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ro in the military academy suit RAW novel - Chapter (46)
7. 형만 믿어라, 휴고야
알렉사의 염려 어린 표정과 달리 강의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당연한 일이다. 나는 아주 성실하고 모범적인 생도였으니까.
비록 아주 가벼운 사고들을 치기는 했지만, 그야말로 가벼운 사고 아닌가.
내가 친 사고라고 해 봐야.
훈련소에 중간입소해서 거절하는 소장을 들이받고.
훈련 조교를 도발해서 3주 차 만에 박살 내 버리고.
시비 거는 동기의 사지에 칼침을 다섯 방 놔줬고.
그걸 계기로 동기를 한 90명쯤 긴급 의무실로 실려 가게 만들었고.
시험의 섬 습격 때 소장 콘레드를 방패 삼아 마인을 잡아냈고.
사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동기 한 명의 얼굴을 갈아 버렸고.
뭐 그 정도의 사건들이다.
이 나이대의 청년이라면 한 번쯤 칠 만한 수준의 사건이 아닌가.
…….
아닌가?
아무튼, 앞으로 우리의 주인공과 동료들이 몰고 다닐 뉴스와 치고 다닐 사고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는 조용히 면벽수행을 할 생각도 강했고.
“아마 여러분 중에는 소울 연공법이라는 말을 들어 본 생도도, 아닌 생도도 있을 거예요.”
알렉사의 음성은 듣기 좋은 톤이었다.
너무 높지도, 그렇다고 낮지도 않으면서 부드럽게 고막을 휘감는 듯한 미성(美聲).
“첫 전공수업이 「소울 연공법」인 이유는 소울 에너지를 다루는 법이야말로 모든 성장의 밑거름이기 때문이에요. 여러분이 사용하는 권능, 앞으로 만지게 될 기갑 장비, 그리고 여러분의 육체까지도 모두 이것과 관계되어 있죠. 자 그럼, 아주 기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할까요? 소울이란 무엇일까요?”
알렉사 교수의 물음에 한 생도가 손을 들었다.
“세계를 이루고 있는 생명의 근원입니다.”
“맞아요! 여러분은 오늘 역사 강의 때 이 세계가 소멸한 신, 오르비스의 신체를 여신께서 재구성하여 만들어졌다는 걸 들었을 거예요.”
알렉사의 말에 생도들이 기억을 더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태초신들로부터 기원한, 고차원적인 존재인 신들의 힘. 그걸 우리는 소울이라 명명했어요. 소울은 다양한 형태로 이 땅에 남아 있죠. 오르비스 신이 이 땅에 남기신 힘, 디체 여신께서 우리를 지키기 위해 내리신 힘. 그리고 이 땅을 파멸시키려 하는 신들이 마신군을 통해 발현한 힘 등등.”
알렉사의 몸에서 푸른 기운이 올라온다.
부연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생도들은 그게 그녀가 설명한 ‘소울’의 모습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땅의 모든 생명체에는 이 소울 에너지가 담겨 있어요. 동물에도, 식물에도. 여러분에게도, 갓난아이에게도요.”
“갓난아이에게도요?”
생도 중 하나가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알렉사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기에 소울 연공법을 수련하지 않은 사람도 ‘오르비스의 숨결’을 통해 획득한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거예요. 누구나 기본적으로 소울을 일정 수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알렉사는 ‘권능에 대한 자세한 설멸은 권능학에서 배우면 된다’고 덧붙인 후 설명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 양은 모두 다르죠. 제 강의에서 여러분이 배울 것은 소울을 느끼는 법. 그리고 소울의 양을 늘리는 법. 마지막으로 소울을 활용하여 전투하는 법이에요. 오늘은 첫날이니까, 개괄적인 내용을 쭉 설명한 뒤 처음부터 차근차근 가르칠 거예요. 조금 어려워도 잘 따라오세요.”
그 뒤로 알렉사가 말한 소울 연공법의 개괄적인 설명이 시작됐다.
“소울 에너지를 느끼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요?”
“[소울 연공법] 권능을 획득하는 거요.”
