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ro in the military academy suit RAW novel - Chapter (40)
6. 입학, 영웅 사관학교
30명의 학생이 모인 강의실의 맨 앞.
“앞으로 21기 사관생도 장학생 특별반 담임 교수를 맡게 된 다이크 로필런이다. 교수 생활 중 내가 너희를 죽이거나 너희가 나를 죽이지 않는 한 4년 동안 특별반은 나와 함께하게 될 거다.”
자신을 다이크 로필런이라 소개한 사내는 높낮이 일정한 목소리로 칠판 위에 제 이름을 적어 나갔다.
“소속은 군부다. 티렐군 기갑 병단 군단장이며, 현재는 ‘기갑 병기의 이해’ 과목 전임교수를 맡고 있지.”
다이크 로필런은 키가 190cm는 될 법한 장신의 사내였다.
눈에 띄는 건 깡마른 체력인데도 얼굴과 몸 여기저기에 새겨진 선명한 상처였다.
냉병기나 마수에 의한 상처라기엔 무언가 애매한, 짓무른 화상 같은 상처들.
‘누군지 알아?’
‘모르겠는데.’
특별반 담임 교수가 될 정도면 이름께나 날리는 영웅일 텐데 생도들에겐 처음 듣는 낯선 이름이었다.
티렐군의 ‘기갑 병단’은 철저히 비밀리에 운용되는 부대이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와 기도만큼은 범상치 않은 느낌이 가득해서, 무시하는 시선을 보내는 생도는 없었다.
“오늘 너희가 할 일은 세 가지다. 첫째, 강의 시간표를 짠다. 둘째, 강의 시간표를 내게 확인받는다. 셋째. 복지관으로 이동해 교양 수업 서적들을 준비한다.”
“교수님. 전공 서적은 따로 준비 안 해도 되나요?”
생도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물었다.
“이름.”
“네?”
“이름이 뭐지?”
“호메르입니다.”
“그래. 호메르 생도. 다음부터는 내 허락이 떨어진 후 이름을 먼저 밝히고 질문을 해라. 특별히 장학생에 대한 예우로 넘어간다만, 내 수업이었다면 너는 아마 지금쯤 저 밑으로 떨어지고 있었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분명 너희는 특혜받는 입장이다. 당장 일반 생도들은 너희처럼 이렇게 전용 교실이나 전담 교수가 주어지지도 않지. 하지만 이 특혜가 언제까지고 너희의 것이라 여기진 마라. 대대로 입학 때 특별반 장학생이었던 생도가 졸업 때까지 특별반에 남아 있는 건 10%도 안 되니까.”
꿀꺽, 하고 침 삼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과연 끊임없이 경쟁을 요구한다던 소문답게 첫날부터 압박이 장난이 아니었다.
“질문에 대해 답을 하자면, 전공 관련 서적, 준비물, 그리고 제복과 생활복은 프리마관 관계자들이 알아서 챙겨 줄 거다. 벌써 생활복을 챙겨 입은 생도도 있군.”
다이크가 날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내 기숙사 방을 배정받자마자 메이드에게 생활복을 전달받아 입고 나온 참이었다.
솔직히 군대 깔깔이처럼 몸에 딱 달라붙는 게, 편하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앞으로 이게 내 일상복이다.
“앞으로 모든 공식 일정에는 제복을 입고 참여하도록 한다. 다만 사관학교에는 교복이 없으니 일과나 훈련 중 복장은 자율이다.”
다이크는 몇 가지 주의사항을 설명하고는 글자가 빼곡한 종이를 생도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시간표 짜는 법을 설명하지. 사관학교 커리큘럼은 세 종류다. 공통과목, 전투부 전공과목, 마법부 전공과목. 공통과목은 다시 학년필수, 교양필수, 교양선택으로 나뉜다. 전공과목은 전공필수, 전공선택으로 나뉘고.”
나는 유인물에 적힌 정보를 눈으로 훑었다.
