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llegitimate Child of a Chaebol Who Became a Genius Starts as a Low-level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
천재가 된 재벌가 사생아는 말단 사원으로 시작한다-1화(1/80)
1화 : 핵심은 황금열쇠
“···어음을 막지 못해서 최종 부도 처리됐어.”
박상현 팀장의 얘기를 듣는 순간, 온몸에 힘이 쭉 빠져나갔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는 기계부품을 제조해 세계 여러 나라에 수출하는 중견기업이었다.
재작년부터 세계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회사가 어렵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다른 회사들은 내가 제출한 입사 지원서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니까.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입사지원서를 냈다가 덜커덕 합격하는 행운(?)이 찾아왔다.
그런데 입사 3개월 만에 부도나는 경우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후, 운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신세를 한탄하며, 박상현 팀장과 강선호 과장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팀장님,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더 이상 월급을 줄 수 없으니까,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라더군.”
“월급은 그렇다 하더라도 퇴직금은요?”
“회사가 풍비박산 났는데, 제대로 받을 수 있겠어?”
“하아···.”
강선호 과장이 내뱉는 한숨소리가 사무실에 가득 들어찼다.
사무실 이곳저곳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본인과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던 사이, 강선호 과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런데 도윤 씨는 표정이 왜 이렇게 어두워?”
“그야 당연히··· 회사가 부도나서 그렇죠.”
“지금까지 부도나지 않고 버틴 게 어디야. 그나마 도윤 씨는 다행이라고 생각해.”
“······?”
“나하고 팀장님은 나이가 많기 때문에 다른 회사에 취업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 하지만 도윤 씨는 나이가 어리니까, 다른 회사에 얼마든지 취업할 수 있잖아.”
강선호 과장의 말이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
나는 지방에 소재한 이름 없는 대학을 간신히 졸업했기 때문이었다.
명문대학 졸업자들도 취업하지 못하는 마당에 재취업이 어디 말처럼 쉽겠는가.
“말씀만이라도 고맙습니다.”
“도윤 씨는 퇴직금을 받을 수 없으니까,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될 거야.”
“···네?”
“퇴직금을 받기 위해서는 1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아··· 그럼, 실업급여는 받을 수 있을까요?”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180일 이상 근무해야 해.”
“······.”
‘하아··· 벌어놓은 돈도 없는데 미치고 팔짝 뛰겠네.’
그래도 졸지에 거리에 나앉게 생긴 두 사람 앞에서 신세타령이나 늘어놓을 수는 없는 노릇.
“아, 그렇군요. 그나저나 과장님은 회사에 계속 출근하실 겁니까?”
“나하고 팀장님은 퇴직금을 받기 위해서라도 회사에 출근할 수밖에 없어.”
“저도 집에 있어 봐야 딱히 할 일도 없는데, 당분간 회사에 출근하겠습니다.”
“뭐. 그렇게 하던가. 팀장님, 기분도 꿀꿀한데, 소주 한잔 어떻습니까?”
회사 근처에 위치한 선술집으로 이동한 우리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회식을 시작했다.
“오늘이 우리 팀의 마지막 회식이라고 생각하니 씁쓸하군. 내가 살 테니까, 많이들 먹어.”
“팀장님의 주머니 사정을 빤히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갹출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강 과장이 원한다면 그렇게 하자고.”
부도라는 엄청난 위기를 맞이한 탓인지 무거운 분위기는 좀체 나아지지 않았다.
그때, 말없이 술잔을 기울이던 박상현 팀장이 뜬금없는 얘기를 꺼내들었다.
“근데 말이야. 이상하게 느낌이 좋지 않아.”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대책회의에 참석한 사장님의 표정이 뭔가에 쫓기는 것처럼 다급해 보였어.”
“설마···.”
뭔가 생각난 것이 있다는 듯 강선호 과장이 말끝을 흐렸다.
다행히 그의 생각은 그리 길지 않았다.
“팀장님, 진짜로 그건 아니겠죠?”
“나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만약을 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나는 두 사람이 어떤 내용으로 대화 나누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분위기상 물어보지 못했다.
“팀장님, 사실 여부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인사 팀장한테 알아봐달라고 부탁했으니까, 조금 있으면 가타부타 연락이 오겠지.”
“만약에 그 인간이 외국으로 도망갔으면 어떻게 하죠?”
