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llegitimate Child of a Chaebol Who Became a Genius Starts as a Low-level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2)
천재가 된 재벌가 사생아는 말단 사원으로 시작한다-12화(12/80)
12화 : 동기사랑 나라사랑은 개뿔
대한민국에서 파키스탄의 수도인 이슬라마바드로 직접 가는 여객기는 없다.
따라서 우리는 태국을 경유하기로 결정했다.
해서 저녁때 파키스탄으로 출발하는 여객기를 타기 위해서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대기 중에 있었다.
“홍서연 씨, JASS 이동통신과 관련해서 새로 입수한 정보는 없나?”
“출발하기 직전에 샤하디 라자와 통화했는데 별다른 얘기는 없었어요.”
“그렇군. 샤하디 라자 씨는 언제 만나볼 수 있을까?”
“공항에 마중 나온다고 했어요.”
“우리가 파키스탄에 도착하는 시간을 샤하디 라자 씨한테 얘기해주지 않았나?”
홍서연은 조재석 차장의 질문에 담겨있는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파키스탄은 치안이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여성들은 한밤중에 외출하는 것을 극히 꺼린다.
그런데 샤하디 라자가 직접 자신들을 마중 나온다고 하니, 의문을 품고 있는 것이리라.
“저도 그게 걱정돼서 물어봤는데,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이제부터 어려움을 겪지 않고 파키스탄에 입국할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해줄 테니까, 귀담아 들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파키스탄은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할 정도로 경제 기반이 매우 취약한 상태야. 그런 탓에 공무원들한테도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조재석 차장은 파키스탄에 여러 번 출장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입국 심사대를 어렵지 않게 통과하는 방법을 자세히 얘기해주었다.
“···이렇게 하면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거야.”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이제 나는 휴식을 취할 테니까, 두 사람도 편안하게 쉬도록 해.”
조재석 차장은 이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떠나갔다.
홍서연 또한 휴식을 취하겠다며 다른 곳으로 떠나갔고.
“쩝, 동기사랑 나라사랑은 개뿔.”
나는 투덜거리며 공항 내부를 둘러보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국은 머리털 나고 처음 방문해서 그런지 모든 것이 신기해 보였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호기심은 비누 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갈 요량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도중에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했다.
전 직장에 같이 근무했던 정선호 과장이 면세점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다가가 꾸벅 인사하며 말을 걸었다.
“정 과장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어? 설도윤 씨가 여기는 웬일이야?”
“파키스탄에 출장가기 위해서 대기하는 중입니다. 과장님은요?”
“여기는 복잡하니까 조용한 곳에서 회포를 푸는 것이 어때?”
우리는 면세점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음료수 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내가 음료수를 사려고 했지만 정선호 과장이 말리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음료수로 목을 축인 그는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어왔다.
“설도윤 씨, 어느 회사에 취직했는지 얘기해줄 수 있어?”
“오성 물산이요.”
“오성 물산이라면, 오성 그룹 계열사?”
“과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 그게 정말이야!”
진심으로 놀랐다는 듯 정선호 과장이 심하게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나는 그가 놀란 이유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오성 그룹은 명문대학 졸업자들도 입사하기 어렵다고 소문난 회사.
그런데 삼류 대학 출신인 내가 오성 물산에 근무하고 있다고 하니 놀란 것이리라.
“하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와, 어떻게 오성 물산에 취업했어?”
나는 신비의 명약을 마신 이후, 천재로 변한 상태.
홍기훈 사장의 추천을 받지 않아도 오성 그룹에 입사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정선호 과장에게 그대로 말해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진실과 거짓을 섞어서 얘기해줄 수밖에 없었다.
“과장님도 제가 해병대를 제대한 사실은 알고 계시죠?”
나는 회사 출근 첫날에 김진수 팀장에게 했던 얘기를 각색해서 정선호 과장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분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백수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겁니다.”
“허어, 정말 드라마 같은 얘기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된 정선호 과장.
그의 의심을 풀어주기 위해서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건네주었다.
명함을 찬찬히 확인한 그는 부럽다는 표정으로 말을 붙여왔다.
“정말 좋은 회사에 입사했네. 진심으로 축하해.”
“감사합니다, 과장님도 앞으로 잘되실 겁니다.”