[공통과목]학년필수 : 기갑병기의 이해, 권능의 이해, 마신군 분석 총론
교양필수 : 법, 정치, 역사, 예법, 지리, 문화
교양선택 : 가곡의 이해, 가정과 삶, …이하 생략
전공필수 : 소울 연공법, 무기술, 체술
전공선택 : 기계 공학, 전술학, 기관진학, 무구제작 기술학, 살수학, 용병학
[마법부 전공과목]전공필수 : 마력 연공법, 원소학, 정령학
전공선택 : 연금술, 마도공학, 호문쿨루스의 이해, 마법생물학, 차원마법의 이해, 주술과 흑마법의 이해
‘많기도 하네.’
유인물에는 수많은 과목과 담당 교수, 그리고 전공 서적 이름과 준비물 등등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전공과목엔 최소 세 명 이상의 교수가 배정되어 있다. 원하는 교수진도 선택해서 함께 기입하도록. 참고로, 일반반 생도들은 지금 원하는 교수를 선택하기 위해 발에 땀 나도록 뛰어다니며 수강증을 받는 중이지.”
그의 말에 내가 힐끔 창문 바깥을 내려다보았다.
다이크의 말대로 바깥에서는 안내문을 든 생도들이 부산스럽게 뛰어다니는 중이었다.
‘커리큘럼이 너무 복잡한데.’
방대한 선택의 양에 기가 질린 건 나뿐만이 아닌지 여기저기서 옅은 한숨 소리가 흘러나왔다.
“학년필수 과목, 교양필수 과목, 그리고 전공필수 과목은 반드시 들어야 한다. 전공과목은 입문, 중급, 상급으로 나누어져 있으니 순서대로 듣도록. 선택과목은 학기별로 전공 하나, 교양 하나 이상만 들으면 된다. 수업이 많다고 좋은 게 아니다. 최종 성적은 선택과목의 평균으로 결정되니 어쭙잖게 여러 우물을 파지 않도록 해라.”
“질문 있습니다.”
“허락하지.”
“휴고 엘클레어입니다. 혹시 전투부인지 마법부인지는 언제 알려 주나요?”
“네가 전투부인지 마법부인지 모른다면 너는 전투부다. 질문다운 질문을 하도록.”
강렬한 면박에 휴고는 멋쩍은 듯 손을 내렸고 주변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너희가 장래에 들어가고 싶은 조직이나 하고 싶은 직업이 있다면 그에 맞춰 시간표를 짜라. 용병 일을 하려 한다면 용병학을, 군부에 들고 싶다면 전술학을 들어라.”
다이크의 설명에 생도들이 눈을 빛냈다.
본격적인 배움이 시작된다는 사실, 그리고 다이크가 풍기는 묘한 학구적인 분위기가 그들을 설레게 하는 모양.
복잡하게 나와 있지만, 결국 간단했다.
내가 들어야 하는 건 「기갑병기의 이해」,「권능의 이해」,「마신군 분석 총론」,「소울 연공법」,「무기술」,「체술」,「교양필수」.
여기에 추가로 전공선택 하나, 교양선택 하나. 전공선택을 결정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처음부터 염두에 둔 과목이 있었으니까.
문제는 교양선택 과목이다.
‘뭘 들어야 하나.’
어차피 성적을 크게 좌우하는 건 아닌데, 그러다 보니 더 결정장애가 온다.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재미로 설정에 넣었던 「성과 사랑의 이해」가 눈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경제학」도 재밌을 것 같고, 「문학」 과목은 왠지 날로 먹을 수 있는 느낌이다.
잠깐만.
「범죄 심리 분석」이랑 「미스터리 연구」는 대체 왜 있는 건데?
내가 교양선택 과목들을 구경하며 낄낄거리고 있을 때, 다이크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성적 평가 점수는 총점 1,000점이다. 점수 배분은 학년필수 3과목에서 300점. 전공필수 3과목에서 300점. 전공선택 과목 평균으로 100점. 교양필수 과목 평균으로 50점. 교양선택 과목 평균으로 50점. 마지막으로 학기 말 종합평가에서 200점. 평가 기준이나 방식은 과목마다 천차만별이라 설명해 줄 수 없다.”
다이크는 한 호흡 고르고선 설명을 이어 갔다.
“마지막으로 특별상점과 특별벌점이 있다. 이 점수는 최종 점수에 그대로 반영되므로 행실을 바르게 하도록. 이상. 질문받겠다.”
