다니까, 그 녀석은.’
코리는 이런저런 정보들을 수집해 내게 보내 주고는 있었지만, 당사자가 없으니 조금 불편하긴 했다.
웬만하면 녀석에게만 의도를 알리고 정보를 모아야 하는 것들도 있었으니까.
지금 내 가장 큰 고민은 이후 메인 에피소드였다.
6막, 폴리티아의 추적자들.
7막, 이교도 소탕.
이 두 개의 메인 에피소드가 없어진 자리에 무슨 일이 벌어질 지 가늠이 안 되어서다.
‘슬슬 6막이 시작될 타이밍인데.’
폴리티아의 자동인형들은 사전에 제압해 에피소드의 진행을 막았다.
인형들이 미마를 다시 노릴 가능성은 희박하고, 설령 다시 온다고 하더라도 미마의 몸속 안전장치들이 사라진 지금, 이 정도로 성장한 우리를 헤치고 미마를 납치할 수 없다.
놈들에게도 정보통이 있을 테니, 전쟁을 일으킬 생각이 아니라면 곱게 포기하고 돌아갈 거다.
7막은 더더욱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
마인 데이몬은 아예 왕궁 지하 감옥에 갇혀 이단심문관에게 탈탈 털리다 폐인이 되어 버렸고 에피소드의 주 무대인 이교도 본거지는 이미 지하 깊숙한 곳까지 폐허가 됐다.
개꿀인가…?
이대로 귀찮은 에피소드들이 사라진다면 그 틈에 힘든 전장에 파견돼 전황을 유리하게 바꿀 수도 있다.
그러면 최종장에서 더 편해지겠지.
문제는 [개발자 노트]가 이런 내 상황을 가만히 놔둘 것이냐인데….
나는 습관적으로 [개발자 노트]를 딸깍 켰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타이밍 좋게도 때마침 업데이트된 것이었다.
6막의 시작일에 딱 맞춰 업데이트되었다는 건… 역시 사건 대체인가?
나는 생각을 멈추고 시스템창을 바라보았다.
변경사항 : 에피소드 「폴리티아의 추적자들」, 「이교도 소탕」
자동인형들은 ‘저격형 미마’의 확보를 포기하였고 마인 데이몬과 이교도들은 이미 제압되었습니다.
에피소드의 진행이 불가능해진바, 두 개의 에피소드가 사라진 인과로 발생한 새로운 에피소드로 대체됩니다.
에피소드 「폴리티아의 추적자들」, 「이교도 소탕」이 에피소드「러셀 애시그린 실종사건」으로 변경됩니다.
① 실종된 러셀 애시그린을 확보하십시오.
② 군단장급 마인 ‘레몬’을 추적하십시오.
실패 시 : 러셀 애시그린 사망
예상대로였다.
두 개의 메인 에피소드가 합쳐져 새로운 메인 에피소드 한 개가 탄생한 거다.
나는 속독으로 빠르게 시스테창을 훑어보고는 다시 꼼꼼히 [개발자 노트]를 읽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실종되고, 그걸 구출하는 에피소드.
아니, 이렇게 성장해 놓고 실종을 당하다니 웬 모지리인지 다시 한번 확인을―
「러셀 애시그린 실종사건」
실패 시 : 러셀 애시그린 사망
“……?”
한 뒤 그대로 벌떡 일어났다.
뭐야, 나잖아?
내가 실종된다고?
* * *
“출장이다. 이번에도 부디 몸 조심히 다치거나 죽는 사람 없이 다녀오도록.”
학사 복귀 후 정확히 한 달이 지난 뒤, 오리건을 통해 여왕의 명령서가 전달됐다.
나와 휴고가 올린 분대 별도 운영에 대한 장계도 받아들여졌다.
“1분대는 사브와라로, 2분대는 티렐 왕성으로 이동해서 각각 신수병기 알카서스, 하니앤과 싱크로를 끝낼 것. 이게 이번 임무다.”
