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ro in the military academy suit RAW novel - Chapter (257)
24. 러셀 애시그린 실종사건
하니앤은 한참이나 대답이 없었다.
그 침묵이 마치 부정을 뜻하는 것만 같아 그대로 낙담 모드에 들어갔다.
그래 썅… 뭔가 조건이 안 돼서 억지로 부수고 끼워 맞춘 상황에 고유 권능 같은 게 생길 리가….
– 미안하구나, 잠시 확인하느라 정신이 팔려서. 일단 한번 사용해 보는 게 나을 것 같다.
“미친, 생겼어?”
이게… 되네?
진짜 이 부대찌개 세계관은 알다가도 모르겠단 말이지….
– 권능 명칭은 [사이클론 히트]다.
“뭐야 그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쳐야 할 것 같은 이름은?”
– 나도 신수로서 존재했던 역사 중 이런 능력은 처음 느끼는 거라, 뭐라 설명하기 애매하구나. 단순하게 생각하면 평범한 권격인데….
“펀치란 말이지?”
하니앤은 긍정했고, 나는 납득했다.
신수병기의 고유 권능이란 모름지기 단순하고 명료하고 강력하기 마련이다.
카즈란의 [시간 도약]은 범위 내 공간을 과거의 시간으로 되돌린다.
제온의 [오메가 블러스터]는 사도의 방어력까지 관통해 뱃가죽에 구멍을 낼 정도로 강력한 에너지빔을 사출한다.
알카서스의 [번개 충돌]은 엄청난 범위를 동시에 타격하고 동일한 범위의 아군의 공격력을 극단적으로 올려 준다.
신수 병기의 권능은 간결할수록, 위력이 대단한 법이다.
– 바람의 힘을 모아 일직선으로 한 방향을 타격하고 ‘바람길’을 만드는 능력인 듯하다. ‘바람길’은 그 길을 통해 너와, 네가 아군이라 인식한 대상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길이란다.
“오….”
참을 수 없다.
나는 당장 신기술을 시험해 보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다.
“이드라. 성능을 시험해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좀 넓고 안전한 곳으로 기체를 옮길 수 있어?”
– 당연히 내부에 시설을 갖춰 두었지요. 이쪽입니다.
이드라는 마이크 수신기를 든 채로 북쪽 벽면에 다가가 툭툭 두드렸다.
벽면에는 마치 사격판처럼 원형의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괜히 기둥 건드려서 이거 건물 날아가면 어쩌려고?”
– 이 방향의 위쪽으로는 전부 공터입니다. 게다가 지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토대 공사를 모두 해 두었죠. 물론 정확히 표적을 타격하셔야 합니다. 다른 곳을 함부로 치시면 말씀하신 대로 건물이 무너집니다.
“아무리 봐도 좀 불안한데.”
– 하하. 이건 성능 테스트를 위한 가벽이에요. 안쪽으로도 총 16개의 건물 지지와 관계없는 가벽이 세워져 있고요. 몇 개나 부서지느냐로 위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16개라. 많기는 하네.”
– 시뮬레이션 결과 제온의 [오메가 블러스터]의 위력으로 11개의 가벽을 관통할 수 있다고 나왔습니다. 알카서스의 [번개 충돌]은 6개의 벽을 관통한다고 판단되고요.
그 말에 신수에서 내려 벽을 두드려 보았다.
두께가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크고 단단하다.
과연 내 본연의 힘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일까.
나는 한 발자국 떨어져서 소울을 잔뜩 끌어 올렸다.
우우웅―
순도 높은 소울이 가동파츠 건틀릿에 가득 차오르고, 다음 순간 내가 휘두른 주먹이 가벽에 그대로 내다 꽂혔다.
쾅!
짧고 강렬한 충돌음.
요란한 흙먼지를 일으키며 벽에 균열이 생겨났다.
놀랍게도 벽은 반대쪽이 희미하게 보일 만큼 꽤 뚫렸는데도 무너지지 않고 멀쩡했다.
“진짜 튼튼하네.”
“그걸 주먹으로 뚫는 계승자님도 정상은 아닙니다….”
“대충 강도 경도는 알아야지 나도.”
“이러면 위력 측정에 방해가 된다고요. 한 개 치 기록을 날로 드실 생각이십니까?”
“뭘 또 그렇게까지….”
이드라는 그렇게 구시렁거린 뒤 거대 공구함에서 사람 키만 한 망치를 질질 끌고 왔다.
그런 다음 몸의 근육을 크게 부풀리더니 망치를 횡으로 휘둘러 벽을 때리는 것이었다.
뇌가 쿵쿵 울릴 정도로 강렬한 충격이 이어졌다.
충격파가 파장처럼 우리를 스쳐 지나가고, 잠시 후 가벽이 부서져 내렸다.
“…….”