그때 리지가 번쩍 손을 들었다. 다이크가 그녀를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리지 로즈 뎁입니다! 교수님, 결혼하셨어요?”
“경고가 한 번 더 필요한가.”
“헤헤 농담이에요. 마도사랑 정령사는 궤가 다른데 왜 마도학, 정령학 둘 다 전공필수로 들어야 해요?”
“궤는 다르지만, 마력을 다룬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지. 혹여나 타인의 의지로 제 재능과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경우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리지가 앉은 다음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다.
“루트비히입니다. 혹시 전공과목 입문을 건너뛰고 중급이나 상급 코스를 들어도 됩니까?”
“전공 교수에게 시건방진 생도로 낙인찍히고 싶으면 그렇게 하도록.”
“하지만 수업 수준이 맞지 않으면 시간 낭비 같은데요.”
“중급반으로 올라갈 정도로 수준 차이가 심각하다면 교수 판단으로 곧바로 중급반으로 올리기도 한다.”
“알겠습니다.”
루트비히가 군말 없이 앉았다.
‘와. 진짜 재수 없다.’
‘내버려 둬. 마도사들 종특이니깐.’
‘…나도 마도사인걸?’
‘그래. 그러니까 종특이라고.’
‘야―’
“조용.”
다이크의 조용한 일갈에 나와 리지는 동시에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주디입니다. 그… 교양필수 공통과목들은 강의실이 안 적혀 있는데요?”
“너희는 교양필수 과목들 모두 이곳에서 듣는다. 일반 생도들과는 과목도 조금씩 다르지.”
“더 질문해도 되나요?”
“허락하지.”
“솔직히 좀 이해가 안 되는데요… 수련에 몰두해도 부족한 시간에 법, 정치, 역사, 지리… 뭐 여기까지는 어떻게 이해한다고 해도 예법에 문화까지? 너무 시간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점수 배분도 50점이나 되니까 무시하기도 그렇고…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요? 보니까 일반 생도들보다 특별반 장학생이 교양필수 과목도 더 많은데요. 이건 혜택이라기보단… 페널티 같아요, 교수님.”
“좋은 질문이군.”
칭찬하는 듯한 혼잣말에 주디가 입꼬리를 씰룩대며 표정 관리를 했다.
“특별반.”
다이크의 시선이 빠르게 생도들을 훑었다.
“졸업 후 가장 먼저 여기저기서 영입 제의가 오는 생도들이지. 아니, 대부분 졸업 전부터 사전 물밑 접촉의 거의 끝난다. 대부분은 왕실에서 일하게 되고.”
그가 군인답지 않게 우아한 톤으로 말을 이었다.
“상류층에서 일하게 될 인재들에게 그에 맞는 교양을 가르치는 것뿐이다. 너희가 이곳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도록. 허나 걱정하지 마라. 귀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정도로 효율적인 수업일 테니. 교양과목은 조금만 신경 쓰면 대부분 만점을 유지할 수 있다. 질문이 됐나?”
“그렇다면… 네. 알겠어요.”
“다음. 너.”
“데나스입니다. 살수학이란 건 무엇이죠?”
“은신, 추척, 수색, 그리고 암살을 배우는 과목이다.”
“그걸 사관학교에서 왜….”
“필요하니까 가르치겠지. 도적이라는 클래스도 멀쩡히 존재한다는 걸 상기하도록. 이곳은 왕국에 필요한 모든 인재를 육성하는 곳이니까. 평소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면 들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사뭇 살벌한 대답에 생도들이 잠시 말문을 잃었다.
“야. 나 쳐다보지 마라.”
나는 빤히 시선을 보내는 데나스에게 괜히 으르렁거렸다.
곧 다시금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제법 긴 시간 질문 공세가 이어졌는데도 다이크는 불편한 기색 없이 성실하게 답변했다.
그러다 시계를 힐끗 확인하고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나의 질문을 받지. 아직 질문하지 않은 생도. 그래. 너.”
내가 천천히 손을 들자 다이크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러셀 애시그린입니다. 특별반 커트라인은 대충 몇 점이죠?”
“그해 입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다르겠지.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느 과목이든 하나라도 낙제점을 받으면 특별반에 남는 건 어림도 없다는 사실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