윙윙-
그때, 테이블에 놓여있던 박상현 팀장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번개보다 빠른 동작으로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재빨리 통화버튼을 눌렀다.
“송 팀장, 알아봤어?”
[한 시간 전에 중국으로 출발했다더라.]“에라이, 이 빌어먹을 새끼.”
박상현 팀장의 걸쭉한 욕설이 선술집 내부에 가득 들어찼다.
***
다음 날.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회사에 출근하니, 낯모르는 사람들이 사장실을 차지하고 있었다.
보나마나 채권자들과 우리 회사에 물품을 납품한 사람들일 것이다.
내 추측이 맞는지 강선호 과장에게 물었더니,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 사람들도 답답하겠네요.”
“내 말이. 오늘 아침에 들었는데, 사장은 몇 달 전부터 해외로 도피하기 위해서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더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회사에 출근했건만, 이제 모든 희망이 사라져 버렸다.
몇 달 전부터 해외 도피를 준비했다는 의미는 고의적으로 부도낼 계획이었다는 뜻.
그런 상황인데, 어떻게 회사가 되살아날 수 있겠는가.
“에이, 개새끼.”
“회사에 남아있어 봐야 험한 꼴밖에 보지 못할 테니까, 짐 싸서 얼른 돌아가.”
“과장님은요?”
“퇴직금 받을 때까지는 회사에 출근해야지.”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기회가 있으면 또 뵙겠습니다.”
나는 박상현 팀장을 비롯한 회사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개인 사물을 챙겨 힘없는 발걸음으로 회사를 나오니, 하늘도 울적한 내 심정을 알고 있다는 듯,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하아··· 기분 엿같네.”
겨울비를 맞으며 터벅터벅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던 도중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젠틀해 보이는 50대 남자가 다가와 다짜고짜 우산을 씌워주었기 때문이었다.
더욱더 이상한 점은 그는 겨울비를 그대로 맞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 우두커니 서 있으려니, 그가 중후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오성물산의 대표이사인 홍기훈 사장입니다.”
“···네에?”
나는 너무 놀라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정체모를 남자 나에게 다가와 다시 우산을 씌워주었고.
“겨울비를 맞으면 건강에 해롭습니다.”
‘그러는 아저씨는요?’
“진, 진짜로 오성물산의 대표이사님이 맞습니까?”
“인터넷에서 제 이름을 검색하면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나는 도깨비에 홀린 듯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홍기훈’이라고 입력했다.
그러자 그의 이름, 사진, 프로필, 소속, 경력 등이 핸드폰 액정에 표시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가락으로 사진을 확대해보니, 영락없이 그가 맞았다.
“···맞네요.”
“제가 겨울비를 계속 맞고 있으면 감기 걸릴 것 같은데, 자리를 이동하는 것이 어떨까요?”
“아, 제가 당황해서··· 죄송합니다.”
커피 전문점.
따뜻한 커피로 언 몸을 녹인 홍기훈 사장이 테이블에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온화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 지금 어떤 상황인지 많이 당황스럽죠?”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홍기훈 사장은 옆자리에 놓았던 서류 가방을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먼저 이것 받으십시오.”
“이게 뭡니까?”
“일단 열어보십시오.”
서류 가방을 열어보니, 편지봉투와 고급스러워 보이는 작은 케이스 하나가 들어있었다.
나는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작은 케이스를 꺼내 덮개를 열었다.
뭔가 이상했다.
케이스 안에는 반으로 잘린 황금열쇠의 아랫부분만이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홍기훈 사장이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 편지봉투도 마저 열어보시죠?”
편지봉투를 열어 곱게 접혀있는 편지지를 꺼냈다.
편지지를 펼쳐보니, 주소, 공동현관문과 현관문 번호, 금고 비밀번호 등이 적혀있었다.
영문을 몰라, 홍기훈 사장에게 말을 걸었다.
“사장님, 이제 어떤 상황인지 말씀해주십시오.”
“이제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을 귀담아 들어주십시오. 설도윤 씨는 부러진 황금열쇠의 윗부분을 가지고 편지지에 적혀있는 주소로 가셔야 합니다.”
홍기훈 사장은 내가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나는 그래야 하는 이유가 너무 궁금했지만, 말하는 그의 분위기가 너무 엄중해서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저를 찾아오시면 됩니다. 이제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보십시오.”
“부러진 황금열쇠 윗부분을 반드시 가지고 가야 합니까?”
“혹시··· 다른 사람에게 판매했습니까?”