“그렇게 쳐다보지 마세요. 이미 계승자께서 균열을 다 내놓은 상태 아니었습니까.”
“그렇긴 한데, 감안해도 웬만한 영웅보다 세겠는데… 여차하면 차출해서 전투원으로 써도 되겠는걸.”
“하하. 뭐 여기가 습격당하면 목숨을 내놓고 지키는 역할이기도 하죠. 이래 봬도 최전방 전투 대장장이 출신이니까요.”
“우리 삼촌이랑 같네. 삼촌도 최전방 전투 대장장이였거든.”
“오, 저 창을 만드신 분 말씀이시죠? 혹시 존함을 알 수 있습니까?”
“카터. 대장장이 카터라고 알려나?”
내 말에 이드라의 눈이 번쩍 뜨였다.
표정에 깃든 건 반가움이다.
“알다마다요! ‘아즈마칼리스전 108 용사’ 중 유일한 대장장이 직군! 이쪽 업계에서야 뭐 전설이죠.”
“흠, 그 정돈가…?”
“대단한 분의 조카셨군요. 전설 속 대장장이의 혈육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무래도 그 소문, 진짜 과장된 것 같거든….”
턱수염 지저분하게 기른 동네 딸바보 아저씨를 저렇게까지 추앙할 일인가…?
나는 더 오해가 커지기 전에 친조카가 아니라는 말을 첨언해 준 뒤, 포션으로 소울을 회복하고 다시 기체에 탑승했다.
– 주먹을 뻗기 전처럼 팔을 뒤쪽으로 힘껏 당겼다가, 내가 신호를 주면 내질러 보렴.
“좋아. 준비됐어.”
주먹을 뻗기 전 자세를 잡고선 표적을 눈에 담았다.
그러자 소울이 마치 폭포수처럼 빠져나가며, 주먹에 담기는 게 느껴진다.
“잠깐만, 이거 빠져나가는 속도가 너무 빠른―”
탈력감이 느껴질 정도로 소울이 훅 빠져나갔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 휘청거리는 몸의 균형을 간신히 다잡았다.
– 지금이야.
하니앤의 신호에 반사적으로 주먹을 뻗었다. 주먹 주변에 맴도는 돌풍은 마치 드릴이라도 손에 단 것처럼 눈에 선명했다.
어지럼증 때문에 제대로 체중도 싣지 못한, 엉성한 펀치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남은 15개의 가벽 중, 절반이 넘는 9개의 가벽이 부서진 것이었다.
“……호오.”
누군가의 감탄사 이후, 버티고 있던 가벽 하나가 추가로 부서졌다.
총 10개.
제온의 [오메가 블러스터]에 비견되는 위력의 권능이었다.
* * *
매일 하루에 8시간씩 신수병기 운용 훈련을 진행하기로 합의한 뒤, 나는 코리와 연합 본부에서 빠져나왔다.
“알아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어?”
내 질문에 코리가 목소리를 낮추고 대답했다.
“네 말대로더라. 로즈 뎁 백작님께서… 실종되셨어. 전장에 파견된 가문의 부상자들을 직접 인솔해서 귀환시키는 과정에서 사라지셨대. 호위대랑 같이 통째로.”
“대귀족이 실종된 것치곤 이상하네. 왜 이렇게 조용한데?”
“백작가에서 쉬쉬하고 있는 모양인가 봐. 리지가 걱정할까 봐서일 수도 있고, 아무래도 수장을 잃은 가문의 명예가 실추되기 전에 자기들 선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게 아닐까?”
“…흐음.”
“이제 얘기해 줘. 왜 백작님이 실종됐는지 알아보라고 한 건데? 넌 어떻게 알았어?”
나는 코리의 질문에 고민했다.
일단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진위를 확인하도록 했으나, 가문에서도 극비로 조사하고 있는 가주의 실종을 수백 킬로미터는 떨어진 내가 알고 있다는 점.
코리로서는 당연히 의문스러울 테니까.
“레몬한테 연락이 왔어.”
“레몬? 레몬이라면 그, 네….”
“그래. 내 생물학적 누나, 마인 레몬.”
“……!”
“아무래도 그 자식이 백작을 납치한 것 같다. 타겟은 나야. 내가 혼자 오지 않으면 리지를 아빠 없는 애로 만들어 버리겠다네.”
코리는 한참이나 말없이 걸었다.
녀석도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듯.
“응한다면 뻔한 함정, 응하지 않으면 내부 분열이네.”
“그걸 노렸겠지.”
“이 사실은 나 말고 누가 알아?”
“하니앤.”
내 호명에 어깨에 매달려 있던 하니앤이 고개를 들었다.
“모른 척 넘어가라는 건 너무 야비하게 들리는 말일까…? 어차피 너 때문도 아니잖아.”
“상인 놈다운 해결책이구만.”
