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llegitimate Child of a Chaebol Who Became a Genius Starts as a Low-level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3)
천재가 된 재벌가 사생아는 말단 사원으로 시작한다-13화(13/80)
13화 : 호기심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내가 왜 설도윤 씨의 여자 친구예요?”
출입국 심사관에게 들었는지, 입국심사를 마친 홍서연이 눈에 쌍심지를 켜며 물어왔다.
나는 파키스탄이 어떤 나라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도와준 것뿐이었다.
사실대로 얘기해봐야 잘난 척하는 것으로 비칠 테니 적당히 대답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입사 동기를 챙기지 않으면 누가 챙깁니까?”
“내가 묻는 것은 그게 아니잖아요.”
‘얘는 도와줘도 난리야.’
“홍서연 씨는 나한테 어떤 대답을 듣고 싶습니까?”
내가 짜증을 담아서 대답하는 순간, 조재석 차장이 불쑥 대화에 끼어들었다.
“홍서연 씨, 설도윤 씨가 입국 심사관한테 여자 친구라고 얘기한 이유를 말해줄까?”
“네, 말씀해주세요.”
“파키스탄은 우리나라와 달리 여성들에 대한 인권이 매우 취약한 나라야. 설도윤 씨는 입국 심사관이 홍서연 씨를 함부로 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여자 친구라고 얘기한 거야.”
“저는 대한민국 사람이잖아요.”
“파키스탄은 외국 여자라고 해서 특별대우 해주지는 않아.”
딱히 대꾸할 말이 없다는 듯 홍서연이 입을 닫았다.
조재석 차장은 잘했다는 의미로 내 등을 툭툭 쳐준 후, 수하물을 찾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럼에도 나는 홍서연의 오해를 불식시켜줄 필요를 느꼈다.
“나는 홍서연 씨한테 마음이 1도 없으니까 안심하세요.”
“누가 뭐래요.”
쌀쌀맞은 목소리로 대답한 후, 조재석 차장의 뒤를 쫓아가는 홍서연이었다.
***
슬슬 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파키스탄에 도착한 지 한 시간이나 지났건만, 아직까지 캐리어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탓에 수하물을 찾는 공간은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서 시장바닥으로 변한 지 오래였다.
내 생각을 읽었는지 조재석 차장이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 파키스탄은 우리나라처럼 일처리 속도가 빠른 나라가 아니야.”
“그렇기는 하지만, 샤하디 라자 씨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잖아요.”
“그녀도 그러려니 생각하고 있을 거야.”
바로 그때, 멈춰있던 컨베이어 벨트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찌어찌해서 캐리어를 찾아 입국장 밖으로 나가니, 샤하디 라자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그녀를 보는 순간,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녀가 예뻐도 너무 예뻤기 때문이었다.
하얀색 우유와 초코 우유를 섞어놓은 듯 부드러운 갈색빛을 띠는 피부와 커다란 흑요석을 박아놓은 듯한 검은 눈동자가 정말 매력적이었다.
‘흠··· 홍서연도 예쁘지만 샤하디 라자도 만만치 않네.’
심호흡을 통해 거칠게 뛰는 심장을 가라앉히는 사이, 샤하디 라자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홍서연은 그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조재석 차장과 나를 소개시켜주었다.
그러던 도중에 짜증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감정이 남아있었는지, 홍서연이 나를 직장 동료가 아닌 보디가드로 소개시켜주었기 때문이었다.
‘오호라! 내가 베푼 은혜를 이렇게 갚는다는 말이지?’
으드득.
어금니를 갈며 샤하디 라자와 대화를 시작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설도윤이라고 합니다.”
“어머!”
내가 우르두어로 인사말을 건넬지 예상하지 못했는지, 샤하디 라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미 눈에 콩깍지가 쓰인 탓인지 놀라는 그녀의 모습조차 앙증맞아 보였다.
‘흠··· 목석같은 누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군.’
홍서연의 모습을 힐끗 쳐다보고 있는 사이, 그녀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붙여왔다.
“설도윤 씨는 우리나라 언어를 구사할 수 있어요?”
“파키스탄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 데엔 문제없을 정도로 구사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언어를 어디서 배웠어요?”
‘얘도 그렇고 입국 심사관도 그렇고, 내가 우르두어를 구사하는 게 그리 놀랄 일인가?’
“파키스탄에서 비즈니스 하려고 틈틈이 배웠습니다.”
“방금 전에 서연이는 보디가드라고 소개했잖아요?”
