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ro in the military academy suit RAW novel - Chapter (27)
5. 시험의 섬, 습격
봉우리의 온 천지가 달큰한 설탕 과자 냄새로 가득했다.
수백 마리의 야들야들한 먹잇감들이 산속 곳곳 숨어 있다는 방증이다.
강아지를 닮은 상판의 마수에게서 이런 냄새를 맡아야 하는 건 정말이지 고역이지만, 어쨌든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굳이 훈련 중 배운 추적술이나 마수 사냥법을 복기하지 않아도, 후각만으로 목표물을 찾아다닐 수 있으니까.
시험의 섬에는 두 개의 봉우리가 있다.
하나는 동쪽, 하나는 서쪽.
그리고 각 봉우리에는 두 무리의 놀 집단이 배치된 상황이다.
동쪽에는 놀 워리어와 일반 놀 이백여 마리.
서쪽에는 놀 엘리트와 일반 놀 이백여 마리.
그중 내가 향한 곳은 서쪽 봉우리였다.
시험의 섬에서 놀 엘리트를 잡아 얻을 수 있는 두 개의 권능 중 하나, [무기 각인]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다른 하나. 놀 워리어에게서 획득 가능한 [광폭화]는 정사대로 주인공 휴고에게로 돌아갈 거다.
두 권능은 아주 희귀한 권능은 아니지만, 원래 놀 정도의 하급 마수에게 얻을 수 있는 권능은 아니었다.
시험의 섬에 잡혀 온 수많은 놀 중에 딱 이번. 21기 시험 때만 우연히 등장하는 것.
한없이 작위적이지만, 뭐 그런 이야기다.
다가올 시련, 그리고 그 시련을 이겨 내기 위한 발판인 주인공의 시련.
아무튼 [무기 각인]은 사실 추후 주인공의 대척점에 있는 다른 훈련병이 획득할 예정이었으니, 좀 가로챈다고 해도 큰 변수는 없을 것이다.
끼에에엑―!
날카로운 창날이 놀의 목을 꿰뚫었다.
냄새를 따라 올라온 놀 세 마리를 처치하고 곧바로 스캐너를 켜 하늘석을 회수했다.
3마리에서 5마리씩 무리 지어 덤벼들었지만, 크게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죽이는 것보다 찾아내는 게 더 어려울 지경.
‘벌써 사냥 시작한 조가 있나 보네.’
냄새를 쫓아 올라가는 길에 놀 시체 3구가 놓여 있었다.
우리처럼 채 자리를 잡기 전에 일단 사냥부터 시작한 조가 있는 모양이었다.
‘현명한 판단이지.’
사람을 사냥하는 것보단 마수를 잡는 게 쉽다.
리더급 마수를 제외한다면 크게 위협이 되지도 않을 거고, 원한을 만들거나 상대에게 원망을 들을 일도 없으니까.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냥 노선을 탄 훈련병 무리의 정체를 확인했다.
“뭐야, 너?”
좀비 데나스. 그리고 그를 따르는 훈련병 스물 남짓이었다.
“아. 너희였냐.”
녀석들은 이제 막 추가로 놀 무리를 사냥한 뒤 하늘석을 수거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나를 보고 흠칫 놀라 경계 태세를 취했다.
“혼자냐?”
나는 ‘어 싱글이야’ 드립을 치고 싶은 마음을 힘껏 내리누르며 “보다시피”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서로 눈치를 살피는 병사들.
“데나스, 이건 기회야. 저 재수 없는 새끼한테 당한 걸 갚아주자.”
데나스의 옆에서 알랑거리던 소년이 세모 눈을 뜨고 말했다.
“너 눈을 왜 그렇게 뜨냐, 확 뽑아 버릴라.”
“뭐, 뭐! 우린 20명이야! 네가 아무리 잘났어도 무사할 것 같아?”
“어쩌라고. 뜰래?”
“…….”
내 으르렁거림에 세모 눈 소년이 반사적으로 한발 물러섰다.
놈들에겐 미안하지만, 데나스 일행은 좀 많이 두들겨 패긴 했다.
뒷말도 없이 깔끔하니, 만만했거든.
그래서 저렇게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너희가 다 덤벼도 한두 명은 반드시 죽여 놓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으득, 으드득.
나는 일부러 과장되게 뼈 소리를 내며 씩 웃었다.
“덤비든가. 제일 먼저 다가오는 놈 딱 셋만 팔다리 다 부숴놓는다. 형 진심이다.”
“그쯤하고 가던 길 가라.”
묘한 대치 상황을 끝낸 건 데나스였다.
그의 말에 팀원들이 반발하듯 바라봤으나, 데나스는 그저 손을 휘휘 내저을 뿐이었다.
