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ro in the military academy suit RAW novel - Chapter (32)
5. 시험의 섬, 습격
투두두두두두!
절벽에서 뛰어내린 미마는 허공에서 비행 중인 하피들을 향해 기관총을 갈겨 댔다.
훈련병들이 보급받아 사용하는 저급한 무장이 아니다.
저건 ‘바다’ 너머의 기계 도시의 장인들이 손수 제작한 체내병기.
쏘아지는 탄환은 일반적인 총알이 아닌, 소울 에너지가 응집된 소울탄이었다.
그리고 미마의 공격 사이사이 쾌속으로 날아간 수인들의 화살이 정확하게 하피의 날갯죽지에 틀어박힌다.
전투를 멈춘 채 미마의 난사를 너무 뚫어지라 지켜보고 있어서일까? [간파의 눈]이 발동하며 미마의 상태창이 떠올랐다.
[미마]성별 : 여자
나이 : ???세
직업 : 사수
전투 능력치 : 448
[칭호]①개조된 안드로이드 수인
②바움 참사의 생존자
[권능]건 체인지 모듈(S):★★★☆☆☆
수인화(B):★☆☆☆
긴급 수리(C):★☆☆
소울 연공법(C):★★★
다시 봐도 입이 떡 벌어지는 스펙에 감탄할 새도 없이, 미마가 공중제비를 한 바퀴 돈 후 포르르 착지했다.
“역시 히로인다운 타이밍의 등장이네.”
“……?”
“좀 늦었다는 소리야. 인마.”
미마는 뭔 헛소리를 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일별한 뒤 전황을 휙 둘러보았다.
“제법.”
내뱉은 말은 딱 그 한마디였다.
그럴 만도 했다.
섬 전체에 훈련병들의 시신이 가득한데, 이곳에서 당한 동기의 수는 다 합쳐도 20이 넘지 않았으니.
“합류할게.”
미마는 [건 체인지 모듈]을 단발 소총 모드로 변경한 뒤 하피를 향해 차분히 사격했다.
한바탕 화망을 맞은 탓인지 놈들의 공격은 주춤한 상태였다.
그 덕분에 대형을 바로잡을 수 있었던 동기들이 곧바로 반격을 시작했다.
[별빛 강타] [마력 폭탄]“야아! 그건 내 거야―!!”
“제가 먼저 캐스팅했잖아요?”
“나한테 날아오던 거라구.”
“니들 좀 진지하게 안 싸울래? 드라고나 사이에 던져 버린다.”
내가 낸 성질에 두 사람은 몸을 움찔하더니 다시 각자의 방향으로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성능 좋은 마법들이 내리꽂히고 하피들은 하강하는 족족 날개를 잃고 떨어졌다.
전황은 순식간에 뒤집혔다.
현저히 수가 줄어든 하피의 공격은 눈에 띄게 압박이 느슨해졌다.
뒤를 노리던 하피가 사라지자 무너지던 장벽 라인도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20명에 가까운 동기를 잃었지만, 새로 합류한 동기들의 저력은 그 이상이었다.
“슬슬 하늘길이 보인다. 루트비히, 리지. 준비해.”
“예.”
“응.”
공중을 메우고 있던 하피들은 이제 눈대중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줄어 있었다.
이제는 놈들도 쉽사리 공격 명령을 내리기 꺼려질 만큼.
“로벨리아.”
“네. 러셀 님.”
“다음 공격이 시작되면 신호 줄 테니, 저기 보이는 하피 메이지 두 마리 향해서 권능 쏴.”
“네. 알겠어요.”
“두 사람은 로벨리아 공격 들어가자마자 올라가고. 너희 공격 중에 화력 제일 좋은 걸로. 둘 다 준비됐지?”
“네.”
“응응. 그럼그럼.”
대답을 들은 나는 재블린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리지와 루트비히가 떠오르고 나면 생길 전력의 공백을 메워야 했다.
끼에에엑―!
괴성과 함께 하피의 공격 웨이브가 다시 한번 시작됐다.
조금 전보다 수가 늘어난 걸 보니 잠시 전력을 다듬는 사이 흩어져서 훈련병을 사냥하던 하피들 몇몇이 더 합류한 모양이다.
잘됐다.
어그로를 끌면 끌수록 전체의 생존율은 훨씬 올라갈 테니까.
“로벨리아!”
[블레이저]파지지직!
마치 벼락이 거꾸로 치는 듯한 광경이었다.
로벨리아의 몸에서부터 뻗어 나간 뇌전은 삐뚤빼뚤하게 대기를 타고 뻗어지더니, 인근의 하피들을 모조리 지져 버렸다.
불에 탄 것처럼 노릇노릇해진 새새끼들이 지면으로 추락한다.
하늘에 길이 난 것처럼 구멍이 뻥 뚫렸다.