“고마워. 그나저나 힘들지는 않고?”
정선호 과장이 나를 걱정해주는 이유는 학벌이 신통치 않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자연스럽게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남현우 사원이 떠올랐지만 바로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신입사원이라서 그런지 딱히 그런 것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나저나 파키스탄에는 무슨 일로 출장을 가는 거야?”
“파키스탄의 치안이 불안한 탓에 출장자들의 신변을 보호하는 보디가드로 차출됐습니다.”
“흠···충분히 그럴 수 있겠군.”
나에 대한 얘기는 이쯤이면 적당하다 판단 내리고 화제 전환을 시도했다.
“그나저나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다른 회사에 취업하려고 시도해봤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어. 목구멍에 거미줄을 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박상현 팀장님과 함께 오퍼상을 차렸지.”
“퇴직금은요, 받았어요?”
“하아···.”
땅이 꺼져라 내뿜는 정선호 과장의 한숨소리에 모든 대답이 들어있었다.
“에구. 제가 괜히 여쭤본 것 같네요.”
“괜찮아.”
“중국으로 도망친 사장 놈은 잘살고 있을까요?”
“평생을 쫓겨 살아야 하는데, 잘살 리가 있겠어?”
“그런 인간을 잡아가지 않고, 저승사자는 뭐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그나저나 과장님은 어디 가시는 겁니까?”
“우즈베키스탄에 그간 알고 지냈던 바이어를 만나러 가는 중이야.”
그 바이어가 누구인지 알 것도 같았다.
예전 회사에 있을 때 정기적으로 기계 부품을 수입해가던 바이어일 것이다.
“회사가 부도났는데 판매할 기계 부품이 있습니까?”
“다른 회사에서 생산하는 기계 부품을 제안해 보려고.”
윙-
정선호 과장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던 도중에 홍서연이 톡을 보내왔다.
재빨리 내용을 확인한 후, 정선호 과장에게 말을 걸었다.
“과장님, 제 직장 상사가 찾아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 그래. 다음에 보자고.”
“사업이 번창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정선호 과장과 작별 인사 후, 조재석 차장이 기다리고 있는 푸드 코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차장님, 찾으셨습니까?”
“별일 아니야. 저녁 식사나 같이하자고 불렀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출발하는 여객기는 저녁 7시.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먹으면 되는데, 돈 들여가며 저녁 식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 점에 대해서 언급하며 조재석 차장에게 물었다.
“우리가 타는 비행기는 파키스탄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기내식이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어.”
“아, 무슨 말씀인지 감 잡았습니다.”
“저녁 식사는 법인카드로 결제할 거니까, 먹고 싶은 거 마음대로 주문해.”
우리는 태국 전통 음식인 팟타이와 뿌팟뽕커리를 주문했다.
맛은 그럭저럭 입맛에 맞았다.
어느 정도 배가 차올 무렵, 조재석 차장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는 지금까지 뭐 했어?”
“공항 이곳저곳을 구경하던 도중에 전 직장에 근무하던 선배를 우연찮게 만났습니다.”
나는 정선호 과장을 만나서 나눴던 대화를 조재석 차장과 홍서연에게 가감 없이 얘기했다.
“···우즈베키스탄으로 가는 여객기를 타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가는 여객기가 있는데, 태국을 경유할 필요가 있을까?”
“주머니 사정이 빈약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충분히 일리 있는 얘기군. 부디 비즈니스가 성공했으면 좋겠군.”
“암요.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정선호 과장의 뛰어난 능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확신 있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나였다.
***
[저희 비행기는 잠시 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에 ······.]승무원의 기내방송을 듣고 서서히 잠에서 깨어났다.
기지개를 켜서 굳어진 몸을 풀어주며, 옆자리에 앉아있는 홍서연에게 말을 걸었다.
“언제 일어났어요?”
“조금 전에요. 코까지 골면서 자던데 많이 피곤했나 보네요?”
“어이쿠. 내가 심하게 골았습니까?”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어요. 그나저나 자리가 불편하진 않았어요?”
나는 키 186cm에 몸무게 83kg이라는 건장한 신체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석은 나한테 비좁은 감이 없지 않아 있었고.
지금 홍서연은 이 점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 중이었다.
“잠에 빠져있느라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어요.”
