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llegitimate Child of a Chaebol Who Became a Genius Starts as a Low-level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4)
천재가 된 재벌가 사생아는 말단 사원으로 시작한다-14화(14/80)
14화 : 청천벽력 같은 소식
이상하게 느낌이 좋지 않았다.
샤하디 라자의 밝고 환한 웃음 뒤에 언뜻언뜻 어두운 그림자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는 즉, 우리에게 말 못 할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는 뜻.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하던 사이, 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 저한테 궁금한 점이라도 있어요?”
사실대로 대답하면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갈 수도 있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사심(?)을 살짝 섞어서 대답하기로 마음먹었다.
“아, 샤하디 라자 씨가 너무 아름다워서 자꾸 눈길이 가네요.”
풋!
입에 발린 내 얘기가 먹혔는지 샤하디 라자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빙긋 웃었다.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는데, 그녀가 정색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미안하지만, 설도윤 씨가 거짓말하고 있는 거 잘 알고 있어요.”
“···네?”
“단순히 제가 예쁘다고 생각했다면 설도윤 씨의 표정이 밝아야 하겠죠. 그런데 표정에는 걱정이 담겨 있잖아요.”
역시 스탠퍼드 대학 출신자는 뭔가 달라도 달랐다.
샤하디 라자의 날카로운 눈썰미에 굴복하며 사실을 털어놨다.
“사실은 샤하디 라자 씨의 표정에서 어두운 그늘을 봤습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샤하디 라자가 갑자기 말문을 닫았기 때문이었다.
영문을 모르고 있는 우리는 식사를 중단한 채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렇게 어색한 시간이 흘러가던 도중에 드디어 결심했다는 듯 그녀가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은 여러분들만 알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우리 가문은 조상 대대로 펀자브(Punjab) 지역을 다스리던 왕가였어요. 우리나라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우리 가문은 막대한 재산을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해서 파키스탄에서 최고 명문 가문으로 등극할 수 있었고요.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총리는 배출되지 않았어요.”
샤하디 라자는 목을 축이기 위해서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말을 이어 나갔다.
“이 점을 안타깝게 여긴 할아버지는 총리를 배출하기 위해서 원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파키스탄 민주공화당이라는 정당을 창당했어요. 그리고 작은 아버지를 사업가가 아닌 정치인으로 키우기 시작했어요.”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파키스탄은 총리를 어떤 방법으로 선출합니까?”
“선거를 통해서 가장 많은 득표를 얻은 정당 또는 연립 여당의 대표가 총리로 선출하는 정치체제를 갖추고 있어요.”
“그렇군요. 계속 얘기해주세요.”
궁금증을 해소한 내가 물러나자, 샤햐디 라자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몇 번의 선거에서 파키스탄 민주공화당은 선거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작은 아버지는 총리로 선출되지 못했어요. 그러던 도중에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로 민심이 크게 악화되는 상황이 발생했고요. 결국 총리는 의회를 해산하고, 다음 달에 선거를 치르기로 결정했어요.”
윙윙-
결정적인 순간에 조재석 차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샤하디 라자에게 양해를 구한 후, 상대방과 전화통화를 시작했다.
나는 그가 누구와 통화하고 있는지 단숨에 알아챘다.
왜냐하면 그의 입에서 ‘팀장님’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왔으니까.
김진수 팀장은 우리가 파키스탄에 잘 도착했는지 물어보기 위해서 전화한 것이 틀림없었다.
잠시 후, 그가 전화를 끊으며, 샤하디 라자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중간에 말을 끊어서 미안합니다. 계속 얘기해주세요.”
“우리나라 국민들은 경제가 악화된 가장 큰 이유를 정치인들이 돈 때문에 부패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돈에 대해서 비교적 자유로운 파키스탄 민주공화당이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고요.”
“그럼, 작은 아버님이 총리로 선출될 수 있는 겁니까?”
“우리나라 하원의원은 모두 342명인데, 선거 결과를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95~100명 정도가 당선되는 결과를 기록했어요.”
즉,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정당과 연합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조재석 차장은 본인의 추측이 맞는지 샤하디 라자에게 물었다.