“어머니가 남긴 유품이 그것밖에 없는데, 어떻게 판매할 수 있겠습니까?”
“휴우~ 다행이네요.”
홍기훈 사장이 오른손으로 가슴을 어루만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는 즉, 내가 겪고 있는 황당한 사건의 핵심 키는 부러진 황금열쇠의 윗부분이라는 뜻.
내 추측이 맞는지 조심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설도윤 씨의 말씀이 맞습니다.”
순간, 궁금증 하나가 무럭무럭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홍기훈 사장은 나보다 나이가 두 배 이상 많아 보였다.
초면이기 때문에 말은 놓지 않더라도, ‘저’, ‘말씀’ 등의 존댓말을 사용할 필요가 없거늘.
그런데 그는 처음부터 부담스러울 정도로 존대하고 있었다.
“사장님, 저한테 깍듯하게 존대하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지금 말씀드릴 수는 없고, 나중에 저를 찾아오시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불편해서 그러는데,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됩니까?”
“설도윤 씨의 말씀은 듣지 않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칼같이 단호한 홍기훈 사장의 대답.
이는 즉, 내가 모르고 있는 무언가 이유가 있다는 뜻이리라.
“어찌 됐든 알겠습니다. 편지지에 적혀있는 주소에 사람이 살고 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현재는 비어 있습니다.”
홍기훈 사장에게 이것저것 궁금한 점에 대해서 물어본 후, 피어오르는 의문을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시텔로 돌아오자마자, 그가 시킨 대로 책상 서랍을 열어 황금열쇠 케이스를 꺼냈다.
덮개를 열어 절반만 남아있는 황금열쇠를 들어 홍기훈 사장에게 건네받은 황금열쇠와 맞춰보았다.
굵기가 정확하게 들어맞는 것으로 보아 본래 하나였던 것이 틀림없었다.
“이상하단 말이야. 홍 사장님은 황금열쇠 아랫부분을 왜 가지고 있었을까? 혹시··· 홍 사장님이 내 아버지?”
하지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기훈 사장이 아버지라면, 지금에서야 찾아올 리도 없거니와 깍듯하게 존대하지 않았을 테니까.
“하아··· 어렵네. 나중에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혼잣말을 내뱉으며, 스카치테이프를 이용해 황금열쇠를 하나로 합체했다.
***
홍기훈 사장에게 건네받은 주소는 부자들만 살고 있다는 도곡동에 위치한 스타팰리스였다.
삑삑삑···
비밀번호를 누르자, 도어락이 풀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나는 놀라서 까무러칠 뻔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파트 내부가 넓어도 너무 넓은 데다 고급스러운 집기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쩝! 나는 고작 3평짜리 고시텔에 살고 있는데······.”
씁쓸한 기분을 삼키며 사람이 있는지 집안 이곳저곳을 살폈다.
홍기훈 사장의 말대로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 일단 주방으로 향했다.
그의 말대로 내 침대보다 1.5배는 커 보이는 식탁 위에 작은 금고가 놓여있었다.
주머니에서 편지지를 꺼내 금고 비밀번호를 다시 한번 확인한 후, 천천히 숫자를 눌렀다.
‘삐리릭!’ 소리와 함께 잠금장치가 풀렸다.
지체하지 않고 열쇠구멍에 황금열쇠를 넣은 후, 오른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철컥!’ 소리와 함께 금고 문이 열렸다.
막연하게나마 나는 금고 안에 다이아몬드와 같은 귀한 보석류나 서류뭉치가 들어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금고 안에는 빨간색 액체가 들어있는 작은 병이 전부였다.
“이게 뭐지?”
실망감을 뒤로하고 빨간색 액체가 들어있는 병을 꺼내 이리저리 살펴본 후, 안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금고 문을 닫은 후, 황금열쇠를 꺼내 케이스에 집어넣었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아파트를 떠나 홍기훈 사장을 만나러 가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묘한 반발심이 나의 발목을 붙잡았다.
“이렇게 크고 고급스러운 아파트를 언제 다시 와보겠어.”
고급스러워 보이는 흔들의자에 앉아서 베란다 밖으로 펼쳐진 경치를 잠시 감상했다.
“쩝··· 겨울비가 내리지 않았더라면 더욱 좋았을 텐데. 뭐, 그래도 나름 운치 있고 좋네. 그나저나 이렇게 넓은 집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결국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풀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나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