홍서연과 소곤거리는 사이, 여객기는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
중국을 제외하고 외국을 방문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기대감이 드는 건 당연했다.
여객기의 시동이 꺼지자, 오랜 비행에 지친 승객들이 통로를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파키스탄 땅을 빨리 밟아 보고 싶은 마음에 얼른 비좁은 통로 한자리를 차지했다.
드디어 출입문이 열리고, 다른 승객들의 뒤를 쫓아서 브리지에 첫발을 내디뎠다.
사막 기후를 가진 나라인 탓인지 건조한 바람이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그때, 내 뒤를 따라서 여객기에서 내린 조재석 차장이 말을 건네왔다.
“설도윤 씨, 파키스탄 땅에 첫발을 디딘 소감이 어때?”
“감개무량합니다.”
“하하. 그럴 수 있겠군. 입국 심사대를 어떻게 통과하는지, 잊어버리지 않았겠지?”
“그야 물론입니다.”
“내가 시범을 보여줄 테니까, 두 사람도 그대로 따라 해.”
입국 심사대 통로는 파키스탄 국민과 외국인 전용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내가 타고 온 비행기에는 외국인들이 그다지 없는 탓에 입국 심사대는 비교적 한산했다.
조재석 차장은 우리에게 시범을 보여주기 위해서 제일 먼저 입국 심사대에 섰고, 다행히 무사히 통과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그는 입국 심사를 수월하게 받으려면 심사관한테 10달러 정도를 건네라고 조언했다.
그에게 지시받은 대로 10달러를 여권 사이에 끼워 넣은 후, 심사관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여권과 함께 파키스탄 출입국 신고서를 제출하며 인사말을 건넸다.
“밤늦게까지 수고하십니다.”
인사말을 들은 심사관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가 놀란 이유는 내가 우르두어를 완벽하게 구사했기 때문이리라.
그는 여권을 펼쳐 내 이름을 확인한 후, 놀랍다는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 우리나라 언어를 어디서 배웠습니까?”
물론 내가 우르두어를 능숙하게 하는 건 신비의 명약 덕분이다.
문제라면 그걸 사실대로 말할 수 없다는 데 있었고.
-하하. 사실은 제가 재벌가 부회장의 사생아인데, 그 아버지란 사람이 페루에서 웬 정체 모를 노인에게 도움을 주고 빨간색 액체가 든 병 2개를 받았습니다. 근데 그걸 먹으니까 천재가 되더라고요?
‘시발, 어떻게 말해.’
“파키스탄에서 비즈니스 하려고 인터넷을 통해서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심사관은 내가 우르두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이 신기했는지, 예상 질문에서 벗어난 것들을 자꾸 던져왔다.
“내 딸이 한국 문화에 푹 빠져 있는데, 추천해줄 만한 드라마가 있습니까?”
미치고 팔짝 뛰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TV를 거의 시청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드라마가 히트 치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칼같이 모른다고 할 수는 없는 상황.
그러던 도중 어릴 때 즐겨 시청했던 드라마가 불쑥 떠올랐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히트 쳤던 드라마 중에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따님이 시청하면 좋을 듯합니다.”
“그럼, 나한테 추천해줄 만한 드라마는 없을까요?”
‘아오, 왜 이렇게 궁금한 게 많아.’
다행히 외할머니가 즐겨 시청하던 드라마가 기억에 남아있었다.
“‘대장금’이라는 드라마가 있는데, 시청하지 않았다면 적극 추천합니다.”
이후에도 심사관은 예상 범위에서 벗어난 질문들을 여러 개 던져왔다.
나는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 자세히 설명해주었고.
여권 틈에서 10달러를 발견한 그는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여권 공란에 스탬프를 찍었다.
그러고는 밝은 표정으로 여권을 돌려주며 말했다.
“설도윤 씨, 파키스탄 입국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심사관에게 여권을 돌려받았기 때문에 조재석 차장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면 된다.
하지만 아직 입국 심사를 받지 않은 홍서연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후우, 동기사랑 나라사랑이라고 했으니까.’
“심사관님,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얼른 얘기해보세요.”
“저 뒤에 서 있는 여성은 제 여자 친구입니다.”
“입국 심사를 빨리 끝내달라는 말이군요?”
“심사관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렇게 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홍서연의 입국 심사가 간단하게 끝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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