“조 차장님의 말씀이 맞아요. 할아버지는 파키스탄 인민당이라는 정당과 연합하기로 결정했어요. 그런데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어요.”
“어떤 문제입니까?”
“파키스탄 인민당은 중국 정부와 기업들로부터 후원받아서 크게 성장한 정당이에요. 그들은 파키스탄 민주공화당과 연합하는 조건으로 JASS 그룹이 중국 기업들과 거래하라는 조건을 제시했어요.”
조재석 차장은 모든 꿈과 희망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JASS 그룹의 메흐무드 칸 회장은 작은 아들을 총리로 당선시키기 위해서 파키스탄 인민당 측이 제시한 조건을 수용한 것이리라.
그의 지시를 받은 자파르 칸 JASS 이동통신 사장은 어쩔 수 없이 오성 물산과 거래를 중단한 것이고.
자신들이 JASS 이동통신과 거래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파키스탄 민주공화당 연합이 선거에서 패배하거나 메흐무드 칸 회장이 마음을 바꿔먹는 것이지만,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샤하디 라자 씨, 더 이상 얘기해주지 않아도 됩니다.”
“정말 미안하게 됐어요.”
“제가 메흐무드 칸 회장님이라도 그런 결정을 내렸을 겁니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반면에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샤하디 라자는 파키스탄 민주공화당이 파키스탄 인민당과 연합한 사실을 진즉부터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실을 홍서연에게 미리 얘기해줬더라면, 우리가 고생해가며 이곳까지 출장 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 점을 언급하며,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불만을 드러냈다.
“설도윤 씨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어제 오후에 할아버지께 자세한 내막을 들었어요.”
“그럼, 어젯밤에라도 얘기해줬으면 좋았을 텐데요.”
“분위기가 나빠질 것 같아서 얘기하지 않았어요. 그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해요.”
전의를 상실한 상대방을 거세게 몰아치는 것은 신사도가 아니다.
“샤하디 라자 씨의 사과를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나저나 메흐무드 칸 회장님을 만나 뵐 수 있도록 힘써준다고 얘기했는데, 실현 가능성은 있습니까?”
“카라치에서 돌아오시면, 만나준다고 약속해주셨어요.”
그때, 조재석 차장이 한국어를 사용해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 이미 게임 끝났는데, 굳이 만나볼 필요가 있을까?”
내가 메흐무드 칸 회장을 만나보려는 이유는 뜻한 바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 의도가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기 때문에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아직 주사위는 던져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묘안이 있다는 말이야?”
“메흐무드 칸 회장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 보려고 합니다.”
조재석 차장은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을 지으며 샤하디 라자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끼리 잠시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군요.”
“제가 자리를 비켜드릴까요?”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고, 제 숙소에서 대화를 나누면 될 것 같습니다.”
***
숙소로 돌아간 조재석 차장은 즉시, 김진수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샤하디 라자와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상세히 보고했다.
“···현재 이런 상황입니다. 어떻게 대처하면 좋겠습니까?”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메흐무드 칸 회장이 생각을 바꿔먹는 것밖에 없습니다만,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귀국해.]“알겠습니다. 홍서연 씨는 어떻게 할까요?”
[샤하디 라자 씨의 생일 파티 초대에 응한 것이니까, 참석하고 내일모레 귀국하라고 해.]“그렇게 하겠습니다. 귀국해서 뵙겠습니다.”
딸깍.
전화를 끊은 조재석 차장은 김진수 팀장과 통화한 내용을 간추려 얘기해주었다.
“나는 오늘 귀국할 예정이야.”
“차장님, 저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설도윤 씨는 홍서연 씨의 보디가드 자격으로 파키스탄에 출장 온 거야.”
정말 다행이었다.
조재석 차장이 같이 귀국하자고 얘기했으면, 애써 수립해놓은 계획이 무산될 뻔했으니까.
“제가 홍서연 씨를 철통같이 지키겠습니다.”
“그렇게 해. 나는 비행기 티켓을 변경해야 하니까, 두 사람은 샤하디 라자 씨와 놀아주고.”
***
김진수 차장은 장민국 본부장을 찾아가 조재석 차장과 통화한 내용을 상세히 보고했다.