“네 맞아요. 사관학교에서도 일부 우수 학생들을 위한 혜택으로 권능을 지급하고 있죠. 하지만 더 일반적인 방법은 권능이 발현되는 순간, 체내에서 발현되는 소울을 감지하고 느끼는 거예요. 그렇다면 소울 에너지를 향상하는 방법은?”
“……영약인가요?”
“물론 맞아요. 다른 방법을 알고 있는 생도?”
“전투 경험치를 늘리는 겁니다.”
“정답이에요. 소울 에너지는 전투 경험이 많이 쌓일수록 자연스럽게 몸에 축적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소울 에너지를 전투에 활용하는 방법을 아는 생도도 있을까요?”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질문과 답변이 자연스럽게 티키타카가 이루어지는 강의였다.
누구나 자유롭게 대답하고, 틀렸다고 지적하는 대신 답변을 보완하고 수정하는 형태의 강의.
어느덧 생도들은 그녀의 수업에 빠져든 상태였다.
“소울 에너지를 다른 형태로 변형, 활용하는 방법에는 크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소울을 다른 형태로 개화한 것이 바로, 마력이죠. 일찍이 소울 에너지를 접하고 그것을 마력의 형태로 개화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우리는 마도사 또는 정령사라고 부릅니다.”
“그럼 교수님, 전투부 클래스들은 어떻게 활용하죠?”
“전투부 클래스들이 소울을 개화하는 방식은 우리는 패기, 투지, 집중이라고 불러요.”
이건 미리 선행학습을 했던 생도들에게도 낯선 개념이었다.
알렉사는 단상 위에 놓인 허수아비를 향해 쌍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두 자루의 검에서 푸른 빛이 방출되더니 순식간에 4조각으로 나누어져 쓰러졌다.
“이것을 패기라고 부릅니다. 패기는 ‘절단하는 힘’이죠.”
뒤이어 조교가 새 허수아비를 설치했다.
조교가 물러나자 알렉사가 이번엔 맨손으로 화살을 당기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그녀의 손끝에서 푸른 화살이 만들어진다.
피잉!
만들어진 화살은 곧바로 허수아비의 정중앙을 꿰뚫고 강의실 벽면에 틀어박혔다.
“이것을 집중이라 부릅니다. 집중은 ‘관통하는 힘’이죠.”
알렉사가 조교에게 눈짓하자 조교가 알렉사를 향해 권총을 발사했다.
갑작스레 들린 화약 터지는 소리에 생도들이 깜짝 놀라 몸을 들썩였다.
하지만 탄환은 알렉사가 검을 교차시켜 만든 푸른 기운에 막혀 사라졌다.
“이것을 투지라 부릅니다. 투지는 ‘저지하는 힘’이고요. 참고로 마력은 ‘변화시키는 힘’이에요.”
알렉사가 쌍검을 검집에 집어넣은 뒤 다시 설명을 이어 갔다.
“보통의 사람은 이 네 가지 힘 중 하나에 재능을 가집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개화한 힘이 클래스를 결정 짓는 척도가 될 거고요. 당장 클래스를 땅땅 못 박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예요.”
‘투지’를 개화한 생도는 기사 클래스가 된다.
‘패기’를 개화한 생도는 전사 클래스가 된다.
‘집중’을 개화한 생도는 사수 클래스가 된다.
“그…….”
생도 중 한 명이 머뭇거리며 손을 들었다.
알렉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개화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음… 사실…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에요. 모두가 재능을 타고나는 건 아니니까.”
생도 중에서는 어떤 힘도 개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기에 세 가지 힘을 모두 개화시킨 알렉사가 어린 나이에도 교수라는 직함을 달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고. 그야말로 압도적인 재능이다.
“하지만 여러분의 소울이 설령 개화하지 못하더라도 포기하지는 말아요. 뒤늦게 재능을 꽃피운 영웅들도 이 세계엔 많으니까.”
알렉사가 두 손을 모으며 응원하듯 들어 올렸다.
그리고 한 시간 동안 소울을 느끼는 법, 소울을 개화시키는 법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말 그대로 단순한 이론을 나열한 것뿐이기에 생도들은 그저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10분의 휴식이 주어진 뒤, 마지막으로 소울 에너지를 느끼기 위한 가이드가 시작됐다.