“가!”
내 신호에 루트비히와 리지가 동시에 [부유]를 사용했다.
그러자 두 사람의 몸이 빈 하늘길 사이로 솟구쳤다.
“엄호!”
원거리 딜러들이 일제히 사격을 시작한다.
우리의 목표는 가까이서 달려드는 하피가 아니었다.
루트비히와 리지, 두 사람에게 어그로가 끌린 하피들을 잡아내는 것.
가까이 다가온 마수들은 근접 딜러들이 어떻게든 막아 준다.
탄환 발사되는 소리와 화살촉이 대기를 가르는 소리가 어지럽게 뒤섞였다.
“사실 이중 캐스팅은 아무 마도사나 할 수 있는 건 아닌데. 그치?”
리지가 배시시 웃으며 지팡이로 다가온 하피 한 마리를 후려쳤다.
“쯧. 저 인간이 뭘 알겠어요. 위대한 제가 이해하는 수밖에.”
“어머. 너도 조금 특이한 아이구나?”
“저는 아이가 아닙니다.”
“웅, 그래 애기야. 뒤에 온다.”
“칫!”
[별빛 강타]루트비히가 접근하던 하피 한 마리를 권능으로 내리찍었다.
이제 목표물이 코앞이다.
대부분의 하피는 지상을 공략하기 위해 내려간 상태.
상대해야 할 적은 서른 남짓.
목표물은 단둘.
두 사람의 목적이 그들의 지휘관이라는 걸 안 하피들이 발작하듯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마치 더 이상 접근하면 죽여 버리겠다는 듯 위협적인 짖음이다.
동시에 하피 메이지가 쏜 [불 깃털]이 두 사람을 향해 날아온다.
마치 촉에 불을 붙인 화살처럼 날아온 깃털들은 아슬아슬하게 두 사람을 빗겨 갔다.
“지상에서보다는 피하기가 힘드네요….”
“조심해. 맞으면 떨어질 거야.”
위협적인 공격은 아니었지만, [부유] 권능을 사용하고 있는 상태에선 조그마한 방해도 곧바로 집중력을 흐트러트린다.
피잉!
피이잉―!
[불 깃털]들이 끊임없이 날아온다.도착하자마자 곧바로 타격하고 떨어지려 했건만, 자꾸 흐트러지는 정신 때문에 조금 늦어졌다.
“준비는?”
“돼, 됐어요. 빨리 시작하죠.”
“이야야압!”
리지가 나름 고함을 지르며 [마력 폭탄]을 터트렸다.
그녀의 결정기란 다를 게 없다.
그저 많은 양의 마력을 권능에 출력시킬수록 위력이 올라갈 뿐.
펑!
끼엑! 끼에에엑!
거의 남은 모든 마력을 쏟아부은 리지의 [마력 폭탄]이 터지고, 그 위에 루트비히의 결정기인 [만월의 부름]이 쏟아진다.
파바바박―!
허공에서부터 나타난 달구름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어마어마한 압력이 마수들을 짓누른다.
거대한 폭발로 방어할 힘을 잃었던 하피들은 곧바로 지면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힘이 빠진 두 사람의 몸이 조금 늦게 지상으로 떨어졌다.
두 사람은 정신을 가다듬고 [부유]를 발동하려 했으나 이미 마력 탈진으로 힘이 빠진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건페이!”
나는 가장 근처에 있던 건페이를 호명한 뒤, 몸을 날려 떨어지는 리지의 몸을 받아냈다.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루트비히를 붙잡은 뒤 바닥을 구르는 건페이의 모습이 보였다.
“훌륭했어.”
“헤. 칭찬받았다.”
“잠깐 쉬고 있어.”
생존의 필수조건인 하피 군단을 박살 냈다.
이제 남은 건 바다 드라고나 사이에 섞여 있는 엘리트 마수 ‘드라고나 워커’ 다섯 마리만 처리하면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다.
“탱커 라인을 지원해!”
내 지시에 몇 남지 않은 하피들을 도륙하던 훈련병들이 돌 장벽 위로 올라타 비어 있던 방어선을 메웠다.
지금도 여유 있게 드라고라들을 밀어내던 방어선이 한결 견고해졌다.
“러셀! 이쪽에 워커!”
남쪽 방벽에서 워커 한 마리가 벽을 기어올랐다.
놈은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잡지 못하는 3성급 마수.
2성짜리인 일반 드라고나와는 고작 별 한 개 차이지만, 기동력이 최고 약점인 드라고나와 두 다리로 멀쩡히 벽을 기어오르는 워커는 공략 난이도 차이가 상당했다.
“휴고! 마크해!”
나는 일단 휴고를 붙였다.
녀석이라면 워커 한 마리쯤은 충분히 상대해 주리라.