“파키스탄 민주공화당 연합이 선거에서 패배하지 않는 한, JASS 이동통신과 거래 재개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흠··· 결국 우려하던 상황이 벌어졌군.”
“그러게 말입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선거 결과를 기다려 봐야지 별수 있겠어. 그나저나 메흐무드 칸 회장을 만나지 않고, 조 차장을 귀국시키려는 이유가 뭐야?”
“조 차장과 저는 다음 주에 인도에 출장 가야 합니다.”
“아, 그 건이 있었지?”
“네. 그렇습니다.”
“근데 말이야. 신입사원들끼리 메흐무드 칸 회장을 만나는 것은 실례가 되지 않을까?”
그 점에 대해서는 김진수 팀장은 장민국 본부장과 생각이 180도 달랐다.
“파키스탄 민주공화당 연합이 정권을 차지하면, JASS 그룹은 어쩔 수 없이 중국 기업들과 거래해야 합니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그를 만나지 않는 것이 어떨까?”
“그가 만나준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펑크 내는 것이 더 큰 실례가 될 듯합니다.”
“하긴··· 생각해보니 그렇군.”
장민국 본부장은 내선 전화로 정기호 비서실장과 짧게 대화를 주고받고, 통화를 종료했다.
“사장님이 기다리고 계신다는군.”
***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 출국장.
샤하디 라자가 조재석 차장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과의 말을 건넸다.
“조 차장님, 정말 죄송해요.”
“샤하디 라자 씨가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그래도요.”
“파키스탄 민주공화당 연합이 선거에서 승리해서, 작은 아버님이 총리로 선출되기를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샤하디 라자와 짧은 인사를 마친 조재석 차장은 한국어를 사용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 파키스탄은 치안이 불안한 나라이기 때문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할 거야.”
“그렇게 하겠습니다.”
“홍서연 씨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즉각 전화해.”
“네. 알겠습니다.”
조재석 차장은 믿는다는 의미로 내 등을 툭툭 두드린 후, 홍서연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그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발걸음으로 출국장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 또한 기운 빠진 발걸음으로 샤하디 라자의 뒤를 따라 공항 밖으로 나왔고.
***
“설도윤 씨, 힘내요.”
샤하디 라자가 조수석에 앉아있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래야 하는데, 이상하게 힘이 나질 않네요.”
“제가 최선을 다해서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설득해볼게요.”
“그래 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이제 무거운 얘기 말고, 다른 얘기를 하는 것이 어떨까요? 혹시 여자 친구는 있어요?”
“없습니다.”
“혹시··· 서연이한테 관심은 없어요?”
홍서연이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샤하디 라자의 말을 가로막았다.
“설도윤 씨한테 1도 관심이 없으니까 연결시키려고 하지 마.”
“어라, 강한 부정은 긍정의 신호라고 했는데?”
샤하디 라자의 오해가 더 깊어지기 전에 끊어줄 필요가 있었다.
“홍서연 씨 말이 맞습니다. 저희는 직장 동료일 뿐입니다.”
“하여간 알겠어요.”
“샤하디 라자 씨한테 궁금한 것이 있는데, 실례가 되지 않으면 여쭤도 될까요?”
“대답 여부는 질문을 들어보고 결정할게요.”
“이슬람 국가들은 결혼 적령기가 빠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까지 결혼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까요?”
“···그건 패스할게요.”
뭔가 뻐꾸기 우는 사연이 있다는 듯 샤하디 라자가 한참 만에 대답했다.
“제가 괜한 질문을 한 것 같네요. 사과드립니다.”
“아니에요.”
“이왕 생각난 김에 하나만 더 질문하겠습니다. 이슬람 국가 여성들은 히잡(Hijab, 이슬람 국가의 여성들이 머리와 상반신을 가리기 위해 쓰는 두건의 일종)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샤하디 라자 씨는 쓰지 않고 있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과는 달리 이슬람 종교가 많이 세속화되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히잡을 쓰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어요. 하다못해 술도 자유롭게 마실 수 있어요.”
쿠란(이슬람교 경전)에는 술을 마시지 말라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샤하디 라자는 음주가 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있었고.
“진짜로 가능합니까?”
“그야 물론이에요. 제 생일 파티 장소에서 볼 수 있을 거예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샤하디 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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