“피차 힘을 비축해야 하는 상황 아니야?”
“뭐 그렇긴 하지.”
“복수할 절호의 기회인 건 맞지만 나도 첫날부터 무리수를 두고 싶진 않으니까, 보내준다. 가.”
“역시 넌 제법 머리가 돌아간단 말이지. 그래. 너희도 괜히 힘 빼지 말고 적당히 긴장감만 유지해. 위험해지면 저 아래쪽 협곡으로 와라. 받아 줄 테니까.”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착한 척하는 놈들은 질색이라.”
“그럼 뭐 뒤져도 별수 없고.”
나는 어깨를 으쓱한 뒤 돌아섰다.
조금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괜히 놀 엘리트를 만나 아웃되는 훈련병이 있어도 불필요한 전력 누수고, 놀 엘리트가 잡혀 버리면 그야말로 대참사니까.
‘쉽사리 잡히지는 않겠지만.’
놈이 어디서 출몰하는지는 나도 모른다. 서쪽 산 어디 깊숙한 동굴에 배 깔고 누워 있다는 사실밖에.
봉우리는 제법 넓고 높았지만, 일단 냄새가 강하게 나는 곳부터 뒤지다 보면 분명 걸리긴 할 거다.
놀 엘리트가 이끄는 무리가 마수 무리 중 가장 강하고 수가 많으니까.
[그림자 걷기]내 몸이 그늘을 밟자마자 중력이 훅 사라진 것처럼 몸이 가벼워졌다.
* * *
내가 목표물을 발견한 건 한참 전에 해가 지고 어둠이 산속 깊게 내려앉은 뒤였다.
그사이 포켓 안에는 놀 50여 마리를 잡아 챙긴 하늘석도 32개나 들어 있었다.
킥! 키에엑!
킥킥!
크에에엑!
작은 동굴 인근에 하이에나 얼굴의 이족보행 마수들이 스무 마리쯤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끝이 보일 정도로 얕은 동굴 안에는 굵은 나무와 돌을 엉기성기 엮어 만든 엉성한 돌도끼를 든 놀 엘리트가 보인다.
“드디어 찾았다. 이 쥐새끼.”
워낙 꼭꼭 숨어서 설마 뺏기나 하고 쫄았잖아, 인마.
과연 깊숙이도 숨어 있었다.
이 악물고 찾지 않는 한 쉽사리 찾기 어려울 정도의 숲 한가운데.
하마터면 꼴딱 밤새울 뻔했네.
아직 놈들은 내 기척을 찾지 못했다.
놀은 후각이 좋기로 유명한 마수종인데, 생각보다 [그림자 걷기]의 효과가 좋았다.
‘정면으로 부딪치기엔 좀 많나.’
질리도록 사냥해 본 놈들이지만, 다구리에 장사 없다고 했다.
무턱대고 진입했다가 혹 둘러싸이기라도 하면 낭패를 볼지도 모르지.
나는 호흡을 고른 후 재블린 하나를 꺼내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보유한 창은 10개.
일단 놈들의 수를 반으로 줄인다.
쐐애액―!
내 손끝에서 뻗어 나간 창대가 순식간에 놀 하나의 몸통에 틀어박혔다.
머리를 노렸는데, 어둠 때문에 살짝 빗맞았다.
‘집중하자. 집중.’
곧바로 습격을 눈치챈 놀들이 괴성을 빽빽 질러 대기 시작했다.
나는 곧바로 [그림자 걷기]로 자리를 이동했다.
네 마리의 놀이 창 날아온 장소를 뒤적거리는 사이, 반대 방향에서 날아간 창이 이번에는 정확히 한 마리의 머리를 꿰뚫었다.
키에에엑!―
‘아우 시끄러워 죽겠네.’
발작하는 놈들의 울음소리에 귀가 얼얼했지만, 나는 차분히 놈들의 수를 줄여 나갔다.
다섯, 셋,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하나.
부상당한 한 마리 제외, 총 아홉 마리의 놀이 즉사했다.
‘이 정도면 할 만하겠지.’
나는 곧바로 짧은 군용 나이프를 역수로 쥐고 가장 가까이에 홀로 떨어진 놀의 팔을 걷어찼다.
마수가 들고 있던 돌덩이가 공중으로 떠오르고, 지면에 닿기 전에 휘두른 칼날이 놀의 목젖을 깔끔하게 베어낸다.
동시에 바닥에 쓰러진 놀 시체에서 내 창을 회수한 다음 달려드는 놀의 아가리에 내리꽂는다.
그르르륵….
피 끓는 소리와 함께 뒤로 넘어가는 놀.
