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ro in the military academy suit RAW novel - Chapter (255)
24. 러셀 애시그린 실종사건
공중 비행까지 가능한 출력의 가속 기능.
훌륭하다.
신수 병기에 탑승하면 권능 [그림자 걷기]와 하니앤을 이용한 공중 전투가 불가능해져 기동력이 떨어질까 걱정했었는데, 그 부분은 해소되었다.
게다가 [가속]후 찌르기로 창격의 위력을 배가하기도 좋을 테니, 여러모로 기능성이 좋은 권능이다.
“두 번째 권능은 [소닉 붐]입니다.”
“클래식하네.”
나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던 이름에 웃음 지었다.
하니앤은 바람 속성 신수다. 사막 지역에서 바람 속성이 웬 말인가 싶긴 하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러니 관련 권능도 속성과 연관되어 나올 거라 예상했다.
흔히 유체압력의 충격파로 발생한다는 [소닉 붐]은 바람 속성 또는 소리 관련 기술의 끝판왕으로 등장하곤 했으니까.
‘광역기네.’
내게 가장 부족했던 분야, 약한 적 다수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능력을 커버해 줄 수 있는 좋은 권능이다.
나는 [소닉 붐]에 대한 스펙과 설명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권능은….”
분명 두 권능 다 좋지만, 어쩐지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나는 큰 거 한 방이 나오기를 고대하며 이드라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저희도 알 수 없습니다.”
“……? 뭐야, 장난해?”
“하하. 장난치는 건 아니구요. 세 번째 권능은 싱크로 작업이 끝나야 알 수 있습니다. 앞의 두 권능은 권능석과 과학기술을 접목해 인위적으로 기체에 탑재한 능력이지만, 세 번째 권능은 말 그대로 여신이 내리는 고유 권능이거든요.”
“뭔 말인지는 알겠는데….”
나는 알아들었다는 듯 찡그렸던 인상을 펴며 대답했다.
이상한 일이다.
신수병기 쪽 설정은 왜 이렇게 소설과 다른 부분이 많지?
내 설정이 부실해서 채워진 건지, 아니면 원작과 뒤섞이면서 달라진 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계속해서 입력되는 통에 다소 정신이 없어지려 했다.
“제온의 [오메가 블러스터]나, 카즈란의 [시간 도약] 같은 권능이 대표적이죠.”
이드라는 날 바라보며 씩 웃다가 덧붙였다.
“신수병기는 참 신기하지 않습니까. 과학의 산물이자 동시에 여신의 축복인지라 아직도 연구하고 개발할 분야가 산더미 같지요.”
“싱크로부터 빨리 끝내야겠어.”
“기대하시는 마음 이해합니다. 그런데 그 전에, 시급한 사안이 있어서요.”
“말해.”
“아직 병기 전용 무기를 디자인하지 않았습니다. 원하시는 형태가 있다면 참고하겠습니다.”
나는 대답 대신 등에 메어 두었던 월광쌍익을 건네주었다.
아무래도 주 무장은 사용하던 걸 그대로 쓰는 게 익숙하고 좋을 듯싶어서였다.
“내 체격과 병기 사이즈를 고려해서 같은 밸런스로 만들어 줘.”
월광쌍익을 받아든 이드라는 오,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제법 잘 만들어진 무구군요.”
“삼촌의 유품이야. 칭찬 고마워.”
이드라는 월광쌍익을 이리저리 훑어보더니, 고개를 갸웃 기울이며 물었다.
“한 자루면 되겠습니까? 무게중심을 보니 두 자루가 한 쌍이었던 것 같은데요.”
“…너 제법 유능하네?”
솔직히 나이가 어려 보이는데 관리총책이라 하니 영 못 미더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대장장이로서는 한가락 하는 인물인가 보다. 눈썰미가 예사롭지 않은 걸 보니.
“영광입니다. 좋은 무기는 누가 봐도 태가 나는 법이라서요.”
이드라는 웃으며 대답하곤 부하 직원들에게 월광쌍익을 건넸다.
“그럼 싱크로 작업을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개폐구 개방!”
이드라의 호령에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내 병기의 중앙 개폐구가 열렸다.
“오름판을 준비하겠습니다.”
“괜찮아. 이 정도는.”