우리는 곧바로 출타 신고를 한 뒤, 분대를 나누어 출발했다.
사브와라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씨씨나 사막 지역을 처음 경험하는 몇몇 분대원들은 제법 들뜬 표정이었지만, 내 머릿속에는 오직 다음 에피소드에 대한 고민뿐이었다.
[개발자 노트]가 변경된 이후, 추가로 바뀐 내용이나 얻은 정보는 없었다.완전히 새로운 에피소드이기에 사전 지식도 부족하다.
‘납치가 아니라 실종이라.’
타의로 내가 사라지게 된다는 건 아닐 거다. 애초에 소란 없이 1분대에서 날 납치할 방법은 없다.
주적은 ‘군단장급 마인 레몬’.
‘언제 군단장까지 올라갔대…?’
나는 초고속으로 승진한 호적메이트(이 세계에도 호적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를 떠올리며 혀를 찼다.
4막 당시에만 해도 레몬은 토벌급이었다.
마신군이 급수를 올리는 방법은 단 하나. 여신군을 많이 잡아먹고 마기를 채워 그 공로를 인정받는 것.
헌데 레몬은 전장이든 후방이든 활동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그저 행방이 묘연하다는 정보만 반복적으로 들어왔을 뿐.
‘활동 지역이 타라노르일 가능성이 크겠네.’
웬만한 정보원들도 쉽사리 활동하기 어려운 지역.
이제라의 우방이었지만, 현재는 문을 걸어 잠그고 철저한 쇄국정책으로 일관하는 국가.
그리고 그 실상은 마인들의 온상이자, 군주급 마인 프리드리히의 지배하에 있는 나라.
그곳이라면 각국 정보원들의 눈을 피해 공적과 힘을 쌓기에 유일한 선택지였을 거다.
‘세크레트와 라비가 붙잡힌 빈자리를 메운 모양이네.’
대표적인 두 행동대장의 역할을 대신해 은퇴한 퇴역병이나 옛 영웅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암살하는 역할.
그게 레몬이 성장한 길이었을 터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사브와라에 도착하자마자 타라노르 쪽 정보원을 한번 만나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히이잉―!
그때였다.
행렬이 멈추고, 수레와 마차를 끌던 낙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빼꼼 내밀자 분대원들도 하나둘 고개를 밖으로 꺼내 무슨 일인지 확인하고 있었다.
“뭐야?”
“누가 길을 막고 있는데?”
익숙한 행색. 익숙한 분위기.
나는 기시감을 느끼며 행렬을 가로막은 수인들을 확인했다.
사브와라 길목에 수인 도적 떼가 많기로 유명하다지만, 상행 두 번에 도적 두 번을 만나다니….
여기 치안 괜찮은 거 맞냐….
도적들은 ‘크하하! 가진 걸 다 내놓아라.’ 따위의 대사를 내뱉는 대신 살기등등한 기세로 병장기를 꼬나쥔다.
최근엔 순순히 털려 주는 상행도 없고, 도적 떼들도 수월하게 물건을 털어 본 적 없어 생긴 특징이다.
문답 무용.
뺏거나, 죽거나.
지키거나, 도망치거나, 빼앗기거나.
사뭇 장엄하기까지 한 도적들의 기세에 생도분대원들이 감탄했다.
“우와, 나 도적 처음 봐.”
“허약해 보이는데 도적질은 제대로 하려나 모르겠네. 근데 왜 아무 말들이 없지?”
리지가 신기한 듯 눈을 빛내고, 레오가 혐오스럽다는 듯 내뱉었다.
“쯧. 바위와 모래 종족이군. 저치들은 왜 이렇게 도적질을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단 말이다.”
씨씨는 그들의 종족을 눈치챘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잘됐다. 낙타들 좀 느려서 답답했는데. 쟤들 살려서 여기 수레랑 마차 좀 끌게 해라.”
나는 별일 아닌 일에 신경 쓰기 싫어 한마디만 남기고 다시 고개를 집어넣었다.
사관학교의
슈트 입는 영웅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