“홍서연 씨가 장난치느라 그런 것이고, 실제로는 오성 물산 직원입니다.”
“아, 그렇군요. 밖에 차가 대기하고 있어요. 저를 따라와 주세요.”
샤하디 라자가 발걸음을 옮기자, 건장해 보이는 사람들이 다가와 그녀를 앞뒤로 에워쌌다.
공항 밖에는 최고급 리무진과 승합차가 시동을 켜놓은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운전기사의 도움을 받아 캐리어를 트렁크에 실은 후, 리무진에 탑승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덩치가 큰 탓에 조수석에 앉았고.
여자들과 나란히 앉을 수 없었는지 조재석 차장은 경호원들과 같이 타겠다고 얘기했다.
운전기사가 리무진을 출발시키자, 경호원들이 타고 있는 승합차가 뒤따라왔다.
그러는 사이, 홍서연과 샤하디 라자의 대화가 시작됐다.
“우리나라에 오는 데 얼마나 걸렸어?”
“직항 여객기가 없는 탓에 15시간 넘게 걸렸어.”
“많이 피곤하겠구나. 오늘은 우리 집에서 푹 쉬고, 자세한 얘기는 내일 아침에 하자.”
“호의를 베풀어줘서 고마운데, 우리는 호텔을 예약했어.”
“호텔보다는 우리 집이 훨씬 편할 거야.”
“물론 그렇겠지만, 너희 부모님이 계시잖아?”
“우리 부모님은 할아버지를 모시고 카라치(파키스탄의 최대 도시)에 가셨기 때문에 집에는 하인들밖에 없어.”
“너희 집에 머무는 문제는 나 혼자 결정할 수 없어.”
마치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내가 불쑥 대화에 끼어들었다.
“샤하디 라자 씨, 베풀어준 호의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호호. 알았어요.”
샤하디 라자는 그럴 줄 알았다며 홍서연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설도윤 씨, 얘기 들었지?”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가 예약한 호텔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느 호텔을 예약했는데?”
“이슬라마바드 메리어트 호텔.”
“그 호텔은 우리 가문이 소유하고 있으니까, 호텔 숙박비는 내가 알아서 처리해줄게.”
“그래 주면 고맙고.”
그때, 샤하디 라자의 눈에 설도윤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생각에 그에게 말을 걸었다.
“설도윤 씨, 뭔가 미심쩍은 것이 있나요?”
“샤하디 라자 씨를 경호하는데 차량이 한 대밖에 동원되지 않은 것이 이상해서요.”
“원래는 두 대의 차량이 우리 차를 앞뒤로 호위하는데, 이슬라마바드는 치안이 양호한 편이라 한 대만 동원했어요.”
“아, 무슨 말인지 이해했습니다. 홍서연 씨하고 계속 대화 나누십시오.”
궁금증을 해소한 내가 끄덕이며 고개를 앞으로 돌리자, 홍서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즘 뭐 하고 지내고 있어?”
“우리 아버지 회사 일을 도와주고 있지. 근데 너는 얼마든지 미국에서 일자리를 잡을 수 있는데, 오성 그룹에 입사한 이유가 뭐야?”
홍서연은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은 스탠포드 대학 경영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따라서 미국에 취업할 수 있는 회사들이 발끝에 채일 정도로 널려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아버지가 오성 그룹에 입사하라고 권유하는 것이 아닌가.
싫다고 버텼지만, 이상하게도 거절하면 인연을 끊어버리겠다는 등 초강수를 두셨다.
결국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으로 오성 그룹에 입사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살고 싶어서지. 너는 미국에 남지 않고 파키스탄으로 돌아온 이유가 뭐야?”
“우리 부모님이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협박하는데 별수 있어.”
“자매나 오빠 동생은 없어?”
“어쩌다 보니 나 혼자야. 그나저나 너를 쫓아다녔던 그 사람은 뭐 하고 지내는지 알고 있어?”
“누구?”
“오성 그룹 후계자라고 떠벌리고 다녔던 사람 말이야.”
나는 귀를 쫑긋 세울 수밖에 없었다.
내가 오성 그룹의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과 자웅을 겨뤄야 할 테니까.
“아, 그 사람? 내가 믿을 만한 사람을 통해서 알아봤는데, 그 사람이 오성 그룹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제법 많다더라.”
“그게 무슨 소리야?”