뒤이어 북쪽에서도 드라고나 워커가 나타났다는 소리가 들렸다.
슬슬 드라고나들을 지휘하는 지휘관들이 교통체증을 뚫고 올라오기 시작하는 듯.
‘타이밍 아슬아슬했네.’
만약 하피와 접전 중일 때 워커들까지 난입했다면 진형은 바로 박살 났을 거다.
이러나저러나 미마의 합류 타이밍이 절묘했다.
“파! 마크해!”
워커 한 마리가 더 나타나자마자 곧바로 북쪽 탱커조의 에이스를 붙였다.
“미마. 힘 아껴 둬라.”
내 말에 미마는 대답 없이 에너지탄을 사용하는 탄창에서 일반 탄환을 사용하는 탄창으로 모듈을 변경했다.
한 마리가 더 나타나면 본인이 상대해야 한다는 걸 직감한 모양.
저 두꺼운 워커들의 외피를 뚫으려면 소울 에너지를 아껴 둬야 했다.
미마와는 상성이 안 좋지만, 한 마리 정도는 거뜬히 맡아 줄 거다.
‘한 마리는 내가 맡는다 치고, 나머지 한 놈은….’
워커는 총 다섯 마리. 거의 비슷한 시기에 장벽에 모습을 드러낼 거다.
로벨리아, 루트비히, 리지는 모두 마력 탈진 상태.
1대1로 놈을 잡아낼 수 있는 전력이 남아 있질 않다.
빨리 놈을 처리하고 합류하기도 힘들다.
맷집으로는 상위 마수 뺨 때리는 게 워커다.
철저히 마크하면서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잡아내야 할 적.
이럴 때 ‘좀비 데나스’가 있었으면 딱 머릿수가 맞았을 텐데.
아쉬움을 뒤로한 채 입맛을 다셨다.
일단 조장급 동기들을 다 때려 넣어서라도 막아 보고, 내가 최대한 빨리 사냥을 끝내는 수밖에.
마지막 하피가 바닥에 처박히는 걸 보자마자 내가 외쳤다.
“원거리 딜러들 장벽에 화력 지원하고 한두 명씩이라도 빠져! 숨 고르고 체력 회복해!”
내 말에 기진맥진해 가쁜 숨을 내쉬던 몇몇 동기들이 넘어지듯 장벽 안쪽으로 내려왔다.
“조금이라도 쉬고 교대해 줘.”
“으응.”
“미마! 남쪽이다!”
또다시 남쪽에 드라고라 워커 한 마리가 출현.
곧바로 미마를 투입해 놈을 마크했다.
조장들에게 마지막 드라고나를 협공으로 최대한 버텨 보라고 지시한 뒤, 네 번째로 출현한 드라고나 워커를 향해 달려들었다.
벽을 넘어가려던 워커는 놈의 앞을 가로막은 훈련병의 팔다리를 쥐고 허리를 물어뜯었다.
곧바로 도착한 내가 양손으로 창을 내질러 워커의 눈알을 헤집었다.
워커의 신경이 눈에 박힌 창에 쏠려 치악력이 약해진 틈을 타, 내가 물려 있는 동기의 반대쪽 손을 잡고 휙 끄집어냈다.
살점이 뭉텅 잘려 나가며 핏물이 튀었다.
“아아아악!”
“참아, 이 새끼야! 주디!”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동기를 던지자 밑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병사가 곧바로 받아냈다.
주디의 긴급 회복 권능이 그 위로 쏟아진다.
휘익―!
워커의 목이 뱀처럼 길게 뻗으며 나를 향했다.
먹잇감을 단숨에 씹어 삼키려는 상어처럼 톱날 모양의 정삼각형 이빨이 위아래로 딱딱거렸다.
일단 물리면 그 부위는 뜯겨 나갈 각오를 해야 할 정도로 날카롭다.
기껏 뚫어 놓은 눈알은 어느새 회복되어 나를 노려보고 있었고.
“야. 눈깔 곱게 안 뜨냐.”
찌르고 휘두른 창이 워커의 피부를 찢었다.
다만 상처가 너무 얕다. 이중, 삼중으로 쌓인 외피는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흠도 나지 않는다.
피부가 찢기는 느낌에 열 받은 워커가 회전하며 꼬리를 휘두르지만, 짧다.
녀석은 거의 맷집과 아가리 투툴.
공격이라 해 봐야 잡고 물어뜯기, 꼬리 휘두르기 뿐이다.
단단하게 자리 잡은 외피 때문에 짧아진 팔다리로는 공격이 불가능했으니까.
나는 여유 있게 피한 뒤 또다시 [포획의 눈]이 가리키는 유일한 놈의 약점, 눈깔에 창을 박아 넣었다.
연푸른색 핏물이 파박, 튀어 올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