“하지만 이건 명백히 백작님의 실책이야. 그분의 딸이 여왕 폐하의 직속 영웅으로 활약하고 있는 순간, 본인의 일신이 리지의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걸 자각했어야지. 그만한 힘과 권력을 쥐고도 납치라니, 너무 안이하고 무책임해.”
“맞는 말이긴 한데, 레몬 이 새끼, 군단장급까지 올라갔어. 여신군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새로운 군단장의 출현인 셈이지.”
“…….”
“백작이 감당할 깜냥의 급이 아니란 얘기고. 몰랐다면, 당할 수밖에.”
코리가 마주했던 건 고작해야 토벌급 와이번 정도다. 그만한 적에도 압도적인 위압감을 느끼고 결국 전투직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그러니 그 윗선의 적이라 하면 그에게는 그저 까마득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리고 외면하는 건 미봉책일 뿐이지. 이번에 반응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내 주변을 건들 거야. 높은 확률로 네가 타깃이 될지도 모르지. 넌 군단장급 마인 상대로 버틸 수 있겠냐?”
“내가 경솔했네… 어떻게 하려고?”
“타라노르쪽 상행을 더 많이 뚫어. 일단 최대한 정보를 모으자. 자금은 필요하면 영약이라도 몇 개 풀어서 충당하고. 어떻게든 꼬리를 잡아 줘라. 네 역할이 중요하다.”
“응. 최선을 다할게.”
내가 굳이 의욕을 고취시키지 않아도, 코리는 충분히 최선을 다할 거다.
레몬의 칼끝은 언제라도 코리 자신을 향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전에 말했던 의뢰들이야. 연합의 자경단 의뢰로 들어온 것 중에서 나랑 직간접적으로 연관 있는 것만 따로 추렸어. 앞에서부터 우선순위를 붙여 놓았으니 확인해 줘.”
“그래.”
나는 코리가 건넨 서류를 확인했다.
제법 중요한 문제부터, 정말 시시콜콜한 문제까지.
다양한 의뢰가 한데 뭉쳐 있었다.
“위명 자자한 생도분대원들에게 이런 걸 시키는 게 정말 맞긴 한가 싶은데….”
“집 나간 고양이 찾아 달라는 건 좀 선 넘긴 했네.”
“헤헤. 우리 상단 핵심 인물의 의뢰거든. 그 정돈 돼야 힘이 실리지 않을까?”
“하여튼 쓸데없이 유능한 놈.”
코리의 상단에 복귀한 뒤, 나는 곧바로 분대원들을 소집했다.
그동안 분대원들에게는 낮에는 정보 수집, 밤에는 개인 훈련을 시킨 상황이었다.
“잘들 쉬었지? 이제 일하자.”
나는 코리에게 받은 서류뭉치를 분류하기 시작했다.
정령사의 힘이 필요한 치료 의뢰들.
마적, 도적 토벌.
미스터리한 사건 해결 의뢰.
기타 등등.
종류도 다양했다.
“레오는 한동안 바쁠 거야. 나도 신수병기 컨트롤 연습하느라 정신없어. 그러니 여기 있는 의뢰들은 너희들끼리 해결해야 해.”
여덟 명의 분대원들이 호기심 넘치는 표정으로 다가왔다가 금세 경악한다.
“중간중간 이상한 것들이 껴 있는데요…?”
아카샤는 ‘뢰트람 여상의 고양이 찾기’ 의뢰를 들어 보이며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까라면 까.’라는 친절한 설명으로 그들이 해야 할 당위성을 해결해 주었다.
“도미니엘, 너는 할 일이 따로 있어. 네 힘으로 여기 지역 혹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봐. 필요한 정보는 코리에게 부탁하고.”
“네? 제가요?”
“그래. 니가요.”
“호, 혼자서요…?”
“정령왕의 후계자가 약한 소리 할래? 너 혼자 충분히 해결할 수 있어.”
나는 울기 직전의 표정을 짓는 도미니엘로부터 시선을 거뒀다.
“그리고 미마, 리지, 에뜨랑제 선배는 흡사 쪽 문제 좀 해결하고 와. 지휘는 선배가 하고. 방식은 유령 해협 때와 동일해.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하고.”
에뜨랑제는 생소한 조합에 일순 당황하는 듯 보였지만, 이내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후배님이 없는 첫 번째 임무군요. 반드시 완수할게요.”
“무리하지 말고, 빡세다 싶으면 버티기만 해. 너무 오래 걸린다 싶으면 도우러 갈 거니까.”
“네.”
“아카샤, 아이아나는 여기 의료 봉사 쪽 의뢰 처리하고. 빌레나는 이거 미제 사건 쪽. 씨씨는 수인들 전문 의뢰.”
나는 깔끔하게 적성에 맞는 임무 배치를 끝낸 뒤 손뼉을 두어 번 쳤다.
“자, 일하자.”
사관학교의
슈트 입는 영웅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