나는 곧바로 [그림자 걷기]로 개폐구 안쪽으로 순간 이동했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놀라운 권능이군요. 그 정도로 빠르고 즉각적인 이동 권능은 처음 봅니다.”
“좋은 권능이지.”
나는 이드라의 감탄에 동의해 주었다.
개폐구가 닫히고, 이드라의 목소리가 통신음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 잘 들리십니까?
“응.”
– 콕핏의 형태는 기본적으로는 모션 캡처 방식입니다만, 육체를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으시면 따로 조종간을 설치할 수도 있습니다.
“이게 편해.”
–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하니앤은?”
– 준비되었단다.
곧바로 하니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아마도 기체의 코어부에 융합된 상태일 거다.
[싱크로 시스템을 가동합니다.]웅웅거리는 기계음이 귓가로 들어왔다. 뒤이어 은빛 빛줄기가 내 몸을 한번 감싸고 지나갔다.
– 몸을 움직여 보시겠습니까?
이드라의 말에 내가 손발을 움직여 보려 했다.
하지만 마치 콘크리트 벽 사이에 낀 것처럼 손가락 하나 꿈쩍할 수 없었다.
“…안 움직이는데?”
– ……그럴 리가요.
– ……응?
내 말에 이드라도 당황했고 하니앤도 당황했다.
안 움직여지니까 안 움직인다고 말했을 뿐인데.
– 그럴 리가 없는데. 분명 싱크로 시스템은 정상 작동을….
“답답하니까 빨리 해결 좀 해 봐.”
옴짝달싹할 수 없다는 건 생각보다 좀이 쑤시고 불편했다.
내가 억지로 몸을 움직이려 들자 파지직, 하고 스파크가 튀어오른다.
“아으, 따가워!”
용솟음치는 고통에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 싱크로가… 거부됐어?
– 일단 멈추겠습니다!
[싱크로 시스템을 중단합니다.]몸을 옥죄고 있던 속박이 풀리고, 나는 휘청거리며 병기에서 내려왔다.
더러운 느낌에 절로 욕지기가 차올랐다. 으르렁거리듯 이드라를 윽박질렀다.
“뭔데. 제대로 설명해.”
“그… 아무래도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방법을 써 봐도 괜찮겠습니까?”
“…그래.”
뭔가 잘못된 것은 같은데 기술자들도 원인을 알 수 없다니.
나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너무 불쾌한 느낌에 화풀이하긴 했지만, 솔직히 그의 잘못은 아닐 테니까.
“미안. 좀 신경질적이었네.”
“괜찮습니다. 시작하시죠.”
“후우.”
한숨을 내뱉으며 다시 콕핏 안으로 들어섰다.
[싱크로 시스템을 가동합니다.]이번엔 빛줄기가 나오는 대신, 뒤이어 발밑에서 파문이 일어나며 연푸른 보석 하나가 밑에서부터 올라왔다.
이건 ‘프리마의 조각’이라는 거다.
대륙의 근원을 이루는 죽은 신의 파편.
마신이 오르비스 대륙을 노리는 원흉이자, 여신이 지켜내고자 하는 신의 힘이자 신수병기가 가진 힘의 원천이다.
– 프리마의 조각에 손을 대시고, 본인의 사명을 비장하게 다짐해 보십시오. 큰 소리로 외치면 더더욱 좋습니다.
“……유나 때는 이런 절차가 아니었는데.”
– 이건 보다 전통적인 방법입니다. 최근 병기들은 성능이 좋아져 자동으로 탑승 후 싱크로가 진행됩니다만… 과거에는 모두 이런 방식을 사용했죠.
“알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프리마의 조각에 손을 올렸다.
비장하게 사명을 외치라니….
물밀듯이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차마 입은 열지 못하고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내 사명은 세계 구원이다.
그러자 조금 전처럼 은빛 빛줄기가 내 몸을 스치고 지나갔고, 조각은 다시 하강해 사라졌다.
하지만 몸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조금만 억지로 움직이려 들면 곧장 스파크가 튀어 뇌를 불태워 버리는 통증이 엄습했다.
“……썅.”
나는 콕핏에서 내려와 구역질하며 속을 게워냈다.
* * *
나는 비장하게 싱크로 작업에 돌입했고 처참하게 실패했다.
시작한 날 뒤로 며칠 동안이나 계속해서 시도했지만, 늘어나는 건 내가 게워낸 토사물들뿐이었다.