그 순간, 동굴 안에서 몸을 일으킨 놀 엘리트가 나를 향해 돌도끼를 집어 던졌다.
내가 가볍게 뛰어 이동하자 세로로 회전하며 날아온 도끼는 크게 빗나갔다.
“저런 눈먼 투척에 맞겠냐. 짜샤. 투척술 개론이라도 다시 읽고 와라.”
킥!
그 순간 놀 엘리트의 몸이 번쩍이더니 등 뒤에서 섬뜩한 바람 소리가 들렸다.
퍽!
하지만 이미 예상했던 나는 곧바로 팔을 목 뒤로 넘겨 날아온 돌도끼를 라운드실드로 막아냈다.
진세진 류 싸움 독학 제1장. 안 보고 막기.
방금 퍼포먼스는 제삼자가 좀 봐줬으면 할 정도로 멋이란 게 흘러넘쳤다.
곧바로 땅바닥에 떨어진 돌도끼를 발로 걷어차자, 돌도끼가 휘리릭 날아 놀 엘리트의 손으로 되돌아갔다.
저게 녀석이 처먹은 권능이자 내가 탐내는 것.
나를 향해 달려드는 남은 놀들을 무시한 채 발을 굴러 놀 엘리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동굴 입구에 다다른 순간 장애물을 뛰어넘듯 도약했다.
발밑으로 번쩍이는 얇은 은사가 스쳐 갔다.
동굴 안쪽에 숨어 있던 놀 엘리트의 호위병 두 마리가 쳐 놓은 함정이다.
이 잔재주 때문에 설마 하급한 마물이 함정까지 팔 정도로 지능적이라는 걸 예상하지 못한 훈련병들이 죽거나 중상을 입게 되지.
자그마치 두 자릿수나 말이다.
전형적인 경험 부족이 만든 실패다.
오른쪽 놀의 이마에 나이프를 던져 예쁘게 장식해 준 뒤, 왼쪽 놀의 배때기에 창날로 바람구멍을 만들어 준다. 시원해지도록.
그리고 대망의 놀 엘리트.
녀석은 한 무리를 이끄는 수장답게 겁먹지 않고 나를 향해 돌도끼를 내리쳤다.
깡!
제법 묵직한 공격이 방패 위를 때렸다.
왼팔이 얼얼할 정도의 완력이다.
나는 오른손을 쭉 뻗어 수만 번 연습한 찌르기로 녀석의 상판을 찔렀다.
뚝.
하지만 너무 세게 찌른 탓일까, 아니면 저놈의 머리가 너무 돌대가리인 탓일까.
놀 엘리트의 얼굴 가죽을 반쯤 찢고는 창대가 부러져 나갔다. 보급용 창이 버티지 못한 것이었다.
“아오, 이건 계산 밖인데!”
놈이 휘두르는 돌도끼를 피해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어느새 달려든 놀 한 마리가 얼굴만 한 짱돌을 번쩍 들고 내리찍으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빠르게 손을 뻗어 녀석의 손과 교차시킨다.
빠드득!
이어지는 부드러운 관절꺾기.
동시에 놈이 들고 있던 짱돌을 빼앗은 뒤, 팔이 기괴하게 꺾인 놀을 발바닥으로 밀어내며 동시에 뒤돌아, 놀 엘리트의 머리를 전력으로 후려쳤다.
빡!
뚝배기 그릇 깨지는 소리가 청량하게 울려 퍼졌다.
그야말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돌과 돌의 싸움.
피가 철철 흐르는 안면을 감싸 쥔 놈의 두 손등 위로 다시 한번 짱돌이 내리찍힌다.
“아오! 왜 이렇게 손에 감기냐! 주무기 잘못 골랐네!”
콰직, 콰직!
가죽이 찢기고 피와 살점이 튀어오른다.
얼마나 세게 내리찍었는지 단단한 돌이 반쯤 바스러질 지경이었다.
“후욱, 후욱.”
제 대장의 얼굴이 깨진 달걀처럼 되는 과정을 끝까지 지켜본 놀 잔당들이 하나둘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남은 몇 마리가 아깝긴 했지만, 굳이 쫓지는 않았다.
어차피 처음부터 목표는 이놈, 엘리트 하나였으니까.
나는 놈의 몸속에 깃든 권능이 빠져나올 때까지 기다릴 겸 놀 사체에서 하늘석들을 수거했다.
“47개라. 꽤 많이 모였네.”
엘리트 주변에 모여 있던 정예들이라 그런지 한 놈당 한 개의 하늘석이 보장되어 나타났다.
이 정도면 아마 시험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어도 수석 자리를 충분히 노려볼 만하지 않았을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