“오성 그룹은 이철중 회장의 장남인 이재진 부회장이 경영권을 넘겨받을 예정이래. 그런데 나를 쫓아다녔던 사람은 그의 동생인 이성진 사장의 아들이야.”
“우리 학교 대학원을 다닐 정도면 머리는 똑똑하지 않을까?”
“그렇기는 하지만 결정적으로 리더십도 없고, 오만하고, 버릇 또한 없기 때문에 오성 그룹을 이끌어 갈만한 재목이 아니다더라.”
“그 얘기는 누구한테 들었어?”
“내가 철석같이 믿고 있는 사람.”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리무진은 커다란 대문 앞에 멈춰 섰다.
앞 유리창을 통해 주위를 살피던 나는 두 눈을 부릅떴다.
대문 앞에는 거대한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었고, 초소에는 총기류를 소지한 경비원들이 살벌한 기세로 경비를 서고 있었으니까.
또한 정문 좌우로는 3m는 족히 넘어 보이는 담장이 끝을 알 수 없는 정도로 늘어져 있었다.
담장을 따라서 4~5m 간격으로 주위를 대낮같이 밝혀주는 조명이 있었고.
게다가 담장 위에는 감시카메라도 설치되어 있었다.
‘파키스탄이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할 정도로 가난한 나라가 맞나?’
속으로 의문을 품고 있는 사이, 커다란 대문이 윙~ 소리와 함께 좌우로 열렸다.
운전기사는 지체하지 않고, 리무진을 운전해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또다시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정문에서 저택까지 이어지는 도로가에는 이색적인 모양의 가로수가 심어져 있었다.
게다가 축구 운동장보다 커 보이는 정원에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만개해 있었다.
만개한 꽃들은 2~3m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는 조명과 어우러져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는 듯 홍서연이 감탄사를 남발했다.
“와,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은 처음 봐.”
“우리 어머니가 집을 예쁘게 꾸미는 것이 취미이자 낙이셔.”
“아, 그렇구나.”
홍서연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리무진은 저택 본관에 도착했다.
리무진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본 나는 또 한 번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한 대에 수억 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자동차들이 주차장에 가득 들어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동차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자, 샤하디 라자가 빙긋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아버지가 최고급 자동차를 수집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어요.”
“아, 그래서 자동차들이 많이 있었군요.”
“네. 캐리어는 하인들이 가지고 들어올 거예요.”
샤하디 라자를 따라 저택 내부로 들어간 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
왜냐하면 운동장보다 넓은 응접실과 최고급 인테리어가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와, 집안 내부도 상당히 멋지네요.”
“호호. 고마워요. 여기 보이는 하인이 숙소를 안내해줄 거예요.”
내가 배정받은 숙소는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절반 정도의 크기로 큼지막했다.
“쩝, 이렇게 넓은 숙소를 나 혼자 쓰는 건 공간의 낭비가 아닐까?”
혼잣말을 내뱉으며 숙소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사이, 하인이 캐리어를 가지고 왔다.
나는 고마운 마음에 팁을 주려했지만 완강히 거부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시차와 여독을 이기지 못한 나는 모든 일을 내일로 미루고 침대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
“헉!”
깜짝 놀라 눈을 뜬 나는 급히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미 날이 밝았는지 창문 밖에는 해가 떠올라 있었다.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니, 홍서연과 샤하디 라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그녀들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며 자연스럽게 비어있는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샤하디 라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왔다.
“설도윤 씨, 눈이 퉁퉁 부어 보이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습관이 있어서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가벼운 내용을 주제삼아 대화를 나누고 있으려니 조재석 차장이 숙소 문을 열고 나왔다.
우리를 발견한 그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샤하디 라자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저희에게 호의를 베풀어 준 덕분에 모처럼 만에 숙면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별말씀을요.”
그때, 하인이 다가와 아침 식사 준비가 끝났다고 보고했다.
하인의 뒤를 따라 다이닝 룸에 들어간 우리는 또다시 눈을 휘둥그레 떴다.
중세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커다란 식탁에 산해진미가 가득 차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를 대표해 조재석 차장이 샤하디 라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렇게 호의를 베풀어 주지 않아도 되는데,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평소처럼 음식을 준비했기 때문에 감사 인사를 전할 필요 없어요.”
“아, 그렇군요. 그나저나 이렇게 많은 음식을 다 먹을 수는 없는데 어쩌죠?”
“저희가 먹다 남은 음식은 하인들이 먹을 거예요.”
“아···.”
이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조재석 차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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