슬슬 내 식단을 기술자들에게 공개하는 것도 지겨워 아예 물만 마시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늘도 여느 날처럼 개고생하던 와중이었다.
내 소식을 들은 건지 코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격납고에 들어왔다.
“러셀, 괜찮아?”
나는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간이 의자에 몸을 기댄 채였고 하니앤이 내 손을 핥아 주는 중이었다.
“때려치울까….”
“진짜 많이 힘든가 보네….”
나는 누군가와 대화를 할 상태가 아니었다.
코리는 곧바로 이드라에게 다가가 물었다.
“원인이 뭐래요?”
“글쎄요.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습니다. 그간 기록을 전부 뒤져 봤는데,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케이스더라구요.”
“어떤 케이스가 있었죠?”
“한 번은 신수가 가짜였습니다.”
– 나는 가짜가 아니야!
벌떡 일어나 하울링하는 하니앤을 본 이드라가 당황해 손사래 쳤다.
“물론 하니앤 님은 진짜 신수시지요. 이전에 병기를 운용한 기록도 남아 있지 않습니까. 대부분 그런 경우였다는 말씀일 뿐입니다. 하나 다른 케이스가 있는데, 그건 음….”
이드라는 조심스럽게 말끝을 흐렸다가, 다시 이었다.
“계승자의 머릿속에 마의 씨앗이 심겨 있었던 경우였습니다만….”
“코리야, 저 새끼 좀 자르자…. 저거 분명 돌팔이야….”
나는 아교를 바른 듯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어 간신히 내뱉었다.
코리는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하하, 그분은 내 소관이 아닌걸? 이제라에서 직접 파견하신 고위 공직자셔….”
…그런 거였냐.
어쩐지 부하 직원 치고는 기도 안 죽고 과하게 능글거리며 너스레를 떤다 싶더니만….
“하하. 이래 봬도 여왕께서 직파한 기술자입니다. 미덥지 못하신 건 이해하지만, 아마도 이건 저보다는 계승자님의 인성 문제가 아닐까 싶….”
곱게 들어 올려진 내 가운뎃손가락에 이드라가 멋쩍게 웃으며 입을 다물었다.
아이고 골이야….
“인성은 썅… 계승자라고 뭐 다 성인군자라는 법 있냐….”
“보통 계승자들 하면 인성적으로는 흠결 없는 편이지 않아?”
“넌 누구 편이야….”
나는 불쑥 끼어든 코리를 당겨 와 꿀밤 형에 처했다.
“크라우 경 성질머리 못 봤냐. 거의 성격파탄자라고. 이세리아 경도 어? 얼마나 고집불통인지 네가 알아? 원래 계승자란 족속들이 어딘가 하나씩 꼬여 있는 거라고. 내가 너무 정상적이라 안 되는 거겠지.”
“아잇, 말조심해…!”
“그렇다면, 신수 하니앤 님과 교감이 부족하신 것 아닐까요?”
이드라의 말에 내가 물끄러미 시선을 보냈다.
무슨 말이냐는 의도의 눈빛이다.
“싱크로 작업은 굳이 풀어 설명하자면, 프리마 조각에 계승자님의 신성을 담는 과정입니다. 신성은 ‘사명’에서 근원하죠. 뭐… 어렵고 난해한 말로 들리시겠지만, 쉽게 말해 두 분의 사명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하니앤과 시선을 교환했다.
“네 사명은 뭔데?”
-사특한 마신으로부터 세계와 사브와라를 구하고 여신의 사랑을 피조물들에게 전하는 것이지.
“나도 비슷한데? 뭐가 다르다는 거야?”
여신의 사랑 어쩌고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목표도 세계 구원은 맞다.
맞잖아?
그것 때문에 이 염병을 떨고 있는 건데.
하지만 이드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망언을 내뱉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겉으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스스로의 진짜 마음을 외면하고 계실지도 모르거든요.”
“아니 그거 말고 무슨 마음? 아니라니까?”
“계승자로서 성공해 세상 모든 여자를 품에 안고 하렘을 꾸리시겠다는 음험하고 음습한 욕망을 지니고 계신다든가….”
“코리야 팔 놔. 그냥 이 새끼 죽이고 세계는 멸망하라고 둬야겠다.”
“차, 참아!!”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사관학교의
슈트 입는 영웅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