“이 방법은 제 스승님이 저에게 가르쳐주신 방법이에요. 여러분이 소울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더 쉽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죠. 모두 오른손을 내밀어 주세요.”
알렉사는 수강생들에게 오른손을 내밀게 한 뒤,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 그녀의 소울 에너지를 조금씩 불어넣었다.
전 수강생들에게 제 소울을 조금씩 나누어준 뒤, 알렉사는 땀방울을 훔치며 말했다.
“여러분의 몸속에 제 소울이 잠시 배회하고 있을 거예요. 모두 눈을 감고 느껴 보도록 하세요. 이질적인 느낌이라 좀 더 쉽게 느낄 수 있을 테니까. 한번 소울을 감각하면, 한 단계 나아갔다고 봐도 무방해요.”
훈련병들이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예요. 남은 시간 동안은 예열이라고 생각하고 소울을 느껴 볼게요.”
나는 이미 [소울 연공법]으로 소울을 그럭저럭 체내에서 굴릴 줄 알았기에,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시간을 버리느니, 그녀가 알려 준 방법이나 시도해 볼 참이었다.
러셀 애시그린의 스탯은 사수 클래스에 특화된 캐릭터이니 ‘집중’ 쪽이 쉽다고 판단했다.
‘소울을 움직여서 손끝으로 보내고… 튕겨내듯이.’
내가 가르침을 되새기며 손을 쭉 뻗은 그 순간이었다.
피잉-!
퍼버벙!
내 손에서 무언가가 날아가더니 강의실 천장을 꿰뚫어 버렸다.
“……?”
“……??”
“??????”
알렉사도 놀랐고 수강생들도 놀랐고 나도 놀랐다.
“설마 방금 그거, 집중?”
“어… 그런 것 같은데요.”
“버, 벌써?”
소름이 오소소 돋는 기분이었다.
맞다 이 몸뚱이. 존나 재능충이었지…?
“저기, 러셀 학생?”
“……네.”
“지, 진도를 너어어어무 앞서 나가면 다, 다른 학생들이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어요…….”
내가 본 그녀의 표정 중에 가장 당황한 표정이다.
울먹거리는 듯한 알렉사의 모습에 나는 딱히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 재능이 넘치는 건 제 잘못이 아닌데요….
* * *
강의가 끝난 뒤 소울 에너지를 느낀 생도는 고작 세 명에 불과했다.
알렉사는 나를 힐끔 바라보더니 옅은 한숨을 내쉬고선 강의 마무리 인사를 시작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기사를 꿈꿨어요. 다들 연약한 여자애가 어떻게 기사가 될 수 있겠냐고 했지만, 그래도 되고 싶었죠. 하지만 저는 안타깝게도 검술에는 재능이 없었죠.”
검술에는 재능이 없었다.
맞긴 하지. 검술에‘만’.
“곧 신체 능력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소울 에너지 덕분에요. 이 힘은, 여러분이 결코 오르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곳에 당당히 서게 하는 힘이 될 거예요.”
그러고는 해사하게 웃는다.
“계속해서 정진하고, 노력하고, 포기하지 마세요. 설령 여러분의 재능이 언제, 어디에서 꽃피울지 모르니. 앞서가는 친구를 너무 시기하지는 말구요.”
이번엔 나를 흘깃 노려본다. 나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경험이 곧 당신의 힘이 될 거예요. 앞으로도 더 많은 경험을 쌓으며 실력을 갈고닦으세요. 저 또한, 누군가의 옆에 당당히, 나란히 서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답니다.”
그녀는, 그녀의 스승이자 목표였던 기사가 했던 말을 담담히 그다음 세대에 전했다.
“마음의 안정이 안 될 땐 인형이나 손수건 같은 걸 만들면서 마음잡기를 하면 제법 도움이 된답니다. 그럼, 강의를 마칠게요.”
알렉사가 가슴께에 손을 얹는 군인의 인사를 보인 뒤 천천히 단상에서 빠져나갔다.
캬, 명강의다.
누님. 절 가져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